[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고혈압 치료제 독점판매 계약에서 약정한 최소 구매량을 채우지 못한 일성아이에스가 엠큐어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최소 구매량을 단순한 판매 목표가 아닌 계약상 의무로 판단하고, 실제 구매하지 않은 물량에서 공급사가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까지 손해배상 대상으로 인정했다.
통상 제약업계에서는 최소 구매량(MOQ)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이번 판결은 관행적으로 설정하던 최소 구매량 미달이 실제 소송과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진 구체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0일 메디칼타임즈 취재 결과,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8월 14일 엠큐어가 일성아이에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일성아이에스에 6092만442원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했다.
분쟁은 2022년 9월 29일 체결한 고혈압 치료제 아젤니디핀의 국내 독점판매 계약에서 시작됐다. 당시 엠큐어는 일성아이에스에 국내 독점판매권을 부여했고, 양사는 이듬해 부대합의서를 통해 8mg과 16mg 제품의 연도별 최소 구매량을 정했다.
3년간 약정한 최소 구매량은 총 1300만 정으로, 첫해 210만 정에서 2년차 380만 정, 3년차 710만 정으로 늘어나는 구조였다. 일성아이에스는 계약 첫해인 2023년에는 약정한 최소 구매량 이상을 발주·구매했으나, 2024년에는 8mg 제품 40만 정만 발주하는 데 그쳤다.
이에 엠큐어는 2·3년차 최소 구매량에 미달한 물량이 총 1050만 정(8mg 480만 정, 16mg 570만 정)에 달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계약대로 구매가 이뤄졌다면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 1억572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재판에서는 최소 구매량 약정의 법적 구속력과 판매 부진에 따른 책임이 쟁점이 됐다.
일성아이에스는 약정 물량이 해당 성분 의약품의 시장 규모를 초과하는 비현실적인 수준이었고, 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한 시장 상황 변화로 구매량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귀책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성아이에스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에 "아젤블럭은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아젤니디핀 제품이어서 계약 당시에는 동일 성분 의약품의 판매 실적을 토대로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일 성분 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당초 설정한 최소 구매량 자체가 지나치게 높아 이를 충족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다른 제약사와 공동판매에 나서는 등 시장 확대를 추진했고,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구매량 조정도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성아이에스가 내세운 사정들이 "계약 당시 이미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당초 시장 전망과 실제 판매 상황이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객관적인 계약 환경이 변경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계약서에 최소 구매량을 명시하면서 별도의 예외 조항을 두지 않았고, 발주와 공급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까지 정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최소 구매량이 국내 독점판매권을 부여받는 것과 대가관계에 있는 주요 약정인 만큼, 해당 수량을 실제로 발주하고 매입하는 개별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범위에서도 엠큐어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1999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됐다면 공급사가 얻었을 이익도 배상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미구매 물량과 제품별 영업이익을 토대로 손해액을 1억5720만원으로 산정했다.
엠큐어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규원의 우종식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제약업계 독점판매 계약에서 최소 구매량 약정의 법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최소 구매량이 독점권과 대가관계에 있는 의무이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거래가 계속됐다면 얻었을 이익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약이나 개량신약을 도입하면서 독점판매권을 받고 연도별 최소 구매량을 약속하는 계약이 업계에서 흔하지만, 실제로는 '목표치'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회사는 이러한 수익으로 다음을 준비해야 함에도 이행되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의약품 도입과 독점판매 과정에서 구매량을 약정할 때 시장 변화에 따른 조정 조건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판매 실적이 예상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더라도 명시적인 예외나 조정 조항이 없다면 계약상 구매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는 제약사에도 시사점을 남긴다.
우 변호사는 "판매사는 약가 인하나 경쟁 제품 출시 같은 상황에 대비한 수량 조정 장치를 계약서에 반드시 넣어야 분쟁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성아이에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일성아이에스 관계자는 "제약업계 관례에 비춰 과도한 부분 등을 추가적으로 다투고 싶어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