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달 내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최종 지정하기 위한 절차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한다. 정상 체중조차 '미용 목적'으로 투여하는 왜곡된 처방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에서다.
방향성은 타당하다. 보건당국이 사회적 경각심을 울리고 오남용 방지 테두리를 치겠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와 의료계의 시선은 이미 그다음 스텝을 향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단발성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지, 아니면 일관된 규제 원칙의 시발점이 될지 가늠할 진짜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첫 번째 관문은 곧 가시화될 '국내 개발 신약'을 향한 잣대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토종 비만 신약들의 막판 허가를 앞두고 기대감이 적지 않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는 국산 품목 역시 약리학적 기전이나 오남용 위험성 측면에서 해외 다국적사 제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향후 허가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한미약품 '에페(에페글레나타이드)' 등 국산 신약들에 대해서도 식약처가 지금과 정확히 동일한 잣대와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을지 말이다.
만약 '산업 육성'이나 '토종 프리미엄'이라는 명목 아래 규제의 무게추가 헐거워진다면, 그간 식약처가 강조해 온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명분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규제의 잣대에 국경이나 출신이 개입될 여지는 없어야 한다.
여기에 변수는 더 남았다.
주사제의 불편함을 극복할 차세대 경구용 비만 치료제, 즉 알약 형태의 먹는 GLP-1 제제들의 국내 도입 역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릴리의 '파운데요(오르포글리프론)'나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필(경구용 세마글루티드)'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구제 도입도 이미 가시권에 와 있다.
알약 형태로 복용 편의성이 극대화되는 경구제 시대가 열리면, 지금의 주사제 형태보다 오남용의 문턱은 훨씬 낮아지고 시장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주사제일 때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강하게 묶어두고, 제형이 알약으로 바뀐다는 이유로 규제의 사각지대를 허용한다면 제도의 실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식약처의 이번 마운자로·위고비 오남용 지정은 마침표가 아니라 수많은 변수가 소용돌이치는 시작일 뿐이다.
국산 신약 라인업과 경구제라는 파고 속에서, 식약처가 오직 '국민 안전'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일관된 규제 철학을 지켜나갈지 의료계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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