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내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CAR-T) 치료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예스카타(악시캅타젠실로류셀)'가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을 위한 재도전에 나서며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재도전은 한국노바티스의 '킴리아'에 더해 국산 최초의 CAR-T 신약인 큐로셀의 '림카토'가 기존 '3차 치료제' 시장에서 급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된다. 경쟁 약물들이 후기 치료에 집중하는 반면, 예스카타는 국내 최초로 이보다 앞선 '2차 치료' 단계를 정조준하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포석이다.

3차 요법 혼전 속 예스카타 '2차 치료' 승부수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1차 화학면역요법 후 12개월 이내에 조기 재발하거나 불응하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2차 치료' 요양급여 신청서를 다시 제출하고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국내 CAR-T 시장은 3차 치료제인 킴리아가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으며, 최근 림카토가 급여 첫 관문을 넘어서며 향후 3차 치료 시장 내에서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예고된 상태였다.
길리어드가 이러한 3차 시장의 혼전 속에서 '2차 치료 조기 진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은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공략하는 동시에 경쟁자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두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임상 현장의 전문가들은 경쟁 약물들이 집중하는 3차 요법보다 예스카타가 노리는 '2차 요법'의 임상적 가치에 더 주목하고 있다. 환자가 치료 실패를 거듭하며 3차 단계까지 도달하기 전에, 가장 효과적인 세포치료제를 조기에 투입하는 것이 완치율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아산병원 윤덕현 교수(종양내과)는 "1차 표준치료 이후에도 많은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거나 치료에 불응한다"며 "특히 1차 치료 후 12개월 이내에 조기 재발하는 고위험군 환자들은 현재 국내 급여 환경상 오래된 세포독성 항암제 기반의 구제항암요법이 유일한데, 이 경우 2년 생존율이 고작 20%에 불과해 사실상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적 임상지침인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1차 치료 후 1년 이내에 재발하는 DLBCL 환자에 대한 2차 치료로서 CAR-T 치료제를 이미 가장 높은 수준(Category 1)으로 권고하고 있다. 3차 치료 옵션이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국내 표준 치료의 단계를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재정 설득·삭감 차단'이 관건
임상 현장에서 3차 치료제들과의 차별성을 논할 때 핵심으로 꼽히는 것은 약제의 구조적 차이와 그에 따른 강력한 질병 통제 능력이다. 예스카타는 대규모 글로벌 임상(ZUMA-7)을 통해 기존 표준요법 대비 무사건 생존기간(EFS) 중앙값을 약 4배 이상 연장시키는 등 2차 치료제로서의 압도적인 장기 생존 혜택을 증명했다.
삼성서울병원 김석진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약제의 구조적 차이를 기반으로 예스카타의 임상적 강점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급여가 전제된다면 의사들은 약제의 구조적 차이와 부작용 프로파일을 고려해 선택하게 된다"며 "예스카타는 T세포를 자극하는 코스팀뮬레이토리 몰레큘(Co-stimulatory molecule)로 'CD28'을 사용하는 반면, 킴리아와 림카토는 '4-1BB'를 사용하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과 치료 효과의 균형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예스카타는 고령이거나 취약한(Frail) 환자의 경우 부작용이 심하게 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치료 효과 측면에서는 확실한 우월성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킴리아와 예스카타가 모두 사용 가능한 해외 국가들의 추세를 보면, 질병 컨트롤 효과가 강력하고 우월한 데이터를 보유한 예스카타를 처방하는 환자 수가 훨씬 많다"며 "한국에서도 급여화가 정착된다면 이와 유사한 선호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자가 3차 치료까지 버티지 못하고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강력한 효과를 지닌 약제를 2차 단계에 빠르게 쓰는 것이 임상적으로 우세하다는 의미다.
다만 임상 현장의 기대감과 별개로 향후 심평원 심사 과정에서 건보 재정 부담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대상 환자군이 상대적으로 넓어지는 2차 치료 급여는 정부 입장에서 재정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진의 삭감 리스크를 차단하고 정부의 재정 우려를 불식시킬 정교한 급여 기준 설정이 요구된다. 김석진 교수는 "삭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급여 기준이 철저하게 허가사항 및 임상시험(ZUMA-7)의 기준과 일치되게 설정돼야 한다"며 "1차 면역화학요법 치료 후 12개월 이내에 재발하거나 불응인 환자라는 명확한 타깃에만 급여가 집중된다면 오남용을 막고 삭감 우려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제약업계에서는 길리어드가 속도감 있게 급여 과정을 거치는 것이 임상 현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관건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길리어드가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조건부 통과했던 기존 3차 급여 논의를 철회한 것은 2차 치료의 가치를 평가받고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조기 치료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라며 "일단 올해 내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암질심 통과를 최우선 목표로 둘 것 같다. 국산 치료제의 가세로 카티 급여 논의에 이목이 집중된 만큼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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