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고혈압 치료 패러다임이 약물 중심에서 의료기기 기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고주파(RF) 에너지를 사용해 고혈압의 주요 원인인 과도한 활동성 신장 신경을 직접적으로 표적으로 삼은 결과 2~3제 병용요법 수준에 해당하는 20mmHg의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가 확인된 것.
미국 Verve Medical이 11일 비조절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파일럿 임상시험에 첫 환자를 치료한 결과를 공개하면서 '기기로 혈압을 낮추는' 접근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임상은 무작위배정·이중눈가림 방식으로 설계된 미국 내 초기 파일럿 시험으로, 총 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신우 신경차단술(Renal Pelvic Denervation, RPD)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목표로 했다.
시험은 실제 시술군과 '가짜 시술(sham)' 대조군을 비교하는 구조로 설계돼, 기기 기반 치료의 순수 효과를 엄격하게 평가하도록 했다.

RPD 기술은 신장 내부의 신경을 표적으로 삼는다. 고혈압의 주요 기전 중 하나로 꼽히는 신장 교감신경의 과활성을 억제하기 위해, 요로를 통해 신우에 접근한 뒤 고주파(RF) 에너지를 전달해 신경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신장 신경차단술이 혈관(신동맥)을 통해 접근하는 것과 달리, 이 기술은 비혈관 경로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해부학적으로 신우는 신경 분포가 밀집된 영역으로, 보다 넓은 범위의 신경을 타겟팅할 수 있다는 이론적 강점이 있다. 실제로 앞서 진행된 'TUSK' 초기 연구에서는 치료 후 1년 동안 평균 약 20mmHg의 수축기 혈압 감소 효과가 관찰되며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임상 결과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하면서 기기 중심의 치료 패러다임에 대한 관심도 집중된다.
일반적으로 ACE 억제제나 ARB, 이뇨제 등 주요 계열 약물의 수축기 혈압 강하 효과는 평균 8~12mmHg 수준, 칼슘채널차단제(CCB) 역시 10~15mmHg 내외로 평가된다. 단일 약제로는 10mmHg 안팎이 현실적인 상한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20mmHg 감소는 단일 약제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통상적인 2제 병용요법에 근접하거나 일부 경우 3제 병용 수준에 맞먹는 효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임상의 대상이 이미 여러 약제를 복용하고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고혈압' 환자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는 더 커진다.
약물 치료의 한계에 도달한 환자에서 추가적인 20mmHg 감소가 나타났다는 것은 단순한 보조 치료가 아니라 치료 전략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술 환경 역시 우호적이다. 기존 혈관 기반 신경차단술은 인터벤션 시술실 등 고도의 인프라가 필요했지만, RPD는 비뇨기과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요로 접근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외래 또는 준외래 환경에서도 시행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치료 접근성을 크게 확장시킬 수 있는 요소다.
임상에 참여한 의료진 역시 이러한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신장 결석 및 내비뇨기술 전문가인 마이클 보로프스키 교수는 첫 시술을 직접 수행하며, 비뇨기과와 신장내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치료 영역이 열릴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신경조절 연구 분야의 존 오스본 교수는 "더 넓은 구심성 신경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과 차별화된 혈압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고혈압학회 관계자는 "과거 신장 신경차단술이 임상시험에서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거나 효과의 크기가 충분한지 이견이 있어 과도기적인 상태"며 "다만 국내외에서 신장신경차단술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그 일환으로 혈관 접근이 아닌 신우 접근 방식 기술이 개발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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