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병원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회용품 쓰레기다. 마스크, 장갑, 주사기 포장지, 수술 가운과 드레이프까지… 모두 감염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단 한 번 쓰이고 버려진다. 물론 환자의 안전과 의료진의 보호가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모든 것이 정말 다 일회용일 수밖에 없을까?”
사실 의료 역사에서 재사용은 새로운 발상이 아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면직물로 만든 수술 가운과 기구는 세탁과 멸균 과정을 거쳐 여러 차례 사용되었다. 그러나 에이즈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등장하면서 안전이 절대적 가치로 부각되었고, 일회용품이 의료 현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폐기물 폭증이다.
이제 기술이 상황을 바꾸고 있다. 고기능 극세사 소재는 수십 차례 세탁해도 방수성과 차단 성능을 유지한다. 정전기 방지 가공과 항균 처리 기술은 위생성을 강화했고, 고온 스팀 멸균 시스템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 나는 이 지점에서 놀라운 가능성을 본다. 재사용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첨단 기술이 열어 준 새로운 해법이라는 사실이다.
실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캐나다 녹색건강관리연합(The Canadian Coalition for Green Health Care)은 의료 시스템 전반에서 폐기물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분석했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재사용 가능한 수술 가운”이었다. 단순히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까지 입증되었다. 나는 이 결과를 보며 ‘재사용은 환경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병원 경영에도 이득을 주는 전략’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선다. 나는 여기서 의료의 철학적 전환을 읽는다. “일회용이 곧 안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안전”으로 나아가는 변화 말이다.
물론 재사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초기 비용과 노력이 든다. 세탁·멸균 시설, 품질 관리 체계, 물류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다. 캐나다와 유럽의 사례는 이미 가능성을 증명했고, 한국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지다. 병원과 정부가 함께 “한 번 쓰고 버리는 의료”에서 “반복해 안전하게 사용하는 의료”로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
나는 재사용 의료용품이 단순한 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병원의 미래를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본다. 폐기물 감축, 비용 절감, 그리고 환자와 사회의 신뢰 확보. 이 모든 것이 재사용을 통해 가능하다. 병원이 진정으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다면, 재사용 의료용품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나는 우리가 그 변화를 망설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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