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역의사제 공청회가 관련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받는 가닥으로 결론 났다. 다만 지역의사제만으론 중증·필수의료 질 향상을 보장할 수 없고, 충분한 인센티브와 정주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료계 우려가 여전하다.
17일 정치권에서 지역의사제 논의를 본격화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지역의사 관련 법안에 대한 입법공청회'를 개최하고 의료계와 법조계, 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 발의된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안'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등 4개다.
이들 법안은 특정 지역·의료 분야에서 장기간 의무 복무할 의사를 의대 입학 단계부터 양성·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거·경력·교육·추가수당·해외연수·우선선발 등에 대한 지원이 제공되지만, 의무 복무 위반 시 지원금 반환 및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식이다.
특히 가장 최근 발의된 이수진 의원안엔 전문의가 고시된 지역 의료기관에서 5~10년 사이의 계약을 통해 근무하는 계약형 지역의사제가 제시됐다.
진술인으로 참석한 가톨릭의대 김성근 외과 교수는 지역의사제 도입 전 정확한 수요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료 공백에 대한 문제 인식은 있으나, 어떤 지역에서 어떤 과의 전문의가 몇 명이 부족한지, 또 이들이 몇 년 동안 보충돼야 하는지에 대한 수요 분석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지역의사의 역할 또한 모호한데 이들이 1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해야 하는지, 아니면 2·3차 의료기관에 있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 현재의 정책 논의는 구체적인 데이터 없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제도의 기본 방향 설정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의료진에 대한 지원이 병행돼야만 제도의 정당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상국립대 의대 김영수 교수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 심화에 따른 심각한 건강권 침해를 막기 위해선 지역의사제가 필요한 장치라고 봤다. 현재 농어촌 지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수도권 지역의 3분의 1,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우려에서다. 이들 지역에선 젊고 실력 있는 의사의 공급이 절실하다는 것.
더욱이 공중보건의사 감소로 보건소·보건지소 배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데다가, 지역 대학병원의 의사 충원율 역시 50% 미만이라는 우려다. 다만 그는 지역의사제가 지역 인재 선발, 교육 단계부터의 지역사회 기반 학습, 지역사회 정착 지원 등 공공성을 내면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계약형 지역의사제 및 지역의료지원센터 설치 등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대한의학회 김유일 지역의료정책이사는 지역의사제를 전국 의대가 아닌 국공립대 위주로, 각 학교 정원 내에서 낮은 비율로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공보의 인력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지역의료 공백을 일정 부분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공보의 처우 문제로 현역병으로 지원하는 의대생이 늘어나고 있어, 공보의 감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역의사제 의무 복무 기간 산정에 인턴, 필수의료과 레지던트 및 전임의 수련 기간을 산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해당 기간 지역 의료기관에 파견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동기 부여를 위한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무 불이행에 대한 의사 면허 취소 조항과 관련해선 과도하다는 입장이었다.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는 지역의사제 법안의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지역의료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역의료 문제의 본질은 필수적 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국민 불안이라는 것. 지역의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선 젊은 의사들이 고난도 의료에 대한 전문성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수련 체계 지원과 정주를 유도할 수 있는 생활 경력 패키지 정책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강제와 규제로 의사를 보내 문제를 해결한다는 단순한 구조의 지역의사제가 아닌, 사람이 특정 지역에 남고 싶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는 지역의사제 법률안에 제기되는 헌법적 문제점에 대해 합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의무 복무 기간 설정 및 근무지 제한이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이는 자발적으로 전형을 선택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국가의 학비 전액 지원이라는 쌍무적 계약 관계의 성격을 내포한다는 것.
특히 의무 복무 기간 10년에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한 수련 기간을 산입한다면 실제 순수 복무 기간은 5~6년 정도다. 이는 지역의료 안정화를 위한 합리적 기간이라는 평가다. 의무 불이행 시 면허 취소 조항에 대해선, 지원금을 일시 반환하고 이탈할 요인이 크므로, 법률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지역의사제가 의사 수 총량을 폭력적으로 늘리지 않고도 지역에 의사를 효과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대안인지 물었다.
김영수 교수는 현시점에선 지역의사제가 지역에 효과적으로 의사를 배치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초임 의사 배치법'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과거 공보의 배치와 달리 지역의사제는 교육과 제도 설계를 통해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일본 오키나와의 경우 지역의사제 의사가 5년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된 후 파견돼 수준 높은 1차 의료 및 응급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과 안상훈 의원 등은 지역의사제 법안이 정하는 10년 의무 복무가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 이에 대한 법적 검토와 의료계와의 협의 부족을 지적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법률적 검토 결과 위헌 소지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임을 강조했다. 또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엔 주거 지원, 경력 개발, 공공의료기관 우선채용 등 긍정적인 요소가 포함돼 있으며 인센티브 역시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법조인인 박지용 교수 역시 위헌 논란에 대해 직업 선택·수행의 자유 침해로 헌법 위반이 인정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헌법재판소의 시각장애인 안마사 판례와 군법무관 의무 복무 합헌 결정을 근거로 들며, 지역의사제가 정책적 필요성과 합리성을 갖춘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헌재 판결로 봤을 때 지역의사제 법안의 위헌 논란은 무의미하다는 견해다.
특히 이수진 의원은 퇴학·자퇴 시 장학금 반환, 의무 복무 미이행 시 면허 취소 등 제재 조항에 대해 질의했고 박지용 진술인은 "강제적인 어떤 징벌적인 요소라기보다는 어떤 부가의 불이행에 대한 법적 조치"라며 "비례적이고 단계적인 조치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성 또 강제성의 요소는 상당 부분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지역의사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지역 필수 의료의 수준을 높이고 의사가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수 제기됐다.
특히 의협 김충기 정책이사는 "지역 의료 문제의 핵심은 중증 응급 고난도의 필수 의료에 대한 신뢰 부족이다. 단순히 의사를 10년간 상주시키는 것만으로는 불균형 해소가 어렵다"며 "강제적인 내용들로 먼저 출발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인센티브와 자발적 선택을 통한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교수도 지역의사들이 존중받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오키나와의 사례처럼, 지역사회가 의사를 학생 시절부터 '소중한 의료인'으로 대우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지역 정착에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 역시 이를 위한 지역의료지원센터 설치와 지역 기반 의료 인력 양성 모델의 필요성을 주지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지역 의료기관의 의료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역의사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수의 의원과 진술인은 현재 발의된 지역의사제 법안이 구체성이 부족하며, 향후 하위 법령 마련 시 전문가 및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세부 내용을 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개혁신당 이지영 의원은 지역의사제가 중증·응급의료에 종사할 훈련된 의사를 양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의를 양성하는 것인지에 대한 목표 설정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 인력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수련 인프라 강화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 주변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복무형 지역의사제와 더불어 계약형 지역의사제를 병행해 더 능력 있는 전문의를 지역에 정주시킬 필요성을 제안했다. 김유일 교수 역시 계약형 지역의사제가 능력 있는 의사를 채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며, 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수급추계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의사 정원을 정하고, 필수 의료 특별법 등 유관 법률과 연계해 지역의사제 법안을 구체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복지부 김국일 정책관은 "하위 법령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국회에 보고드리면서 또 의료기관과 협의하면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법안 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료계 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이를 지역의사제에 모두 담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 본회의 통과 예정인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에 관련 내용이 담겨 지역의사제와 유기적으로 연동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법안 통과로 연간 약 1조 2000억~1조 3000억 원 규모의 특별회계 재원이 조성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하되, 구체적인 양성 규모는 '보건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검토를 통해 결정될 문제라고 짚었다. 복무형 지역의사와 계약형 지역의사는 안정적인 배출과 특별한 필요 대응이라는 보완적 관계에 있으므로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수진 의원은 "이날 공청회 내용은 지역의사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준 것으로 보인다"며 "진료 협력 체계 구축, 재원 조성, 이송 시스템 개선, 지역 수가 도입 등 제시된 정책이 적극적으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관련 법안은 지역의사를 어떻게 양성하고 지원할 것 인가를 규정하는 법이라는 점에서,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모든 정책을 담을 수는 없다"며 "이런 정책들은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에 담겨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지역의사 부족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 대책으로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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