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형 당뇨병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가 대장내시경 검사 전 장정결 상태 저하는 물론 위내시경 시야도 흐리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그간 논쟁은 주로 전신마취 상황의 위 내 음식물의 역류, 폐 흡인 가능성에 집중됐지만 이번엔 내시경에서의 품질 저하로 이슈가 확장된 것.
14일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박현정 등 연구진이 진행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내시경 검사에서 GLP-1RA 영향 연구 결과가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소화기내시경학회 국제학술대회 KDDW 2025에서 공개됐다.
GLP-1RA은 인크레틴 호르몬인 GLP-1의 작용을 모방하는 약물로, 본래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이후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널리 쓰이게 됐다. 작용 기전은 크게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 두 축으로 나뉜다.
당뇨에서는 인슐린 분비·혈당 조절, 비만에서는 식욕 억제·위 배출 지연이 주된 효과로, 문제는 '위 배출 지연'이 마취 시 역류 위험 가능성으로 거론됐다는 점.
2023년 미국마취과협회가 GLP-1RA의 음식물 배출 지연을 지적하며 수술 전 투약 중단을 권고하고 나서자 미국소화기학회, 미국간학회, 미국소화기협회, 미국위장내시경학회 등은 이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맞선 바 있다.
과거 논란이 위 배출 지연이었다면 KDDW 2025에서 발표된 연구는 음식물 배출 지연에 따른 내시경 검사 품질의 저하 가능성을 짚었다.

박현정 연구원은 "2016년 7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대장내시경을 시행하고, 동시에 GLP-1RA 또는 DPP-4 억제제(DPP4i)를 복용한 환자 1,719명을 분석했다"며 "이후 임상 특성이 유사한 환자 간 비교를 위해 1:3 비율 성향점수매칭을 적용, GLP-1RA군 131명과 DPP4i군 222명을 최종 비교했다"고 밝혔다.
장정결 상태는 Boston Bowel Preparation Scale(BBPS)을 이용해 평가했으며, 총점 6점 미만이거나 구간 점수가 2점 미만인 경우 '불충분한 장정결(inadequate bowel preparation, IBP)'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매칭 전 GLP-1RA 사용자에서 IBP 발생률은 23.5%로, DPP4i 사용자(15.1%)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매칭 후에도 유사한 경향이 지속됐다(22.9% vs. 14.9%).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에서도 GLP-1RA 사용은 IBP의 독립적 위험인자로 확인됐으며, 장정결 불충분 위험이 약 2배 높았다(비매칭 OR 1.75, 매칭 OR 1.83).
세부적으로는 우측 결장에서 BBPS 점수가 가장 낮았으며, 매칭 전에는 GLP-1RA군이 DPP4i군보다 유의하게 낮았지만(1.9±0.8 vs. 2.1±0.7) 매칭 후에는 통계적 유의성은 소실됐다.
한편 상부위장관 내시경에서도 부정적 영향이 관찰됐다.
박 연구원은 2014~2024년 상부내시경을 받은 제2형 당뇨 환자 8,886명 중 GLP-1RA 사용자는 DPP4 억제제 사용자를 성향점수 1:1 매칭(각 190명)해 분석한 결과, 시야 불량(POLPREP 0~1) 비율은 GLP-1RA가 10%로, DPP4i(2.6%) 대비 약 4배 높았다고 보고했다.
검사 중단률도 각각 8.4%, 2.1%로 큰 차이를 보였지만 폐 흡인 사례는 양 군 모두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GLP-1RA 사용(OR 4.63), 높은 체질량지수, 만성신질환을 시야 저하의 독립적 위험 요인으로 제시, GLP-1RA의 '위 배출 지연' 작용이 실제 내시경 관찰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확인했다.
박현정 연구원은 "GLP-1RA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 위 점막 가시성이 떨어지고 검사 중단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적절한 사전 관리가 중요하다"며 "위 배출 지연은 장 내용물의 이동도 늦춰 장정결이 불충분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검사 전 약물 중단 및 장정결제 용량을 조정 등의 맞춤형 전략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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