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면서 일선 개원가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 많고 도서 지역인 인천에서도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이 높지만, 접근성 부족과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만성질환관리제 본사업 전환에 따른 환자 부담금 증가, 복잡한 행정 절차로 개원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인천시내과의사회 함정식 회장을 만나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만성질환관리제, 인천 개원가 현황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도서지역인 인천 비대면진료 필요성 커
인천은 서해5도를 비롯한 섬이 많아 의료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응급 중증환자의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함정식 회장은 관련 사례로 최근 소청도에서 발생한 뇌혈관질환 환자의 사망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 2월 인천 옹진군 소청도에 거주하던 70대 남성 A씨가 뇌출혈 증세로 쓰러졌다.
A씨는 백령도 병원으로 이송된 후 소방헬기로 인천 남동구 병원으로 재이송됐지만, 여기까지 6시간가량이 걸렸다. 결국 A씨는 3일 뒤 숨졌다. 진단과 이송의 지연으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렀다는 설명이다.
함 회장은 이때 환자 상태를 원격으로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비대면진료 제도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의료 접근성 개선보단, '편의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함 회장은 한 플랫폼을 사례로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이후 이용자는 680만 명, 실제 진료 건수는 140만 건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만·탈모 등 비급여 진료에 편중되고 있다는 것. 이는 진료의 본질보다 처방 편의성에 치우친 흐름이라는 우려다.
고령층과 섬 주민들은 스마트폰이나 앱 사용이 서툴러 실질적인 진료 접근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노인 환자들은 비대면진료 앱을 다루기 어려워 차라리 전화 진료만이라도 허용해 주는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그는 "만약 소청도에 환자를 정확히 모니터할 수 있는 장비와 정보 공유 체계가 있었다면 최소한 몇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며 "비대면진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런 응급 상황에서 환자 상태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달해 신속한 이송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처방전 몇 개 더 발급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처방 편의 위주인 비대면진료 "응급 대응해야"
비대면진료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와 의료 질 저하에 대한 불안감도 문제다. 현재 법적으로 초진 환자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고 해도 법적 책임이 생기면 의료인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진료했을 때, 오진이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모든 법적 책임이 의사에게 전가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원가에서 적극적으로 비대면진료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
함 회장은 대한내과의사회 상임이사회 회의에도 비대면진료 참여율이 1% 미만으로 추정된다는 수치가 나왔다고 전했다. 또 주변에 비대면진료를 하는 개원의에게 물어본 결과, 초진 환자를 비대면으로 보는 것은 위험성이 커 대부분 재진 환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대면진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플랫폼 중심 실적 경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웨어러블 기기, 응급센터 등과의 연계로 환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와 함께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비대면진료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 접근성은 세계 제일이다. 비대면진료를 얘기할 때 접근성을 따질 것이 아니다. 접근성은 지금도 충분하다"며 "비대면진료를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해야 필요한 분야에 적재적소에 쓸 수 있을 지를 봐야 한다. 이렇게 비대면진료를 사용해 위급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장비가 있어야 한다. 1차 의료기관에도 화상진료 시스템이 갖춰져야 된다. 중요한 것은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디지털 장비가 있는 곳에서 환자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빠른 판단으로 환자를 이송할 건지, 거기서 처치할 건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이게 바로 진정한 비대면 진료"라고 강조했다.
■ 만관제 진입장벽도 문제 "의료진에 부담 전가"
만성질환관리제도 비슷한 맥락으로 비판했다. 예방 중심 의료체계 구축이라는 목표는 타당하지만, 본사업 전환 과정에서 진입장벽이 생겼다는 비판이다. 환자 본인부담금이 증가하고 행정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본사업 이전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많은 환자가 시범사업 때보다 만관제 참여를 꺼리고, 포인트 혜택이 있더라도 카드 발급 등 불편함 때문에 등록을 주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케어플랜 작성, 교육, 검사 등 세부 입력 절차에 시간과 인력이 많이 투입됨에도 수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정부가 제도를 시행하면서 의료진에게 모든 설득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함 회장은 "정부에서 어떤 제도를 만들면 그 제도를 환자들에게 A부터 Z까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건 모두 우리의 일이다. 이런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에서 만든 제도라면 먼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뉴스 몇 줄로는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고, 그 부담이 모두 의료진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원의라는 것은 누가 챙겨주지 않는다. 사태가 터진 뒤에야 제도를 알게 되면 너무 늦다. 그래서 학술대회나 의사회 모임에 나와서 정보도 듣고 교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새로 개원하는 젊은 의사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정보 교류와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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