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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스테론, 어디까지 바꿀 수 있나(하)

메디칼타임즈 학술팀
발행날짜: 2026-08-11 05:00:00

유산 예방에서 ART 임신 예후 개선까지(Session 2)
Pietro Santulli(파리 시테 대학교 코생-포르루아얄 병원)

Session 2. 황체기 보강의 패러다임 전환: 무엇을, 어떻게, 왜

연 자: Pietro Santulli(파리 시테 대학교 코생-포르루아얄 병원)

Opening Address

Pietro Santulli(파리 시테 대학교 코생-포르루아얄 병원)

황체기의 생리학적 기전과 황체기 결핍의 개념을 짚은 뒤, ART 및 난소자극이 황체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이어 황체기 보강의 원칙과 실제 보강 전략, 동결배아이식(frozen embryo transfer, FET) 주기에서의 황체기 모니터링과 개별화된 구제요법(individualized rescue strategy)에 대해 논의하고, 프로게스테론과 디드로게스테론의 유효성·안전성을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ART에서 황체기 보강의 핵심 조절 인자로 주목받고 있는 에스트라디올의 역할과 임상적 의미를 정리한다.

1. 황체기의 생리학과 초기 임신 유지

(1) LH surge, 프로게스테론 생성의 시작

황체기의 핵심은 황체형성호르몬(luteinizing hormone, LH)의 급등, 즉 LH surge다[그림 7](Garg A, Zielinska AP, Dhillo WS, Nelson SM, Babwah AV, Abbara A. Luteal phase support in 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 Nat Rev Endocrinol. 2024;20(2):80-95.). LH surge는 우성난포를 황체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신호로, 형성된 황체는 프로게스테론 생산의 주축 역할을 한다. LH surge는 단일 정점(single peak) 형태가 전형적이나, 실제로는 48%의 주기에서만 이 패턴이 관찰되며 이중 정점, 다중 정점, 고원형(plateau) 등 다양한 패턴이 공존한다. 이에 따라 황체 형성과 기능에도 상당한 이질성(heterogeneity)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LH surge에 의해 유도된 프로게스테론 분비는 자궁내막을 착상 가능한 분비기 상태로 전환(secretory transformation)시키는 핵심 기전으로 작용한다.

[그림 7] 슬라이드 2-7. 황체기의 생리학: 프로게스테론 생성과 자궁내막 변화

(2) 프로게스테론의 역할

프로게스테론의 임신 유지 역할은 오늘날의 연구윤리 기준으로는 재현 불가능한 고전 연구들을 통해 확립됐다. 당시 연구자들은 임신 초기 여성을 대상으로 황체절제술(luteectomy)을 시행한 후 임신 경과를 관찰하였다. 연구 결과, 임신 7주 이전에 황체절제술을 시행하면 프로게스테론 생성이 급감하며 모든 임신이 유산으로 귀결된 반면, 7주 이후 동일한 시술에서는 임신이 지속됐다. 반세기 전에 이미 초기 임신 유지에 프로게스테론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확립되었음을 의미한다(1. Csapo AI, Pulkkinen MO, Ruttner B, Sauvage JP, Wiest WG. The significance of the human corpus luteum in pregnancy maintenance: I. Preliminary studies. Am J Obstet Gynecol. 1972;112(8):1061-1067., 2. Csapo AI, Pulkkinen MO, Wiest WG. Effects of luteectomy and progesterone replacement therapy in early pregnant patients. Am J Obstet Gynecol. 1973;115(6):759-765., 3. Csapo AI, Pulkkinen MO, Kaihola HL.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timing of luteectomy and the incidence of complete abortions. Am J Obstet Gynecol. 1974;118(7):985-989.)

임신 6-8주까지 프로게스테론은 전적으로 황체에서 공급되며, 이후 태반이 생산을 인계받는 황체-태반 이행(luteoplacental shift)이 일어난다. 이는 임신 유지에 있어 프로게스테론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이행기까지는 영양막(trophoblast)에서 분비되는 hCG가 황체를 지속 자극해 프로게스테론 생성을 유지한다[그림 8](1. Yen SSC. Endocrine-metabolic adaptation in pregnancy. In: Yen SSC, Jaffe RB, editors. Reproductive Endocrinology. Philadelphia: W.B. Saunders; 1991. p. 936-971., 2. Conrad KP, von Versen-Höynck F, Baker VL. Potential role of the corpus luteum in maternal cardiovascular adaptation to pregnancy and preeclampsia risk. Am J Obstet Gynecol. 2022;226(5):683-699. doi: 10.1016/j.ajog.2021.08.018. PMID: 34437863.).

[그림 8] 슬라이드 2-9. 프로게스테론과 임신 유지: 황체-태반 이행

프로게스테론은 면역조절, 자궁수축 억제, 자궁태반 순환 유지, 태아 염증반응 조절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며 임신의 면역·내분비 환경을 조율하는 핵심 호르몬이다. 그리고 Ledger 교수의 언급처럼 유산의 병태생리와도 직결되며, 이는 PRISM 연구와 PROMISE 연구를 통해 임상적으로 검증됐다. 두 연구는 프로게스테론이 모든 임신부에게 필요한 보편적 치료가 아니라 적절한 적응증을 가진 환자군에서 선택적으로 적용되어야 함을 보여주면서도, 반복유산력이 있고 현재 임신에서 질출혈이 동반된 환자군에서 400 mg을 1일 2회 투여할 경우 생존출산율에서 실질적 이득이 확인됨을 입증했다(1. Coomarasamy A, et al. N Engl J Med. 2015;373(22):2141-2148., 2. Coomarasamy A, et al. N Engl J Med. 2019;380(19):1815-1824.).

2. 황체기 결핍의 개념과 진단적 한계

황체기 결핍의 정의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황체기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기초체온 측정, 자궁내막 생검, 혈중 프로게스테론 측정, 골반초음파, 도플러 등 다양한 진단 지표가 존재하지만 각각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체기 결핍을 논의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현재까지 이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단일하고 완벽한 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임상적으로는 혈중 프로게스테론 농도 측정이 황체 기능을 평가하는 가장 실용적인 대리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그림 9](1. Practice Committee of the 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Current clinical irrelevance of luteal phase deficiency: a committee opinion. Fertil Steril. 2015;103(4):e27-e32. doi: 10.1016/j.fertnstert.2014.12.128. PMID: 25681849., 2. Mesen TB, Young SL. Progesterone and the luteal phase: a requisite to reproduction. Obstet Gynecol Clin North Am. 2015;42(1):135-151. doi: 10.1016/j.ogc.2014.10.003. PMID: 25681845.).

[그림 9] 슬라이드 2-13. 황체기 결핍 진단 지표: 4가지 후보 지표의 장단점

역사적으로 황체기 결핍의 진단 기준은 여러 차례 변천했다. 초기에는 예상보다 조기에 시작되는 월경이 황체 프로게스테론 생성 부족의 간접 지표로 해석되었다. 이후 가장 널리 통용된 기준은 자궁내막 생검을 통한 조직학적 평가로, 자궁내막의 조직학적 발달이 배란 후 실제 날짜보다 2일 이상 지연된 경우(out of phase)를 황체기 결핍 소견으로 정의했다(1. Noyes RW, Hertig AT, Rock J. Dating the endometrial biopsy. Fertil Steril. 1950;1:3-25., 2. Coutifaris C, Myers ER, Guzick DS, Diamond MP, Carson SA, Legro RS, et al. Histological dating of timed endometrial biopsy tissue is not related to fertility status. Fertil Steril. 2004;82(5):1264-1272.). 그러나 침습적 특성이 한계로 지적되면서, 현재는 황체기 중기(월경주기 21-24일경) 혈청 프로게스테론 10 ng/mL 미만을 황체기 결핍의 임상적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단회 측정만으로는 특정 시점의 농도만을 반영할 뿐, 프로게스테론 생성의 역동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8일 월경주기를 기준으로 할 때, 황체기 중기인 월경주기 21-24일경은 혈중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가장 잘 반영되는 시기로 알려져 있으며, 임상적으로 가장 적절한 측정 시점으로 활용되고 있다(Stricker R, Eberhart R, Chevailler MC, Quinn FA, Bischof P, Stricker R. Establishment of detailed reference values for luteinizing hormone, follicle stimulating hormone, estradiol, and progesterone during different phases of the menstrual cycle on the Abbott ARCHITECT® analyzer. Clin Chem Lab Med. 2006;44(7):883-887. doi: 10.1515/CCLM.2006.160.).

3. 보조생식술에서 난소자극이 황체기에 미치는 영향

(1) 난소자극과 황체기 결핍의 병태생리

난소자극은 황체기를 다각도로 교란한다. 가장 유력한 기전은 다수 난포의 동시 발달로 인한 초생리적(supraphysiological) 스테로이드 호르몬 농도 상승이다. 과배란 유도 후 형성된 다수의 황체에서 분비되는 과도한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라디올이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에 강한 음성 되먹임(negative feedback)을 유발하여 뇌하수체의 LH 분비를 직접 억제하고, 그 결과 황체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LH가 부족해지면, 황체에 대한 지속적 자극이 차단되어 황체기 결핍이 발생한다. 이와 함께 생식샘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onadotropin-releasing hormone, GnRH) 유사체(작용제 및 길항제)의 사용 역시 내인성 LH 분비를 감소시키며, GnRH 작용제 트리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생리적인 LH surge보다 지속 시간이 현저히 짧아 황체를 충분히 유지하지 못한다(1. Humaidan P, et al. "The luteal phase after GnRH-agonist triggering of ovulation: present and future perspectives." Reprod Biomed Online. 2012;24(2):134-141., 2. Fatemi HM, et al. "Luteal phase support in IVF: an ovarian steroid feedback concept." Hum Reprod. 2007;22(Suppl 1):i36-i44.).

난포 기능 변화도 황체기 결핍의 주요 원인이다. 난자 채취(oocyte pick-up, OPU) 시 각 난포를 천자하는 과정이 과립막세포(granulosa cell)를 직접 손상시켜 프로게스테론 생성 능력을 저하시킨다.

(2) 모든 ART 주기에서 황체기 보강이 필요한 이유 — 'ART Paradox'

강조되어야 할 점은 ART 주기에서 어느 정도의 황체기 결핍은 불가피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모든 ART 주기에서 황체기 보강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자연주기에서 관찰되는 완만한 프로게스테론 상승과 정상 황체기 길이가 ART에서는 교란된다는 점에서 이를 'ART paradox'라 한다[그림 10](1. Smitz J, Devroey P, Camus M, Deschacht J, Khan I, Staessen C, Van Waesberghe L, Wisanto A, Van Steirteghem AC. The luteal phase and early pregnancy after combined GnRH-agonist/HMG treatment for superovulation in IVF or GIFT. Hum Reprod. 1992;7(8):1098-1102. doi: 10.1093/oxfordjournals.humrep.a137808. PMID: 1330223., 2. Macklon NS, Stouffer RL, Giudice LC, Fauser BC. The science behind 25 years of ovarian stimulation for in vitro fertilization. Endocr Rev. 2006;27(2):170-207. doi: 10.1210/er.2005-0015. PMID: 16434510.).

[그림 10] 슬라이드 2-18. ART Paradox — 과배란 유도가 황체기에 미치는 영향: 프로게스테론 조기 상승과 황체기 결핍

(3) ART 주기 유형에 따른 황체기 기능 변화

과배란 유도가 이루어진 ART 주기에서는 황체기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프로게스테론 조기 상승에 따른 자궁내막 성숙의 시간적 불일치(dyssynchrony)와 황체기 조기 종료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황체기 변화의 양상이 ART 주기의 유형에 따라 상이하다는 사실이다.

임상에서 주로 시행되는 ART 주기는 크게 네 가지다[그림 11].

  1. 신선배아이식(fresh embryo transfer, fresh ET): 다수의 황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황체 기능이 보장되지 않는다. 초생리적 스테로이드 호르몬 농도 상승이 시상하부-뇌하수체 축 음성 되먹임을 유발해 LH를 억제하고 황체기 결핍을 초래하므로, 대부분의 신선배아이식 주기에서는 적극적인 황체기 보강이 필요하다.
  2.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natural-cycle frozen embryo transfer, NC-FET): 황체가 형성되어 외인성 프로게스테론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되나, 일부 연구에서는 자연주기에서도 프로게스테론 보충이 임신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3. 변형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modified natural-cycle frozen embryo transfer, mNC-FET): 자연주기 황체 기능을 활용하되 일부 임상에서는 외인성 황체기 보강을 추가하기도 한다.
  4. 인공주기 동결배아이식(artificial-cycle frozen embryo transfer, AC-FET):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배란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황체가 형성되지 않으며, 내인성 프로게스테론 공급원이 전무하다.

[그림 11] 슬라이드 2-19. ART 주기 유형별 황체기 이질성과 황체기 보강 필요도

4. ART에서의 황체기 지지요법: 최신 근거와 임상 적용

(1) 황체기 보강 전략: 황체 자극 vs 외인성 프로게스테론 투여

황체기 보강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hCG 또는 GnRH 작용제로 황체 자체를 자극해 내인성 프로게스테론 생산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며, 둘째는 천연 프로게스테론(질·직장·주사 경로) 또는 합성 프로게스토겐인 디드로게스테론을 외인성 프로게스테론으로 직접 투여하는 방법이다.

황체 자극을 위한 hCG 또는 GnRH 작용제 사용이 일부 임상 환경에서 연구되고 있으나, 현재 유럽생식의학회(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ESHRE) 권고안에서는 일상적인 임상 진료에서 황체 자체를 자극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황체기 보강의 실질적 선택지는 프로게스테론 투여로 귀결된다.

(2) 질 프로게스테론 투여의 생리학적 근거

황체기 보강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제제는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이며, 이는 천연 프로게스테론과 동일한 분자 구조를 가진다. 'Micronized'란 분자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결정 크기만을 축소해 생체이용률을 높인 제제학적 공정이다. 천연 프로게스테론처럼 멕시코산 야생 참마 뿌리 유래 출발물질로 반합성된 최종 생성물인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은 인체 내인성 프로게스테론과 분자 구조가 완전히 동일한 생체동일(bioidentical) 호르몬이다. 천연 프로게스테론, 특히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은 황체기 보강 약제 중 가장 광범위하게 연구된 제제로, 혈전색전증, 암, 심혈관계 위험인자, 혈압, 당·지질 대사에 미치는 영향이 분석됐으며 전반적으로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되었다.

투여 경로는 질, 경구, 근육주사, 피하주사 등 다양하다. 영국 65개 클리닉 및 전 세계 303개 IVF 센터를 대상으로 한 두 설문조사에서 공히 질 투여가 가장 선호되는 1차 경로로 확인되었다[그림 12a](1. Noble LS, Child TJ. A survey of luteal phase support following assisted conception cycles in the United Kingdom. Hum Fertil (Camb). 2020;23(4):263-269. doi: 10.1080/14647273.2019.1566479. PMID: 30714437., 2. Shoham G, Leong M, Weissman A. A 10-year follow-up on the practice of luteal phase support using worldwide web-based surveys. Reprod Biol Endocrinol. 2021;19(1):15. doi: 10.1186/s12958-021-00696-2. PMID: 33499875.).

황체기 보강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질 프로게스테론과 주사제형(근육·피하주사)은, 여러 비교 연구와 메타분석에 따르면 주요 임상 결과인 임상임신율, 지속임신율 및 생존출산율 측면에서 유의한 차이는 없는 한편, 내약성 측면에서는 환자 선호도와 편의성에서 질 투여가 우세했다[그림 12b](1. Abdelhakim AM, Abd-ElGawad M, Hussein RS, Abbas AM. Vaginal versus intramuscular progesterone for luteal phase support in assisted reproductive techniqu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Gynecol Endocrinol. 2020;36(5):389-397. doi: 10.1080/09513590.2020.1727879. PMID: 32054365., 2. Baker VL, Jones CA, Doody K, Foulk R, Yee B, Adamson GD, Cometti B, DeVane G, Hubert G, Trevisan S, et al.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comparing the efficacy and safety of aqueous subcutaneous progesterone with vaginal progesterone for luteal phase support of in vitro fertilization. Hum Reprod. 2014;29(10):2212-2220. doi: 10.1093/humrep/deu194. PMID: 25085260., 3. Conforti A, Strina M, Simeon A, Relmy A, Molle L, De Rosa P, Sato F, Orvieto R, Vaiarelli A, Alviggi C. The efficacy of subcutaneous progesterone for luteal phase support in IVF: a non-inferiority randomized controlled trial. Front Reprod Health. 2021;3:634813. doi: 10.3389/frph.2021.634813. PMID: 36303970.). 따라서 현재 임상에서는 동등한 유효성을 전제로 환자의 만족도와 안전성 측면에서 질 투여가 우세하다.

[그림 12] 슬라이드 2-24, 29. 황체기 보강요법 투여 경로: 질 프로게스테론의 임상적 우위

질 프로게스테론의 효능을 설명하는 핵심 기전은 자궁 초회통과 효과(first uterine pass effect)다. 질내 투여된 프로게스테론은 전신순환에 앞서 자궁경부에서 자궁저부까지 4-5시간 이내에 확산되며 자궁내막에 직접적인 국소 작용을 발휘한다. 흥미롭게도 이 자궁 초회통과 효과가 처음 기술되었을 당시에는 질 프로게스테론의 모든 작용이 국소적인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는 임상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기도 했으나, 최근 연구들은 전신적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 역시 임신 예후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3) 프로게스테론의 안전성

PRISM 연구에서 4,153명의 임신 초기 질출혈 여성을 대상으로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 400 mg 1일 2회(총 800 mg/일) 투여한 결과, 신생아·산모 안전성 측면에서 대부분의 이상반응이 위약군 대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Coomarasamy A, et al. N Engl J Med. 2019;380(19):1815-1824.). 일부 분석에서 자간전증(preeclampsia) 발생 위험이 수치상 낮게 관찰됐으나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며, 후속 연구들에서 프로게스테론이 일부 산과적 위험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제기되었다(1. Coomarasamy A, Harb HM, Devall AJ, et al. Progesterone to prevent miscarriage in women with early pregnancy bleeding: the PRISM RCT. Health Technol Assess. 2020;24(33):1-70., 2. Wånggren K, Granåsen G, Rödin M, Kaihola H, Olofsson JI, Åkerud H. Perinatal outcomes of progesterone in natural frozen-thawed embryo transfer pregnancies: insights from 2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Fertil Steril. 2023;119(4):597-605.).

5. 신선배아이식 주기에서 프로게스테론 보충의 효과와 투여 시점

fresh ET 주기는 다수의 황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황체기 결핍이 발생한다는 역설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임상 모델이다. 88개 전향적·후향적 연구, 26,726명을 포함한 분석에서 다양한 투여 경로의 프로게스테론 사용군과 비사용군을 비교한 결과, 경로에 관계없이 생존출산율 및 지속임신율에서 유의한 이득이 확인되었다[그림 13](van der Linden M, Buckingham K, Farquhar C, Kremer JAM, Metwally M. "Luteal phase support for assisted reproduction cycle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5;7:CD009154).

황체기 보강의 시작 시점도 임상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것은 황체기 보강을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난자 채취 이전에 시작하거나 배아이식 이후에야 시작하면 최적 착상 창을 놓칠 수 있어, 난자 채취 당일 또는 직후 투여 시작이 권고된다[그림 13](1. Baruffi R, et al. "Single-dose GnRH agonist administration in the luteal phase of ICSI cycles." J Assist Reprod Genet. 2003;20(7):285-292., 2. Kolibianakis E, et al. "The luteal phase timing of progesterone for ART cycles." Fertil Steril. 2003;80(4):904-910).

[그림 13] 슬라이드 2-27. Fresh ET에서의 황체기 보강요법: 최적 투여 경로와 시점

6. 인공주기 동결배아이식에서의 프로게스테론 모니터링과 개별화 치료

AC-FET에서는 배란이 없으므로 황체 자체가 형성되지 않으며 내인성 프로게스테론 생산이 전무하다. 자궁내막 준비와 임신 유지 전체가 외인성 프로게스테론에 의존하는 이 주기는, 프로게스테론의 임신 유지 역할을 가장 순수하게 검증할 수 있는 임상 모델이다.

(1) 자연주기 vs 인공주기 동결배아이식: 임상적 동등성

그렇다면 자연주기를 인공주기보다 선호해야 하는가? 중국 24개 기관에서 배란 기능이 유지된 여성 4,376명을 대상으로 수행된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PnROVE Study Group)에서 건강 생존출산율(healthy live birth rate)은 자연주기 41.6% vs 인공주기 40.6%로 두 방식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RR 1.03, 95% CI 0.96–1.10, p=0.49)(Wei D, Qin Y, Sun Y, Yan J, Zhao H, Guan Y, et al; PnROVE Study Group. Natural ovulation versus programmed regimens before frozen embryo transfer in ovulatory women: multicentre, randomised clinical trial. BMJ. 2026 Jan 21;392:e087045. doi: 10.1136/bmj-2025-087045. PMID: 41565309.). 즉, 배란이 있는 여성에서는 두 방식이 유효성 측면에서 동등했다.

(2)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의 임상적 의미

1) 자궁 초회통과 효과만으로 충분한가

AC-FET에서 핵심 질문이 남는다. 질 프로게스테론의 자궁 초회통과 효과만으로 충분한가, 전신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 자체가 임신 예후를 결정하는가?

Santulli 연구팀이 발표한 프랑스 코생-포르루아얄 병원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질 프로게스테론 600 mg/일로 황체기를 보강한 915명의 AC-FET 환자들 중 배반포 이식 당일 혈청 프로게스테론이 9.8 ng/mL 이하인 환자군에서 착상률은 유사하게 유지되었음에도(40.7% vs 44.9%), 생존출산율은 유의하게 저하되고(26.1% vs 33.2%, p=0.045) 조기 유산율은 유의하게 증가했다(35.9% vs 21.6%, p=0.005)[그림 14a](Maignien C, Bourdon M, Marcellin L, Laguillier-Morizot C, Borderie D, Chargui A, Patrat C, Plu-Bureau G, Chapron C, Santulli P. Low serum progesterone affects live birth rate in cryopreserved blastocyst transfer cycles using hormone replacement therapy. Reprod Biomed Online. 2022;44(3):469-477. doi: 10.1016/j.rbmo.2021.11.007. PMID: 34980570.). 이는 질 프로게스테론을 사용하더라도 전신 프로게스테론 노출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후 발표된 6,175건의 동결배아이식 주기를 포함한 21개 연구의 메타분석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확인되었다. 프로게스테론 농도 10 ng/mL 초과 시 생존출산율이 높고 유산 위험이 낮았다[그림 14b](Stavridis K, Siristatidis C, Lytras A, Mastorakos G, Vrachnis N. "The impact of serum progesterone levels on the day of embryo transfer on pregnancy outcomes in artificial frozen embryo transfer cycl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Assist Reprod Genet. 2021;38(5):1077-1088).

[그림 14] 슬라이드 2-33, 34. AC-FET에서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와 임신 결과: 임계치 10 ng/mL의 임상적 의미

다만 최적 임계치에 대한 보편적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황체 존재 여부, 검사 키트 및 측정 방법, 채혈 시점, 황체기 보강 경로, 환자 개인 특성 등 다양한 변수가 프로게스테론 농도 해석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Thornton KL. "Progesterone in frozen embryo transfer cycles: assays, circulating concentrations, metabolites, and molecular action." F S Rep. 2024;5(2):131-140.).

2) 개인 내 프로게스테론 농도의 재현성과 예측 가능성

Santulli 연구팀이 연속 2회 이상 AC-FET를 시행한 환자 264명을 분석한 결과, 동일 환자 내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는 주기 간 약 80%의 재현성으로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이는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각 환자의 내재적 특성을 반영함을 시사하며, 주기 간 투여 조건이 동일하더라도 개인 간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프로게스테론의 예측 인자로는 높은 BMI, 고산과력(high parity)이 확인되었다. 이는 주기 시작 전 고용량 프로게스테론이 필요한 환자를 사전 식별해 개별화된 황체기 보강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는 중요한 근거다(Bourdon M, Guihard C, Maignien C, Patrat C, Guibourdenche J, Chapron C, Santulli P. Intra-individual variability of serum progesterone levels on the day of frozen blastocyst transfer in hormonal replacement therapy cycles. Hum Reprod. 2024;39(4):742-748.).

3) 자궁내막증 및 자궁선근증 환자에서의 프로게스테론 요구량과 개별화된 황체기 보강 전략

자궁내막증 및 자궁선근증 환자에서는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신호전달 이상과 프로게스테론 저항성이 관찰될 수 있어, AC-FET 시 프로게스테론 요구량이 더 높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Santulli 연구팀은 질 프로게스테론 600 mg/일로 황체기를 보강한 1,784명의 AC-FET 환자 중 자궁내막증 및 자궁선근증 환자에서 프로게스테론 요구량을 자체 코호트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식 당일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는 자궁내막증·자궁선근증 유무와 관계없이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 임상 근거에 따르면 자궁내막증이라는 진단만으로 AC-FET 시 프로게스테론 용량을 일률 증량할 필요는 없다(Bourdon M, Sorel M, Maignien C, Guibourdenche J, Patrat C, Marcellin L, Jobin T, Chapron C, Santulli P. Progesterone levels do not differ between patients with or without endometriosis/adenomyosis both in those who conceive after hormone replacement therapy-frozen embryo transfer cycles and those who do not. Hum Reprod. 2024;39(8):1692-1700. doi: 10.1093/humrep/deae114. PMID: 38850031.).

2) 배아이식 당일 혈청 프로게스테론 모니터링에 근거한 개별화 구제요법

2-1) 피하주사 프로게스테론 구제요법

그렇다면 배아이식 당일 프로게스테론 농도를 분석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 배아이식 당일 혈청 프로게스테론 모니터링은 질환 유무가 아닌 개인별 실측 농도에 근거한 용량 개별화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접근법의 임상적 타당성을 처음 입증한 연구는 스페인 IVI 그룹의 Elena Labarta 연구팀이 수행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다. 2,275건의 AC-FET 환자에게 질 프로게스테론 800 mg/일로 황체기를 보강하면서 이식 당일 혈청 프로게스테론을 측정한 결과, 이식 당일 혈청 프로게스테론 9.2 ng/mL 미만 환자(n=1,289)에서 임신 예후가 저하됐으나, 이식 당일 저녁 피하주사 프로게스테론을 추가 투여한 구제요법군(n=530)에서는 유산율, 지속임신율, 생존출산율이 정상 농도군(P ≥ 9.2 ng/mL)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그림 15a](Álvarez M, Gaggiotti-Marre S, Martínez F, Coll L, García S, González-Foruria I, et al. "Individualised luteal phase support in artificially prepared frozen embryo transfer cycles based on serum progesterone levels: a prospective cohort study." Hum Reprod. 2021;36(6):1552-1560.).

Santulli 연구팀도 동일한 연구 질문을 자체 코호트에서 검증했다. 현재 해당 연구는 학술지 투고 심사 중이며, Labarta 연구와 일관된 결과를 재현하였다: 2022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AC-FET 1,233건을 분석한 결과, 이식 당일 혈청 프로게스테론이 9.8 ng/mL 이하인 환자에게 피하주사 구제요법을 시행한 군의 임신 결과는 정상 농도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아 임신 결과 회복 효과가 확인되었다(OR 0.80, 95% CI 0.57-1.10, p=0.171)[그림 15b](Santulli 연구팀. In press, 2026.).

[그림 15] 슬라이드 2-38, 39. AC-FEC에서 피하주사 프로게스테론 구제요법의 효과

2-2) 직장 프로게스테론 구제요법

덴마크 Skive Fertility Clinic의 Peter Humaidan 교수팀이 수행한 전향적 개입 연구에서는 AC-FET환자에서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낮게 측정된 경우 직장 경로를 구제요법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488 AC-FET 주기를 대상으로 이식 당일 혈청 프로게스테론 11 ng/mL 미만 환자에게 기존 질 프로게스테론에 더해 직장 프로게스테론 400 mg을 12시간마다 추가 투여한 결과, 구제요법군의 임신 12주 지속임신율(46%)이 표준군(45%)과 동등하게 회복됐다. 저프로게스테론 환자에서 직장 경로 구제요법이 임신 결과를 효과적으로 정상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그림 16](Alsbjerg B, Jensen MB, Povlsen BB, Elbaek HO, Laursen RJ, Kesmodel US, Humaidan P. Rectal progesterone administration secures a high ongoing pregnancy rate in a personalized Hormone Replacement Therapy Frozen Embryo Transfer (HRT-FET) protocol: a prospective interventional study. Hum Reprod. 2023;38(11):2221-2229. doi: 10.1093/humrep/dead185. PMID: 37759346.).

[그림 16] 슬라이드 2-40. AC-FET에서 직장 경로 프로게스테론 구제요법의 효과

7. 천연 프로게스테론과 디드로게스테론의 비교: 안전성 및 유효성

저프로게스테론 환자 5,927명에서의 구제요법을 종합한 7개 관찰 연구의 메타분석은 두 가지 핵심 메시지를 제시한다. 첫째, 질 프로게스테론 단독 용량 증량은 혈청 농도를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할 수 있다. 둘째, 근육주사·피하주사·직장 투여 등 비질 경로를 추가해 전신 프로게스테론 노출을 보강하는 접근이 임신 결과를 개선한다(Stavridis K, Kastora SL, Triantafyllidou O, Mavrelos D, Vlahos N. Effectiveness of progesterone rescue in women presenting low circulating progesterone levels around the day of embryo transfer: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Fertil Steril. 2023;119(6):954-963. doi: 10.1016/j.fertnstert.2023.02.007. Epub 2023 Feb 11. PMID: 36781098.).

(1) 디드로게스테론: 유효성

일부에서는 황체기 구제요법으로 디드로게스테론 추가를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 근거에 따르면 디드로게스테론은 구제요법으로서 두 가지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첫째, 혈중 디드로게스테론 농도와 임신 결과 간의 상관관계다. 217명의 AC-FET 환자를 대상으로 디드로게스테론 30 mg/일을 투여해 혈중 농도와 임신 결과를 분석한 유럽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25th 백분위수 미만 저농도군의 생존출산율은 6%에 그친 반면 고농도군에서는 28%로 확인되었다[그림 17](Neumann K, Masuch A, Vonthein R, Depenbusch M, Schultze-Mosgau A, Eggersmann TK, Griesinger G. Dydrogesterone and 20α-dihydrodydrogesterone plasma levels on day of embryo transfer and clinical outcome in an anovulatory programmed frozen-thawed embryo transfer cycle: a prospective cohort study. Hum Reprod. 2022;37(12):2839-2849. doi: 10.1093/humrep/deac227. PMID: 36305795.).

그러나 디드로게스테론 농도는 일반 혈청 프로게스테론 검사로 측정할 수 없으며, 질량분석법(mass spectrometry)과 같은 특수 검사법이 필요한데, 이는 널리 보급되어 있지 않아 임상 현장에서의 모니터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개인 간 약물 노출 변동성(inter-individual variability)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그림 17](Neumann K, et al. Hum Reprod. 2022;37(12):2839-2849.). 동일 용량을 투여해도 환자 간 혈중 농도 차이가 크며, 이 농도를 일상 임상에서 모니터링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디드로게스테론은 현재 임상 환경에서 황체기 구제요법으로서의 실용성이 없다.

[그림 17] 슬라이드 2-43. 디드로게스테론 농도와 임상적 예후

(2) 디드로게스테론: 안전성

1) VigiBase 약물감시 연구

유효성 한계와 함께 안전성 문제도 디드로게스테론 임상 적용에서 결정적 고려사항이다. Santulli 연구팀은 WHO 국제 약물감시 데이터베이스인 VigiBase를 활용해 1968년부터 2021년까지 53년간의 임신부 및 생후 2세 미만 영유아 대상 개별 이상사례 보고서(individual case safety reports, ICSR)를 분석하는 약물감시 연구를 수행했다. 디드로게스테론과 선천성 기형 보고 간 연관성을 불균형 분석(case/non-case disproportionality analysis)으로 평가했으며, 디드로게스테론 vs ① 기타 약물 전체, ② 기타 ART 약물, ③ 천연 프로게스테론의 3단계 비교군을 설정했다. 또한 2001-2020년 최근 보고 한정 분석 및 의료인 보고 한정 분석의 두 가지 민감도 분석(sensitivity analysis)으로 결과의 강건성(robustness)을 검증했다.

분석 결과, 디드로게스테론의 선천성 기형 보고 오즈비(reporting odds ratio, ROR)는 기타 약물 전체 대비 5.4배(95% CI 3.9-7.5), 기타 ART 약물 대비 6.0배(95% CI 4.2-8.5), 천연 프로게스테론 대비 5.4배(95% CI 3.7-7.9)로 확인되었다. 이 실마리정보는 3단계 비교 모두에서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기간을 제한해도, 의료인 보고만으로 한정해도 결과는 동일했다[그림 18](Henry A, Santulli P, Bourdon M, et al. "Birth defects reporting and the use of dydrogesterone: a disproportionality analysis from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pharmacovigilance database (VigiBase)." Hum Reprod Open 2025;2025(1):hoae072).

[그림 18] 슬라이드 2-45. 디드로게스테론 사용과 선천성 기형 위험: 약물감시 데이터 실마리정보

다만 연구팀은 이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본 연구는 약물감시 데이터에 기반한 불균형 분석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마리정보의 일관성과 강도는 주목할 수준이다.

이 연구의 시작에는 흥미로운 학술적 배경이 있었다. Santulli 교수는 코생-포르루아얄 병원 약물감시팀의 Laurent Chouchana와 '프랑스 국가 약물사용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클로미펜 사용 현황 분석 연구(작년 Fertility and Sterility 게재)'를 공동 수행하던 중, 디드로게스테론의 선천성 기형 안전성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주일 후 Laurent으로부터 VigiBase에서 관련 실마리정보가 확인되었다는 연락이 왔고, 결과적으로 본 연구로 이어졌다. 보고된 선천성 기형의 유형은 생식기 기형(요도하열)(32%), 심장 기형(27%)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약물감시 데이터이다.

2) DEBC 전향적 코호트 연구

약물감시 결과를 다른 방법으로 검증한 연구가 중국에서 수행되었다. 중국 산모 약물노출 출생 코호트(The Maternal Drug Exposure Birth Cohort in China, DEBC)를 이용한 해당 연구는 112,986명의 임신부를 포함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로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연구에서는 임신 1삼분기 동안 11.97%(13,528명)가 디드로게스테론에, 약 7,000명(6.19%)이 천연 프로게스테론에 노출됐다.

이 연구의 중요한 점은 약물감시 자료와는 전혀 다른 방법론을 사용하였다는 사실이다. 약물 이상반응 보고 데이터가 아닌 전향적 코호트 설계를 통해 약물 노출과 임신 결과를 체계적으로 추적한 이 연구에서, 천연 프로게스테론 대비 디드로게스테론 노출 시 선천성 기형 위험이 13%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aRR 1.13, 95% CI 1.06-1.21, p<0.05)[그림 19](Li L, Wang K, Wang M, Tao J, Li X, Liu Z, Li N, Qiu X, Wei H, Lin Y, He Y, Deng Y, Kang H, Li Y, Yu P, Wang Y, Zhu J, Liu H. The maternal drug exposure birth cohort (DEBC) in China. Nat Commun. 2024;15(1):5312. doi: 10.1038/s41467-024-49623-0. PMID: 38906856.).

[그림 19] 슬라이드 2-48. 디드로게스테론 사용과 임신 관련 위해 결과: DEBC 전향적 코호트 연구

(3) 프로게스토겐 종류에 따른 안전성 차이와 천연 프로게스테론의 위치

DEBC 연구는 세 가지 프로게스토겐의 선천성 기형 위험을 직접 비교했다. 천연 프로게스테론(aRR 1.05, 95% CI 0.97-1.13, 유의하지 않음), 디드로게스테론(aRR 1.13, 95% CI 1.06-1.21, p<0.05), 알릴에스트레놀(allylestrenol, aRR 1.57, 95% CI 1.36-1.80, p<0.05) 순으로 위험도가 상승했다. 알릴에스트레놀은 일부 국가에서 절박유산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어 온 합성 프로게스토겐이다. 여기서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프로게스틴의 종류에 따라 선천성 기형 위험에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천연 프로게스테론은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프로게스테론과 동일한 분자 구조를 가지는 생체동일 물질로서, 선천성 기형 위험 증가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다른 합성 프로게스토겐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독보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즉, 선천성 기형과 관련된 명확한 실마리정보는 합성 프로게스토겐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천연 프로게스테론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게스토겐 선택에 있어서 천연 프로게스테론, 특히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이 유일한 생체동일 호르몬이다[표 5].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은 내인성 프로게스테론과 분자 구조가 완전히 동일해 생리적 황체기 기능을 가장 충실히 재현한다. 디드로게스테론은 분자 구조와 수용체 결합 친화도 모두 천연 프로게스테론과 다르다.

또 다른 프로게스토겐으로는 하이드록시프로게스테론 카프로에이트(hydroxyprogesterone caproate, 17-OHPC)가 있다. 이 약제는 수십 년 동안 산과 및 생식의학 영역에서 주 1회 투여하는 데포(depot) 주사 제형으로 사용되어 왔다. 17-OHPC는 천연 프로게스테론과는 구조적으로도, 수용체 친화도 측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합성 프로게스토겐이다. 본 주제가 17-OHPC 자체를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천연 프로게스토겐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사례를 제공한다.

17-OHPC는 유산 및 조산 예방 목적으로 50년 이상 처방되어 왔으며,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여성이 이 약물을 사용했다. 그러나 50여년의 사용 끝에 약물감시 및 실마리정보 탐지를 통해 자녀 세대의 암 위험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으며(Murphy CC, et al. "In utero exposure to 17α-hydroxyprogesterone caproate and risk of cancer in offspring." Am J Obstet Gynecol. 2021;224(3):326.e1-326.e14.), 미국에서는 PROLONG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시장에서 철수되었다(Blackwell SC, et al. "17-OHPC to prevent recurrent preterm birth in singleton gestations (PROLONG Study): A multicenter, international, randomized double-blind trial." Am J Perinatol. 2020;37(2):127-136). 이러한 전례는 생체동일 천연 프로게스테론의 임상적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Santulli 연구팀은 이러한 안전성 근거에 따라 임상에서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만을 사용한다.

[표 5] 슬라이드 2-50. Vaginal Micronized Natural Progesterone의 생체동일성과 합성 프로게스토겐 비교

8.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에서도 황체기 보강이 필요한가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natural cycle frozen embryo transfer, NC-FET)이라고 해서 황체기 보강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바르셀로나 Dexeus University Hospital 연구팀이 NC-FET 환자를 분석한 결과 37%에서 배아이식 전날 혈청 프로게스테론이 10 ng/mL 미만의 저농도를 기록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낮은 환자군에서 생존출산율이 감소했다는 점이다[그림 2016a](Gaggiotti-Marre S, Álvarez M, González-Foruria I, Parriego M, Garcia S, Martínez F, Barri PN, Polyzos NP, Coroleu B. Low progesterone levels on the day before natural cycle frozen embryo transfer are negatively associated with live birth rates. Hum Reprod. 2020;35(7):1623-1629. doi: 10.1093/humrep/deaa092. PMID: 32470988.). 외견상 정상적인 황체기에서도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항상 최적 수준을 유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 관찰은 이후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기반 메타분석을 통해 추가로 검증되었다. 자연주기 및 변형 NC-FET 환자 1,116명을 포함한 분석에서 질 프로게스테론 황체기 보강은 생존출산율을 유의하게 개선했다(RR 1.42, 95% CI 1.15-1.75, p=0.001)[그림 20a](Wånggren K, et al. "The effect of progesterone supplementation for luteal phase support in natural cycle frozen embryo transfer: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ased on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Fertil Steril. 2023;119(4):597-605.).

황체기 보강의 이득은 임신 결과에 그치지 않고 산과적 예후에도 미친다. 2개 RCT의 2차 분석 연구에서 자연주기 동결배아이식 후 생존출산에 이른 227명을 분석한 결과, 질 프로게스테론 황체기 보강군은 비보강군 대비 고혈압성 질환 발생률이 수치상 낮았고(4.4% vs 11.0%, p=0.058), 정상 출생체중 비율은 유의하게 높았다(82.4% vs 70.3%, p=0.033)[그림 20b](Elenis E, Iliadis SI, Wånggren K, Skalkidou A, Stavreus-Evers A. Perinatal outcomes of progesterone in natural frozen-thawed embryo transfer pregnancies: insights from 2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Fertil Steril. 2025;123(2):252-261. doi: 10.1016/j.fertnstert.2024.10.031. Epub 2024 Oct 31. PMID: 39486644.). PRISM 연구가 절박유산에서 확인한 황체기 보강의 산과적 이득과 유사한 메시지를 NC-FET에서도 시사한다.

[그림 20] 슬라이드 2-52, 53. NC-FET 황체기 결핍 위험과 황체기 보강의 의의

9. 프로게스테론 과다 노출의 위해 가능성

반대로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과도하게 높은 경우의 위해 가능성은 어떠한가? 유럽의 두 국가에서 시행된 두 연구가 있다. 바르셀로나 Dexeus University Hospital의 Iñaki González-Foruria 연구팀이 수행한 3,183건의 AC-FET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 연구(González-Foruria I, García S, Álvarez M, Racca A, Hernández M, Polyzos NP, Coroleu B. Elevated serum progesterone levels before frozen embryo transfer do not negatively impact reproductive outcomes: a large retrospective cohort study. Fertil Steril. 2023;120(3):597-604. doi: 10.1016/j.fertnstert.2023.04.038. PMID: 37141965.)와, 로마 IVI-RMA의 Mauro Cozzolino 연구팀의 연구(Cozzolino M, Hervás I, Ergun Y, Massaro MG, Pellicer N, de Angelis F, Labarta E, Galliano D. Higher serum progesterone level has no negative impact on live birth rate in frozen embryo transfer. Eur J Obstet Gynecol Reprod Biol. 2024;303:15-21. doi: 10.1016/j.ejogrb.2024.10.011. Epub 2024 Oct 9. PMID: 39395245.)가 그것이다.

연구 설계와 기관은 다르지만 결론은 일치한다. AC-FET에서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높더라도 — 40 ng/mL 초과 시에도 — 임상 결과에 명확한 위해는 관찰되지 않았다[그림 21](1. González-Foruria I, et al. Fertil Steril. 2023;120:597., 2. Cozzolino M, Troiano G, et al. Higher serum progesterone levels have no negative impact on live birth rate in artificial-cycle frozen embryo transfer. Eur J Obstet Gynecol Reprod Biol. 2024;294:150-156.). 단, 두 연구 모두 후향적 관찰 연구이며 극고농도 범위(>40-90 ng/mL)에서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까지 높은 프로게스테론 농도 자체가 명확한 위해를 유발한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다.

[그림 21] 슬라이드 2-54. AC-FET에서 고농도 프로게스테론의 임상적 안전성: 현재까지의 근거

10. 신선배아이식에서의 황체기 모니터링: 최적 프로게스테론 농도와 에스트라디올-프로게스테론 균형

Fresh ET에서의 황체기 모니터링은 어떨까? Santulli 연구팀이 질 프로게스테론 800 mg/일로 황체기를 보강한 874명의 신선 배반포 이식 환자에서 이식 당일 혈청 프로게스테론을 4분위 분석한 결과, Q2(46.6-72.3 ng/mL)에서 생존출산율이 38.1%로 최고, 조기 유산율이 12.3%로 최저를 기록해 최적 구간으로 확인되었다. Q1(10.2-46.5 ng/mL) 및 Q4 극고농도군에서는 성적이 저하되었다[그림 22](Maignien C, Fornelli G, Bourdon M, Melka L, Marcellin L, Laguillier-Morizot C, Firmin J, Patrat C, Santulli P. Serum progesterone levels on fresh blastocyst transfer day: a key determinant of live birth rates. Hum Reprod. 2025;40(9):1651-1659. doi: 10.1093/humrep/deaf138. PMID: 40639805.).

[그림 22] 슬라이드 2-55. Fresh ET에서 최적의 혈청 프로게스테론 농도

이 결과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동일한 자궁·자궁내막 환경에서 배반포 이식 당일 기준, fresh ET에서는 40 ng/mL 이상의 프로게스테론이 필요한 반면 AC-FET에서는 10 ng/mL 이상이면 충분한 이유는 무엇인가?

Santulli 연구팀은 fresh ET에서 다량의 에스트라디올로 인해 유도되는 프로게스테론 저항성에 기인할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질 프로게스테론 800 mg/일로 황체기를 보강한 873명의 신선 배반포 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배아이식 당일 에스트라디올/프로게스테론(E2/P4) 비율과 임신 결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를 현재 투고 중이며, E2/P4 비율이 높은 환자군에서 임신 성공률 저하 경향이 확인됐다[그림 23](Fornelli G, Maignien C, Santulli P, et al. Submitted 2026.). 황체기 보강의 핵심은 단순한 프로게스테론 증량이 아니라 에스트라디올 노출 수준에 상응하는 프로게스테론 균형 유지에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근거다. 이러한 관점에서 에스트라디올은 황체기 기능을 결정하는 핵심 조절 인자로, 프로게스테론과의 비율 관점에서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그림 23] 슬라이드 2-57. E2/P4 비율 연구 설계 및 예비 결과

11. 에스트라디올의 역할: 착상, 태반형성 및 산과적 예후

Santulli 연구팀은 작년에 ART에서 에스트라디올의 역할을 총망라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에스트라디올은 자연주기와 과배란 유도 주기 모두에서 착상, 임신 유지, 산과적 예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초생리적 농도에서는 역설적으로 위해할 수 있다는 개념을 정리했다(Bourdon M, Maignien C, Marcellin L, Jobin T, Patrat C, Chapron C, Santulli P. Oestradiol and reproductive outcomes in ART: when too much of a good thing hurts. Reprod Biomed Online. 2025;51(1):104338. doi: 10.1016/j.rbmo.2025.104338.).

이 개념은 Santulli 연구팀의 이전 연구로 이미 뒷받침된다. 자가 배반포 동결배아이식 환자 1,377명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배아이식 28일 이전부터 에스트라디올을 사용한 군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유산 위험이 증가하고 생존출산율이 감소했다(Bourdon M, Santulli P, Kefelian F, et al. "Prolonged estrogen (E2) treatment prior to frozen-blastocyst transfer decreases the live birth rate." Hum Reprod. 2018;33(5):905-913.). 즉, 과도한 에스트라디올은 유산 위험을 높인다.

후속 연구에서는 에스트라디올 노출 기간이 아닌 배아이식 당일의 에스트라디올 농도에 초점을 맞췄다. 경피 에스트라디올을 사용한 2,364명의 FET 환자를 분석한 결과, 배아이식 당일 에스트라디올 농도가 높을수록 조기 유산율이 유의하게 증가했다(Maignien C, Jobin T, Bourdon M, et al. "High serum estradiol levels on the day of frozen blastocyst transfer are associated with increased early miscarriage rates in artificial cycles using transdermal estrogens." Hum Reprod. 2025;40(5):876-884.). 추가로 현재 에스트라디올 농도와 착상률을 다룬 메타분석 논문을 Hum Reprod Update에 투고 중이다.

에스트라디올의 임상적 중요성은 대규모 메타분석으로도 확인된다. FET 환자 54,675명을 포함한 29개 연구의 메타분석에서, 초생리적 에스트라디올 농도는 생존출산율 감소와 용량-반응 관계로 연관되었다. 구체적으로 혈청 에스트라디올 농도가 약 300 pg/mL를 초과하면 100 pg/mL 증가할 때마다 생존출산율이 약 3%씩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그림 24](Maignien C, Bourdon M, Santulli P, et al. Hum Reprod Update. Submitted 2025.). 따라서 에스트라디올 농도 모니터링과 프로게스테론 조정을 연계하는 개별화 전략이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그림 24] 슬라이드 2-62. 초생리적 에스트라디올 농도와 임신 예후의 연관성

높은 에스트라디올 농도는 태반 이상과 자간전증 위험과도 관련된다. FET 후 자간전증이 발생한 여성 95명에서 자간전증 미발생군 793명 대비 임신 5주 시점의 혈청 에스트라디올 농도가 유의하게 높았다. 따라서 에스트라디올 농도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중요하다([그림 25], Hsieh YC, et al. "Association between estradiol levels in early pregnancy and risk of preeclampsia after frozen embryo transfer." Front Endocrinol (Lausanne). 2023;14:1223181.).

[그림 25] 슬라이드 2-64. 임신 초기 혈청 에스트라디올 농도와 자간전증 위험

Conclusion ㅡ ART 황체기 보강의 새로운 표준: 안전한 제제, 철저한 모니터링, 개별화된 구제요법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내막 수용성과 임신 유지의 필수 호르몬이다. 자연 배란 주기에서도 황체기 결핍이 발생할 수 있으며, ART 주기에서는 황체 기능이 구조적으로 교란되므로 모든 ART 주기에서 황체기 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Santulli 연구팀은 디드로게스테론의 선천성 기형 관련 약물감시 연구 및 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를 고려해 임상에서 디드로게스테론을 사용하지 않는다. 황체기 모니터링을 통한 결과 최적화와 산과적 위험 감소가 핵심 임상 원칙이며, 실제로 배아이식 당일 혈청 프로게스테론을 측정해 10 ng/mL 미만 시 피하주사 또는 직장 경로 프로게스테론을 추가 투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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