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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성장호르몬 '소그로야' 등판…일일 제제 처방 관성 깨나

발행날짜: 2026-06-08 12:00:59

REAL4 임상서 비열등성·안전성 입증, 통증 선입견 지울까
"최대 4000억원 비급여 시장, 개원가 처방 경쟁력 가져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소아청소년과 임상현장에서 성장호르몬결핍증(GHD) 치료는 만 2세 무렵부터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한 장기전이다. 기존 일일 제제는 매일 투여해야 하는 특성상 환아의 피로도 누적과 순응도 저하라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여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인 '주 1회 투여' 장기지속형 성장호르몬제의 등장은 치료 편의성을 높일 옵션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시장의 첫 발걸음은 순탄치 않았다. 선발 주자였던 한국화이자제약 '엔젤라(소마트로곤)'의 국내 철수가 예고되면서 장기지속형 제제의 시장 안착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사 부위 통증 등 이상반응 제어 측면에서 기존 일일 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 가운데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의 주 1회 장기지속형 성장호르몬제 '소그로야(소마파시탄)'가 지난 5월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 본격적인 처방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선발 주자 철수 과정 속 위축됐던 주 1회 치료 시장에서 소그로야가 가진 임상적 가치와 차별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증·장기 데이터'로 입증한 임상적 가치

노보노디스크가 제시한 소그로야의 핵심 임상적 가치는 일일 제제 대비 효과의 비열등성과 개선된 안전성 프로파일을 통해 선발 주자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점이다.

치료 경험이 없는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3상 'REAL4' 연구에 따르면, 52주 차 연간 키 성장속도에서 소그로야 투여군은 11.2cm/년, 일일 성장호르몬 치료군은 11.7cm/년을 기록하며 통계적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임상현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이상반응 지표다. 소그로야 투여군의 주사 부위 반응 발생률은 5.3%로, 기존 일일 성장호르몬 치료와 유사한 수준의 일관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기존 주1회 주사제가 처방시장에서 영향력 확대 발목이 잡혔던 통증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키는 지표다.

아주대병원 심영석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엔젤라의 경우 주사 액량(볼륨) 자체가 크고 통증을 호소하는 환아가 많아 시장 안착이 어려웠던 반면, 소그로야는 주사 볼륨이 적고 고농도로 설계되어 주사 부위 반응 발생률이 5.3%에 불과하다"며 "기존 일일 제제와 유사한 수준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여 통증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소그로야는 임상연구를 통해 기존 일일제제와의 효과와 통증 면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아울러 7년간의 장기 임상(REAL3)을 통해 키 성장 속도의 지속적인 개선과 함께 치료 후반기 정상 범위에 근접하는 성장 결과를 확인했다.

일일 치료에서 소그로야로 전환한 환자와 보호자의 약 90%가 주 1회 치료를 선호한다는 데이터 역시 실제 처방 환경에서의 높은 순응도 개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심영석 교수는 "일일 제제는 몸에서 작용하는 반감기가 짧아 투여 후 6~12시간 이내에 효과가 사라진다"며 "따라서 별도의 휴약 기간을 가질 필요 없이, 환자의 병원 방문 및 채혈 일정을 고려해 원하는 소그로야 투여일의 4~5일 전에 마지막 일일 주사를 맞고, 계획된 날짜에 바로 소그로야로 넘어가 투여하면 된다"고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했다.

검사 부담이 키운 비급여 시장, 일일 제제 경쟁 본격화

이러한 임상적 유효성 확인에도 불구하고, 소그로야의 실질적인 흥행 성적표는 전체 성장호르몬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비급여'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급여 인정 기준(또래 대비 3백분위수 이하 신장 등)은 임상 현장에서 충족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급여 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성장호르몬 자극검사'는 인위적인 저혈당이나 구토를 유발하는 약물을 투여한 후, 일정 간격으로 수차례 반복 채혈을 해야 하므로 소아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해지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매우 크다. 이 과정을 각기 다른 약물로 2회 이상 수행해 모두 결핍으로 확진돼야 급여가 인정된다.

이 때문에 임상현장에서는 투약 편의성을 고려해 주 1회 신약을 선택하려는 보호자들이 정작 급여 자격을 얻기 위한 검사 단계에서 큰 부담을 느껴, 아예 검사를 생략하고 비급여 치료를 택하는 비중이 높은 실정이다.

결국 소그로야의 실질적인 처방 확대는 급여 청구액보다 비급여 시장의 선택에 좌우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향후 시장 안착의 핵심은 비급여 마켓에서 수십 년간 처방 신뢰도를 쌓아온 기존 일일 제제들과 비교해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국내 성장호르몬 주사제인 LG화학의 유트로핀, 동아에스티의 그로트로핀, 화이자의 엔젤라, 노보노디스크의 소그로야(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다. 이 중 화이자 엔잘라는 국내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참고로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은 국내 제약사 중심으로 한 해 3500~4000억원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 이 중 절반 가까이를 LG화학 유트로핀(소마트로핀)이 차지하고 있으며, 동아에스티 그로트로핀(소마트로핀)이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동아에스티가 밝힌 2025년 그로트로핀의 연간 매출액은 1315억원이다.

성장호르몬제는 환아의 체중에 비례해 투여 용량이 결정되므로, 비급여 처방 시 환자의 체중이 증가할수록 매달 지출되는 약값 부담이 커진다.

임상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시장을 선점하며 확고한 가성비(가격 경쟁력)를 구축해 온 일일 제제들과 비교해, 소그로야의 비급여 가격이 보호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가 일차적인 관건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최근 보험업계가 단순 저신장증에 대한 비급여 성장호르몬 처방의 실손의료보험(실비) 지급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개원가 진료 환경도 변수다.

창원파티마병원 마상혁 과장(소아청소년과)은 "엔젤라가 철수하는 상황에서, 소그로야 역시 임상 현장의 견고한 '처방 관성'을 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재 국내 소청과 의료진과 보호자들은 여전히 수십 년간 축적된 일일 제제의 안전성과 용량 조절 프로토콜을 선호한다"며 "주 1회 신약이 편의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데이터(Long-term Data)가 부족한다는 점은 초기 처방 확대를 주저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마상혁 과장은 "성장호르몬 시장 대부분이 비급여인 상황에서, 소그로야의 진짜 성패는 실비 한도라는 현실적인 벽에서 갈릴 것이다. 주 1회 신약인 만큼 비급여 처방 시 보호자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행 실비 시스템상 대학병원에서 외래 약국 처방을 받으면 하루 보상 한도가 5만원에 불과해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개원가 성장클리닉에서 원내 처방을 집행할 경우 한도가 25만원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소그로야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개원가에서 처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교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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