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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삶

순천향의대 3학년 오명인
발행날짜: 2026-03-03 05:00:00

순천향대학교 의대 본과 3학년 오명인

후회가 없는 삶, 그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또 한 번의 기말고사를 마무리하고, 작은 여행을 홀로 떠났다. 옆에 친구가 없는 여행의 빈자리는 언제는 추억, 또 언제는 후회가 그 자리를 채웠고, 이번에는 후회의 차례였다. 최근의 몇 가지 사건들로 나는 "그때 그렇게 해야 했는데"라는 말을 자주 되뇌었고, 그 생각들은 꼬리를 물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가장 후회하고 있을까.

중학교 때는, 친구들에게 한 말실수를 매일 후회했다.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때 공부하지 않았던 것을, 예과 시절에는 수능 수학 18번 문제에서 계산 실수를 한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난 지금 나는 무슨 후회를 하고 있는가?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한 나는 무작위로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위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올렸다.

돌아온 답변은 다양했다. 여전히 수능을 인생 최대의 후회로 남겨둔 사람, 한창 키가 클 시기에 다이어트를 한 것이 후회된다는 친구, 어린 시절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 대학교에 입학하고 가족과 연락을 뜸하게 한 것….

고개가 끄덕여지는 답도 있었고, 그게 평생의 후회라는 점이 의외인 답도 있었다. 남의 대답에서 내 대답을 골라 쓸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은 없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비행기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제주도에 있는 엄마의 대학교 선배님이 운영하시는 작은 게스트 하우스였다. 늦은 밤 내어주신 따뜻한 우유와 빵에 나는 쉽게 고민을 내려놓고 깊이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오랜만에 물속에 몸을 맡기며 시험 기간 동안 굳어 있던 몸을 풀었다. 수영장에서 나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따라 달렸다. 목적지 없이 흘러가듯 움직이다가, 한 카페에 들어가 책을 펼쳤다. 내가 가져온 책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였다. 오랜 시간 존경받는 교수로 살아온 주인공이 어느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리스본으로 떠나는 이야기다. 그 여정을 시작하게 만든 문장은 이렇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책장을 오랫동안 넘기지 못하고 문장을 곱씹었다. 내가 후회라고 부르던 감정이, 어쩌면 선택하지 못한 삶들에 대한 그리움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기울자, 아직 식사를 하지 않으셨길 바라면서 숙소로 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집에 도착하자 음식을 준비하는 기분 좋은 냄새가 났고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긴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품고 있던 고민들을 털어놓자 돌아온 대답은 놀라울 만큼 가벼웠다.

아직 앞에 많은 분기점들이 놓인 나의 상황을 축복처럼 이야기하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내 앞의 가능성을 말해주셨다. 또래 친구들과 전공과 미래를 이야기할 때면 불안과 걱정이 쌓이기 마련이었는데, 오히려 60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시선은 한결 가벼웠다. 그 차이가 마음을 환하게 만들었다.

삶을 사는 것은 끊임없이 선택하는 일이다. 그리고 선택을 내릴 때마다 나의 삶은 가지를 낸다. 어떤 가지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들은 경험하지 못한 채 남는다. 그래서 후회가 없는 삶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선택한다는 것은, 겪어보지 못할 것들을 그리워하기로 하는 일에 가깝다.

마치 오래 공들였던 미술을 접고 인문계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나처럼, 정든 동기들을 뒤로하고 혼자 휴학계를 내러 가는 나처럼, 나는 그 모든 것을 그리워하기로 결심하고 지금의 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내 앞에 있는 이것을, 최선을 다해서, 잘 해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내 열심의 원동력임을 깨닫자, 마음이 가벼워진다.

후회 없는 삶은 없다. 다만 우리는, 무엇을 그리워할지를 선택하며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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