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 학술
  • 연구・저널

의정갈등 장기화에 저널도 몸살…'임상→리뷰' 행태도 변화

발행날짜: 2025-08-27 05:30:00

[기획-상] 팬데믹에 급증했던 IF 지수 제자리로…연구·임상 감소 후폭풍
전공의 빈자리 여파…"행정적 절차 진행 불가…기존 임상도 올스톱"

국내 의학 저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전환과 의정 갈등에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기 동안 전례 없는 투고와 인용 증가로 인용 횟수 기반 학술지를 평가하는 척도(임팩트 팩터, IF)가 급등하며 '황금기'를 누렸지만, 엔데믹 전환과 함께 특수가 사라진 것.

특히 지난해 2월부터 의정 갈등에서 촉발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연구 활동과 임상 데이터 확보, 분석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저널들의 투고 건수와 질적 수준이 동시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논문 수 감소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임상 감소 → 연구 및 투고 감소 → 게재 편수 감소 → 인용 수 감소 → IF 하락이 맞물려 돌아가는만큼 IF 하락이 저널의 신뢰도 저하와 해외 연구자들의 투고 기피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공의와 같은 연구 인력의 감소가 연구와 임상 감소로 이어지고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되면 학술 생태계는 물론 저널의 국제 경쟁력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용 지수 롤러코스터…"2021년 급증 이후 정상화 과정"

팬데믹 시기 국내 주요 의학저널은 국제 학술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성과를 냈다. 코로나19 관련 임상·역학 연구, 백신·치료제 데이터가 쏟아지며 한국 연구진 논문이 글로벌 레퍼런스로 인용되는 일이 잦아졌고, 이를 기반으로 상당수 저널들이 IF의 급상승을 기록했다.

대한의학회가 발간하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JKMS)는 2021~2022년 사이 급격히 영향력을 확대하며 높아진 국내 저널의 위상을 상징했다.

JKMS의 연도별 IF 지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급증했던 인용지수는 2022년을 기점으로 완만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0년 SCI IF는 2.153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5.354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고 이를 기점으로 2022년 4.5, 2023년 3.0, 2024년 2.3으로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 관련 연구가 급감하고 기존 만성질환·임상연구로 관심이 회귀하면서 반짝 특수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은 것. 이같은 현상은 비단 JKMS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심장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 다수의 저널들이 2023년부터 IF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고, 2024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거나 더 낮아지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 유진홍 JKMS 편집장은 "2024년 JKMS의 IF는 2.3으로 전년도에 비해 하락했지만 총 인용 수는 9,343건으로 전년(9,332건)과 유사하다"며 "저널의 학문적 기반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IF 산출에 사용된 인용 수는 1,553건으로 전년 1,861건 대비 감소했고, 논문 수는 627편에서 662편으로 증가해, 분모-분자 간 불균형이 하락의 주요인이었다"며 "2024년 IF 지표는 세계 주요 의학 저널들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NEJM 역시 96.3에서 78.5로, Lancet은 98.4에서 88.5로, JAMA는 63.5에서 55.0으로, BMJ는 93.7에서 42.7로 감소했다.

유 편집장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의학 학술지는 코로나19 관련 논문들의 집중 출판과 폭발적인 인용에 힘입어 비정상적인 수준의 IF 상승을 경험했다"며 "당시에는 짧은 기간 내에 다수의 논문이 국제적으로 즉각 인용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저널에서 일시적 거품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용 피크가 점차 수명을 다하면서, 2023년 이후에는 대부분의 저널에서 자연스러운 조정 기적 하향세가 나타났고 JKMS 역시 그 흐름에 놓여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고인용 논문 집중 효과가 해소되면서 나타난 정상화 과정으로 다수의 저널이 유사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정 갈등 이후 1년 반…임상 줄고 리뷰 논문 늘고

문제는 단순한 인용지수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연구·임상 가뭄이 본격화하면서 게재 논문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는 임상 현장의 공백으로 직결됐고, 대형 병원들의 수술 건수 감소나 연구 프로토콜 진행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가 빠진 상태에서 환자 데이터 축적이 늦어지고 임상시험 모집에 공백이 생기는 등 연구 결과물 생산 감소는 불보듯 뻔한 결과라는 것.

JKMS에 지난해 투고된 논문은 약 900편으로 전년 동기 1220편에 비해서 26%가 줄었고 게재된 논문도 408편에서 305편으로 25% 줄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소아청소년 학회지의 경우도 국내 저자들의 논문이 감소해 국내 저자가 투고한 논문이 2023년 73건에서 24년 47건으로 35.6% 감소했고, 국내 저자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도 역시 28.9%에서 16.2%로 줄었다.

전 세계 의학, 간호, 약학, 치의학, 공중보건, 생명과학 등 분야의 학술지 논문 정보를 수록하는 Pubmed 게재 논문 수에서도 한국인 주도의 연구 감소가 확인된다.

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2024년 3월을 기점으로 현재 시점까지 6개월 단위로 한국 연구자의 게재 논문을 검색한 결과 연구의 행태 변화 및 양적 변화가 관찰됐다.

2024년 3월 1일부터 2024년 8월 31일까지 전체 의학 관련 논문 출판 건수는 1만 4,724건으로 이 중 신약, 의료기기, 치료법, 생활습관 개입 등 의학적 중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임상시험과 무작위 위약대조 임삼시험(RCT)은 377건(2.6%), 메타분석/리뷰/체계적리뷰는 1517건(10.3%)을 차지했다.

2024년 9월 1일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 전체 연구는 1만 6,803건으로 늘었지만 임상시험/RCT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05건)으로 줄은 반면 메타분석/리뷰/체계적리뷰는 11.1%(1863건)으로 상승했다.

2025년 3월 1일부터 2025년 8월 26일까지 전체 연구는 1만 3,650건, 이 중 임상시험/RCT 비중은 2.3%(314건)로 더 줄은 반면 메타분석/리뷰/체계적리뷰는 11.2%(1522건)으로 소폭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공의의 빈자리…연구 행태·양적 변화 가시화

전공의의 사직으로 교수들의 당직 시간이 증가하면서 임상시험 관련 연구는 줄어든 반면 기존 연구를 분석하거나 리뷰하는 방식으로 연구 재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

이와 관련 이상석 인제대상계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KJA 편집장)는 "증례를 빼고 임상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며 "본인이 직접 진료했던 환자 혹은 병원 전체 환자 의무 기록을 종합해서 후향적으로 관찰 연구하는 방향이 있고, 다른 하나는 전향적으로 시험약을 투약해 기존 약이나 위약과 비교하는 RCT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RCT 연구는 소멸하다시피 된 상황"이라며 "주요 원인은 RCT를 교수 혼자서 진행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향적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선 연구자들이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의 배경, 안전성, 위험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임상 과정에서 각 환자별 자료의 수집, 취합, 등록 등의 행정 절차가 수반되는데 의정 갈등 전에는 전공의들이 이 절차를 상당 부분 담당했다.

이상석 교수는 "현재 전공의들이 없어 행정적 절차를 원활히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기존에 진행하던 임상도 올스톱됐고, 새로 시작되는 임상도 아예 시도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등록 현황에서도 감지된다.

의정 갈등 발생 이전인 2023년 3월 1일부터 2024년 2년 29일까지의 전체 임상 시험은 1028건, 연구자 임상시험은 121건이었지만 갈등의 촉발 이후인 2024년 3월 1일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 전체 임상 시험 895건, 연구자 임상시험 61건으로 각각 12.9%, 49.6%의 감소가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KCI(Korea Citation Index, 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 등재된 국내 발간 학술지의 논문·인용 정보도 영향권에 놓였다.

2025년 3월부터 8월까지 의학 분야 게재 논문 건수는 352건으로 전년 동기 440건 대비 20%가 감소했다.

댓글
새로고침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
더보기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