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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을 보며 9세기 신라 경주가 떠오른 이유

신형준
발행날짜: 2019-12-17 10:33:23

대한의사협회 신형준 홍보위원
대한의사협회 신형준 홍보 및 공보 자문위원

|호시탐탐 왕권 노린 경주 귀족처럼
|회장 직 탈취에 몰두한 몇몇 감투 쓴 의사들
|내분으로는 ‘의료 새 세상’ 열지 못해

의사는 아니지만, 최대집 집행부 출범 때 "국민과 의사를 가깝게 할 수 있는 레토릭을 만드는 데 도움이 돼 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 이사로 일하게 됐다. 단 몇 주 의협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서기 9세기 신라가 딱 요 모양이었겠구나'였다. 호시탐탐 왕권 탈취를 노리는 진골 귀족 세력 간 쟁투 탓에 피가 마를 날이 없던 경주처럼, 의협이 딱 그런 꼴이었다.

'귀족 상쟁' 탓에 몰락한 신라와 의사 사회의 공통점

신라의 역사는 상대(上代)와 중대(中代), 그리고 하대(下代)로 삼분된다. 이중 하대는 김 씨 일가 귀족에게 살해된 혜공왕(재위 765~780년)의 죽음 이후였다. 신라 몰락의 서막이었다.

이후 신라 왕실은 죽고 죽이는 암투가 이어졌다. 서기 9세기 전반에만 세 명의 왕이 일가친척이 되는 진골 귀족에게 살해됐다. 정치와 행정이 제대로 작동될 리 만무. 결국 지방의 호족이 발흥했다. 양길과 궁예, 견훤, 왕건이 그들이다. 최고 엘리트인 김 씨 귀족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 ‘새 세상’은 진골이 보기에는 '듣보잡'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열고 있었다.

현 집행부 출범 직후의 의협을 지켜보면서 놀랐던 것은 '반란을 꿈꾸는 감투 쓴 의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집행부 출범 초기부터 탄핵을 노리는 듯 보였다. 서기 9세기 경주의 귀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물이 났다. 의사도 아닌 필자가, 의사들이 벌이는 이전투구의 장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사직을 미련 없이 던졌던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20년째 반복되는 내분

요즘 최대집 회장에 대한 탄핵 주장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지난 20년 간 의협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탄핵할 사람은 마땅히 탄핵해야 한다. 그렇다면 탄핵하자는 사유부터 면밀히 살피자.

결국 수가 대폭 인상에 실패했다거나,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 저지를 못했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회장이 바뀐다고 이 주장이 현실화될 수 있느냐다.

우선 따질 것은 문케어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다. 보장성을 강화한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표를 의식해서 정책을 펴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반(反)민주'일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처럼 극단적인 경우를 들면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보장성 강화가 시대적 흐름이라면 '완급 조절'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다. 문케어 파기를 외치기보다는.

저수가 문제도 그렇다. 국민은 병원에 가든 않든 '세금과 다름없으면서도 해마다 다락 같이 오르는' 건강보험료를 다달이 내며 한숨 쉰다. 은행에서 빌린 채무와 건강보험료 미납분이 있을 때, 변제 우선순위는 무조건 건강보험료다. 법에 그렇게 정해져 있다. 우리 의료 정책은 어찌됐든 사회주의적 틀을 근간으로 한다. 제도로 인한 고통이라면 '그래도 진료를 통해 밥벌이를 하는' 의사의 고통이 크겠는가, 아니면 세금처럼 다달이 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그것이 크겠는가?

필자 주변의 자영업자들은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아파도 약국에서 약을 사 먹으면서 참는 사람도 많다. 필자의 경우 1990년 직장 생활 이후 건강보험료로 지금까지 낸 원금(회사 분담금 포함)만 1억 원 정도는 된다. 그러나 '자유인'이 된 지난 11년 동안 단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병원에 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런 와중에 몇몇 의사들의 주장처럼 "수가를 30% 높이자"거나 "문케어를 타도하자"는 주장이 먹힐 수가 있을까?

국민은 의사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의사들이 고통당하고 희생한다는 이야기를 의사들은 안타깝게 이야기하지만, 국민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TV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단 한 번이라도 보셨는가? 필자가 대학에 입학한 1984년, 연세의대의 커트라인은 후하게 쳐도 서울대 중하위권 공대보다 낮았다. 지금은 전국의 꼴찌 의대 커트라인이 서울대 공대의 커트라인과 비교되는 세상이다. 특정 학과의 커트라인은 그 학과가 배출하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와 선망의 표상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힘들다고 외치겠다고?

설사 정권이 바뀌어도 수가의 대폭 인상이나 '공공성이 강한 의료 정책의 후퇴'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한데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의협 집행부를 탄핵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사실, 그 누구도 이룰 수 없는 일로 보이는데?

파업을 하자고? 파업 주동자들이 줄줄이 연행되고, 파업에 단순 가담한 의사들이 운영하는 의원에까지 국세청 조사관 2~3명이 나와서 장부의 먼지까지 탈탈 터는 것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일까?

병자호란 때 숱한 선비들이 전쟁을 외쳤다. 그러나 주전파(主戰派)의 대표자였던 김상헌마저 호미조차 들지 않았음은 물론, 남한산성이 열리고 청에 항복할 때 몰래 혼자 도망갔음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돼 있다.

현실이란 그런 것이다. 지난 3월 호기롭게 파업을 외쳤지만 여론을 등에 업고 강공에 나선 정부에 밀려 단 하루 만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경우도 이를 증명한다.

현실과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어떻게든 국민을 '의사 편'으로 설득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의사 사회는 어찌됐든 '대외적으로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뭉친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것이 현금 의사 사회에서 최우선의 과제일 것이다. 그래도 정부와 싸워 이기기 힘든 판국이다.

실상은 '감투 쓴' 몇몇 의사들이 협회장을 주살하기에 바쁠 뿐이다. 그렇게 등극한 새 왕 역시 문케어 저지나 수가의 대폭 인상을 이룰 수 없기에, 누군가 또다시 "왕을 참수하자"고 나설 것이고... 그 반복되는 역사가 의협에서는 어느덧 20년 가까이 되는 듯하다.

경주의 진골 엘리트 귀족들이 그 짓거리를 하다가 급기야 경애왕이 견훤에게 자살을 강요당했고, 왕비가 적장에게 성적 능욕마저 겪었다. 결국 그 잘난 신라의 엘리트들은 나라를 제 손으로 '듣보잡' 출신 왕 씨에게 가져다가 바쳤고.

중앙 대의원, 의협 중심 단합에 힘 모아야

물론 "최대집도 그렇게 해서 회장이 됐다"고 이야기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에게 '원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라도 그런 '못난 되돌이표'는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엘리트 귀족 간 내분으로 나라를 망친 신라 꼴을 따를 것인가!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인 의사들, 특히 의협 중앙대의원들이 최소한 그것만큼은 기억하시기를 엎드려 바란다. 제대로 된 싸움을 위해서라도, 엘리트 간 내부 다툼은 무조건 멈추고 뭉쳐야 할 때라는 것을.

*칼럼 및 기고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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