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기기업체, 중국 현지 대리인 갑질에 '속앓이'
'수입 의료기기 대리인' 규정 내세워 과도한 수수료 요구
정희석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9-05-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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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훈 중국센터장 "대리인 역할 대행…수출 지원 앞장"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김세훈 중국현지화진출지원센터장
[메디칼타임즈 정희석 기자] 중국 내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이 현지 법적 대리인으로부터 과도한 수수료 요구에 시달리는 등 피해를 입으면서 속앓이를 겪고 있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재화) 김세훈 중국현지화진출지원센터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 '수입 의료기기 대리인 관리방법' 규정을 발표했다"며 "이로 인해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이 일부 대리인들로부터 부당한 수수료 지급을 강요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규정은 수입 의료기기 안전성 확보와 유통시스템 투명화를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중국 시진핑 정부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 정책 연장선상에서 또 다른 수입 의료기기 '비관세 장벽'으로 자국 의료기기산업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

수입 의료기기 대리인 관리방법 규정에 따라 대리인들은 제품 하자, 인사사고 등 수입 의료기기 이력관리에 대한 역할과 의무가 한층 강화됐다.

김세훈 센터장은 "기존에는 현지 대리인들이 한국 업체와 중국 NMAP(National Medical Products Administration·국가약품감독관리국) 사이에서의 단순한 연락사무소 역할 정도를 수행했다"며 "하지만 이번 규정에 따라 수입 의료기기 이력관리는 물론 인허가 등록·변경까지 업무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중국 대리인들이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을 상대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이전보다 역할이 강화되고 업무 또한 늘어난 만큼 대리인 비용을 올려 달라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대리인들이 요구하는 수수료 수준은 얼마나 될까.

김 센터장은 "업체와 대리인마다 계약에 따라 다르고 또 대리인이 판매까지 책임지느냐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라고 전제한 뒤 "대략적으로 기존에는 연간 법적 대리인 비용이 품목별 약 1500(약 178만원)~2000달러(약 237만원)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새로운 규정이 발표되면서 대리인들이 최소 5배에서 최대 10배까지 오른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해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의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과도한 수수료 요구는 특히 영세한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시장에 진출한 업체 대부분은 규모가 작아 제조 또는 판매법인을 설립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법적 대리인을 통해 NMPA 인허가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

더욱이 설령 제조·판매법인을 설립하더라도 기존 대리인으로부터 그 자격을 이전·인수받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대리인을 찾기도 쉽지 않다.

김세훈 센터장은 "한국 업체 입장에서는 대리인 없이는 수출을 못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과도한 수수료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대리인 변경 절차는 어렵지 않지만 새로운 대리인을 찾기가 쉽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대리점들은 갑의 위치에서 계약을 파기하거나 폐업을 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 한 대리인은 수수료 인상을 수용하지 않은 한국 업체에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폐업했다.

일정기간 이 사실을 몰랐던 한국 업체는 제품 NMPA 인허가 자료만 있었을 뿐 대리인에 대한 사업자등록증 등 아무런 정보가 없다보니 추후 대리인 변경에 큰 곤욕을 치렀다.

해당 사례는 그나마 운이 좋았다.

대리인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수입 의료기기 유통은 엄연히 불법이다.

따라서 만약 이러한 사실이 규제당국에 적발됐다면 NMPA 인허가 취소는 당연하거니와 최악의 경우 400만위엔(약 6억8500만원)까지 벌금을 낼 수 있어 사업 자체를 접어야하는 불이익을 피할 수 없다.

다행히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중국현지화진출지원센터는 수입의료기기 대리인 관리방법 규정을 악용한 일부 대리인들로 인한 한국 업체들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올해부터 법적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조합이 2016년 중국 염성시에 설립한 중국센터는 그간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의 중국 현지화 진출사업을 중점 수행해왔다.

그러다 일부 대리인들의 횡포가 점점 심해지자 올해 초 대리인 역할 수행을 골자로 한 사업계획서를 복지부에 제출해 정식 사업 승인을 받았다.

김세훈 센터장은 "조합 중국센터는 NMPA에 2등급 의료기기까지 수출입업 등록을 통해 현지 대리인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이 중국센터를 대리인으로 변경하면 센터가 해당 업체 제품에 대한 대리인 신고를 다시 NMPA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한 장점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한국 업체들이 대리인들의 과도한 수수료 요구 등 '갑질'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물론 중국센터 역시 수수료를 받지만 현지 대리인들이 요구하는 부당한 비용수준보다 크게 낮은 기존 가격대로 받고 있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중국센터 자체가 정부사업으로 설립된 기관인 만큼 한국 업체들의 기술유출 방지와 지식재산권 보호에도 훨씬 유리하다는 점이다.

김 센터장은 "중국센터는 이미 조합 회원사 3곳의 법적 대리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근래 들어 대리인 변경이나 수수료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등급에 이어 3등급 의료기기 대리인 수행도 준비하고 있다"며 "더불어 피부미용 의료기기와 밀접한 화장품까지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센터가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서류작업이 많아지고 베이징에 위치한 NMPA 본청 출장이 잦아지는 등 업무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는 품목이 다양하고 인허가 역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앞으로 중국센터가 직접적인 인허가 컨설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세훈 센터장은 중국 진출을 꿈꾸는 국내 업체를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중국 수출이 과거보다 까다로워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 세계 의료기기시장 2위 중국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이 안정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조합 중국센터를 믿고 중국시장에 도전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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