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노트| 의국의 일원, 레지던트
우리가 몰랐던 성형외과의 세계…박성우의 '성형외과노트'[25]
박상우 객원 (hovinlove@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18-10-12 12:00
2
의국의 일원, 레지던트

1년의 인턴 수련을 마치면 평생 전공을 택한다. 전문의가 되는 길, 그 4년의 수련 과정을 밟는 이들을 '레지던트' 혹은 '전공의'라고 부른다.

대다수의 과(2015년 기준)는 전통대로 수련기간을 4년으로 정하고 있다. 1년차, 2년차, 3년차 4년차로 올라가는 동안 각 연차마다 맡겨지는 업무와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정해져 있는데, 일종의 접근 권한 가능 범위와도 같아서 연차가 올라가는 것은 신분이 상승하는 것과 같고 위계질서도 엄격하다.

물론 인턴과 레지던트 모두 수련 의사의 범주에 속한다. 인턴이 일반적인 의사 수련을 밟는다면 레지던트는 세분화된 전문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과정상의 차이도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소속감이다. 레지던트가 된다는 것은 곧 그 분야의 일원이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의사 가운 앞에 소속 과가 새겨진다. '의사 ○○○'에서 '외과 ○○○' 혹은 '병리과 ○○○'처럼 말이다. 전문과는 행정상 분류한 부서 같을지 모르지만 의사 입장에서 전문과는 하나의 개별적인 학문 분야나 다름없다. 개별 학계에 학자로서 인정받는 과정의 초입에 선 것이 레지던트인 것이다.

소속감 외에 인턴과 레지던트의 차이는 스스로의 의료 행위에 본인이 책임을 진다는 점이다. 인턴은 교육수련부 소속의 초짜 의사나 다름없어 간단한 술기 외에는 지도 의사가 함께한다.

지도 의사는 보통 레지던트가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혹여 병동에서 채혈검사를 하거나 동의서를 받는 도중, 보호자들이 "여기 좀 도와주세요!'하고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얼떨결에 간호사와 함께 환자에게 가지만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진다.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겁부터 나는 찰나에 레지던트가 나타나면 등장만으로도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인턴에게 전해지는 유명한 조언이 있다. "위급한 상황을 맞이하면 레지던트부터 찾아라."

레지던트부터는 자신의 담당 환자와 그 상황에 대한 책임이 주어지기 때문에 1년차 수련은 혹독하다. 책임을 진다는 것, 특히 막 1년차 레지던트가 그 상황에 직면했을 때 중요한 것은 언제 개입하고 언제 보고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레지던트라고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단계마다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처치가 있고 즉시 보고해서 선배 레지던트, 종합병원에서는 교수님으로 불리는 전문의 선생님에게 맡겨야 하는 경우가 있다.

1년차 때 주어졌던 지령은 "모든 것을 윗연차에게 보고하라'였다. 모든 상황에 대해 본인이 판단하기 전에 선배와 상의하는 것이 조언이자 명령이었다.

성형외과 1년차는 단순 업무만 하는 것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다른 종합병원에 비해서도 월등한 수술 건수를 자랑했고 이는 업무 양과 비례했다. 6시간이 넘는 미세수술들을 포함하여 한 달 평균 300건, 일 년 평균 4,000건에 육박하는 성형수술을 4년 내내 했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성취감도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건 단연 서러웠던 1년차 때다.

레지던트의 업무

처음으로 응급실에서 환자 얼굴을 봉합했을 때의 보람과 환희는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고된 몸을 뉘여 단잠에 빠질 때마다 오는 응급실 콜 때문에 1년차 때엔 응급실에서 해방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성형외과는 진료 기록 중 디지털 사진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과는 대개 진료 기록이 의사의 진찰 소견과 혈액검사, X선이나 CT, MRI 등으로 이뤄진다.

성형외과의 경우 얼굴이나 가슴, 복부 등의 외상이나 기형, 혹은 미용의 대상이 표면에 있어서 사진이 매우 중요하다.

'의학 사진 찍는 법'이 교과서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을 뿐더러 성형외과 레지던트로서 사진 잘 찍는 것, 그리고 사진기에 정통하는 것이 수련의 일부였다. 자칫 알아보기 힘든 사진을 찍거나 환자 사진을 누락하고 분실했을 때는 수술실이 떠나갈 정도로 혼나기도 했다.

수술 일정을 정리하는 것과 환자에게 전화하는 것도 업무의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재건수술이라 해도 환자가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리된 수술 스케쥴에 응급 수술이 끼어 들어오면 환자들에게 전화해서 정리해야 했는데, 그럴 땐 내가 의사인지 비서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길어진 수술을 끝내고 내일 수술 일정이 잡힌 환자에 게 밤 10시에 전화했다가 핀잔을 들었던 서러움은 나만의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선생님 전화 기다리느라고 전화기 붙들고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내일 뵐게요'라는 자상한 환자의 목소리를 들으면 상처받은 마음이 이내 치유되기도 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한 레지던트의 삶. 틈 나는 대로 지친 몸을 눕히게 된다.
레지던트는 단순 업무만 하는 고용노동자가 아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과정과 같아서 교육도 빠지지 않는다. 추세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주 월요일 아침 의학 저널을 읽고 발표하고 수요일에는 세미나나 외부강연, 목요일에는 환자 증례 토의, 금요일에는 교과서 읽기 등이 몰아쳤다.

병원 업무가 끝나갈 듯하면 공부에 발표 준비 를 했고, 발표를 하고 나면 업무가 이어졌다. 아침 7시에 시작하는 교육 미팅 때문에 새벽 5시, 6시부터 드레싱과 회진 준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래서 레지던트들은 이 일상을 비시어스 사이클(vicious cycle), 즉 악순환의 연속이라 부른다.

의사들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레지던트 수련을 한다. 전문의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개원가 상황도 있고 막상 일반 의사만으로는 무언가 아쉬운 마음도 있을 것이다.

4년이면 총 3만 5040시간이다. 그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며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하는 만큼 수련 기간은 값지다.

최근에는 레지던트 수련 환경 개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개별 레지던트가 수련에 자부심을 느끼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 독자의견
    2
    익명의견 쓰기 | 실명의견쓰기 운영규칙
    닫기

    댓글 운영방식은

    댓글은익명게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익명은 필명으로 등록 가능하며, 대댓글은 익명으로 등록 가능합니다.

    댓글의 삭제 기준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제한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상용 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 근거 없는 비방·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

      특정 이용자 및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적인 내용의 글 및 직접적인 욕설이 사용된 경우

      특정 지역 및 종교간의 감정대립을 조장하는 내용

      사실 확인이 안된 소문을 유포 시키는 경우

      욕설과 비어, 속어를 담은 내용

      정당법 및 공직선거법, 관계 법령에 저촉되는 경우(선관위 요청 시 즉시 삭제)

      특정 지역이나 단체를 비하하는 경우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해당인이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특정인의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전화, 상세주소 등)를 무단으로 게시하는 경우

      타인의 ID 혹은 닉네임을 도용하는 경우

    • 게시판 특성상 제한되는 내용

      서비스 주제와 맞지 않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경우

      동일 내용의 연속 게재 및 여러 기사에 중복 게재한 경우

      부분적으로 변경하여 반복 게재하는 경우도 포함

      제목과 관련 없는 내용의 게시물, 제목과 본문이 무관한 경우

      돈벌기 및 직·간접 상업적 목적의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

      게시물 읽기 유도 등을 위해 내용과 무관한 제목을 사용한 경우

    •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 기타사항

      각 서비스의 필요성에 따라 미리 공지한 경우

      기타 법률에 저촉되는 정보 게재를 목적으로 할 경우

      기타 원만한 운영을 위해 운영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

    • 사실 관계 확인 후 삭제

      저작권자로부터 허락받지 않은 내용을 무단 게재, 복제, 배포하는 경우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경우

      당사에 제공한 이용자의 정보가 허위인 경우 (타인의 ID, 비밀번호 도용 등)

    • ※이상의 내용중 일부 사항에 적용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으실 수도 있으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이더라도 불법적인 내용으로 판단되거나 메디칼타임즈 서비스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선 조치 이후 본 관리 기준을 수정 공시하겠습니다.

      ※기타 문의 사항은 메디칼타임즈 운영자에게 연락주십시오. 메일 주소는 admin@medicaltimes.com입니다.

    등록
    0/300
    등록
    0/300
    • ;;310263
      2018.10.13 09:19:55 수정 | 삭제

      레지던트 제도 자체가 모두를 루저로 만드는 매트릭스다.

      글쓴이의 사고 방식 자체를 모두 바꾸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형병원에서 쌓은 임상경력도 의미없고, 특정과를 한 것도 사실 의미없다. 모두가 거대한 사기꾼 놀이에서 서로서로 속고 속이면서 남의 것을 빼앗는 매트릭스에 빠져있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정확하게 10년 안에 잘못된 의료수가 및 차등적이고 위헌적인 자격증 논쟁을 대한민국에서 없애고자 한다.

      댓글 0
      등록
    • ;;310262
      2018.10.13 09:18:24 수정 | 삭제

      레지던트 제도 자체가 모두를 루저로 만드는 매트릭스다.

      레지던트가 신분도 아니고, 전문의는 더더우기 신분이 아니다. 의사는 면허로 끝이다. 그런데 굳이 자격증을 더 위인 것 처럼 해서 대학병원과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 20~30대 젊고, 저가의, 고급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사기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일본처럼 연수과정에 크게 의의를 두어서는 안된다. 어차피 보건복지부에서는 일본을 벤치마킹해서 국민의료비를 감축시키기 때문이다.

      댓글 0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