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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그 봉직의의 선택은? '노동조합' 설립

발행날짜: 2018-04-06 06:00:58

흉부외과 전문의 김재현 씨 "의사도 노동자로서 요구할 권리 있다"

폐암 수술을 받고 표적치료까지 모두 받아 표준치료가 끝난 암 환자가 있다. 병원은 그에게 수지상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환자는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부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개원부터 근무하던 흉부외과 김재현 전 과장(47, 단국의대)이 내부고발자가 된 결정적 계기였다. 죽음을 맞은 환자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바로 김 전 과장이었다.

"직접 수술한 초기 폐암 환자 3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재발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5년을 더 살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컸다. 그런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임상시험을 계속하는 병원이 이해가 안 됐다."

김재현 전 과장
김 전 과장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임상시험의 중단을 주장했고, 환자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병원에 이야기했다.

"문제를 제기했던 2015년 임상시험 대상자 7명 중 5명에게서 폐렴이 생겼고 2명이 폐렴으로 사망했다. 병원은 폐렴과 사망 사이에 연관성이 없고 임상시험 관련 환자 모두 건강하다고 언론에까지 공식 발표했다. 면역억제제 가장 큰 문제가 폐렴이고 그 때문에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의뢰로 2011년부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지상세포 면역치료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지상세포는 몸의 면역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다. 인체에 수지상세포를 주입해 활성화시켜 암세포가 들어오면 항유전자로 인식시키는 방법의 항암치료가 임상시험 주 내용이다. 총 42명의 모집 대상 중 폐암 환자 11명과 위함 4명 등 15명이 참여했다.

김 전 과장은 의학원이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래부 등 정부 기관에 의혹을 제기했다. 의학원은 사실이 아니라며 맞섰다. 그리고 지난해 김 전 과장을 2년 연속 저성과라는 이유로 해고했다.

김 전 과장에 따르면 6개월밖에 본적 없는 진료과장이 그에 대한 인사평가 점수를 최하점으로 줬다. 개원 초부터 4년 동안 70~80점을 받아왔는데 갑자기 20점대를 받은 것. 매년 2000만~3000만원의 연구과제도 모두 잘렸다. 김 전 과장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동료 의사에게도 불이익이 돌아오는 것도 목격했다.

김 전 과장은 불이익이 지속적으로 되는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때 퍼뜩 떠오른 게 '노동조합'이었다.

의사 노동조합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국가 기관에 민원도 넣어봤고, 국민 신문고에다가도 이야기해봤다. 국무총리실에 진정서까지 보냈다. 환자도 민원을 넣었지만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했다. 믿을 것 노조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노조를) 만들기는 쉽지만 탄압을 견디기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그는 노조 설립을 추진했고 노무사를 통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을 소개받았다.

"이틀 만에 의학원에 근무하는 의사 50여명을 일일이 찾아가 노조 가입 여부를 물었다. 대부분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했지만 선뜻 나서기를 꺼려 했다. 고맙게도 12명이 가입을 해줬다."

그렇게 12명의 동료 의사와 지난해 9월 공공운수노조 산하에 의사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절실함이 없으면 무너지는데, 누구보다도 처한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의사가 독립적 진료 보장과 고용 안정을 위해, 환자 안전을 위해 싸워본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의사들도 노동자와 똑같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현실을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복직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지방노동위원회는 김 씨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의학원도 지노위 결정을 받아들여 4~5월 중 복직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의사노조의 교섭권도 인정받아 설레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병원을 상대로 '노동자로서'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임단협에서 진료권익위원회 개설을 요구하려고 한다. 환자나 의사가 병원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때 노조에 이야기하면, 노조가 원장과 그 불이익에 대해 이야기하는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다. 내부고발을 할 수 있는 루트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의사 노조를 전국적으로 만들기 위해 의사노조 준비위원회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

연고 하나 없는 부산에 암 환자 치료 하나만을 보고 자리 잡은 김 전 과장. 평소 환자에 대한 그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환자는 약자다. 특히 암 환자는 더 그렇다. 암에 걸리면 두려움이 너무 크다. 의사는 자기 환자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 환자'가 손해를 보고 불이익을 받으면 불편함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게 된다. 환자 권익을 위해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게 많다. 노조가 그 원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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