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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투여 럭스터나, 유전자 검사 치료전략 중요하죠"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세계 첫 유전성망막질환(IRD, Inherited Retinal Dystrophy) 유전자 치료제인 '럭스터나(보레티진 네파보벡, 한국노바티스)'가 마침내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활용되기 시작됐다.지난 2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 최근 첫 환자가 성공적으로 럭스터나 투여 받으면서 실명 위험에 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의 활용도 보다 '가격'에 대한 이슈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질환의 인식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치료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키 위해서는 환자 발굴과 함께 이를 위한 유전자 검사 활성화를 과제로 꼽고 있다. 아이오와대 안과 교수인 스티븐 러셀 교수는 럭스터나의 FDA 허가에기반이 된 임상 3상의 제1 저자다. 럭스터나 국내 급여적용과 함께 임상현장에서 본격 활용되면서 국내 의료진과의 치료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럭스터나 허가 임상을 주도한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안과 및 시과학 교수인 스티븐 러셀(Stephen R. Russell) 박사를 만나 유전자 치료제 럭스터나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과제를 들어봤다."협진 중요한 럭스터나, 고위험 환자 관리 필요"럭스터나는 IRD 발생원인 중 하나인 결핍, 결함이 있는 RPE65 유전자를 단 1회 투여만으로 정상 유전자로 대체해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PE65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IRD는 눈에 들어온 시각 정보를 신경 신호로 변환하고 뇌로 전달하는 망막 내 시각 회로(visual cycle)에 이상이 생긴다. RPE65 유전자 돌연변이로 시각 회로에 필수적인 RPE65 단백질이 감소, 망막세포가 파괴되면서 시야가 점차 좁아지다가 결국 실명에 이를 수 있다.즉 럭스터나 투여 시 문제된 RPE65 유전자를 대체해 시력과 시야 등을 유지시켜준다는 것이다.다만, 럭스터나 투여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의료시스템을 갖춘 곳에서만 가능하다. 치료제 조제 시스템, 전담 관리 인력과 함께 진단검사의학과와의 협진체계를 갖춘 대형병원에서만 가능하다는 뜻으로 미국에서도 21개 대형병원에서만 럭스터나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현재 3개 대학병원에서 럭스터나 투여 시스템을 마련해 환자 진료가 가능하다. 스티븐 러셀 박사는 "럭스터나 투여를 위해서는 조제 시 특수한 방법으로 희석하고 전체 취급 과정 동안 절대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므로 지원이 가능한 약국도 함께 있어야 한다"며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럭스터나 치료센터는 1·2차 의료기관 보다는 대학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스티븐 러셀 박사는 희귀질환의 특성 상 질환 인식 제고와 함께 환자 발굴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우선적으로 고위험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고로 럭스터나 투여 대상인 RPE65 유전자변이로 인한 IRD는 상염색체열성 질환으로, 만약 부모가 각각 보인자인 경우 자녀가 해당 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25%이다. 만약 한 가족이 RPE65 유전자 변이로 인한 IRD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다음 아이도 같은 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25%다. 즉 유전성 질환인 만큼 대상이 될 수 있는 고위험 환자군에 대한 적극적인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RPE65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하디-바인베르크평형(Hardy-Weinberg equilibrium) 계산법을 통해 산출해 낼 수 있다"며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eber congenital Amaurosis, LCA)의 발생률은 8만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돼 있다. 미국 인구가 3억 5000만명이기 때문에 결국 약 4100명의 환자가 LCA 표현형을 가지고 있다고 계산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스티븐 러셀 박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면 8% 정도에서 RPE6 5유전자 변이가 확인돼 실제 환자수는 350명으로 환산된다"며 "미국에서는 초반에 제일 빨리찾아 낼 수 있을것으로 생각했던 LCA 관련 RPE65 유전자 변이 환자를 모두 찾아내지는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파악한 가족들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가족을 계산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스티븐 러셀 교수는 미국에서도 럭스터나가 고가 치료제와 수술이 까다로운 탓에 의료진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약사와의 협업으로 수술을 들어가기 전 약제실에서 주사제를 준비할 때부터 치료제를 2개를 준비하는 등 백업 시스템도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럭스터나 한국 투여조건 놀랐다"지난 2월부터 국내에서도 럭스터나가 급여로 적용된 가운데 정부는 구체적인 투여 대상을 명시했다. 급여 적용을 위해서는 ▲RPE65 돌연변이의 유전자적 진단(biallelic pathogenic 또는 likely pathogenic RPE65 mutations) ▲투여 시점 기준 만 4세 이상 65세 미만 ▲양안 최대교정시력 0.3이하 또는 양안 시야 20도 미만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더불어 충분한 생존 망막세포가 존재할 경우 ▲빛간섭단층촬영 소견에서 후극부의 망막 두께 > 100㎛ ▲안저소견상 후극부 내 위축 또는 색소 변성이 없는 망막면적이 시신경유두 면적의 3배 이상 존재 ▲Goldmann III4e isopter 또는 이에 상응하는 것으로 측정한 시야가 중심 30도 이내에 남아 있는 경우 등의 세부조건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이를 두고 스티븐 러셀 박사는 한 마디로 "놀랐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충분한 생존 망막세포가 존재할 경우 제시한 3가지 기준 중 1가지만 충족해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국내는 모두 충족해야 하는 차이점이 있다.그는 "미국은 충분한 생존 망막세포 기준 3개중 1개만 충족해도 사용 가능하다"며 "임상 3상에서는 럭스터나 투여 이후 충분한 효과를 보였다는 것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제약 요건을 통해 환자의 시야나 시각이 수술 전에는 좋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스티븐 러셀 박사는 "진행성 질환 신약을 승인받는 데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이러한 부분인데, 단순히 치료제가 환자 상태가 악화 되는 것을 막는 정도의 효과만을 보인다면 FDA 관점에서는 충분한 효과라고 보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개선효과를 FDA에 입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된 기준이다. 한국에서는 3개의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급여가 인정된다고 하는데,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를 모두 요구하는 것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꼬집었다.그렇다면 급여 기준 상 투여 시점 기준을 '만 4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설정된 것은 어떨까. 스티븐 러셀 박사는 "미국에서는 1세부터 사용 할 수 있다. 하지만 3~4세 정도까지 발생하는 시각 손실은 정도가 약하다"며 "임상연구에서 확인한 가장 어린 환자가 4세다. 실질적으로 현재도 다수의 병원에서는 낮은 연령대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3세까지는 시각 손실이 많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스티븐 러셀 박사는 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럭스터나의 충분한 효과를 경험했다고 하면서 국내에서와 환자 발굴과 적극적인 치료를 기대했다.그는 "럭스터나는 안과질환에서 뿐만 아니라 전체 치료제 중 FDA가 승인한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로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 걱정했었다"며 "현재 여전히 그 효과가 3년 이상으로 유지 되고 9년, 10년차까지 추적하고 있는 환자들도 있을 만큼 장기적인 효과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스티븐 러셀 박사는 "결국 RPE65라는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있어야 치료가 가능하다"며 "그 경우 치료를 통해 환자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다는 데에서 엄청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환자에게 맞춤화된 정밀의학의 결정체"라고 덧붙였다. 
2024-05-14 05:30:00제약·바이오

서울의대·울산의대 교수들 '주1회 휴진'…육아휴직도 결의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30일부터 주 1회 휴진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또 서울아산병원·울산의대 소속 교수들은 오는 25일부터 실질적인 사직에 들어간다.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오후 총회를 열고 논의한 결과 4월 30일부터 주1회 셧다운(휴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또한 이날 오후 총회를 통해 25일 사직하기로 합의했다. 각 진료과 사정에 따라 당장 병원을 그만두지 못하는 교수들은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서울의대·울산의대 비대위는 교수들의 피로도를 호소하며 주1회 휴진키로 합의했다. 울산의대는 젊은교수의 육아휴직을 결의했다. 다시 말해 25일 사직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각 진료과별로 예약된 진료와 수술 상황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병원에 남는 교수는 5월부터 주 1회 휴진키로 한 것이다.또한 울산의대 교수 중 8세 이하 자녀를 둔 교수의 육아휴직도 결의했다. 젊은교수들의 피로도가 극심하다보니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을 적극 활용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울산의대 비대위 측은 "의대교수들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로 진료와 수술을 재조정할 수 밖에 없다"며 "5월 3일부터 주1회 휴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전국 의과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도 오는 26일 서울성모병원 학장에게 그동안 취합한 8개 산하 병원 교수들의 사직서를 제출키로 했다.특히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 중 1/3 이상이 빠른 시일 내에 실제로 병원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병원 의료대란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충북의대·충북대병원은 지난 주부터 매주 금요일 휴진을 선언한 상태이며 충남의대·충남대병원 비대위도 금요일 휴진을 결정했지만 병원 측은 정상진료를 유지한다고 번복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의대교수 사직으로 환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 곁을 지켜달라"면서 "현장에 남아 환자들과 함께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달라"고 호소했다.한편, 대통령실은 23일 "의대증원 관련 의료계의 원점 재검토 입장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혀 강대강 대치가 지속될 전망이다. 
2024-04-23 21:05:23병·의원

코일색전술, 의료진 과실 없는데…770만원 배상한 이유는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고령의 환자에게 뇌동맥류 소견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코일색전술을 진행했다. 수술을 마친 환자는 편마비 증상으로 우측 팔다리 마비 및 인지 능력 저하 등이 나타났다.환자 측이 의료진을 향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진의 술기상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은 77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2022년 4월 중순 70대 환자 A씨는 어지럼증 등을 느끼고 인근 병원을 방문한다. 뇌 MRA 검사상 뇌동맥류 소견이 나타나자 B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돼 신경과 및 신경외과 외래 검사를 진행한다.4월 말 검사결과 전교통동맥 부위 미파열성 뇌동맥류 5.77×3.67mm, neck 3.43mm가 관찰되자, A씨는 B병원에 입원해 뇌혈관 조영술을 받고 퇴원한다.5월 중순이 되자 A씨는 B병원에 재차 입원해 오전 8시 45분부터 11시 25분까지 전신마취하 코일색전술을 받는다.당시 수술 도중 동측 전대뇌동맥 전체 폐색(ipsilateral ACA was total occluded)이 발견됐다.A씨는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입실해 항혈전제 투여를 받았으나, 의식이 혼미하고 우측 편마비 증상 등이 나타나 당일 오후 4시 53분경 뇌 MRI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좌측 뇌경색 소견이 확인됐다.A씨는 항혈전제 투약과 혈압조절 등 집중치료를 받고 수술 8일 차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이후 계속해서 B병원에 입원해 보존적 치료 및 재활 치료 등을 받았다.8월 말 우측 어깨 통증이 나타나자 주사 치료, 우측 어깨 MRI 촬영, 재활의학과 협진 등을 받고 9월 중순 퇴원했다.A씨는 현재까지 거동 어려움을 비롯한 인지 및 언어기능 저하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나타나, 인근 다른 병원에서 재활치료와 언어치료 등 병동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령의 환자에게 뇌동맥류 소견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코일색전술을 진행했다. 수술을 마친 환자는 편마비 증상으로 우측 팔다리 마비 및 인지 능력 저하 등이 나타났다.이에 환자 측은 B병원 의료진이 코일색전술 과정에서 스텐트를 삽입하지 않은 과실로 코일이 탈출했고, 그로 인해 혈관이 폐색돼 우측 팔다리 마비 및 인지 능력 저하가 나타났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또한 환자 측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의료진이 사전 설명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의료진은 A씨의 뇌동맥류 크기가 장축 5.77mm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고, 스텐트 삽입이 필요한 경우로 판단되지 않아 코일색전술만 시행했다고 반박하며, 적절한 술기였음을 주장했다.불가항력적으로 코일이 모동맥쪽으로 이탈돼 좌측 대뇌동맥 혈류가 폐색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의료진은 이를 해결하고자 항혈전제와 와이어를 통해 개통을 시도했으나 혈관 파열 등을 초래할 수 있어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고, 중대뇌동맥을 통한 우회 혈류를 확인하고 수술을 종료했다.설명의무 위반과도 관련해, 환자실 입실 후 위 상황 및 A씨 경과에 대해 보호자에게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환자 의식 상태 명료한데 자녀에게만 수술 설명…자기결정권 침해"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A씨에 대한 코일색전술 및 수술 후 치료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중재원은 "미파열 동맥류의 코일색전술 과정에서 코일의 이동으로 모동맥이 막힌 것으로 보인다"며 "재관류를 시도했지만 혈류가 회복되지 않았고, 중대뇌동맥을 통해 일부 혈류가 흘러들어옴을 확인하고 수술을 종료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이어 "스텐트 사용 여부를 포함한 수술 재료의 선택은 의사 전문 재량권의 영역을 스텐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또한 수술 중 동맥류 내에 위치했던 코일이 이동해 정상 모동맥이 막히게 됐을 때, 의료진이 와이어를 통한 재관류를 시도하고 항혈전제를 투여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중재원은 "의료진은 수술 후 뇌경색 발생에 따른 우측 편마비와 언어 장애, 인지 기능 저하에 대해 적절한 경과관찰 및 약물치료, 재활 치료를 시행했다"며 "A씨와 관련된 진단, 검사, 수술, 처치 등에 의료진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설명의무 위반이 B병원 의료진 발목을 잡았다.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해 환자나 법정대리인 등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상, 환자가 아닌 친족 등 보호자의 승낙만 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B병원 의료진은 A씨 상태를 고려해 환자의 가족들에게 혈관 내 동맥류 색전술 동의서 서식을 통해 환자 상태, 수술의 목적, 방법, 장단점, 예상 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해 설명했다.하지만 중재원은 수술을 받을 당시 A씨의 의식 상태가 명료했기 때문에 환자 본인에게 시술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고 판단했다.중재원은 "환자 본인이 수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고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데 B병원 의료진은 A씨 자녀에게만 서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자기결정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중재원은 A씨가 B병원에서 치료받으며 발생한 진료비 1144만원 중 773만원의 지급 채무를 면제하고, 서로 향후 이 사건과 관련해 일체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할 것을 권유했고 양측 모두 받아들였다.의료관계자들은 고의성이 없음에도 치료 및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 책임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필수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진 책임 쉽게 인정…필수의료 위축 불가피"코일색전술과 관련해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돼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지난 2023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박준민)는 코일색전술을 받은 환자의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의료진 과실은 없지만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며 환자에게 1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수술동의서 등을 살펴보면 진단명 및 수술법,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은 인정되지만, 뇌동맥류 자연 경과 및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 예후, A씨 뇌동맥류 위치로 볼 때 수술 중 파열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의료관계자들은 고의성이 없음에도 치료 및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 책임을 쉽게 인정하는 것은 필수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고강도, 고난이도로 지금도 지원자가 적은 뇌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의료법학회 관계자 A씨는 "뇌졸중 등은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한 질병으로 서울대형병원에서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 해 숨진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며 "필수의료 중 필수의료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의료진 과실 책임이 인정됐다는 기사가 빈번히 나온다면 당연히 해당 과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이어 "특히 수술과 그 후 처치에 대해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인정받았음에도 설명의무나 서류작성의 미진함 등을 이유로 1000만원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의사에게 가혹한 면이 있다고 보인다"며 "코일색전술이 환자에게 적절한 수술이었고 수술 과정에 의사가 최선을 다해 과실이 없다면 의사에게도 면책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4-04-16 05:30:00정책

발프로에이트 처방 요주의...기형 이어 자폐 위험도 높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최근 뇌전증 임신부가 복용하는 항경련제 성분 중 발프로에이트의 선천 기형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자폐 위험도 역시 기타 약물 대비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미국 하버드 T.H. Chan 공중보건대 소니아 에르난데스 디아스 등 연구진이 진행한 토피라메이트, 발프로에이트, 라모트리진 노출에 따른 자폐 위험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NEJM에 21일 게재됐다(DOI: 10.1056/NEJMoa2309359).토피라메이트, 발프로에이트, 라모트리진은 모두 뇌전증에 사용되는 항경련제의 일종이다.뇌전증 여성의 경우 임신 중에도 항경련제 약물 중단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태아에 대한 영향 관계가 최근 집중 조명되고 있다.특히 이달 공개된 연구에선 레베티라세탐, 옥스카르바제핀 및 라모트리진에 노출된 신생아는 상대적으로 기형 위험도가 낮았지만 카바마제핀, 페노바르비탈, 발프로에이트는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레베티라세탐의 기형 위험도는 2.5%였지만 발프로에이트는 9.9%에 달해 임신부에 있어 주의가 필요한 약제로 꼽힌다.연구진은 임신 중 발프로에이트의 사용은 태아의 신경발달 장애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선행 연구에 따라 자폐증의 위험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코호트에 착수했다.200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임산부와 자녀의 인구 기반 코호트를 기반으로 항경련제 노출은 임신 19주부터 분만까지 처방전 기준으로 정의됐다.임신 후반기에 토피라메이트에 노출된 아이들의 자폐증 위험은 항경련제 비사용군과 비교했고, 양성대조군으로는 발프로에이트 사용군, 음성대조군으로는 라모트리진 사용군으로 설정했다.8세 때 자폐증 추정 누적 발병률은 항경련제에 노출되지 않은 소아의 전체 인구(419만 9796명)에서 1.9%였다.뇌전증이 있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로 제한했을 때 발병률은 항경련제에 노출되지 않은 경우(8815명) 4.2%, 토피라메이트에 노출된 경우(1030명) 6.2%, 발프로에이트에 노출된 경우(800명) 10.5%, 라모트리진에 노출된 경우(4205명) 4.1%였다.항경련제에 노출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한 성향 점수 조정 위험비는 토피라메이트에 노출된 경우 0.96, 발프로에이트에 노출된 경우 2.67, 라모트리진에 노출된 경우 1.00로 발프로에이트에서만 약 2.7배에 달하는 위험도 상승이 관찰됐다.연구진은 "자폐증 발병률은 항경련제에 노출된 아동에서 더 높았다"며 "기타 교란 요인을 조정한 후 토피라메이트 및 라모트리진에 대해서는 그런 위험도가 상당히 약화됐지만 발프로에이트만은 위험이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2024-03-26 12:04:47학술

한미 송 회장 "후계자는 임주현"...아들들 지분 해외 매각할 듯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그룹의 송영숙 회장이 후계자는 장녀인 임주현 사장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25일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입장문을 공개했다.송영숙 회장은 "해외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 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 경우 해외 자본의 속성상 한미의 철학보다는 자신들의 수익에 혈안이 돼 한미그룹 가족(임직원)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일부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며, 1%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신약개발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특히 송 회장은 그동안 부모의 마음으로 참고 또 참아왔으나, 이제 결단할 때가 왔다고 전하며, 창업주의 꿈을 지켜낼 자녀는 임주현 사장 뿐이라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송 회장은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선언했다.마지막으로 송 회장은 한미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제약기업으로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며, 주주들이 입장과 결정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2024-03-26 11:16:44제약·바이오

김윤 교수, 비리 의혹 정면 반박…강력 대응 예고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윤 교수가 경기도의사회가 제기한 자녀 입시·병역비리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이 같은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김윤 교수는 지난 13일 경기도의사회가 제기한 각종 의혹이 가짜뉴스라고 밝혔다.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윤 교수가 경기도의사회가 제기한 자녀 입시·병역비리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경기도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김윤 교수 아들의 서울대 의대 편입 및 병역 기피, 미국 의사 생활 의혹과 김 교수의 정부 기관 연구용역비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의혹을 공개 검증하라는 요구다.관련 의혹은 김윤 교수 아들의 서울대 의대 편입 과정에 특혜가 있었으며 현재는 미국으로 넘어가 의사로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김윤 교수 측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문과 출신으로 의대를 다닌 적이 없으며 의사도 아니다. 미국에서 거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원이라는 것.또 그의 아들이 군 입대 후 알 수 없는 이유로 2개월 만에 조기 전역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윤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군필자라고 반박했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병적증명서를 더불어민주당연합 최고위원회 면접에 가져가 확인받았다는 설명이다.정부기관에서 수억 원 연구용역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연간 2~3억 원 수준의 연구비였으며 그 액수가 늘어나거나 별도의 특혜를 받은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김윤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당에 전달했고 협의가 끝나는 대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024-03-15 10:37:27병·의원

경기도의사회, 김윤 교수 입시·병역비리 의혹 제기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경기도의사회가 더불어민주연합 김윤 비례대표 후보에 자녀 입시비리 및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전에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를 공개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다.13일 경기도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더불어민주연합 김윤 비례대표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제기하며 당 차원에서 이를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경기도의사회가 더불어민주연합 김윤 비례대표 후보에 자녀 입시비리 및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했다.경기도의사회는 그의 아들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입시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본인의 교수 직함을 이용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또 군 입대 후 2개월 만에 이해할 수 없는 질병을 사유로 제대하는 등 병역 비리가 의심된다는 것. 현재 그의 아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의사로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이와 함께 김윤 후보 본인도 정부로부터 수억 원의 연구용역비를 받는 등 특혜가 있었고, 지난 2008년 광우병 괴담을 선동한 의사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경기도의사회는 "평소 국민 앞에서 팩트체크를 강조해 온 김윤 교수는 본인에 관련된 부적절한 의혹에 대해서 스스로 팩트체크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며 "불과 얼마 전까지도 현재 대한민국 의료 수준을 중하위권이라 비하하고 의사들의 이기심으로 의료현장이 망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이어 "그러면서 정작 본인의 아들은 대한민국 필수의료 현장을 버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의사로 살게 했다면, 그 사실 만으로도 국민의 공복이 될 자격이 없다고 할 것"이라며 "최근 제기된 자녀 교육에 대해 널리 퍼져 있는 의혹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더불어민주당은 김윤 공천 전에 반드시 국민 앞에 이에 대해 공개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4-03-13 21:22:54병·의원

서울의대 교수들 '사직' 배수의 진…정부·의협 출구전략 제안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18일부터 자발적인 사직을 예고한 한편, 정부·의료계 모두의 출구전략 마련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12일 서울대학교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제안서를 발표했다. 정부·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정치권·교수·전공의·국민 등이 모두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요구다.서울대학교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제안서를 발표했다.서울대 비대위 방재승 위원장은 전날 긴급총회를 열고 오는 18일부터 교수들도 자발적인 사직에 나서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안이 87%의 동의를 얻었다는 설명이다.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진정성 있게 합리적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으면 18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이 같은 집단적인 사직을 막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그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아버지인 정부가 어머니인 의사에게 윽박지르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자녀인 국민이라는 비유이다.방 위원장은 "정부와 의협, 의대생, 전공의 모두가 너무나 강대강 대치여서 해결할 방법이 없다. 우리 서울대 비대위가 제안하는 방법은 협의체 구성이다"라며 "우선 정부에 바라는 바는 의대 증원 규모를 무조건 2000명으로 정하지 말고 증원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대화에 나서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이어 "의협 역시 전면 재검토가 아니라 의대 증원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 이렇게 협의를 시작하면 의대생과 전공의도 전원 복귀한다"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협상 테이블에 정부와 의협만 앉았는데, 여당·야당 그리고 국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협의체를 구성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도 조명했다. 오는 18일 지나면 전공의 사직서가 수리되고 의대생도 26일부터 모두 유급한다는 우려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의료 파국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와 관련 그는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데 빅5병원, 소위 대형 병원이 돌아갈 수가 있겠느냐"며 정부는 많은 예산을 써서 대형 병원을 지키려고 하는데 그 정도 재원이 있었다면 이미 필수 의료나 공공의료, 지역의료에 써야 하지 않았겠나"고 반문했다.정부와 의료계 간 불신이 심화한 상황은 난점으로 꼽았다. 정부와 의사들 모두 서로가 제시한 근거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등 공신력 있는 해외 기관에 의사 인력 추계 연구를 의뢰하자는 제안이다.관련 연구는 2012년 이뤄진 OECD 보건의료 데이터가 고작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관련 연구에서 한국 의료 인력 급증으로 다른 OECD 국가 인력의 수준을 따라잡았는데, 이후 12년이 지났으니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방 교수는 "전공의 대부분이 필수의료 인력이다. 이들이 환자보다 개인을 우선했다면 의대를 졸업하고 바로 피부·미용으로 갔을 것이다. 이들이 왜 안 돌아오겠느냐"며 "본인 역시 환자만 바라보고 30년을 일해온 의사다. 이런 자리에 서기가 많이 겁나지만, 외부 압력에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면 학자적 양심으로서 비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이어 "3월 말까지 정상 진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는 파국이고 시국 선언을 해야하고 이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환자다"라며 "1년 뒤에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이 그대로 들어올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필리핀·싱가포르 의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 국민보다 우리나라 국민을 치료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거듭 강조했다.
2024-03-12 12:09:14병·의원

정부 타깃된 '미복귀 전공의' 생계비 지원 나선 의사단체 눈길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예고하면서 이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의사단체 대책을 구체화했다. 병원이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으면서 이들의 경제활동이 중단됐다는 우려에서다.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천광역시의사회는 오는 5일 열리는 상임이사회에서 사직 전공의에 대한 생계자금 지원책을 의결할 방침이다. 인천광역시의사회는 관련 재원과 구체적인 금액을 대외비로 부치면서도, 적은 액수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인천시 소재 사직 전공의다.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예고하면서 이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의사단체 대책이 구체화했다.또 인천시의사회는 이미 지난달 관련 기획안을 만들었고, 이를 각 지역의사회 및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인천시의사회가 이 같은 지원책을 마련한 배경은,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공의 급여체계는 기본급에 각종 수당이 더해지는 방식이다. 주 44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최저시급만 받게 된다는 의미다.특히 전공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기타 다른 직무를 겸직하지 못한다.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해주지 않는 동안 전공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인 것.이 때문에 이미 지난달부터 생계 문제를 겪는 전공의들이 나오고 있다는 게 인천시의사회의 설명이다. 또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작하게 되는 전공의 특성상, 결혼해 자녀가 있는 경우가 많아 생계 문제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다.특히 대출금이나 5만 원 이상의 신용카드 대금, 카드론, 할부금융대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데, 정부는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예고하고 있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문제는 정부가 사직 전공의 지원을 집단행동 교사·방조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위반한 경우 의료법에 따른 면허정지 처분 및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5년 이하의 징역,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 질 수 있다.또 정부가 의협 비대위에 투쟁 성금 모금 중단을 요청한 것을 고려하면, 전공의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인천시의사회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전공의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는 정부가 사직을 막아 피해를 보는 전공의를 돕기 위함이지,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인천시의사회 조병욱 총무이사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나왔으니 법적으로 다른 의료기관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들의 경제활동을 막아놓은 것"이라며 "일반의로 활동할 수 있는 이들을 전공의만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노예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이어 "전공의는 다른 병원에서 충분히 일반의로 일할 수 있다. 환자를 안 보겠다는 것이 아니다. 왜 이들을 수련병원에서 최저시급만 받고 일하게 가둬둬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전공의들의 어려움이 크니 누구 한 명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전체 전공의를 아우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03-05 05:30:00병·의원
인터뷰

"전문의가 전공 포기하는 잘못된 세상…누군가는 나서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의료계 투쟁이 한창이다. 의과대학생은 휴학계를, 인턴·전공의는 사직서를 내고 있으며 일선 개원의나 봉직의·교수들도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이를 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의사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를 '밥그릇 지키기'라고 생각하는 탓이다. 국민은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는 막말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이다.메디칼타임즈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인 좌훈정을 만나봤다.이들이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고 생업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투쟁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디칼타임즈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인 좌훈정을 만나봤다.좌 회장은 일반과개원의협의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본인의 전공을 포기하고, 일반 진료로 전환해 회원이 되는 상황을 숱하게 봐왔다고 전했다.실제 건강보험통계를 보면 2007년 기준 일반과 표시 의원은 7000여 곳이었다. 이중 일반의가 2600여 명, 전문의면서 일반의원으로 개업한 경우가 4500여 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0년엔 일반과 표시 의원이 9000여 곳으로 늘었으며, 전문의로 일반의원을 개원한 이들 역시 6000여 명으로 늘었다는 것.지난 13년간 일반과 표시 의원 중 일반의는 400명 정도 늘어난 반면, 전문의는 1500명이나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전문의의 일반과 개원 추세는 더욱 심화해 소속 회원이 1만여 명까지 늘었다는 설명이다.또 회원들의 전공 구성을 보면 안과·성형외과·피부과 등 인기과를 제외한 대부분 과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성별에 따라 환자군이 달라지는 우리나라 전문의 제도 특성상 전문과목을 표시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와 관련 그는 "우리가 계속 주장하는 바가 이것이다. 우리나라 의사는 부족하지 않고 나아가 전문의가 부족하지 않다. 다만 그 전문의가 본인의 전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일반과개원의협의회 회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전문의들이 자기 전문과 진료를 포기하는 현상 이면에는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큰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이어 "전문의가 부족한 게 아니고 이들이 일반과로 개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라며 "일반과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조금씩 늘어날 수 있지만, 전문의가 본인의 전공을 버리고 일반과로 개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세상이 아니라고 본다. 이는 본인의 만족도나 국민 건강에 모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좌훈정 회장은 전문의가 전공을 포기하고 일반과로 개원하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그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기 위해 의료 위기를 부풀려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전문의가 늘어난 반면 오히려 소아 환자는 줄어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환자와 보호자가 등하교·출퇴근 시간에 몰리는 것을 '오픈런'이라며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것.그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저수가와 의료 분쟁 위험성을 꼽았다. 이는 의료계가 십 수년간 계속해서 주장해왔던 내용인데, 들어주지 않겠다면 차라리 필수의료를 공공화하라는 지적이다.그는 "계속 얘기하니 입이 아프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상대가치에 의해 전체가 묶여 있다. 하나를 인상하려면 다른 하나를 줄여야 하는 구조여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선 수가가 늘어날 수가 없어 총점 고정 방식이 아닌, 꼭 필요한 부분엔 재정을 순증해야 한다는 게 그동안의 요구였다"고 설명했다.이어 "어떤 지역에서 지자체가 지원해 산부인과를 개원했는데 1년 동안에 분만이 7건밖에 안 돼 결국 문을 닫은 일이 있다"며 "소아 환자가 없고 분만이 없는데 왜 소청과나 산부인과가 없느냐고 하는 꼴이다. 적자를 감수하고 경영하라면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맡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의 90%는 민간이고 민간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 같은 의료계 주장이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의사가 대표적인 고임금 직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사 임금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오는 상황에서, 의사가 저수가로 경영난을 겪는다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실제 높은 개원의 수입은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이 때문에 봉직의·교수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는 주장이다.이와 관련 좌 회장은 의사의 수입이 오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 등에 노출되는 의사 수입은 순수익이 아닌 매출이라는 것. 여기엔 진료에 사용되는 재료대, 약제료, 임대료, 인건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특히 개원의는 자영업자로 보험이나 자녀 학자금, 퇴직금 등 사회적 보장을 받지 못하며 세금으로 내는 비용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그는 필수의료 문제의 원인으로 저수가와 의료 분쟁을 꼽으며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좌 회장은 "매출은 수입이 아님에도 언론 등에 의해 오도되고 있다. 일부 상위권 개원의들의 수입이 평균인 것처럼 다뤄지는 데 스포츠로 비교하면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는 반면, 수천만 원의 연봉에 그치는 선수도 있다"며 "일부 선수의 연봉이 높다고 배부른 소리라며, 전체 연봉을 낮춰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이어 "가장 큰 문제는 의료 분쟁이다. 100만 원 하는 수술을 하고 1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 경우가 잦은데 아무도 이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비난받고 아무도 책임은 져주지 않는 것"이라며 "국가가 의사에게 희생과 봉사를 요구하려면 적어도 최소한의 신분과 생계를 보장하고, 의료 분쟁에 대한 책임은 져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정부가 의대 증원 당근책으로 제시한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과 관련해선, 어차피 의사가 책임·종합보험과 공제에 가입해야 해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투쟁에 나서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후배들에게 비겁하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에도 의협 임원으로 투쟁에 참여했던 바 있다. 결국 의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이를 접고 5년간 지방에 내려가 있기도 했다. 다만 개인적인 삶을 위한다면 의사회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이와 관련 좌 회장은 "이는 본인뿐만 아니라 대부분 의료계 지도자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 너무 가슴이 아프고 화가나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며 "과거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서를 받은 적이 있고 지금도 상황도 악화하면 언제든 행정처분이나 형사고발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부담스럽지만, 정부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다. 이를 방치하면 의료계의 미래가 암울하기에 누군가는 싸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서게 됐다"며 "의사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생계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어떤 책무는 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4-02-29 05:30:00병·의원
초점

의대증원 규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역인재 전형' 확대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정부가 2000명이라는 역대급 규모의 의대 증원과 함께 지역인재전형을 대폭 확대할 방침인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의료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증원 규모가 역대급이다 보니 늘어나는 정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또한 굉장히 중요한 문제. 의료계에서는 급격한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의과대학 교육 질 격차를 불러오고, 이에 따라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특히 의료계 한 인사의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반면, 일각에서는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지역의사 공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의대증원과 함께 지역인재전형에 대한 의료계 안팎의 시선에 대해 알아봤다.■ '의대생 2000명'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합격선 요동 우려"정부는 2025학년 대입 전형부터 의대 정원을 기존(3058명)보다 2000명 증가한 5058명으로 확대하고, 지역인재전형 비율도 6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4월 말쯤 확정될 전망이다.지역인재전형은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이탈을 완화하기 위해 신입생 일부를 지역 거주 학생으로만 선발하는 제도로 2023학년도부터 의무 비율이 법으로 정해졌다.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은 40% 이상, 강원권, 제주권은 20% 이상이다.의대 증원을 감안하지 않은 2025학년도 기준으로 지방권 의대 27곳은 전체 모집정원 2023명의 52.8%인 1068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정원 증원과 '지역인재전형 60% 이상' 조건을 적용하면 의대 지역인재전형은 2018명이 된다.지역인재전형은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이탈을 완화하기 위해 신입생 일부를 지역 거주 학생으로만 선발하는 제도로 2023학년도부터 의무 비율이 법으로 정해졌다.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은 40% 이상, 강원권, 제주권은 20% 이상이다.정부는 당장 법을 개정하는 대신 정책 인센티브 수단 등을 활용해 지역인재전형 선발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이에 내년도 대학 입시부터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60%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지방 의대들 또한 고심이 깊다.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증원되는 의과대학 정원분을 원하는 규모로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현재 정부가 목표하는 지역인재 선발전형 60%를 충족한 지방의대는 전체 26개교 중 7개교(27%)에 불과한 상황.비중이 가장 높은 의대는 부산 동아대로 49명 정원에 44명(89.8%)을 지역인재로 선발했다. 이어 부산대, 광주 전남대가 각각 80%, 경상국립대(75%), 전북대(62.7%), 조선대·대구가톨릭대(각각 60%) 순이었다.반면 선발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가톨릭관동대로 49명 중 10명(20.4%)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했다. 연세대 미래캠퍼스(24.7%), 한림대(27.6%), 강원대(30.6%) 등도 지역인재 선발 비중이 낮았다.현재 정부가 목표하는 지역인재 선발전형 60%를 충족한 지방의대는 전체 26개교 중 7개교(27%)에 불과한 상황이다.이들 학교는 정부의 목표치를 채우려면 지역인재전형을 상당한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톨릭관동대학교의 경우는 최소 19명의 학생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추가 배정해야 60%를 달성할 수 있다.특히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이 25.8%로 가장 낮은 강원권은 증원분을 고려하지 않아도 100명 가까이 지역인재전형을 늘려야 한다.급격한 지역의대정원 확대는 도내 의대 합격선이 상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장 올해 입시부터 이를 손봐야 하는 대학들의 고심도 깊은 상황.강원대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최근 협약을 맺고 이르면 내년부터 의대 지역인재전형 모집 인원을 현행 30%에서 60%로 확대하기로 했다. 강원도 내 의대 지역인재전형 비율 충족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수능 최저등급 확보를 위해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차원에서 의대 진학 희망생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추가적인 교육도 추진한다.강원의대 관계자는 "강원도는 수도권과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이 있어 특히 인력 이탈이 심각했다"며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면 아무래도 외부에서 유입되는 학생보다 지역에 남아 의료에 힘써줄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하지만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해도 졸업 후 지역 정주가 필수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정주 수당을 마련해주는 등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지방의대 관계자는 "한 해에 지역인재전형을 급격히 확대하면 예년과 비교했을 때 합격선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며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 지자체와 함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수도권-지방 의료격차 우려"vs"의대, 졸업 요건 까다로워 걱정 없다"의료계는 2000명 증원뿐 아니라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통해 이를 배분하겠다는 정책 역시 심각하게 보고 있다.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최근 의대증원에 관한 공개토론에서 "반에서 성적이 20~30등 하는 학생이 의대를 가고, 의무 근무시키는 것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이동욱 회장은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지역의사제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근무 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누가) 그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겠냐"고 말했다.대한의사협회 관계자 A씨 또한 "의대 간 격차를 벌리는 것은 수도권 선호현상에 불을 지피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미 3~4등급도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합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누가 지방에서 수술하거나 진료받기를 원할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의료계는 2000명 증원뿐 아니라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통해 이를 배분하겠다는 정책 역시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역의사제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근무 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누가) 그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겠냐"고 말했다.급격한 지역 의사 공급 증가가 오히려 의료계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지금 당장 증원한 인력이 임상현장으로 나오기까지는 10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한데, 지방 인구 감소세를 고려했을 때 이들의 수요가 없는 것이란 전망이다.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지역의대 출신 의사를 지역에 남아있도록 해도 지방 종합병원급 규모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에 얼마나 많은 환자가 오겠냐"며 "결국 젊은 의사들은 다양한 환자를 진료하며 내공을 쌓아야 할 중요한 시기에 빈 진료실에서 환자를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어 "인구 감소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2000명 증원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기 때문에 전면 재논의가 필요하다. 부족한 의사인력 규모와 배치 방법 등 모든 것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지역인재전형 확대가 질 낮은 의사인력 생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는 지적도 있었다.고려의대 교수 B씨는 "지역 학생에 국한에서 정원을 선발하면 성적이 조금 낮은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천재적으로 뛰어날 필요는 없어 큰 부작용은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그는  "의학공부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천재적일 필요는 없다"며 " 특히 일정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실력이 없는 상태로는 (임상 현장에) 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지역인재전형로 선발된 학생들은 고향에서 시작했으니 아무래도 터전을 잡을 확률이 높다"며 "오히려 학교 측이 한 번에 증원된 정원을 잘 교육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시설과 제도 등을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 아이도 의대 가능?"...문의 빗발치는 입시계정부의 지역인재전형 확대 방침에 입시계는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자녀가 어린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지방 유학'을 고려하며 입시 준비에 들어갔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이와 관련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진지하게 지방 이사를 계획하며 입시 계획을 짜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올해 고교 1학년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7학년도까지는 해당 지방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고교에 입학한 후 졸업하면 지역인재전형으로 지방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하지만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부터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졸업해야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이와 관련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진지하게 지방 이사를 계획하며 입시 계획을 짜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임성호 대표는 "지금도 지역인재전형 비중에 따라 수도권의대와 지방의대 정시 및 수시 경쟁률이 갈린다"며 "우수한 학생이 입학할 수 있는 문을 막아버리고 정시에서 점수 미달로 지방의대를 택한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방의대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이어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한다고 하니 지자체부터 나서서 지역 전입에 따른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25학년도를 기점으로 의과대학을 포함한 입시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2024-02-26 05:30:00정책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센터' 첫날…34건 피해 접수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보건복지부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한 첫날인 지난 19일 하루 동안 의료이용 불편 상황에 대한 상담이 총 103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신고를 접수한 사례는 34건이었다.피해 접수 내용 34건 중 27건이 의료기관으로부터 수술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경우였으며, 나머지는 진료예약이 취소되거나 진료가 거절된 경우였다. ⓒ사진= 메디칼타임즈 자료사진.첫날 상담 내용 중 69건은 의료기관 이용상의 불편하고 불안한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는 등의 의견 개진이었다. 피해 신고된 34건은 발생 가능한 의료사고에 대비하거나 빠른 상황 종식에 힘을 싣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피해 접수 내용 34건 중 27건이 의료기관으로부터 수술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경우였으며, 나머지는 진료예약이 취소되거나 진료가 거절된 경우였다.신고 사례로는, 신고인의 자녀가 1년 전부터 예약된 수술을 앞두고 있다가 갑자기 수술을 위한 입원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고 보호자로서 자녀의 수술과 회복을 돌보고자 이미 회사를 휴직한 상태로 추가 피해마저 우려되는 사례가 있었다.이에, 피해신고‧지원센터는 법률적인 상담도 필요할 것으로 보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연계하기로 했다.피해신고‧지원센터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의 의료이용 불편 해소를 돕고 피해자 소송 등 법률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9일부터 설치 및 운영 중이다.집단행동 종료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며, 법률상담지원은 법무부와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파견한 변호사들이 함께 서비스한다.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경실 총괄반장은 "이번 의사 집단행동으로 국민들께서 의료이용에 불편을 겪는 경우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연락하면 의료기관 관리 및 법률적 상담을 통해서 불편이 해소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4-02-20 18:23:59정책
인터뷰

"인슐린펌프 보급률 0.4%…요양비 지원 최대 맹점"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최근 1형 당뇨병 소아 환자 일가족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1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지원책 강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1형 당뇨병은 평생 인슐린 투여가 필요하고 높은 합병증 위험과 자칫 인슐린 투약량이 과도할 경우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을 수 있어 환자는 물론 보호자까지 생계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특히 당뇨병의 효과적인 관리, 합병증 감소 및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이와 연동되는 인슐린자동주입기(인슐린펌프)에 일부 지원이 시작됐지만 환자가 기기를 직접 구입해 운용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보급률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대한당뇨병학회도 제도 개선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1형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김지윤 당뇨병학회 췌도부전TF 위원(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을 만나 현행 제도의 문제점 및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지난 9일 충남 태안에서 1형 당뇨를 앓던 자녀 등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대한당뇨병학회가 환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핵심은 1형 당뇨병을 '난치성 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김 위원은 "일반인들은 1형, 2형 당뇨병 모두 과식이나 고열량 식품 선호, 운동 부족과 같은 생활 습관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1형은 그렇지 않다"며 "1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회복이 어렵고 치료를 안했을 때는 생명이 위급해 질 수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김지윤 대한당뇨병학회 췌도부전TF 위원그는 "회복이 안되고 치료가 없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부분은 중증 난치성 질환의 정의에 부합한다"며 "중증질환을 선정할 때 의료비 부담이 일정 액수 이상 발생해야 하는데 문제는 1형의 경우 연속혈당측정기 비용이 요양비로 책정돼 의료비 부담에서 산정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현행 완치가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요구하는 중증난치성질환에는 산정특례제도가 적용된다. 산정특례에 해당하면 최대 5년의 치료기간을 한정해 본인부담 의료비를 경감해주지만 1형 당뇨병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주요 이유는 1형 당뇨병 환자의 연간 의료비 부담액이 '연간 본인부담금 100만원 이상'으로 설정된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것. 반면 의료 전문가들과 환자들은 의료기기 관련 소모품 구입 비용이 의료비에서 빠져 있어 표면적으로 보이는 연간 의료비 부담액이 크지 않을 뿐 연속혈당측정기나 인슐린펌프 사용 시 실제 소모품 구입비용은 연간 30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 지적하고 있다.김 위원은 "연속혈당측정기용 용품 구입 비용은 엄밀히 말해 요양비가 아닌 의료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의료비로 산정한다면 1형 당뇨병은 중증 질환의 기준에 부합한다"며 "실제로 해외의 경우 1형 당뇨병을 대부분 중증 난치성 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1형 당뇨병을 중증 난치성 질환으로 인정하게 되면 산정특례를 통해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 경감 혜택이 있다"며 "1형 당뇨병 환자는 매 식사마다 적절한 인슐린 양을 계산해서 맞아야 하는데 과다 투약할 경우 운동 중에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요즘은 연속혈당측정기 등의 기기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그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에 대한 요양비 지원이 있지만 말그대로 의료기관과 무관한 요양비이기 때문에 이런 기기에 대한 지원은 의료기관 내에서 하기 어려운 맹점이 있다"며 "이런 문제들로 연속혈당측정기 보급 인구는 10.7%에 그친다"고 꼬집었다.1형 당뇨병 환자들이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처방전을 받아 외부 의료기기업체에서 기기를 구입해 영수증을 공단에 청구, 일정 금액을 환급받는 구조. 거동이 불편한 1형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자가 기기 구입 및 운용에 거부감을 느껴 보급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인슐린펌프 보급률 0.4%…요양비 적용 정책 개선해야김 위원은 "국내의 연속혈당측정기나 인슐린펌프의 보급이 매우 낮은 주요 원인은 이들 기기에 대한 요양비 적용 때문"이라며 "이는 예를 들면 내시경을 하기 위해서 환자가 직접 내시경 재료를 외부에서 구입해와야 내시경을 받을 수 있는 구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그는 "아무리 의료진이 연속혈당측정기가 필요하다고 말해도 환자에게 구입 절차를 설명하면 십중팔구는 다음에 하겠다고 말하며 미룬다"며 "이런 까닭에 인슐린펌프를 쓰는 비율은 당뇨병 환자에서 1%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이어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인슐린펌프 보급률 연구가 진행됐는데 5만 6900명의 당뇨병 환자 중 센서 연동 인슐린펌프를 처방받은 환자가 241명으로 보급률은 0.42%였다"며 "이같은 저조한 보급률은 요양비 제도로 편입된 것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요양비로 설정된 지원 정책을 의료비로 바꿔 원내 의약품처럼 전문의가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펌프를 처방하면 의료기관에서 자체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김지윤 위원은 "원내에서 기기를 바로 공급할 수 있다면 보급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고령의 환자들의 경우 기기 운용에 애를 먹고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그는 "현행 요양비 제도에서는 의료기기를 의료기관 외에서 관리할 수밖에 없고, 잘못된 설정으로 인슐린의 과소, 과다 투약 시 자칫 심각한 부작용에 빠질 수 있어 고령의 환자에게 무작정 기기를 추천하기도 꺼려지는 게 실상"이라며 "인슐린펌프는 인공 심박동기와 같은 고도의 위해 가능성을 가진 4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특히 다양한 업체들이 내놓은 제품마다 기기 운용 방식이 달라 적절한 기기 운용 설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제품마다 자동으로 인슐린이 주입되는 알고리즘 방식도 있고, 수동 방식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자동으로 작동되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고 말했다.이어 "따라서 의료진이 개입해서 인슐린이 식사량에 맞게 얼마만큼 들어가도록 설정해야 하는지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며 "교육은 최소한 한 시간 이상, 길게는 몇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의료진의 교육 수가 신설 및 의료기기의 원내 처방 가능으로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4-02-13 05:10:00학술

의대생의 해외여행, 과연 당연한 것일까?

메디칼타임즈=전남의대 본과 2학년 김효찬 "이번 겨울에는 어느 나라를 갔다 올까? 엔화가 저렴해졌으니 일본을 갔다 와야지. 나는 싱가폴!"의대생의 소셜 미디어는 방학 때마다 화려하고 이국적인 광경으로 가득 채워진다. 필자 또한 이번 겨울에는 어느 나라를 방문해볼까, 하는 상념에 젖어 있다가 문득 생경함을 느꼈다. 방학을 맞았으니 여행은 당연하고, 해외여행마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이질감을 느꼈던 것이다.지방의 국립대학교에 재학하면서 타과 학생들과 교류하다보면 국가장학금을 받고 다니면서 생활비 전액을 제 손으로 벌어 다니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마저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반면 의과대학 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이런 이질적인 분위기는 사회적으로 조명된 전례가 다수 존재하며, 의대생들의 씀씀이가 타과 학생들과 괴리가 큰 원인에 대해서도 이전에 규명된 바 있다. 그러나 고소득의 가정환경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본 칼럼에서는 통합적, 거시적인 측면에서 의대생들의 소비방식과 금전관념이 타과 학생들과 크게 차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의대생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의대생들의 소비양상이 사뭇 자유로운 데에는 역시 가용금액이 큰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의대생들이 가용할 수 있는 돈의 액수가 큰 데에는 가정환경의 역할이 중요하다.2020년 교육부의 통계자료에 의거하면, 2019년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전국 의대생 61.11%가량이 고소득층(8~10구간) 가정의 자녀이며, 기초·차상위 가정의 자녀는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서 2019년까지, 8-10구간의 소득분위에 해당하는 의대 국장신청자의 비율은 50.91%에서 61.11%로, 불과 5년 사이에 10%포인트 증가했다.2015~2019년 전국 의대 국가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 출처: 교육부교육을 통한 사회적 계층 이동이 쉬운 편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점점 입시가 과열되면서 입시 성공의 여부와 자본력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기 시작했고, 계층 사다리는 끊어지고 있다. 현재 의대생들 중 고소득층 가정의 자녀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통해 그것을 명징하게 볼 수 있다.이렇게 가정에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이 크고, 의대에 보낼 만큼 자녀에게 관심을 크게 주는 고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은 해외여행을 갈 만큼 씀씀이가 클 여력이 될 것이다.의대생들은 고소득의 가정환경뿐만 아니라 다른 경로로도 가용금액이 비교적 크다. 의대생들은 대체로 고액과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이러한 입시 및 교육 관련 아르바이트는 최저시급보다 수입이 높기 때문에 자신이 스스로 벌어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보다 커진다.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본과 3, 4학년 학생들은 소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의과대학생의 신용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또한 의대생의 씀씀이에 영향을 미친다.그러나 비단 가용금액만이 의대생의 경제관념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아니다. 의대생들이 씀씀이가 큰 이유에는 그들의 미래의 소득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래 소득 기대치의 하한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현재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전망을 어둡게 예측한다. 평균만큼의 삶, 적절한 일자리와 안정적인 주거지, 그리고 적령기의 결혼과 출산이 당연했던 이전 세대와는 다른 현 세대의 고충이다.만족할만한 일자리를 찾는 것은 너무 어렵고, 그렇게 직장을 얻어도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감당할 수 없고, 그러다보니 결혼을 할 심적 여유가 결여되고, 출산과 동반되는 경력단절, 육아와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소득으로 충당할 수 없어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되는 세대인 것이다.그래서 요즘의 대학생들은 일찍부터 졸업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고자 치열하게 스펙을 쌓고 돈을 모은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사뭇 다르다. 주어진 학업량이 굉장히 많지만, 그것을 해내고 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의사로서의 소득의 하한선은 일반적인 직장인의 소득 평균보다는 높기 마련이다.전문의로서의 소득을 생각한다면, 주거지를 마련하고 적령기에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는 금액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생 시절에 씀씀이가 조금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추후에 감당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소비양상을 스스로 제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동시에 있는 돈을 모으지 않고 다 써도 괜찮을 것이라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의대생 특유의 경제관념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그런데 씀씀이가 여유로워지는 것과 아예 이질적인 것은 사뭇 다르다. 왜 의대생들은 타과의 학생들과 이렇게까지 사고방식이 크게 차이가 날까? 그것은 바로 의대가 대학교에서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대 중 다수는 타과가 존재하는 본캠퍼스와는 다른, 의과대학만의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생활한다.가톨릭대, 고신대, 동아대, 부산대, 건양대,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의 경우 의과대학 캠퍼스가 본교와 아예 분리되어 있고, 그 외에도 20여개의 의과대학이 학생들로 하여금 본교가 아닌 의과대학만의 캠퍼스에서 학교생활을 하게끔 교육과정을 구성해놓았다. 이렇게 물리적인 거리가 형성되어 있어 의대생들은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다.이뿐만이 아니라 의과대학은 대부분 내부적으로 동아리, 동문회 등을 통해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마련이다. 학과 공부 및 학과 내의 생활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의대생들은 학과 바깥의 인간관계를 다수 형성하고 다양한 환경의 사람들과 만나기 어렵다.이러한 의대 특유의 분리적인 분위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길을 걸어왔고, 비슷한 진로를 향해 같이 나아가는 사람들만이 인간관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대생들은 자신과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기회가 적다. 이 또한 의대생 특유의 경제관념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이러한 경제관념이 옳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신이 충분히 가용할 수 있는 금액 내에서 씀씀이를 어떻게 조정하는지는 개개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의대생들의 경제관념과 그 이유를 파악해보는 것을 통해, 의대생들이 사회의 일반적인 범주와 다소 괴리를 가지고 있는 현상을 조명해볼 수 있다.이러한 이질성은 의대생들의 잘못이 아닌, 그저 사회적인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이 괴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은 분명한 문제이다. 임상에서 일하는 의사는 동료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의 동료와 협력하여, 매일 환자를 대해야 한다. 사람을 이해하고 다가가지 못하면 안 되는 직업인 것이다.그러므로 의대생들은 분리된 의대생들만의 커뮤니티에서 한 발짝 벗어나야 한다. 동료들과 라포를 쌓고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추후 의사가 되었을 때, 의사가 아닌 동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환자를 대하는 데에 있어서는 사람에 대한 폭넓은 이해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사고방식이 유연하게 바뀔 수 있는 20대의 나이에, 다채로운 사람들의 군상을 다수 접할 수 있는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활용하여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어떨까.  
2024-02-05 05:00:00오피니언

1형 당뇨병 일가족 사망 비보…"지원 늘려야"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지난 9일 충남 태안에서 1형 당뇨를 앓던 자녀 등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대한당뇨병학회가 환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25일 당뇨병학회는 1형 당뇨인 가정의 비보와 관련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1형 당뇨인 가정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당뇨병 환자들을 늘 마주하고 당뇨병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저희 학회 회원들은 비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입장을 밝혔다.1형 당뇨를 앓던 자녀 등 일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형 당뇨병에 대한 중증 질환 인정 등의 개선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당뇨병학회는 "인슐린 투여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1형 당뇨인과 췌도기능 장애 당뇨인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련 정부기관과 함께 노력해 왔다"며 "그 결과로 시행된 재택의료 시범사업과 연속혈당측정을 위한 전극 및 당뇨병 관리 기기의 지원 확대는 1형 당뇨병 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그러나 여전히 평생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1형 당뇨인과 췌도기능 장애 당뇨인들은 저혈당과 고혈당 사이를 오가는 병의 경과와 높은 합병증 발생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추가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이들은 올바른 인슐린 주사 교육을 받고 전문적인 진료와 교육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평생 동안의 경제적 부담과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등 여러 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학회 측의 판단.학회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센서연동 인슐린펌프의 사용이 1형 당뇨병의 효과적인 관리, 합병증 감소 및 의료비 절감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부족해 국내에서의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이어 "학회는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1형 당뇨병을 난치성 질환으로 인정하고, 체계적인 교육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며, 요양비에서 급여제도로의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지난해 12월 1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대상의 당뇨병 관리기기의 부담 완화 및 교육 상담 횟수 확대 조치를 오는 2월부터 신속히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이어 최근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1형 당뇨인 및 의료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1형 당뇨병 간담회를 긴급 개최한다.학회는 "1형 당뇨병 관련 정책들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한 정부 노력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며 "학회는 앞으로도 '당뇨병을 넘어 희망으로'라는 이념을 따라, 현장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1형 당뇨인 및 췌도기능 장애 당뇨인들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 방안과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업하겠다"고 덧붙였다.
2024-01-25 16:11:00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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