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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병원 수익 반토막…"앞으로 2개월 버티기 힘들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빅5병원 등 대형병원의 경영난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수련병원일수록 그 파장이 크다.6일 메디칼타임즈가 취재한 결과 빅5병원 대부분 전년 대비 최대 50%까지 수익이 감소했다.서울대병원 한 보직자는 "수술이 줄면서 병상가동률이 절반 정도 줄었다. 병동환자 감소는 장기적으로 외래환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최대 50%까지 수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세브란스병원도 마찬가지다. 세브란스병원 보직 교수는 "하루 30억원씩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면서 "전공의 사직 기간이 2주 이상 되면서 발생한 적자만 수백억원대에 이른다"고 전했다.값싼 노동력인 전공의로 땜질해온 의료시스템에서 전공의가 빠져나가자 고스란히 적자 상태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빅5병원들은 현재 경영상태로는 2개월도 버티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메디칼타임즈.해당 수련병원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빅5병원 보직교수들은 현재 상태에서 오래 버텨야 '2~3개월'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병원은 공공의료 비중이 높아 고정비 지출이 많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기간도 최대치가 2개월이라고 봤다.더 문제는 현재의 시간이 지나도 현재의 상황이 달라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의대증원과 관련 타협이나 협상의 제스처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앞서 사직한 전공의들은 면허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다시 말해 향후 2년간은 전공의로 복직이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일선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대신 전문의 채용해 진료를 정상화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이 과정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 예상된다. 대형 대학병원이 부족한 전공의 인력을 채우기 위해 전문의 채용에 나설 경우, 그나마 버티고 있던 지방의 전문의들의 수도권 이탈현상이 두드러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신촌세브란스병원 또 다른 보직교수는 "경영난이 장기화되면 신규 인력 채용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이는 노조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노조 측은 의사들을 탓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전공의 700명에 임상강사 300명까지 합치면 총 1천명 규모. 이들을 전문의로 대체하려면 약 1600~180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고 봤다. 전문의는 전공의만큼의 근무시간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무급 장기휴가도 권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경영난 대책이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다. 서울대병원 보직 교수는 "휴가는 다양한 자구책 중 하나일 뿐 경영난 해소에는 미약한 수준"이라며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4-03-07 05:30:00병·의원

입원환자 변화와 입원전담의 미래

메디칼타임즈=김지홍 교수 김지홍 교수. 입원전담전문의사라는 직종에 발을 들이고, 본격적으로 병동의 입원환자들을 진료한지도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간다.이 직종을 시작했을 때 만해도 허둥지둥대는 1년차 전공의로 근무를 시작했던 전공의들이 어느덧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였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 시간의 흐름을 더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대학병원에 근무하게 되면 당연히 느낄 수 밖에 없는 시간에 따른 변화이고, 더 오랜 기간 동안 병원에서 재직중인 교수님들 앞에서 3년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우스워 보일지 모른다.하지만 입원환자들의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만큼 입원환자들의 3년동안의 변화는 무시 못할 만큼 상당히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가장 대표적인 변화로 병동 환자의 연령대 증가를 들 수 있다. 수술 환자들의 경우로 예를 들어보면, 기대 수명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술환자의 연령대도 높아만 지고 있다.과거에는 80대에 수술을 받는 환자가 드물었던 반면, 현재는 90대 환자도 수술을 하는 만큼 이제는 고령환자의 수술은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그렇기에 기존에는 고령환자가 단지 고령이라는 이유 만으로 수술 후 중환자실 입실이 필수였다고 하면, 근래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중환자실에 입실하는 경우는 이제 없다고 볼 수 있다.이와 같은 맥락으로 병동환자의 연령대 증가와 함께 병동환자 중증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병동과 중환자실의 치료의 경계에 있는 환자들이 중환자실에 입실하여 치료를 받았다면, 현재는 동일한 활력징후의 환자들이 병동에서도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수술이나 마취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요인의 발전이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실에서도 중환자들의 치료가 가능케 만들었을 것이다.그 중에서도 정책적인 측면 그리고 특히 입원전담전문의 존재가 주치의로 하여금 환자를 중환자실이 아닌 병동에서도 환자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병동환자 중 중환의 비율이 늘어나게 되면, 이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전체 환자의 재원기간이 길어지거나, 합병증 등이 증가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병동의 중환들의 진료를 자연스럽게 전공의 보다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담당하게 되면서 전공의들의 환자보다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의 환자군에서 재원기간과 합병증이 증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나리오다.시나리오와는 반대로, 병동에서의 환자의 재원기간 감소, 합병증의 감소 등의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무엇보다 환자 안정성에 있어서는 더욱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나는데, 그 지표 중 하나인 병원 관련 '위해' (hospital related harm)의 경우, 6.8%나 감소한 결과를 보여주었다.필수의료라는 분야에 있어서 밝은 미래를 보기 힘든 현 의료체계에서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앞으로 환자의 진료에 있어서 나아가야할 방향일지도 모른다.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300병상 당 1명을 배치 함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도 어쩌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단순하게 전문의가 전공의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피상적인 사실을 넘어서 병동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의 존재 유무가 입원 환자 진료의 질을 넘어서 예후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숫자로 보여지는 수치를 넘어서서 병동에서 직접 겪는 실상은 어쩌면 더 와 닿을 수 밖에 없다. 단순하게 환자의 진료뿐만 아니라 병동이라는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관여하고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음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전공의와 같은 동일한 의사뿐만 아니라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때로는 입·퇴원 및 전실 등을 담당하는 원무과 더 나아가서는 검사 및 수술에 관여된 많은 타과의 의료진들이 환자가 입원하는 순간 복잡하게 연계가 되어 있다.그리고 이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는 많은 구성원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존재의 유무는 결국 입원 후부터 순탄한 아스팔트길로 가는지, 아니면 비포장도로로 힘들게 가는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진료 일선에서 느끼는 흐름과 그에 맞춰 발전해 나아가야하는 미래의 그림과는 달리 세상은 반대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넓게 보면 의사라는 직업은 이제 의료, 건강보다는 사회, 정치 뉴스에서 더 자주 언급되는 직업인 듯하고 좁게 보면 의료의 발전은 겉으로 보이는 지표의 유지나 행정적인 미숙함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듯하다.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일들이 정상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있고, 반대로 상식적으로 당연해야 할 것들조차 그렇지 못한 것이 현재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사람의 건강 및 생명을 다루는 일에 있어서는 정도를 걸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시간이 흐를수록 이와 같은 고민들이 해결되기 보다는 더 많이 생겨나기에 가야할 길이 더 멀게만 느껴진다.
2023-03-13 05:00:00오피니언

밤마다 문제 생기는 환자를 위한 의사

메디칼타임즈=김지홍 교수 김지홍 교수. 끝이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병원의 진료시스템도 원상복귀 되고 있는 모습이다.물론 아직까지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병동 면회 금지는 유지되고 있지만, 병원 입구를 수놓았던 발열체크 및 방문기록 제출 대기 줄이 없어진 것만 해도 얼마 전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병동 역시 코로나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가장 대표적으로 병동의 중증환자 비율의 상승을 들 수 있겠다.코로나 중증환자들을 위한 중환자실 병상 확보 명목 하에, 중증환자 중 경미한 중등도를 가진 환자는 중환자실이 아닌 병동에서의 치료가 필요시 되었고. 이로 인해 기존에 비해 병동내의 중증환자 비율이 더 높아졌다.  이처럼 병동의 중증도는 갈수록 올라가면서, 병동에서의 입원전담전문의는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또한 중환자실 자리 확보를 위해 중환자실에서 병동으로 이동하는 순환 역시 이전에 비해서는 빨라지고 있고, 이로 인해서 중증환자들의 재원기간 또한 예전에 비해서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위와 같은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일반 병동 환자의 중증도가 올라가면서 생기는 문제점 또한 여실히 존재한다.바로 입원전담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시간에 생기는 진료 질 하락 문제이다.3형 모델(24시간 운영)을 행하는 병동의 경우에는 24시간 입원전담전문의가 상주하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진료의 질 하락 문제가 잘 관찰되지 않는다.하지만 1형 모델(주중 주간 운영)과 2형 모델(주 7일 주간 운영) 같은 경우,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시간인 야간에 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전문의와 전공의의 진료의 질 차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지만, 본과의 경우 외과 3년제와 전공의 80시간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서 전공의 개개인의 역량과 당직 시간에 근무하는 당직 전공의 숫자가 예전에 비해서는 감소될 수밖에 없기에 이 차이는 더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거기에 코로나 이후 일반 병동의 중증환자 빈도가 더 늘어만 나고 있어, 경험도와 진료의 숙련도로 인한 의료 질 차이는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1990년대부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하여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6만 여명에 달하는 미국에서 역시 위와 같은 문제를 맞이했었다.전공의들의 야간 업무의 가중으로 인해 전공의 당직 의료행위 및 전공의 교육 측면에서 한계점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2000년도 초반에 시행된 미국의 연구들에 의하면 주중에 비해 주말, 그리고 주간에 비해 야간에 환자의 사망률이 증가하였다.또한 야간이나 주말에 생기는 심정지 환자의 경우 주간이나 주중의 심정지 환자보다 생존율이 더 감소한다는 결과를 보였다.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미국에서는 2000년도 후반에 밤에만 상주하는 입원전담전문의인 'nocturnist' 개념이 도입되었다. nocturnist는 야간의 환자 진료 뿐만 아니라 전공의들의 교육 및 지도를 담당하였고, 이들의 존재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이 nocturnist의 필요성은 갈수록 증가하여 병원들의 이들에 대한 요구는 높아졌다. 2011년 한 의료기관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 후 주간과 야간 입원환자들을 비교했을 때, 합병증 및 사망률 등에 있어서 예후에 차이가 없다는 결과도 발표하였다.2017년도 미국 내과학회에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야간의 환자들에게 안전한 진료를 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도를 받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nocturnist가 도입되지 않은 환경의 전공의들 보다 nocturnist가 도입된 환경의 전공의들의 긍정적인 답변율이 더 높았다.또한 2021년도에 동일기관에서 시행한 전공의 설문조사에서도 nocturnist들이 존재할 때가 전공의들이 야간 업무 수행에 대한 부담이 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현재 전공의들의 급격한 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일부 병원들이 야간 당직의사 개념으로 고용하고 있으나, 이들의 수는 소수에 불과하며 하나의 직업군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1형 모델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2,3형 모델의 비율이 감소하는 현 상황에서 야간 및 주말 진료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무엇보다 현 시스템 내에서 아무런 제도적인 보완 없이 이 문제의 해결은 힘들다.병원의 입장에서도 수익적인 측면에서나 '보다 많은' 환자에게 입원전담전문의의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나 1형 모델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더 나아가 1형 모델의 증가의 이유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의 하나인 입원전담전문의 배치 충족을 위해서 1명으로도 사업이 가능한 1형 모델의 도입이라면 이 또한 제도적 보완 없이 위에 언급한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현 수가 제도를 보면 1,2,3형 모델의 소요 재정 총액은 모두 동일하다. 다시 말하면 1형 모델이 운영적인 측면에 있어서 2,3형 모델보다 이득을 가지는 현 상황에서 동일한 조건으로는 2,3형 모델로 유도는 쉽지 않다.2, 3형의 유도가 힘든 현 상황에서 야간 진료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도입한 야간 입원전담전문의인 nocturnist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별도의 보상 체계가 없이는 이미 수요에 비해 충당되지 않는 입원전담전문의처럼 nocturnist의 공급 또한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환자에게 진정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진료의 연속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야간 공백은 있으나 주말 공백은 없는 2형 모델이나 24시간 근무로 전문의의 진료공백이 전혀 없는 3형 모델의 감소와 동시에 관찰되는 1형 모델의 증가는 진정한 양질의 진료의 확대라고는 보기 힘들다.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병동환자의 중증도가 예전에 비해서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2, 3형 모델의 정착은 필수적이다.그러기 위해서는 2, 3형 모델로의 유도가 필수적이며, 이는 현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제도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마찬가지로 nocturnist 제도처럼 보다 의료 일선에서 도움이 되는 제도의 운영을 위해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효율적이고 유연한 운영은 필수적이다.유연하게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수가제도가 기본이 되어야 진정한 환자를 위한 양과 질의 진료가 가능할 것이다.
2022-09-05 05:00:00오피니언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이제부터 중요하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정부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본사업으로 전환했다. 내년 1월부터는 시범사업 형태가 아닌 정규사업으로 안착해 진행한다. "반드시 본사업까지 간다"고 호언장담했던 보건복지부의 약속이 지켜진 셈이다. 일단 한걸음 내딛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초고령화 시대가 빠르게 밀려오고 있으며 일선 병원들은 전공의 근무시간 변화 등으로 병동환자를 돌볼 의료인력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표면상 드러난 결과물은 그러하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불시착에 머물 수 있어 우려스럽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채 그대로 본사업으로 전환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을 하는 이유는 본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비용효과성은 물론이고 의료현장에 적용했을 때 문제를 사전에 파악, 개선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앞서 시범사업 연구용역을 맡은 연세의대 장성인 교수는 기존 시범사업 수가 대비 인상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거듭 의견을 제시했지만 본사업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기존 국내 의료서비스에는 없었던 의료서비스. 새로운 직군이 만들어지는 만큼 기존의 행위별수가를 기반으로한 저수가 구조의 틀을 벗어보자는 여론이 높았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도 입원환자 전담진료가 의료현장에 정착하려면 수가부터 손질해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가는 의료서비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과정에서의 수가 그대로 본사업에 적용하는데 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별도의 '입원전담 관리료'라는 수가를 신설했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저수가의 고리를 끊지는 못한 것. 일선 입원전담전문의 내부에선 당초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수준에 의료서비스에 머무르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의료현장에서 역할을 할 젊은의사들의 진출도 관건이다. 젊은의사들은 단순히 본사업 확정만으로 비전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장기적으로 제도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책적 비전이 필요해보인다. 입원전담전문의 본사업 이후가 중요해보이는 이유다.
2020-12-03 06:00:00오피니언

입원전담전문의를 둘러싼 '동상이몽' (상)

메디칼타임즈=정윤빈최근 정부와 국회, 의료계의 연이은 발언으로 입원전담전문의가 뜨거운 화제다. 전문의에 의한 양질의 입원환자 진료를 표방하며 어렵사리 4년의 시범사업을 이끌어온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보건의료계 최고 수장의 한마디에 의해 ‘인턴의 대체재’로 전락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의 추진 동력이 소위 ‘전공의 특별법’ 제정에 따른 의료현장의 혼란이었음은 사실이며, 따라서 입원전담전문의는 ‘전공의 5년차’라는 우려가 가득한 키워드와 함께 출발하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재원일수 감소, 처치 및 투약의 신속성 증대, 전문적 설명, 환자 만족도 상승, 병동 간호사 업무 만족도 상승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공의와 비교할 수 없는 가시적인 성과들을 나타내었다. 입원전담전문의 도입 후 나타난 극적 효과의 근간은 ‘병동에 상주’하는 ‘전문의’에 의한 입원환자 진료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은 병동환자 진료 이외에도 다양한 공간에서 수많은 업무를 수행한다. 외래환자 진료와 각종 검사, 시술, 연구, 컨퍼런스 뿐 만 아니라 외과계 의사들이라면 하루의 대부분을 수술실에서 보내는데, 병동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들은 다른 공간에 있는 의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급성기 환자의 예후는 진단 및 처지의 정확성뿐만 아니라 그 신속성이 매우 중요한데, 다른 업무 대신 오로지 병동 환자를 위해 같은 공간에 상주하는 의사의 존재만으로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환자 곁에 상주하는 의사가 ‘전문의’일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의료현장의 전공의는 ‘수련의’로서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 권한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전공의에 의한 판단이 정확할지라도 담당 교수의 확인을 거쳐 대부분의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며 이에 의해 시급한 투약과 처치 등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입원전담전문의는 환자 상태에 대한 독립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으로 신속한 처치가 가능하며, 이는 국내의 입원환자 진료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전공의 수련환경 변화에 따른 수련의 질 저하에 의해 전문의와 전공의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 오늘의 의료현장에서 당장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며, 이에 따라 ‘전공의 5년차’의 키워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액공급, 감염관리, 영양지원, 창상관리 등 모든 환자에게 중요하지만 그동안 전문질환 진료에 가려져 소외되었던 영역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의사가 다 아는 것 같지만 실상은 누구의 전문 영역도 아니었던 각 진료과 총론 분야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역할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병동에서 상주하는 전문의에 의한 전공의 교육의 효과는 극명하다. 이제까지의 전공의 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실제적이고 즉각적인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급 년차 전공의에 의해서만 가능했던 예전의 교육 시스템은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도제식 교육 아래 자라오던 전공의들은 이제 배움을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고 있다. 전공의들에게 입원환자 진료를 위한 교육의 기회는 이제 입원전담전문의가 유일한 원천일지도 모른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대한민국 입원환자 진료의 축을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전국 250여명의 입원전담전문의는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에 의한 수준 높은 의료를 고민하고 있는데, 의사 파업 당시에는 ‘비상진료패키지’를 내세우더니 이제는 ‘인턴의 대체재’를 언급하며 땜질용 인력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입원전담전문의의 업무는 입원의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고민할 문제이지, 국가에서 업무의 범위를 지정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의료 현장에 대한 왜곡된 현실 인식의 근본이 대한민국 의료계의 가장 중심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며, 의·정 갈등의 해소를 위해 입원전담전문의가 더 이상 ‘애드립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2020-11-16 05:45:50오피니언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의 '4차병원' 선언, 현실로 이어질까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서울대병원 김연수 병원장이 취임 당시 품었던 '4차병원'의 꿈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을까. 서울대병원은 지난 16일 의료발전위원회 2기를 출범하고 중증환자 진료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하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한 미션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 전경 새롭게 출범한 2기 위원장은 과거 서울대병원 미래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한 권준수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맡고, 부위원장 1명, 내부위원 9명, 외부위원 11명 등 총 22명으로 운영한다. 앞서 의료발전위원회 1기 과정을 통해 입원진료 질 향상을 위한 입원의학센터 설치와 입원의학전담교수 정원 확보 등을 현실화 했다면 2기에서는 중증환자 진료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 1기에서는 중증희귀난치질환 중심 진료체계 구축을 위한 복합질환 분류체계 정립 사업을 추진했지만 2기에서는 이부분을 보다 집중해서 준비할 계획이다. 실제로 첫번째 열린 회의에서 김민선 교수는 중증환자 진료체계를 확립하려면 간호인력 배치와 더불어 근무환경 개선이 우선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즉, 중증환자를 돌볼 간호인력이 근무환경부터 챙겨야 환자의 사망률, 감염발생률도 낮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적정한 간호인력을 배치하는 것 이외에도 2교대 근무제, 간호사 직무순환, 야간근무 연령제한 변경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김동기 진료운영실장은 중증환자 검사와 시술을 적절한 시점에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진료과나 센터별 개별지표 대신 통합적인 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정된 의료자원으로 검사와 시술을 제때 결정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소통, 이를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의약정보파트 김아정 파트장은 중증환자에게 적정한 약제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과 관련해 치료이행기 약물관리서비스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치료이행기 약물관리서비스란, 입·퇴원시 혹은 외래에서 환자가 복용하는 약의 목록을 확인하고 조정하는 것. 김 파트장은 이를 통해 환자의 다제약물 복용이나 약물 이상반응 등 부작용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의료발전위원회 2기는 환자진료 이외에도 병원 내 직원들의 조직문화 개선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이 역할을 맡은 이한별 교수는 병원 내 공간 혁신을 통해 직원경험, 조직문화를 개선한 사례를 제시하며 적정 휴게공간과 소통 공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연수 병원장은 취임 이후 외래중심에서 병동중심으로 병원 운영 시스템을 전환하는 등 '4차병원'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후 입원전담전문의 대거 채용에 나서는 등 병동환자 케어에 인력을 대거 보강함과 동시에 경증환자 축소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의료발전위원회는 이 같은 방향성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한 조직. 실제로 앞서 1기에서도 이를 구심점으로 입원전담전문의 대거 확대 등을 추진한 바 있다. 권준수 위원장은 "앞으로 6개월 짧은 기간일 수 있지만 각 미션에 따른 방향성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까지가 미션"이라며 "집중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연수 병원장이 선언했던 4차병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될 것이라는 게 권 위원장의 전망이다. 그는 "2기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중증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증환자 진료시스템부터 그에 필요한 근무환경 개선 등도 함께 해법을 제시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20-10-22 05:45:57병·의원

코로나 여파보다 컸던 의료파업…병상가동률 더 빠졌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지난 8~9월 뜨겁게 달아올랐던 의료파업의 여파가 코로나19보다 더 광범위하고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입원환자 수가 코로나19 유행 당시보다 의료파업 시기에 더욱 급감했다. 자료제공: 국회 교육위 서동용 의원실 국립대병원 병상가동률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대비 매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3월 대구발 대규모 집단감염 확산 당시 전국 국립대병원 평균 병상가동률 -8.2%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공의, 전임의까지 대거 나섰던 의사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8~9월에는 코로나19 당시 병상가동률보다 더 크게 급감했다. 병원별로 살펴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 3월 -3%, 4월 -3.1%로 중증환자 비중이 높은만큼 상당 수 입원을 유지했지만 지난 8월에는 -12.4%, 9월 -11.3%로 입원환자 수가 줄었다. 당장 수술 건수가 급감하고 병동환자를 돌볼 의사가 빠져나가면서 병동환자를 비운 것이 병상가동률로 반영된 것. 전남대병원도 지난 3월 -9.9%, 4월 -8.9%로 입원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었지만 지난 8월에는 -16.8%, -19.2%까지 더 감소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홍역을 앓았던 대구지역의 경북대병원, 양산 부산대병원 등 일부만 지난 3월 충격보다 덜한 수준을 유지했다. 대구지역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나섰던 경북대병원은 지난 3월 -26.8%로 최악의 병상가동률을 기록하고 4월 -18.6%로 소폭 상승했다. 의료파업이 발생한 지난 8월과 9월의 병상가동률은 각각 -16.6%, -22.6%로 지난 3~4월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대구지역 중에서도 경북대병원이 코로나 격전지였음을 감안할 때 의료파업 여파 또한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산대양산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4월 병상가동률은 -12%, -8.9% 수준이었지만 지난 8월, 9월 각각 -11.6%, -13.6%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대혼란을 겪었던 당시 이상의 파장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동용 의원은 "국립대병원 입원환자 수가 코로나19 대유행시기인 3월, 전년동원 대비 6318명, 4월 8251명의 환자가 덜 입원했지만 의사파업 당시인 8월에는 10,768명, 9월 8826명의 환자가 입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립대병원별로 비교한 결과 전년 동월 대비 15%이상 낮아졌다"며 "코로나19의 확산이 극심했던 대구지역의 경북대병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8~9월 병상가동률이 극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공공병원의 책임방기에 대한 해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이번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국립대병원이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0-10-21 11:03:38정책

'공공' '수련' 두마리 토끼 잡으려다 난감해진 서울의료원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서울의료원 전공의 수련 공백 실태가 드러남에 따라 반년 이상을 마음 고생해온 전공의들의 고충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오죽하면 이동수련을 요구할 지경에 달했을까'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서울의료원 전공의들은 코로나 전담병원과 수련병원은 동시에 가능할 수 없다고 주장, 이동수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의료원 전공의들의 불안감은 국내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서울시가 즉각 서울의료원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일반진료를 중단, 상당수 전공의가 정상적인 수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해당 전공의들의 반발에 서울시가 잠시 일반진료를 유지하면서 수련을 이어가는 듯 했지만 지난 8월 수도권 중심으로 2차 팬데믹 조짐이 확산됨에 따라 또 다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공공병원의 역할인 코로나 전담병원과 미래의 의사를 길러내는 수련병원 운영은 잡을 수 없는 두마리 토끼였던 셈이다. 실제로 서울의료원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이후 신규 입원을 중단하고 외래진료도 최소한으로 축소하면서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상당수 전공의들이 수련에 공백이 발생했다. 서울의료원은 내과, 소청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등 전기모집 정원은 총 27명에 달한다. 서울의료원 전공의도 처음부터 이동수련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시 측에 일반환자 진료를 유지해줄 것을 거듭 요청하며 해당 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가는 것을 원했다. 하지만 공공병원 특성상 언제라도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해야하는 숙명인 이상 더이상의 정상적인 수련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이동수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의료계에 따르면 모자협력 관계에 있는 수련병원으로 파견을 갈 경우 EMR시스템에서 처방권을 갖고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병동환자 케어 수련을 받는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전혀 무관한 병원으로 파견될 경우 주치의도 의대생도 아닌 모호한 입장에서 정상적인 수련이 어려운 현실이다. 일선 전공의 A씨는 "모자협력 병원 이외의 파견은 의대생이 참관수업을 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수련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제대로 수련을 받았다기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공의법에 파견수련은 최대 4개월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기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이를 유지할만한 혜택도 없다고 봤다. 그렇다고 이동수련을 선호했던 것도 아니다. 앞서 제일병원 경영난으로 이동수련을 추진했던 전공의 중에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바 있다. 설령, 대형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간다 손 치더라도 기존 전공의와의 보이지 않는 차별 등 갈등의 소지가 있어 이동수련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카드. A씨는 "전공의 입장에선 이동수련은 적을 옮기는 것인 만큼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다보니 꺼리는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이동수련을 택했다는 것은 제대로 된 수련을 받고 싶다는 요구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확산은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되는 이슈인 만큼 수련병원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한시적으로라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0-09-23 05:45:55병·의원
초점

전공의 빠지면 수술·외래 중단하는 병원 정상일까

메디칼타임즈=이지현·박양명 기자|메디칼타임즈=이지현·박양명 기자| 대학병원에 전공의가 빠지면 셧다운 직전에 이르는 상황이 정상일까. 최근 의료계 총파업 이후 의료계에 던져진 질문 중 하나다. 실제로 전공의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지 일주일째 접어들자 서울대병원 등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은 사실상 셧다운 직전의 위기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 후 세부전문영역을 배우기 위해 존재하는 소위 펠로우라고 하는 전임의까지 빠져나가면서는 수술부터 외래까지 줄줄이 차질이 빚어졌다. 의료총파업을 주도한 전공의. 이들의 의료공백으로 여전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의료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왜일까? 지난 2015년 제정된 전공의특별법에서는 전공의는 병원의 의료인력보다는 피교육자의 권리를 찾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전공의 주80시간 근무 등 수련 패러다임이 변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왜 여전히 일선 대학병원에 전공의가 빠지면 수술은 물론 병동, 외래까지 마비되는 것일까. 의대교수 대비 전공의·전임의 수 1:0.8 수준 일단 전공의 머릿수를 따져보자. 메디칼타임즈가 빅5병원을 대상으로 교수진과 전공의, 전임의 숫자를 확인한 결과 그 비율이 거의 1:0.8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전임의, 즉 펠로우는 세부 전문분야를 갈고 닦고자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간 병원에서 근무하며 술기도 익히고 연구에 집중하는 인력. 이들 또한 교수의 지도가 필요한 의료인력으로 치면 가르침을 줘야 할 교수의 숫자보다 배워야할 의료진의 숫자가 훨씬 많은 셈이다. 병원별로 살펴보면 서울대병원 교수(부교수, 조교수, 임상교수 등 전체 포함)는 약 700여명 수준. 여기에 전임의, 전공의는 각각 320여명, 500여명으로 총 820여명에 달한다. 다시 말해 임상교수 인력보다 전공의, 전임의 등 피교육자 신분을 겸하고 있는 의료인력의 비중이 더 크다는 얘기다. 다른 대형병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도 임상교수 660명이지만 전임의 300여명, 전공의 500여명으로 총 800여명을 훌쩍 넘겼으며 삼성서울병원도 임상교수는 520명에 전임의 260명, 전공의 497명으로 총 757명에 이르는 수준이다. 세브란스병원도 전체 임상교수는 580명. 이는 전임의 290명에 전공의 460명을 합친 750명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전공의법 제정됐지만 여전히 전공의 의존도 높은 현실 이번에는 전공의 한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 수를 따져보자. 복수의 병원에 따르면 전공의 1명당 배정되는 병동 환자수는 대략 15~30여명 수준. 전공의는 환자 입원부터 퇴원까지 모두 관여한다. 입원환자의 입원기록을 비롯해 치료외 퇴원기록을 챙겨야 한다. 수술 환자에 대해서는 2~3개의 관련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설명하는 데만 20분씩 걸린다. 수술 전 준비과정, 수술 보조 역할도 전공의가 맡는다. 전공의들은 병동 환자를 돌보는데 여전히 전담인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에 따르면 환자 30명당 전공의 2명을 배정한다. 하지만 당직, 출산휴가 등 일부 빠지는 인력이 있어 전공의 1명이 30명의 병동환자를 맡아 케어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대형 대학병원은 의료진이 많은 만큼 환자 수 또한 많기 때문에 업무 로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공의, 전임의가 '파업'에 나서면 전체 의사 인력의 절반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져 의료공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내과계 교수는 "사실상 전공의 1명당 돌봐야하는 병동환자 수가 너무 많아 그들이 빠지면 당장 마비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병동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외래에서 수련받을 수 있는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계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도가 높기 때문에 의사 혼자서 일을 해낼 수가 없다. 철저히 분업이 돼 있다"라며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로딩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교수가 아침에 회진을 돌면서 환자를 파악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이라면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그 과정을 챙기는 것은 전공의가 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내과 교수는 "교수는 회진을 돌고 나면 외래진료에 수술에 시술, 내시경, 각종 검사 등을 하게 된다. 그럽 입원환자 관리 대부분은 전공의가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일선 수련병원 교수들은 이번 의료 총파업 사태에서 드러난 여전히 전공의에 대한 높은 의존도의 원인으로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의료제도를 꼽았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전공의법을 만들면 뭐하나. 여전히 전공의는 병동환자를 돌보느라 제대로 수련을 받지 못하는데…지도전문의 제도를 만들면 뭐하나. 교수가 전공의를 수련시킬 시간이 없는데…모두 서류상에만 존재할 뿐"이라며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전공의 수련비용은 물론 교육전담교수를 둘 비용을 지불할 생각은 없이 제도를 만들었는데 왜 지키지 않는지만 추궁한다"고 꼬집었다. 입원료에 의사기술료 40%…간병인 인건비에도 못미치는 수준 또한 병동에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원인을 알려면 입원료에 의사 인건비 비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의료계를 이를 계기로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의료현실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입원료는 5인실 기준으로 상대가치 729.87점에 환산지수 76.2원으로 약 5만5616원. 이는 의사인건비에 해당하는 의학관리료 2만2246원(40%)에 간호사 인건비 1만3904원(25%)와 병원관리비 1만9465원(35%)을 모두 합친 액수다. 다시 말해 환자 1명당 본인부담금을 포함한 입원료를 다 합쳐도 5만원 수준으로 1개 병동(30개 병실 기준)에 환자 30명으로 계산하면 하루 약 170만원 수준. 이를 한달(30일)로 계산하면 1개월간 1개 병동을 움직이는데 건강보험을 통해 지급되는 비용은 5,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병동을 움직이려면 간호인력 10여명에 의사(교수, 전임의, 전공의, 인턴 등) 여러명을 투입하는 것을 감안하면 5,000만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월 5,000만원 수준으로는 의료진이 아닌 간병인 인건비로도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 이들은 입원료에 의학관리료 등 인건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현재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한 교수는 "정부는 목적에 맞게 의료제도를 바꾸고 있는데 의료계는 대응이 안되고 있다"며 "의료계도 목적성을 갖고 한목소리를 내야하는데 이번 총파업에서도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꼽았다. 국내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처음 주장한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전공의가 피교육자로 정착해 그들이 빠진다고 해도 환자진료에 영향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전공의법을 제정했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2020-09-14 05:45:59병·의원
초점

‘의약분업 vs 의대증원’ 같은 듯 다른 의료계 파업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2000년 의약분업 의료파업vs 2020년 의대증원 의료파업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 총파업 사태 이후 20년만에 재현된 2020년 의료 총파업 사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월말 의료 총파업을 선언, 이후로도 정부와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2000년 당시처럼 파업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메디칼타임즈는 2000년 의료파업과 2020년 의료파업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짚어봤다. 2020년 8월,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 추진에 반대하며 무기한 파업을 진행 중이다. 파업을 지지하는 개원의, 의대교수 등 의료진들은 20년전, 의약분업 당시 의료파업을 떠올린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어떻게 변했을까. 2020년 의료파업, 여전히 가시밭길 ■정부와 대립각·대국민 여론악화 먼저 20년전 얘기를 해보자. 정부는 2000년 의료파업을 두고 약사법 개정에 반대한 의사들이 병원 휴업 등으로 저항,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면서 의료대란으로 발전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환자를 볼모로 의사집단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불사하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팽배했던 것. 그럼에도 의료계는 파업 의지를 불태웠고 의료대란으로 이어지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만나 임시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 총파업은 2000년과 달리 전공의가 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의사협회와 의쟁투는 전국 회원투표를 실시해 폐업을 철회했지만 이후 국회와 정부의 약사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의료계는 이에 분노하며 세차례 폐업과 휴업 등 투쟁을 이어갔지만 결국 정부의 정책 추진을 막지 못한 채 끝났다. 지난 23일 국무총리가 대한전공의협의회에 이어 대한의사협회를 만나 대화 모드로 전환되는 듯 했지만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집단휴진·휴업 등 위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총파업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20년전 김대중 대통령도 의약분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듯이 문재인 대통령도 의대증원 확대를 보건의료 제1공약으로 제시할 만큼 강력한 의지를 비추고 있어 의료계에는 불리한 상황이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무기한 총파업으로 수술, 외래 등 진료 축소 일단 대학병원 전공의가 대거 참여하는 총파업이라는 점에서 20년전을 떠올리게 한다. 2000년 당시에도 개원의는 물론 대학병원 전공의까지 대거 거리로 나오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년전에도 대학병원 수술은 물론 외래진료를 취소하거나 축소해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환자들의 민원이 들끓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공의가 빠져나가면서 대학병원은 셧다운 직전이다. 20년간 전공의법이 제정되고 전공의 권리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대학병원들은 전공의가 없으면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운 것은 변함이 없다. 전공의들은 지난 2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0년 의료파업, 2000년과 이렇게 다르다 ■개원의 주도→의대생·전공의가 주도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발간될 정도로 기존 세대와는 다른 유전자를 보여주고 있는 젊은의사들. 2020년 의료총파업을 먼저 선언한 것은 대한의사협회였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치고 나오면서 투쟁 선봉에 섰다. 20년전인 2000년 의료파업에서는 대한의사협회가 파업을 이끌면서 각 직역을 진두지휘한 반면 2020년 의료파업을 주도하는 무리는 누가 뭐래도 전공의,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이다. 여기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의사협회와의 간담회 에 앞서 전공의협의회를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지면서 전공의들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시켜줬다. ■2000년 투쟁 세대의 성장 "후배들아 나가 싸워라" 2000년과 2020년의 큰 차이는 의료계 결집력. 과거 거리로 나선 전공의들은 교수들의 압박에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립대병원 한 내과 교수는 "2000년 당시 전공의로 의료파업에 동참했는데 밤에 몰래 병원와서 병동환자 채혈을 요구했다"며 "병원에서 사직처리하겠다는 협박부터 심지어 '돈벌레'라는 욕까지 감수하면서 파업에 참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당시의 경험을 볼때 집단행동을 하려면 일제히 해야한다는 교훈이 있었다. 그래서 이왕하는거면 제대로 하라고 했다"며 "당장은 힘들지만 그들을 지지한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의사가운을 벗어 로비에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빅5병원 한 외과 교수는 "의대생, 전공의 단 한명이라도 다치면 참지 않을 생각이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후배의사들을 지킬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후배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도록 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라며 당직을 자처했다. 파업에 나선 전공의들도 "교수 등 선배의사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2000년 의료파업 당시 전공의 신분이었던 이들은 20년이 지난 현재 상당수 의과대학 주임교수, 개원의 단체장 등으로 성장했다. 과거의 전공의는 교수 눈치를 보며 파업에 참여했지만 2020년의 전공의는 교수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큰 변화다. ■시대가 바뀌었다…신종감염병 등 대혼란 시기 의료시장은 매년 급변하는 만큼 2000년도 대비 대학병원의 병상 규모도 환자도 증가했다. 즉, 의료파업 상황에서 감당해야할 환자 수도 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0년도 1500병상 규모에 그쳤던 연세의료원은 2000년초반부터 1000병상 규모로 확대한 바 있다. 세브란스병원 이외에도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이 병상 경쟁에 나섰고 최근까지도 병상 규모를 계속해서 늘려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2020년, 전국의 의료기관들은 전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코로나19라는 신종감염병 대응으로 대혼란의 시기. 여기에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말그대로 의료대란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무기한 파업에 나서야 하는 의료계 입장에서 코로나19라는 신종감염병 속 파업에 대해 국민적 지지를 받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빅5병원 한 교수는 "20년전 환자들에 비해 연령은 물론 중증도 또한 상승하면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늘어났다. 즉 의료진의 집중적인 케어를 요하는 환자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며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도 파업에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000년 대비 2020년은 환자안전법 등 환자들의 권리가 높아졌다. ■20년전 환자와 달리 높아진 환자 권리 환자군도 바뀌었다. 고령화로 인한 환자군 변화부터 환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의대 교수들은 2000년도만 하더라도 환자 중증도가 지금만큼 높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환자 권리가 상승하면서 의료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날카로워졌다고. 지난 2016년 환자안전법 제정 이후 의료사고 등 의료기관의 과실에 대해 환자들의 권리를 내세울 수 있는 장치가 생겼고, 실제로 환자들의 인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형 대학병원 한 교수는 "과거 환자에 비해 요즘 환자들은 자신의 권리에 대해 강하게 주장하고 요구한다"며 "의료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대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이전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0-08-25 05:45:59병·의원

"전공의 없는 병원 솔직히 두렵다…그래도 버텨보자"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메디칼타임즈=공동취재팀|"Do No harm,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 의료인으로서 평생을 건 원칙에 따라 행동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 -전국 만육천 전공의 올림- 8월 23일 오전 7시. 서울아산병원 1층 로비에는 전공의 수명이 모여 결의문을 낭독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결의문을 낭독하는 전공의 뒤로는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이 벗어 모아둔 의사가운이 수북이 쌓였다. 서울아산병원 이외 전국 모든 수련병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은 23일 오전7시. 결의문을 낭독하고 무기한 파업 돌입을 알렸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밝힌 전공의 파업 일정에 따르면 21일 인턴, 레지던트 4년차에 이어 22일 레지던트 3년차, 23일 레지던트 1,2년차를 끝으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는 일체 파업에 들어갔다. 주말, 공휴일은 물론 밤낮 없이 병동을 지키던 전공의는 더 이상 없다. 응급실과 수술장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 하던 전공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최후의 보루였던 전임의도 상당수가 24일을 기점으로 떠난다. 다시 말해 앞으로 24시간을 교수 인력만 믿고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교수가 밤 당직서고 병동환자 케어하면서 다음날 외래 진료하고 수술까지 해야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이 됐다. 일각에선 '의료재난'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선 병원들은 수술은 물론 외래진료까지 축소하며 비상체계로 전환했다. 이쯤되자 당장 의료현장을 지키는 교수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급한데로 수술, 외래 진료를 최소한으로 줄여놓은 상황. 실제로 소위 빅5병원인 S대학병원은 21일부터 수술 환자들에게 연락해 수술 연기 동의를 구하고 나섰다. 이외 대부분 대학병원들이 암을 포함한 수술 일정을 조율해 최소화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한 교수는 "수술 축소는 의료진이 감소하는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자칫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최소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제성모병원 한 교수는 "수술 30~40%를 줄이는 등 절반쯤 마비된 상황"이라며 "낮에 2명, 야간 2명으로 2교대하면서 버텨야하는데 장기화되면 교수들 피로가 누적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전공의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은 반면 상당수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복지부 대변인, 장관 등 공개석상에서 의료계를 압박하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의대생부터 전공의, 전임의, 교수들은 하나로 뭉쳐 전우애를 불태우는 모습이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모 교수는 "지금의 상황이 우려스럽고 걱정되지만 전공의들의 행보에 이견을 제기하고 싶지 않다. 일각에선 여론을 악화하려는 조짐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공백을 채우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모 교수는 "동료, 후배 교수들과 앞으로 3개월 이상 당직이 이어질 각오를 이미 했다"며 "젊은의사들이 저렇게 나서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되겠나. 끝까지 병원을 지켜내겠다"고 전했다. 교수진이 많은 빅5병원도 전공의 파업 여파로 암수술 일정까지 조율에 들어갔다. 여기에 의대교수들이 SNS에 게재한 글이 거듭 공유되면서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인하대병원 영상의학과 모 교수는 자신의 SNS에 "교수 인원 수가 적어서 일주일에 당직을 2번 설 예정"이라며 "교수 당직 스케줄을 짜는데 서로 먼저 나서 이름을 적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전공의들에게는 "병원 생각하지 말고 투쟁하고 오라"며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모 교수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해 "나를 교수이게 한 것은 학생들이며, 내가 그동안 마음껏 수술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전공의들과 전임의들이다. 같이 정말 즐겁게 많은 환자를 살렸다"며 "그들이 옳은 주장을 하며 진료현장을 떠나기로 결정했는데 내가 어찌 그들을 돕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적었다. 그는 이어 "어떤 파업이라도 생명보다 소중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생명이 위협받는 환자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그 이상의 진료는 전공의, 전임의가 돌아온 후로 미룰 것"이라며 "학생, 전공의, 전임의 누구도 파업으로 손해를 보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고강도 행정조치 입장을 밝히면서 의사면허번호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정부가 전공의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의사면허정지 등 고강도 행정조치를 언급하자 SNS를 중심으로 "내 의사면허부터 취소하라"며 의사면허번호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조승국 홍보이사가 시작한 의사면허번호 챌린지는 교수, 개원의를 넘나들며 "이런 나라에서 의사는 의미 없다"며 자신의 의사면허번호를 올리고 있으며 일부 간호사까지도 동참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버겁고 힘든 것은 일선 대학병원 의료진. 일선 교수들은 정부를 향해 "젊은 의사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로 호소하고 있다. 의료현장 여의도성모병원 한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환자치료에 손과 발이 역할을 했던 의료인력이 다 빠지는 것인데 그 심각성을 다들 알아야한다"며 "제발 빨리 합의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한 교수는 "정부가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해선 안된다. 이는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전공의들은 돌아올 생각이 없는 길을 떠났고, 의대생은 더 강경하다.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고 이들을 설득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신의대 김부경 교수가 올린 국민청원 캡쳐. 고신의대 김부경 교수는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추고, 의사들을 코로나 진료현장으로 투입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을 올렸다. 자신을 지방 의과대학 내과 교수라고 밝힌 그는 "코로나 상황 이후 단 하루의 휴가나 연차없이 환자를 돌봤다. 감염내과 교수들도 코로나 환자를 전공의에게 전가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전제조건은 다른 환자를 책임져주는 전공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 싸움을 시작한 것은 정부라며 "의사에게 칼을 빼든 것은 정부다.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의사가 아니므로 전쟁을 멈출 수 있는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정부이지 의사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 코로나 절체절명의 위기다. 코로나 환자는 폭증하고 있고 코로나 이외 질병은 치료가 연기되고 있으며 병원에 남아있는 교수의 심정적 동요가 심상치않다"며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해결된 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는 이어 "더이상 전공의들을 겁박하지 말고 설득해 의료현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덧붙였다. "정부, 협박 멈추고 우리의 목소리 들어달라" 서울아산병원 서재현 전공의대표(정형외과 4년차) #i1#"23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무기한 파업이다.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은 우리가 지켜야할 최대 가치다. 만약 의료현장의 교수들이 '더 이상은 못버틴다. 돌아와달라'고 한다면 그때 돌아올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서재현 전공의대표(정형외과 4년차)의 말이다. 그는 23일 오전 7시 서울아산병원 1층 로비에서 파업에 돌입을 알리는 성명서를 낭독하며 전공의 무기한 파업을 알렸다. 그는 파업에 대한 결의에 차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환자를 남겨두고 병원을 떠나는 것에 대해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그래도 힘을 내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병원 내에서 많은 교수들이 자신들을 지지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도 병원에서 전공의를 대신해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수들 뿐이라고 했다. 즉, 집단행동 표면에는 의대생, 전공의가 있지만 그 뿌리에는 의대교수들이 받쳐주고 있다는 의미다. 서 대표는 자신들이 병원에 복귀하는 시점 또한 정부가 입장을 바꾸거나 의료현장에 남은 교수들이 더이상 못버티는 순간이라고 했다. "우리도 이 상황이 안타깝고 힘들다. 게다가 의대생들은 의사국시까지 취소하는 모습에 더욱 그렇다. 솔직히 정부가 협박이 아니라 의대생들을 어르고 달래줬으면 한다. 왜 이렇게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는지 목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여준다면 오히려 젊은의사들은 정부의 편이 될 수도 있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는 일각에서 의사를 향해 환자를 볼모로 못할 짓을 하고 있다는 식의 여론으로 흘러가는 모습에 씁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밥그릇싸움이 아니다. 의대생이 무슨 밥그릇이 있겠나. 보건의료는 의사들의 것이 아니다. 국민모두의 것이이다. 나중에 잘못된 정책이 추진된 이후에 국민들을 위해 의사들이 싸웠다고 알 수 있을까. 지금 의사들의 목소리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2020-08-24 05:45:59병·의원

4년차 사라진 내과병동...“업무량 늘고 수련질 낮아졌다”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내과가 수련기간을 3년제로 전환한 이후 3‧4년차가 전문의로 동시에 떠난 올해 3월부터 내과병동에는 3개 연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존 3년차까지는 위에 4년차 전공의라는 버퍼(Buffer)가 있었지만 3년차 내과전공의가 온전히 최고 상급연차의 역할을 해야 되는데 따른 업무로딩이나 수련 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 특히, 상대적으로 전공의가 많은 대형 수련병원과 달리 기존에 근무 인력이 적었던 중소수련병원은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면서 인력공백의 부담을 남은 연차가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메디칼타임즈는 내과 전공의 3개연차가 근무한 지 약 두 달이 된 시점에서 전공의들을 통해 현 상황을 들어봤다. 업무로딩 최소 20% 증가…3년차 떠안은 업무에 수련 질 우려도 올해 상급연차가 된 2년차 3년차 내과 전공의들에게 지난해와 가장 큰 변화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업무로딩의 증가였다. 4년차가 있었을 때 시절과 비교해 전체 업무는 변하게 없지만 이것을 3개 연차로 압축해 수련을 받어 개개인의 업무로딩도 당연히 늘어났다는 의미. 이 때문에 규모가 작은 수련병원은 주니어스텝이나 펠로우의 업무로딩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2차병원에서 수련중인 내과 3년차 A전공의는 "연차별로 전공의가 3명 있는데 4년차가 빠진 후 3명의 빈 공백을 나머지 전공의들이 부담하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봐도 전공의들이 느끼는 로딩은 더 늘어난 상태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병원 내과 2년차 B전공의는 "순환기, 호흡기를 같이 맡다보면 당직 시 병동환자만150여명에 그 이상의 환자를 보는 경우가 생긴다"며 "전공의가 줄면 당직을 넣을 전공의도 줄고 전공의가 감당해야할 환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명의 전공의 업무로딩이 들어가고 3년차 전공의가 병동 주치의 업무에 집중하게 되면서 술기 수련 질 하락도 우련된다는 게 전공의들의 입장이다. A전공의는 "가령 이전에는 심장내과를 맡은 사람이 심장내과 입원환자만 보면 지금은 투석실 환자까지 봐야하는 식으로 로딩이 합쳐지고 있다"며 "로딩이 합쳐지면서 개개인이 느끼는 업무량은 더 커진 상태고 술기를 충분히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 수련병원에서 치프를 맡고 있는 C전공의는 "수련 3년차가 되도 입원병동 주치의 업무로 2년차와 차이가 없이 심장초음파나 내시경 술기를 할 시간이 없다"며 "커리큘럼상 정해져 있는 례수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병동환자 보기가 바쁜데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3월의 경우 신규 전공의가 들어오는 시기로 기존에는 4년차 전공의가 이들을 돕는 소위 '백업'을 봐줬지만 3년차 전공의가 기존역할에 4년차 전공의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신규 전공의들의 케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한내과학회에 고지된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현장의 전공의들은 현 상황에서 이를 지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해답은 인력 방식은 물음표…펠로우 필수과정 우려도 결국 내과 4년차가 줄어들면서 생긴 업무로딩의 해결을 위해서 전공의들이 언급한 해결책은 '인력충원'. 하지만 이러한 인력충원은 지난해 3‧4년차 전공의가 전문의시험을 준비할 당시부터 언급됐던 내용으로 인력충원의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 수련병원 전공의는 병원이 아예 인력충원에 대한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이대로 업무로딩 증가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지방 중소수련병원 D전공의는 "입원전담전문의 등 인력을 뽑는 것은 없었고 병원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노력하려는 의지도 전혀 없는 상태다"며 "4년차 전공의에 대한 공백을 그대로 남은 전공의에게 가중된 상태가 당연한 것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C전공의는 "지금 수련 받는 병원이 3년제로 전환되면서 당직표를 짤 수가 없는 상태가 되 교수도 당직에 들어와있는 상황"이라며 "인력충원에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지만 인력을 구화는 과정이 힘들어 병원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공의들이 우려하는 것은 내과수련을 마친 이후에 펠로우를 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상황. 3+1이나 3+2가 될 경우 3년제 전환의 의미가 없는 조삼모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A전공의는 "솔직히 지금 내과를 지원한 것은 3년제 전환이후 기존의 수련보다 1년 아낀다는 이점이 있어서 온 것"이라며 "펠로우 기간을 연장하려는 학회의 움직임이 들리고 있고 수련이 이전과 차이가 없다면 굳이 왜 수련과정을 개편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D전공의는 "3년제가 되면서 빨리 전문의를 딴다는 장점은 있는데 지금처럼 술기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펠로우를 할 수밖에 없다"며 "수련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근무하는 수련병원의 경우 펠로우가 필수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고 언급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의 내과 외래 모습 대전협, "평가시스템 개발…수련실태조사 계획"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내과가 3년제로 전환 당시에도 3+2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던 만큼 수련 질 우려 등에 대해 확실한 점검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내과 2년차이기도 한 대전협 서연주 부회장은 "대전협은 커리큘럼대로 술기를 포함한 과별지식이나 외래‧협진환자를 보고 있는지 평가시스템을 학회와 연계해 만들려고 한다"며 "또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전국의 수련병원들이 제대로 수련이 이뤄지는데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3년제로 변하면서 자리를 잡는 과정에 과도기로 인한 병원별 고충이 있을 수는 있다"며 "하지만 전공의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수련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폐해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2020-04-25 05:45:58병·의원

코로나 쇼크에 외래환자 반토막..."웬만해선 안 온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경기도 400병상 규모 A중소병원은 4일 기준, 외래환자가 50%까지 급감했다. 선별진료소가 붐빌 뿐 외래진료실은 평소에는 찾아볼 수 없이 한산했다. #서울에 위치한 B대학병원은 예약진료 부도율이 20%까지 상승했다. 평소 5~10%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2배이상 늘어난 수치다. 확진 환자 증가로 불안해진 환자들이 병원 내원을 꺼리면서 병원 외래환자 수 급감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16번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일선 병원들은 환자 감소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4일 병원계에 따르면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불안감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치명적인 질병이 아닌 경우에는 병원 내원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게 일선 병원 의료진들의 설명. A중소병원장은 "외래 환자는 50%, 병동 환자는 30%까지 감소했다"면서 "평소 중환자실 병실을 비우는게 힘들었는데 중환자실까지도 여유로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까지만해도 외래환자가 30% 감소에 머물렀는데 4일 접어들면서 반토막났다"면서 "메르스 당시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수도권 이외 지방도 불안감은 마찬가지. 일선 중소병원들은 환자 감소현상을 겪고 있었다. 충청권 B중소병원장은 "평소 대비 병동환자가 30%감소했다"며 "인근 병원들도 정도의 문제이지, 환자감소 현상은 동일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특히 확진환자를 진료 중인 병원의 경우 외래진료실은 썰렁할 정도. 해당 병원장은 "외래환자가 절반이상 감소했다. 정부 보상금이 늦어지면 경영상 타격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한숨을 짓기도 했다. 문제는 일선 병원들의 환자 감소현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4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시약이 대거 풀리면서 이번주 중으로 확진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확진환자가 발생한 부천지역 C중소병원장은 "확진환자가 스쳐갔다는 사실만으로도 환자들은 패닉상태에 빠지는 것 같다"며 "해당 병원 인근에 가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메르스 당시 환자가 스쳐간 이후 최대 25%까지 외래환자가 줄어든 바 있다"며 "아직 환자 감소율 10%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한 임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환자에게 신속 검사를 실시하기 시작하면 확진환자 수가 증가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질 것"이라며 "환자 감소는 아직 시작단계로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다만, 메르스를 겪어보면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다기 보다는 내원 시점의 변화라고 보는 게 맞다"며 "위기를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이라고 전했다.
2020-02-05 12:00:59병·의원
기획

|신년대담-下|입원전담의, 정년까지 지속가능할까요?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입원전담전문의로 정년 퇴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지속가능한 분야인가. 입원전담전문의 진로를 선택하기 이전에 한번쯤 던져볼 질문이다. 현직 입원전담전문의로 활동 중인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교수도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주니어 스텝. 이 제도를 국내 최초로 주장한 교수인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에게 그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내년 정년을 앞둔 원로 교수의 연륜과 깊은 식견을 담은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막연한 불안감 "지속가능해야할텐데" 김준환=사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제도가 만들어지더라도 지속가능하려면 병원 내에서 역할이랄까요, 지위도 찾아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막연합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하셨듯 기술중심으로 교육을 받은 후배 의사를 교육을 통해 통합진료가 가능하도록 해야하고…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할까요. 허대석=입원전담전문의만의 영역을 개척해나갈 필요가 있어요. 가령, 입원환자가 퇴원할 때 노인환자들 알약 수가 10여개가 넘죠. 각 진료과목별로 세분화된 진료를 받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같은 폴리파마시(Polypharmacy, 다약제 복용)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입원전담전문의밖에 없다고 봐요. 이 문제는 세분화, 전문화된 의사들은 관심도 없고 할 수도 없죠. 김준환=아, 맞습니다. 병동에 있다보면 고령화를 피부로 느끼죠. 노인환자들 퇴원할 때 약 갯수도 최소화해드리곤 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당장 이번주 회의때 적용해야겠는데요. 허대석=간병문제도 마찬가지에요. 사실 입원환자에게 가장 큰 이슈는 고가 항암제가 아니죠. 환자와 보호자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간병인데 의사들은 눈높이를 환자에게 못맞추고 있어요. 기술중심으로 훈련된 의사들은 신약에만 매달리고 있지만 글쎄요, 과연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측면은 무엇인가 생각해봐야한다고 봐요. 정부도 고가항암제 등 신약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은 간병 이슈로 퇴원하지 못하는게 현실이죠. 김준환=간병은 생각치도 못했는데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병동에 환자, 보호자 면담을 진행하다보면 간병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허대석=거창한 논문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연구 혹은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봐요. 필요하다면 정부에 제도개선도 요구하고요. 김준환=맞는 말씀이십니다. 입원환자를 많이 접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해야할 부분입니다. 언급해주신 활동을 바탕으로 역할을 해나가다보면 지속가능성도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대석=이밖에도 환자 안전, 입원환자 질 개선 등 입원환자 치료 개선을 위한 이슈는 얼마든지 많아요. 일단 문제제기부터 시작해봐요. 수천억 예산을 쏟아붓는 면역항암제 등 신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너무도 많아요. 환자단체와도 교류하면서 환자들의 니즈를 파악해볼 필요도 있어요. 환자들의 목소리가 되면 정책적으로 효과적일수 있으니까요. 김준환=네, 입원전담전문의 영역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덕분에 새로운 영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떴습니다. '내 교수님' 찾는 입원환자들 김준환=또 다른 고민은 여전히 환자들이 입원전담전문의가 있음에도 '나의 의사 선생님'을 찾는다는 사실입니다. "제 교수님 언제 뵐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특히 종양내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일 때 중증환자들이다보니 그런 경향이 짙었던 것 같아요. 허대석=물론 일부 현실적인 한계는 있어요.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입지를 견고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있어요. 전화를 통해 병동환자가 퇴원 이후 약 복용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보는 거에요. 이를 기반으로 서베이를 할 수도 있죠. 퇴원 후 환자들이 겪은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알 수도 있겠죠. 이는 한국 의료제도에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다고 봐요. 이런건 기술중심의 의료진이 하기 어려워요. 김준환=일종의 해피콜 개념이네요. 결국 자연스럽게 환자와 국민들에게 입원전담전문의를 알리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업무는 많아질 수 있겠지만, 방법은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야간당직도 인력관리 유연성 높이면 해결 허대석=그나저나 앞서 우려한 지속가능성 관련해 병원마다 인력 관리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봐요. 결국 당직이 문제죠. 나이를 먹을수록 야간당직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가령 월 15일만 몰아서 근무하고 15일은 오프를 주거나 파격적인 급여를 제시하는 등 그에 적합한 의료인력을 투입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한다고 봐요. 김준환=네, 만약에 당직 전담 인력이 있다면 저 또한 월 1주일 정도 당직 근무를 서는데 이를 줄여나갈 수 있다면 좋쵸. 허대석=사실 미국 병원에 가보면 할머니로 보이는 간호사가 당직근무를 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야간에 잠이 없어진 분들이 근무를 하는 거에요. 이들은 월 15일 근무, 15일 오프로 운영하면서 근무 만족도를 높일수도 있어요. 누구나 일하는 동기가 다르기 때문에 가능해요. 문제는 노동제도가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점이에요. 경직된 분위기 속에선 어렵죠. 김준환=맞습니다. 아니면 당직에 대한 충분한 리워드를 줘야합니다. 특히 최근 내과 전공의 3, 4년차가 동시에 전문의 시험 준비에 돌입하면서 당직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태입니다. 이와 더불어 병원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세부분과 교수님은 물론 보건복지부 실무진과도 접해야할 일이 늘어가는데 어떻게 소통하고 설득해야할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허대석=문제가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환자 혹은 국민입장에서 답을 찾으면 단순해요. 그런데 이해당사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어렵죠. 또 점점 더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으니 쉽진 않겠지만, 김 교수는 아직 젊기 때문에 뭐든지 가능하다고 봐요. 하하하. 김준환=하하하,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지만 막연한 고민들이 있었는데 교수님을 뵙고 나니 길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20-01-14 05:45:59병·의원

"정부주도 입원전담전문의제 의료계 자율반영 아쉽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시범사업에서 본사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는 반면 여전히 의료현장에서는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 국내 도입 필요성을 최초로 주장했던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는 최근 전화인터뷰를 통해 정부 주도 정책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병상 운영 환경 바뀌었는데 병원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허 교수는 "입원환자 입장에서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면 답이 나오는데 지금 각 병원들은 당장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고 정부에서 수가를 지급하면서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즉,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시행 목적이 병원의 입원환자 진료 질 개선 보다는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허대석 교수는 입원 운영 환경이 바뀐 만큼 병원도, 의료진도 새로운 질서에 맞는 새로운 규범을 논의할 때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정부가 시범사업을 주도하면서 각 의료기관에 자율성 없이 추진되는 부분에서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의료계가 어떻게 병원의 인적 자원과 병상을 운영하는게 합리적인지 고민해야하는데 정부 주도로 자율성 없이 운영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허 교수는 현재 진료과목별로 병실을 관리하는 상태에서는 효율적인 통합 관리가 어렵다고 봤다. 지금처럼 세부분과별로 구분하고 있는 병동을 통합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가령, 외과계도 흉부외과, 정형외과 등 각 진료과목별로 병동을 달리 운영하고 입원환자 관리도 달리하고 있는 상황. 이처럼 과별로 쪼개어진 병상 시스템에서는 제도 취지를 살려서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결국 특정 진료과 병상은 해당 과 의사가 봐야한다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아쉽다"며 "과거 내 환자라는 개념에서 외래부터 입원까지 책임져야한다는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안전한 것인지 고민해봐야한다"고 했다. 허 교수는 지금의 상태를 두고 병상 운영 환경이 바뀌었는데 병원들이 따라오지 못한 결과라고 봤다. 허대석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입원전담의 운영 시스템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입원전담의, 세분화된 병상에선 전임의 역할 못 벗는다" 또한 그는 최근 서울대병원이 내년초 51명까지 입원전담전문의를 대거 충원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 운영 시스템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취지는 병동 환자를 통합적으로 케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서울대병원의 제도는 그렇지 않다"며 "세부 분과별로 쪼개어서 병동을 나누고 세부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하는 방식인데 이는 결국 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는 병원 내 역학구조상 입원전담전문의는 전임의 다를 바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입원전담전문의가 통합병상 환자를 토탈케어 하는식이 돼야 실질적인 독립진료권을 갖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입원전담전문의가 병동환자를 전담한다고 해도 해당 병동은 특정 전문과목 선임교수가 키를 잡고 있어 결국 지시를 받는 입장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의대생, 전공의(인턴) 교육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들은 통합적으로 접근해야하는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선택진료 폐지됐는데 왜 무한책임 못 벗나" 허 교수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부의 정책 방향과 무관하게 무한책임에 나서고 있는 의료계를 향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현 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넘었고, 새로운 질서에서 새로운 규범을 설정해야 하는데 의료계 내부에서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어 아쉽다"며 "의사들은 과거의 틀에서 (처음 진료한 환자에 대해)무한책임을 지려고 하는데 그건 과잉욕심"이라고 했다. 과거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선택진료 시스템에서는 환자가 아무개 교수를 찾아왔고, 제도 또한 그에 맞춰서 운영했지만 이미 선택진료가 사라진 상태에서는 그에 걸맞는 진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선택진료는 사라졌다. 제도가 뒷받침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의사들은 여전히 과거 제도에서 못 벗어나고 있느냐"라면서 "더구나 환자쏠림이 극심한 상황에서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내 환자'라는 개념은 선택진료 제도를 전제로 적용했던 것으로 이제 선택진료가 사라진 만큼 변해야한다는 얘기다. 선택진료비가 사라진 상황에서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려오고 여전히 의사들은 과거처럼 특정환자에 대해 외래부터 입원까지 무한책임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교수가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욕심이다. 누가 외래진료를 하고 입원환자를 돌볼 것인지 나누고 책임소재도 구분해야 한다"며 "정부가 제시하는 새로운 질서에 부합하는 새로운 규범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또한 과거 틀에서 벗어나 누가 입원환자를 돌보고 어디까지 외래환자를 진료할 것인지 선을 그어야 한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2019-11-27 12:00:41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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