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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병원, 병원 공간 체험 메타버스 서비스 구축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강원대병원(병원장 남우동)은 PC와 모바일로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가상으로 진료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콘텐츠인 '메타포트(Matterport)'와 '닥터버스(Dr.verse)'를 구축해 공개했다고 16일 밝혔다.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메타버스·XR융합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한 강원대병원 메타버스 서비스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는 웹브라우저 기반의 콘텐츠로 웹 링크 접속을 통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병원 투어를 할 수 있다.강원대병원 3D 공간 체험 프로그램 메타포트 병원투어메타포트는 강원대병원의 외래 및 진료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3차원 병원 공간 체험 프로그램이다. 내원객은 3D 맵의 아이콘을 클릭해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고 태그를 클릭하면 병원 투어는 물론 검사 안내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의료 정보를 내원하지 않고도 체험할 수 있다.건강검진 체험 콘텐츠인 닥터버스는 강원대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검진 프로그램을 실제 검진 전에 내원객이 희망하는 맞춤형 검진 항목으로 선택하여 검진 동선을 따라가며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남우동 병원장은 "이번 사업은 병원 공간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해 도내 모든 주민이 병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진행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의료를 이끄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3-03-16 11:27:12병·의원
기획 신년특집

신기술 광풍 대세인가 찻잔 속 태풍인가…고민 커진 학회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2020년 3월 원격의료연구회 창립-2021년 10월 디지털치료학회 창립-2021년 12월 메타버스 닥터 얼라이언스 출범-2022년 1월 의료메타버스 연구회 발족-2022년 10월 의료메타버스학회 창립2020년은 변화를 예고한 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촉진한 비대면, 온라인 기조는 국내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비대면 진료에까지 손을 뻗쳤다.의학회도 변화의 중심에 섰다. 의료계 내에서 언급조차 터부시되던 원격의료를 주도적으로 연구하겠다는 원격의료연구회가 창립된 것은 물론 디지털치료학회, 메타버스학회 등 그간 보지 못했던 이종의 학회들도 학계에 문을 두드렸다.학술대회 풍경도 달라졌다. 만남과 교류를 전제로하는 학술대회의 특성마저 비대면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던 것. 다양한 학회들이 온라인 전환을 선언하고 강연은 물론 전시장까지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 활용'에 눈을 돌렸다.그로부터 3년. 무엇이 바뀌었을까. 의료진들은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있을까. 변화를 시도하거나 경험했던 그들에게 의학계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3년간 몰아친 신기술 광풍2021년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업체 페이스북이 간판을 바꿨다. 17년만에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면서 메타버스를 새로운 미래로 제시한 것. 인공지능, 5G, VR, AR, 전자약, 치료 어플리케이션, 블록체인, 빅데이터와 같은 화두 역시 의료계의 중심 주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다.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 교수 중심으로 지난해 1월 의료메타버스연구회가 발족됐다.실제로 지난 3년은 의료계에서 그간 보지 못했던 신기술 광풍이 몰아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수술 시 피부, 뼈, 뇌 내부 기관의 위치, 크기 등의 정보를 비침습적으로 안내할 수 있는 증강현실(AR) 의료 소프트웨어가 최초로 식약처 인증을 획득했고, 당뇨병학회는 국내 학회로는 처음으로 메타버스 전시장을 마련했다.메타버스 공간에선 참석자 간 실시간 대화나 채팅이 가능해 저조한 연구자 간의 네트워킹이나 질의응답을 활성화하는 등 온라인 학술대회의 한계로 지적되던 소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학회 측 전망이었다.대한이과학회는 작년 메타버스를 활용해 신입 전공의를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 이를 기획한 이종대 기획이사는 "피교육자인 전공의들은 수동적인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전공의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가상 캐릭터가 강의실에 모여 교육을 듣는 메타버스 교육을 시도하게 됐고 질의응답도 활성화되는 등 긍정적 요소가 있었다"고 평했다.아시아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확장현실(XR)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비대면으로 참석한 200여명의 의료진은 가상의 강의실에 입장해 폐암수술 기법과 가상융합기술 트렌드를 주제로 강의를 수강하고, 수술 과정을 참관했다. 수술은 수술실에 구축된 360도 3D 카메라를 통해 촬영, 송출됐고 전세계 의료진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집도 과정을 지켜봤다.교육만 메타버스를 활용한 것은 아니다.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가상공간에 병원을 개관하면서 홍보 효과를 노렸다. 강원대병원 건강검진센터는 닥터버스 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이 가상 검사부터 수술, 회복 주의사항까지 확인하는 체험을 통해 검사 전 긴장감을 줄일 수 있도록 꾸몄다.메타버스 기술 활용을 도모하는 단체 메타버스 닥터 얼라이언스는 의사국시 실기시험인 임상수행능력평가(CPX) 연습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체험한 바 있다.학술대회 강연 목록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각 학회마다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의 임상 적용, 메타버스 의학 세션을 마련하고 활용방안을 찾기 시작했다.여기까지만 보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의료계 변화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상은 어떨까. 2022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변화를 유지할 원동력을 잃었다는 게 의료계의 반응.과거로의 회귀 조짐은 작년 춘계학술대회부터 감지됐다. 학회들이 속속 오프라인 회귀를 선언한 데 이어 추계학술대회부터는 다시 '오프라인 천하'로 재편된 것. 신기술의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이 재부상한 까닭은 무엇일까.▲코로나 엔데믹 전환…"신기술은 찻잔 속 태풍"온라인으로 의대생 교육을 진행했던 서울대병원 A교수는 이같은 변화를 '임기응변'으로 일축했다.그는 "2009년 아바타 1편이 개봉했을 때 주요 가전 업체들이 3D TV를 내놓는 등 3D 컨텐츠 열풍이 불었고 당시 이를 미래로 전망했던 사람들이 많았다"며 "의료 쪽에서도 3D를 활용해 교육 컨텐츠를 제작하고 의료에서 활용성을 모색하는 논의가 많았다"고 말했다.그는 "반면 13년이 지나 최근 아바타 2편이 나왔지만 3D 컨텐츠가 의료계에서 체감할만한 그런 변화를 촉진하고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며 "그런 점에서 팬데믹 상황에서 시도된 다양한 신기술들은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봐야 한다"고 밝혔다.3D TV 보급이 본격화됐지만 아바타와 같은 킬링 컨텐츠의 부재로 활용성이 떨어지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처럼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신기술들도 당장은 활용성을 따지기 어렵다는 것.A 교수는 "본질적으로 팬데믹 시대의 온라인 전환, 메타버스 활용, 증강현실 도입은 의료계 내부의 내적 수요에 의해서 창출된 것이 아니"라며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꾼다고 떠들었지만 정작 현실 세계에서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것이 드문 것처럼 임기응변으로 시도된 다양한 기술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2022년 10월 개최된 의료메타버스학회 창립식 및 기념 학술대회. 메타버스의 역할과 전망, 정책적 기반 및 의료계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그는 "교육의 보조 개념으로 이런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는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한다는 급진적인 전망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형병원도, 학회도 모두 이를 마케팅 툴로 활용한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오프라인 전환을 선언한 학회들도 비슷한 의견이다.고혈압학회 관계자는 "팬데믹 당시 학회의 선택지는 학술대회 유예 아니면 온라인 전환밖에 없었다"며 "내부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의 회귀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그는 "2년 정도 온라인 방식을 시도했지만 기술적 완성도 여부와 상관없이 회원들은 직접 현장에서 얼굴을 보고 교류하는 걸 더 선호한다"며 "온라인으로의 전환도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전환이 아닌, 그저 오프라인 컨텐츠를 온라인으로 변경한 것에 불과해 효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 등록된 메타버스 관련 논문은 10편에 그친다. 주로 가상학습의 활용성을 모색하는 연구들로 메타버스를 일종의 교육 수단으로 볼 뿐 의료계에서 지향해야 할 목적으로 설정, 활용성을 따진 본격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팬데믹 시기 시도된 메타버스 교육은 가상의 캐릭터를 등장시켰을 뿐 강의 컨텐츠 제공 측면에선 기존의 교육 방식과 크게 달라진 지점은 없다.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것은 교육을 듣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가상 공간의 당초 구축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제약사 부스들이 입점한 메타버스 전시장 역시 오프라인 안내 책자를 PDF 형태로 변경, 열람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엄밀한 의미의 전환은 아니었다. 전자책이 상용화된 이후에도 대다수의 서적이 서점을 통해 유통되고 대다수 독서 경험이 여전히 서적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볼 때 온라인 기술들은 미래에도 보조제 개념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메타버스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구성, 서버 유지 등을 위한 장비나 인력이 필수적이다.▲학회 디지털 전환은 먼 미래…6월 분수령실제로 교육에서 활용되는 정도의 메타버스 수준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와 비교했을 때 VR의 해상도가 떨어지는 등 현 시점에서 기술적 한계도 명확하다고 진단했다.정 교수는 "메타버스는 목적이 아니라 의료 발전을 위한 수단"이라며 "의료메타버스학회는 이런 기술을 검증해 실효성을 높이고 메타버스가 의료에 정착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원격의료, 가상공간 내 진료·협진 등 각종 신기술이 임상 현장과 접점을 찾는 시도들이 법 테두리 밖 그레이존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한계다.온라인 학술대회에 대한 지원이 연장됐지만 올해 6월까지 한시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팬데믹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 종료가 확정된다면 수익 창출이 막힌 온라인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고혈압학회 관계자는 "대다수 학회들이 별도의 예산, 재정을 투입해 영상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온라인 학술대회 방식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 역시 재정 투입이 필요한 일"이라며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 방안의 6월 종료 여부가 분수령"이라고 내다봤다.그는 "현재는 온, 오프라인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방식을 고수하는 학회들이 꽤 있지만 종료가 확정되면 당장 추계학술대회부터 대부분 기존 방식으로 회귀할 것으로 본다"며 "굳이 스트리밍이 아니더라도 학술대회 종료 후 다시보기 서비스 및 강의 초록 제공 등의 편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만큼 회원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불편은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2023-01-05 08:27:18학술

낯선 이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

메디칼타임즈=모채영 학생(가천의대) COVID-19가 우리의 삶에 침투한 지 만으로 3년을 꽉 채워가는 어느 가을날, 나는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이름도 생소한 화서역으로 향했다. 그날 따라 차갑던 공기를 중화시키기 위해 따뜻한 칼국수로 속을 덥히고 택시를 잡아탄 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향했다.케이닥과 수원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지역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노인 등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봉사 '찾아가는 닥터버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25명 남짓한 의대생과 전문의들이 차근차근 모여들어, 한 시간 정도 진료 계획을 세우고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줄 기념품을 준비한 다음 오후 1시부터 '무료 건강 검진'이 시작되었다. 이미 두어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다음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은 원활하게 이루어졌다.갓 실기를 마친 본과 4학년으로서 예진에 배정된 나는 검진 대상자들이 아픈 곳은 없는지, 어느 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할지를 체크하는 업무를 맡았다. 한국에 입국한지 오래되어 한국어가 유창한 분들도 많았지만, 인사말만 겨우 할 줄 아는 분들도 계셨다. 다행히도 예진 업무를 도울 통역사가 두 분 계셨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검진 대상자들은 여성 비율이 높았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특성상 국제 결혼을 위해 입국한 여성이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혹독한 실기 준비 덕분에 여자 참가자들은 산부인과 이력 확인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본과 4학년은, 한 달간 입버릇처럼 되뇐 질문을 반복했다."결혼하셨나요? 자녀는 몇 분 계시나요? 제왕절개로 낳으셨나요, 자연 분만으로 낳으셨나요?" 때로는 제왕절개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셔서 수술로 낳으셨냐는 질문으로 대체하기도 하였다.한 젊은 여성분은 수줍게 어린 딸이 한 명 있다고 했다. 한국어를 더듬더듬 하는 중국인이었다. 웃으며 딸이 정말 귀엽겠다고 하니 통역사분께서 웃으며 중국어로 전달해주셨다. 그 분의 얼굴에 피어나던 미소가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 짧은 말 한 마디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그 분의 마음에 도달하던 순간이었다.    이렇듯 친절은 낯선 이의 마음을 열고 얼었던 분위기를 녹이는 강력한 무기다. 현대 사회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특성이기도 하다. 평생 한 마을에만 살아가던 농촌 사회에서 탈피한 현대인들은 장기적인 관계보다 짧은 시간 얼굴 맞대고 말아버리는 인스턴트적인 관계에 더욱 익숙하다. 그 누구도 출근길 어깨를 맞대고 가는 지하철 옆 사람이나, 내 앞에서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비슷한 생각을 하던 나에게 최근 충격 아닌 충격으로 다가왔던 유튜브 영상이 하나 있었다. COVID-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힌 이후로,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생기던 나는 여행 브이로그를 많이 시청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의 시선을 끌었던 채널 하나가 바로 러시아어를 전공한 유튜버였는데, 현지어를 무기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구소련 국가들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파헤치는 신선한 영상이 매력적이었다. 영상 하나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입국한 유튜버는 그동안 익숙한 러시아어로 해오던 의사소통이 막혀 쩔쩔매던 순간 한국어에 능통한 한 현지인 아저씨의 등장으로 난관을 극복해 낸다.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몇 년을 일했다는 그 분은 한국에서 너무 많은 친절을 받았기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이 한국인 유튜버에게 친절을 돌려주고 싶다고 하였다.어쩌면 지금까지 너무나도 많이 반복되어 온 흔한 미담일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도 그 영상은 나에게 가슴 깊이 다가왔다. 그 아저씨를 도와준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친절이 그 유튜버에게 가서 닿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것이 영상이 되어 나에게 와 닿았고, 이번 봉사를 계기로 건강검진에 참여한 분들에게도 어쩌면 닿았을지도 모른다. 이 기억이 남아 추후 그분들은 곤경에 처한 한국인을 도와줄지도 모르는 것이고, 그 한국인이 나의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그의 저서 '지구의 정복자'에서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기적 개인이 이타적 개인을 이기는 반면, 이타주의자들의 집단은 이기주의자들의 집단을 이긴다."사회생물학자로서 윌슨은 이기적인 방향으로 진화하는 인간의 유전자가 집단 수준에서는 이타적 방향으로 진화하는 문화를 낳게 된 이유를 분석한다. 이타적 문화가 종의 차원에서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인간의 문화는 이타주의를 추구하게 되었다는 논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바쁜 중에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을 가고, 백화점에 들어갈 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고, 지하철에서 내리는 뒷 사람을 위해 길을 비켜주는 것이다.아마도 인간이 집단을 이루어 살지 않았다면 그러한 행동들은 포식자들에게 타깃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문명을 이루어 21세기에 이른 지금에는 사회를 존속하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의사는 친절이 업무에 비공식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직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환자와의 자연스러운 라뽀(rapport) 형성, 혹은 의사와 환자의 상호작용(PPI, physician-patient interaction)의 중요성이었다. 국가고시에서 중요하게 채점한다는 말은 곧 현장에서도 그것이 중요하게 쓰인다는 말이다. 실제로 라뽀의 존재 유무는 환자와 의사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매끄럽게 이루어지는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그러면 그 라뽀는 어떻게 쌓는 것일까? 간단하다. 친절하면 된다. 하지만 무작정 친절한 것도 독이 된다. '능숙하게' 친절해야 한다. 환자는 의사에게 친절에 더해서 전문가적인 위상과 의학적 조언을 들으러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기를 준비하는 한 달간 어떻게 짧은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능숙하게 친절을 베풀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고, 이번 건강검진 봉사를 통해 그것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건강검진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하루를 곱씹어보던 나는 다음 봉사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하루의 끝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좋은 기억이 훨씬 더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나의 경우에는 6년간 쌓아온 의학적 지식 및 실습을 통해 배운 환자 대하는 법—을 활용해 친절을 베푸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뜻깊은 일이다. 건강에 대한 우려를 해결해주고, 문제가 있다면 그것에 대한 건설적인 해결방법을 제공해 주는 것은 생각보다 더 도움이 많이 되는 일이었다.초조한 표정으로 문진에 임하던 분들이 검진이 끝나고 한결 홀가분한 표정과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와 봉사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기쁨이었을 것이다.    친절을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집단에는 좋은 기운이 감돈다. 나 혼자만 그것을 느낀 것이 아니기었던 것일까, 이번 봉사에 참여한 분들과 얘기를 나누었을 때 지난 봉사에서부터 쭉 몇 번이고 참여해온 분들의 비율이 많았다. 추운 주말 하루를 온전히 내어 먼 곳에서 오기란 쉽지가 않을 것인데, 이렇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가보다. 어쩌면 그것이 친절의 위력일지도 모른다.
2022-11-28 05:00:00오피니언

애니프레임, 의료용 메타버스 서비스 '닥터버스' 첫 공개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애니프레임(대표이사 임유득)이 오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3일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 2022·KHF 2022)에서 의료용 닥터버스 서비스 '닥터버스'를 처음으로 선보인다.닥터버스는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협업해 개발한 의료용 메타버스 서비스로 강원대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첫 시범 모델로 운영되며 비대면으로 가상 검사부터 수술, 회복 주의사항까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환자가 이를 직접 체험해보면서 검사 전 긴장감을 줄일 수 있으며 의료진은 병원의 장비 및 시설 소개와 함께 진료 전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애니프레임 관계자는 "닥터버스는 진료 과목에 상관없이 병원에 맞춘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피부과, 성형외과, 치과, 요양병원 등과 글로벌 고객을 타켓으로 하고 있는 병원들이 새로운 서비스와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09-19 18:33:13의료기기·AI

도와주러 왔는데, 도움 받아 갑니다

메디칼타임즈=이진규 난 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받고 갑니다눈물 닦아주러 왔을 뿐인데 내 눈물만 흘리고 갑니다씻어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씻겨졌습니다고쳐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치료되어 갑니다(난 이렇게 많이 받았는데, 유은성)봉사활동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쓰는 모든 활동이다. 이 정의에서 중요한 부분이 모든 활동의 방향이 국가나 사회 또는 남에게 향해 있다는 것일터이지만, 개인적으로 경험해온 봉사활동에서의 방향은 나 자신과 남 모두에게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칼럼에서는 봉사자가 봉사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들과 실질적인 유익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필자가 경험해왔던 봉사활동들을 기반으로 봉사활동이 주는 유익들을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봤다. 첫째는 새로운 환경에서 만나는 봉사 대상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친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대륙 중앙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에서 3주간의 해외봉사활동을 진행했던 학부 3학년 때의 일이다. 우리 봉사단은 현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 물품들과 함께 과학 수업을 준비했고, 또 K-POP 댄스를 미리 연습해 준비해갔다. 현지 초등학생 입장에서 아시아 인종의 어른들이 단체로 와서 친해지겠다고 하면 반감이 들지는 않을지 걱정되었고 그 탓에 한번이라도 더 함께 교류하고자 쉬는 시간만 되면 마당으로 나가서 함께 춤을 추었다. 첫날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둘째 날부터 당시 유행하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며 마당을 누비던 필자를 보고는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다니듯 함께 춤추고 다니기 시작했고 이내 우리는 금방 하나가 되었다. 나이, 환경, 직업, 인종, 국가에 관계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만난 봉사자와 그 대상자들은 작은 노력으로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둘째로, 함께 고생하는 봉사자들 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원 시절 관정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후 11회 관정 장학생 모임 회장으로 봉사하던 때, 모임 행사 최초로 연탄 봉사활동을 기획해 장학생의 참여를 독려했던 기억이 난다. 봉사 이후 공통된 피드백이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의지는 있지만, 어떻게 참여하는지 알지 못했는데, 다른 봉사자들이 있어서 큰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더라도 선한 동기와 뜻으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고생한 이후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 그리고 속한 단체로부터 느끼는 든든함은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임을 확신한다.세번째는, 때로는 봉사활동이 진로의 방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에티오피아 봉사활동 당시, 다친 상처를 일찍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피를 뚝뚝 흘린 채 봉사센터를 찾아오는 한 청년을 보고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대한 공학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대학원에서 의료기기 연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역시 치매 독거노인 방문 및 말벗 봉사와 병행하면서 실질적인 임상 수요를 생각해보고 싶었고, 이를 연구에 접목하여 진행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병과 환자에 대한 이해없이 그들을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의 한계를 또 절감하고 의과대학 편입으로 현재까지 이어졌다. 이렇듯 진로 선택에 가장 큰 인사이트를 제공했던 이벤트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봉사활동들이었다. 마지막 네번째, 의대생의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인 의료 봉사가 실제로 환자에게 임상적, 심리적 이득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2021년 12월 중순, 한국의사들의 세계로의 진출을 꿈꾸는 의사들의 커뮤니티를 설립한 K-DOC 회사와 medical mavericks 봉사 TF팀, 의대생 신문이 힘을 모아 의료 소외 농촌 지역인 충주시에서 1박 2일간 '찾아가는 닥터버스'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하루에 100여명의 고령 혹은 외국인 환자들이 몰릴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병원 실습을 통해 단련된 학생 의사의 입장에서 감사하게도 실제 환자 문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기회를 통해 교육 현장 밖의 실제 환자를 문진하는 경험하는 교육적인 효과는 물론, 대부분의 양성 질환 가운데 악성 질환을 감별해내는 훈련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실제로 여러 악성 질환의 임상양상을 가진 환자들을 로컬 병원으로 인계해드릴 수 있어 충분히 임상적 이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의료 봉사에서는 약물 처방 없이 impression에 따라 로컬 병원으로 인계까지만 하는 것을 end point로 설정했기 때문에, 환자들의 낮은 만족도를 염려했으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의료 소외지역에서는 환자들이 단순히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들어주는 의사가 증상과 질병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만으로 큰 만족을 느꼈다. 특히나, 평소에 접하기 어렵지만 단순한 혈당검사, 혈압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받는 것만으로 자신에 건강에 이로운 행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이 자신의 건강에 더 관심을 갖고 관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혹자는 봉사활동을 대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기기도 하고 수익성이 없으므로 취미활동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매 순간 누군가의 도움을 값 없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 도움에 감사하며 나도 언젠가 누군가를 도우며 살 것이라고 다짐하는 사람이라면, 상황과 형편에 관계없이 나름의 봉사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부를 모르고 살던 사람이 성공해서 10만원 기부하는 것보다 평소 만 원씩 기부하던 사람이 성공해서 10만원을 기부하는 것이 쉬운 일인 것처럼, 시험과 과제로 바쁜 상황이지만 일부를 덜어내어 돕는 훈련을 거친 사람이라야 성장한 이후에 더 큰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실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결국 두 손 가득 도움 받은 채 돌아가는 경험으로 봉사의 매력에 흠뻑 젖어 보시기를 권해본다.
2022-01-12 08:54:28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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