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존경하는 대한의사협회 회원 여러분!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올 한해 회원님들 모두 만사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2018년 5월 출범한 저희 의협 제40대 집행부는 3년 임기를 몇 개월 남겨놓지 않은 지금까지 회원님들의 권익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한국의료 정상화'를 향하여 잠시도 멈추지 않고 전진해왔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지난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1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 의료계는 물론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침으로써 불안과 혼란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의협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의학과 의료의 최고 전문가집단으로서 ‘위험지역으로부터의 입국제한 조치’, ‘생활치료센터 운영’,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 지정과 의료기관 이원화’를 비롯한 다양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권고하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방역을 앞선 정치’ 속에서 지난해 12월 중순이후 일일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다시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의협은 ▲코로나 전용병원 지정과 중환자 병상 확충 ▲환자 관리체계 변경 신속검토 ▲질병관리청 컨트롤타워 역할 완전위임 ▲백신 관련정보의 정확한 공개 등을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더 이상 정부가 방역의 주인공이 되려 하지 말고, 전문가 및 질병관리청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또 연말에는 ‘대한민국 의료 위기 선언’을 통해 국가긴급의료위원회를 구성하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소외되고 치료의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는 코로나19 이외의 다른 질환의 환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의사회원님들을 비롯한 의료계 종사자들은 이처럼 코로나19가 3차례에 걸쳐 대유행을 일으키는 동안 미지의 바이러스가 침투한 전장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였습니다.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희생과 헌신을 마다하지 않은 모든 의료인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우리 의료계가 이처럼 온 국민과 함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염병이 가져온 불안과 혼란에 맞서 희생과 헌신을 감내하며 싸우는 사이에 정부는 우리의 등에 ‘4대악 의료정책’이라는 칼을 꽂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비대면진료 육성 등 이른바 ‘4대악 의료정책’을, 당사자인 우리 의료계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우리 의사들은 한 손으로는 코로나19를 막고 다른 손으로는 4대악을 막아내는 악전고투를 겪었습니다.
의료계 모든 직역이 동참한 가운데 전국의사 총파업까지 불사한 지난해 여름 투쟁을 통해 우리는 4대악 의료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내용으로 9.4 의정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를 막아내기 위해 헌신한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보호-지원하며, 의료계의 숙원인 필수의료, 의료전달체계, 전공의수련환경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의정협의체 구성도 명문화한 합의였습니다. 저는 의협회장으로서 우리 의료계의 잠재력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던, 그 뜨겁던 지난해 여름을 함께한 회원님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9.4 의정합의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참여할 한의원을 모집하고, 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 관련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등 합의의 정신을 파기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2021년은 의정합의가 실제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한 해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정부가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새해에도 ‘4대악 의료정책’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은 다시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확대 강화된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가 그 중심에 서서 9.4 의정합의의 정신이 존중되고 지켜질 수 있도록 그리고 합의에 반하는 시도를 막아낼 수 있도록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또 저희 제40대 집행부는 ‘4대악 의료정책 저지’ 외에도 한국의료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끝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우선 의사면허관리제도의 개선을 위해 독립적이고 엄정한 전문기구로서 ‘면허관리원’ 설립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계속 도출하여,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면허관리를 우리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수행하여 그 질을 높이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아울러 필수의료 진료과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여 필수의료 분야 수가의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새해에는 반드시 마련하겠습니다.
또 지난해 우리의 동료의사가 부당하게 구속되는 사태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면서, 의료분쟁특례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거듭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새해에는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대정부-대국회 활동을 펼쳐나가겠습니다.
의협은 또 공중보건위기의 상황에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난해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을 발족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이 헌신했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가 ‘4대악 의료정책’을 밀어붙이고, 9.4 의정합의 후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마당에 왜 우리 스스로 피해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일부 회원님들의 원망과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뜨거웠던 지난여름 많은 국민이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셨던 것은 국가적 위기에서 의사들의 공헌이 지대했음을 인정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민과 환자를 위한 우리의 대승적 결단은 그 자체로 숭고한 의사 본연의 책무일 뿐만 아니라, 향후 본격적인 의정협의 과정과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투쟁에 힘을 보태는 강력한 명분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헤아려, 의협의 노력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새해에는 또 13만 의사회원의 위상인 의협회관 신축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2017년부터 추진해 온 의협회관 신축 프로젝트가 지난해 12월 6일 역사적인 착공식을 거행함으로써 약 20개월 후에는 회관신축이라는 우리의 염원이 마무리될 것입니다.
새로운 회관에 벽돌 하나 보탠다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회관신축을 위한 모금에 참여해 주신 회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준공 후에 “돈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망과 의지 그리고 단합으로 지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새해에도 더 많은 성원과 협조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5월 의협 제41대 집행부 출범에 앞서 신임회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집니다. 아무쪼록 정책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냉철한 사고와 뜨거운 열정 그리고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새 집행부가 탄생해 한국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장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회장선거에도 큰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저희 40대 집행부의 임기동안 회원님들이 보시기에 미흡하고 부족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희 집행부는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모든 역량과 열정을 집중해 한국의료 정상화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2020년 정기국회에 의료계가 반대하는 법안이 상당수 올라왔습니다. 건보공단특사경법, 실손보험청구대행법, 수술실 CCTV설치의무화법, 의사면허관리패키지법 등이 그것입니다. 의협은 법안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국회를 설득하면서 최선을 다하여 이를 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해에도 정부와 거대여당은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제도와 법안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악법들이 언제든 다시 상정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저희 집행부는 절대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막아낼 것입니다. 국민건강 수호와 올바른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달려가겠습니다.
‘하얀 소의 해’ 새해 신축년(辛丑年)에는 부디 우리 의료계가 지난해보다는 나아진 진료여건에서 주어진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시련을 함께 극복하고 희망을 찾기 위해 연대하고 화합하는 한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회원님 한 분 한 분 가정과 일터에 건강과 기쁨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1년 새해 아침에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