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한방 없었던 미국심장학회…일부 약제 가능성 확인
메디칼타임즈=최선‧황병우 기자|메디칼타임즈=최선‧황병우 기자| 세계 양대 심장학 학술대회인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가 현지시각으로 17일 막을 내렸다.
매년 그 해의 화두를 제기했던 것에 반해 올해 학술대회에서는 강력한 한방은 없었지만 예방 차원에서의 아스피린 복용과 오메가3의 재평가 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은 것도 사실.
다만, SGLT2-i 제제 등 영역을 넓히고 있는 치료제들의 경우 적응증 확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가 현지시각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됐다.
▲'자렐토-아스피린' 병용, PAD 환자 아스피린 단독 대비 효과
먼저 눈길을 끈 발표는 항응고제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의 최신 임상데이터.
수술을 받은 말초동맥질환(PAD) 환자가 자렐토와 아스피린 병용요법을 실시했을 때 심장, 뇌 등의 중증 발생과 기타 혈관 합병증 문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임상 3상 VOYAGER PAD 시험에서 나온 결과로 전 세계 34개국에서 6564명을 대상으로 자렐토 2.5mg 1일 2회와 아스피린 100mg 1일1회 병용요법을 아스피린 100mg 단독요법과 비교했다.
그 결과 자렐토와 아스피린 병용요법은 하지 혈관재형성(LER) 이후 말초동맥질환 환자에서 아스피린 단독요법과 비교했을 때 중증 혈관위험을 일관되게 감소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자렐토-아스피린 병용요법이 아스피린 단독요법대비 급상사지허혈(acute limb ischemia, ALI)을 33%로 감소시켰으며 심장마비와 허혈성뇌졸중 그리고 심혈관 사망 위험의 상대감소율 또한 리바록사반-아스피린 병용요법이 15% 더 낮게 나타났다.
또한 리바록사반-아스피린 병용요법군의 관상동맥 및 말초 혈전 사건과 관련된 입원은 28% 감소했으며, 사지 혈관재생술도 12% 줄어들었다.
주 저자인 독일 다름슈타트 클리닉 혈관의학 루퍼트 바우어삭스 박사는 "PAD 환자는 심혈관 이상 사건 발생 위험이 높고, 더 취약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 PAD 환자가 병용요법으로 이상반응 발생을 모두 감소시키는 것이 드러난 것은 처음으로 잠재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가능성만 엿본 엔트레스토…추가 연구 기약
또한 이번 ACC에서는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SGLT2-i 계열 치료제들의 경우 기대에 못 미친 성과를 발표하며 쓴물을 삼켰다.
지난 4월 심부전 병력은 없지만 심근경색 후 박출률이 감소한 환자를 대상으로 적응증 확대를 위해 진행했던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는 ACC를 통해 세부데이터를 공개했다.
핵심이 되는 연구는 5669명의 급성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Paradise-MI 3상. 엔트레스토는 ACE억제제인 '라미프릴'에 비해 급성 심근경색 후 심부전 또는 심혈관 사망률을 현저히 감소시키지 못하며 1차 평가변수 달성을 실패한 것으로 발표됐다.
엔트레스토 군은 라미프릴 군 대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혈관계 사망이나 증상이 있는 심부전 등을 경험할 확률이 10% 낮았으며,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15%의 개선이 필요했다.
구체적으로 엔트레스토군 환자의 심혈관 사망은 5.9%, 대조군은 6.7%였고 심부전 입원은 엔트레스토 군에서 6%, 대조군에서 6.9% 그리고 외래 환자의 심부전 발생은 엔트레스토 군이 1.4%, 대조군 2%로 분석됐다.
다만, 연구진은 엔트레스토군이 대조군 대비 심부전의 총 질병부담이 21%가량 낮게 나타나 내약성과 안정성, 심혈관 사망 등을 포함한 2차 평가 변수 개선 추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버드의대 마크 페퍼 교수는 "1차 평가 변수의 유의한 개선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점진적인 개선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첫 번째 심부전과 재발성 심부전을 고려하면 연구결과가 고무적이지만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CC에서는 SGLT2-i 계열 치료제 등의 최신 지견이 공유됐다.
▲sb코로나 상황 역할 기대했던 포시가 목표 못 미쳐
한편,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는 제2당뇨병, 심부전, 만성신장질환 등 장기 보호를 바탕으로 코로나 치료제 역할을 기대했던 상황.
하지만 지난 달 아스트라제네카가 발표한 탑라인 결과에 의하면, 포시가 치료 시 장기부전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등 예방에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ACC에 공개된 자세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DARE-19 3상에는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만성 신장질환 등 고위험군 대상 1250명의 입원 코로나 환자를 대상으로 매일 위약 혹은 포시가를 복용했다.
연구 결과 포시가 환자군 11.2%, 위약군에서 13.8%가 사망하거나 장기 부전을 겪었고, 연구 후속 조치 동안 포시가 그룹과 위약군에서 각각 6.6%, 8.6%가 사망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다만, 연구진은 연구가 통계적 유의성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연구를 지속할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세인트루이스 심장 연구소 미하일 코시보드 교수는 "포시가 치료 환자에서 관찰된 장기부전과 사망 건수가 적고 안전 데이터가 좋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분석을 통해 연구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의 성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예방적 차원의 아스피린 복용…용량 선택 실마리 나와
혈전 생성 억제 및 심근경색 및 뇌졸중 위험을 낮추기 위해 예방적으로 복용하는 아스피린과 관련 용량 선택의 해법을 제시할 연구도 나왔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81/100mg, 표준 용량은 325/500mg이 처방된다. 주로 저용량은 심혈관 위험 저감을 위한 예방적 목적으로, 표준 용량은 해열, 항염증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그간 예방적 목적의 아스피린 사용에서 어떤 용량이 최적의 효율성 및 안전성을 갖는지 조사되지 않았다. 미국 지침은 일일 81~325mg의 용량이 권고되지만 유럽 지침은 81mg을 권고하는 등 엄격한 임상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15일 ACC에서 발표된 연구(DOI: 10.1056/NEJMoa2122137)는 저용량 81mg을 권고하고 나섰다. 표준 용량 대비 효과가 비슷하고 용량과 비례해 출혈의 위험이 높아지는 아스피린의 특성을 감안하면 81mg이 예방적 목적으로 최적의 용량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심장질환이 있는 1만 5076명의 환자들을 1 대 1로 나눠 81mg 또는 325mg의 아스피린을 무작위로 투여했다. 이들의 96%가 이미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었고, 이 중 85%가 81mg을 복용하고 있었다.
26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사망, 심근경색 입원, 뇌졸중 입원 등은 81mg군에서 590명과 325mg군에서 569명이 발생했다.
주요 출혈에 따른 입원은 81mg군에서 53명, 325mg군에서 44명이 발생했다. 325mg 투약군은 용량 전환 발생률이 41.6%로 81mg 투약군의 7.1% 대비 높은 전환률을 보였다. 오히려 325mg 투약군에서 출혈 발생이 적었지만 저용량 전환 발생률이 높아 이를 상쇄했다.
연구진은 "심혈관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시험에서 81mg의 일일 아스피린으로 상당한 용량 전환이 이뤄졌다"며 "81mg 투약군과 325mg 투약군의 심혈관계 사건이나 주요 출혈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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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PT 요법, 혈전·출혈 모두 클로피도그렐 승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후 항혈소판치료제 사용에 있어 아스피린 대비 클로피도그렐의 효용이 앞선다는 새 연구 결과도 나왔다.
관상동맥질환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는 경우 향후 혈전 예방을 위해 약 1년간 아스피린과 P2Y12억제제(클로피도그렐, 사포그렐레이트) 병용요법(DAPT)을 시행한다.
아스피린은 장기간, 고용량 복용 시 출혈 위험이 높아져 아스피린의 최적 기간에 대한 연구 및 아스피린을 대체할 P2Y12억제제 단독 투여 요법 활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16일 발표된 연구에서 2년간의 후속 치료 후 클로피도그렐을 이용한 유지 치료 시 아스피린 대비 사망, 심장마비, 뇌졸중 또는 주요 출혈이 30%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HOST-EXEC 연구는 관상동맥 스텐트를 받은 5436명 중 6~18개월 동안 DAPT를 완료한 환자를 대상으로 클로피도그렐 또는 아스피린을 각각 할당해 투약했다.
주요 연구 종말점은 모든 출혈 사건 및 사망, 심장마비, 급성관상동맥증후군에 의한 병원 재입원, 스텐트 내 혈전 등으로 연구진은 각 약제별 사건 발생률을 조사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한 환자의 3.8%, 아스피린을 복용한 환자의 5.6%에서 혈전이 발생했고 클로피도그렐 그룹 환자의 2.3%에서 아스피린 그룹 환자의 3.3%에서 출혈이 관찰됐다. 두 그룹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보다 혈전 발생률을 줄이는 데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며 "흥미로운 것은 클로피도그렐이 출혈에서도 아스피린 보다 더 안전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항혈소판제가 응고 및 출혈을 모두 줄이는 데 다른 항혈소판제보다 낫다는 것은 혈소판 요법과 출혈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번 연구는 다른 임상의 관찰 기간보다 길지만 더 많은 통찰을 얻기위해 총 5년간의 추적 검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AVI에선 다르다…아픽사반-아스피린, 엇비슷
대동맥판막교체술(TAVR) 이후 혈전 감소 등을 위해 투약하는 아픽사반, 아스피린의 효용성 비교 연구에서는 아픽사반이 특별히 더 효과적이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픽사반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와파린, 항혈소판제와 같은 비타민K 길항제(VKA)보다 임상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아틀란티스 임상은 아픽사반이 TAVR 이후 VKA 또는 아스피린으로 구성된 항혈전 표준 치료보다 우수한지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2016~2019년 TAVR 시술에 성공한 4개국 50개 센터에 11510명의 환자를 등록했다.
이중 약 30%가 TAVR 시술 이외에 심방세동 등의 이유로 항응고제 투약이 필요했는데 연구진은 대상자 절반에는 아픽사반을 투약했고, 항응고제를 필요로 하는 대상에는 와파린을, 항응고제가 필요없는 환자는 아스피린 단독 투약했다.
조사 결과 아픽사반을 복용군의 18.4%, 표준 치료군의 20.1%에서 사망, 뇌졸중, 심장마비, 판막혈전증, 폐색전증, 전신색전증, 심맥혈전증, 주요 출혈 등이 발생했는데 통계상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TAVR 성공 후 아픽사반을 기본 항혈전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지 않는다"며 "아픽사반의 안전성은 표준치료를 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아픽사반이 판막 혈전증을 더 잘 예방할 수 있지만 경구항응고제가 필요없는 환자들에게서 오히려 비심혈관 사망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발견했다"며 "경구항응고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아픽사반은 VKA와 비교할 만하며 사용이 더 용이하다"고 결론내렸다.
자료사진.
▲몰락한 오메가3…고용량도, 정제 성분도 '무용지물'
심혈관 보호 효과에서 오메가3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16일 ACC에서 오메가3의 유용성을 뒷받침한 REDUCE-IT 연구를 정면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추가 임상없이는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오메가3의 효과 논란은 주로 용량, 정제된 성분 사용 여부, 대조약 선정 문제로 요약된다.
2019년 나온 REDUCE-IT 연구는 기존 연구와 달리 일 4g 이상 고용량을 정제된 EPA 성분을 사용해 효과를 증명한 바 있다. 논란이 일단락된 듯 했지만 해당 연구가 대조약 선정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CC에서 발표된 연구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스티븐 니센 교수 등이 진행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의 오메가3 복용 효과 연구 결과(doi:10.1001/jamacardio.2021.1157)를 기반으로 한다.
스티븐 니센 교수 등 연구진은 이에 착안, 1만 382명을 대상으로 오메가3 성분중 EPA와 DHA, 일일 4g 이상 투약으로 조건을 맞춰 임상을 진행했다. 12개월 동안 대상자 절반은 오메가3을 투약했고 나머지 절반은 옥수수기름을 투약했다.
연구 1차 목표는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관상동맥 또는 입원이 필요한 불안정한 협심증 발생 위험도의 변화였다.
분석 결과 EPA 최고 혈중 농도를 기록한 투약군에서의 심혈관 위험도(HR)는 0.98로 나왔다. DHA 최고 혈중 농도를 기록한 투약군도 비슷한 위험도인 1.02를 기록했다. 2% 안팎으로 심혈관 위험도에 기여할 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위험 감소 효과는 나타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REDUCE-IT 연구가 제기한 것처럼 정제된 EPA를 사용해도 DHA 성분 군에서 별다른 차이를 나타내지도 못했다.
REDUCE-IT 연구가 대조약으로 사용된 미네랄 기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추가 임상에 대한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미네랄 기름은 심혈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확한 오메가3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미네랄 기름, 옥수수기름을 대조약으로 사용한 새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