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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특별칼럼]

"은평성모 기억의 벽, 과거-현재-미래 연결된 상징적 공간"(18화)

메디칼타임즈=양현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18회] 기억의 벽,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양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Wall of Remembrance’, ‘기억의 벽’을 아시나요? 이 벽은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장소로, 많은 이들의 눈물과 기억이 담겨 있는 공간입니다.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할 때 우리는 이런 추모의 공간을 자주 접하곤 합니다. 그 벽 앞에서 유족들이 슬픔 속에 추모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비극적인 희생이 남긴 상처와 그들의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억의 공간은 단순히 슬픔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과거의 희생을 통해 남아있는 이들이 삶과 의미를 되새기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합니다.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기념 공원의 추모의 벽이나 순직한 소방관과 경찰관들을 기리는 추모의 벽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들을 기억하는 행위는 단순한 애도가 아닌, 우리의 현재 삶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미래를 더 밝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은평성모병원에도 특별한 기억의 벽이 있습니다. 병원의 G층에 위치한 장기이식병원 입구로 들어서면 왼편에서 바로 만나게 되는 ‘Wall of Remembrance’는, 은평성모병원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세상을 떠난 이들의 넋을 기리며 그들이 남긴 생명 나눔의 정신을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이 벽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그들의 희생으로 이어진 새로운 삶을 떠올리게 하고 장기기증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저는 간을 담당하는 소화기내과 의사로, 제 환자들 중에는 간이식이 절실히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과 함께 기증자를 기다리며 이식 순위와 점수만을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끔 진료가 끝난 후 이 기억의 벽 앞에 서면, 벽에 새겨진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보며 깊은 감정에 휩싸이곤 합니다. 그분들이 단순히 기증자가 아닌,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내가 기다리던 것은 그저 한 사람의 ‘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내였고, 남편이었으며, 딸이고, 아들이었던 사람의 희생이라는 사실이 마음 깊이 와닿습니다. 한 사람의 장기기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이어지고, 그 희생이 또 다른 인생에 새로운 미래로 이어진 것이지요. 기억의 벽은 이처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연결되는 시간을 일깨워 주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장기기증은 단순히 의학적 이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을, 그 사람이 떠난 후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을 의미 있게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장기기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들에게 그 희생은 단순한 기증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이자 새로운 미래입니다. 은평성모병원의 기억의 벽은 바로 그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상기시켜줍니다.오늘 이 글을 읽는 순간, 실제로 기억의 벽 앞에 서서 또는 기억의 벽 앞에 서 있는 장면을 떠올리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이어지는 경험을 통해 장기기증의 생명 나눔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4-10-21 05:30:00학술
[장기이식 특별칼럼]

중환자실에서 배운 생명나눔의 숭고함(16화)

메디칼타임즈=박찬송 은평성모병원 간호사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6회] 중환자실에서 생명나눔의 숭고함을 알게 되다박찬송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특수간호팀 신경계중환자실 간호사 ‘장기이식’에 대해서는 “대의적으로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이로운 것이다” 혹은 “언젠가는 나도 장기이식 공여자로 등록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가져왔던 것 같다. 신경계중환자실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는 말이다.이 곳에서 근무를 한 지 6년 차에 접어드는 지금, 우리 부서의 간호사들은 장기이식 수혜자보다는 공여자들을 주로 돌보게 된다. 신경학적으로 뇌사상태가 되는 경우, 환자는 동공 반사를 포함한 모든 자극에 반응이 없어지고, 뇌압이 한계 없이 치솟기도 하며, 활력징후가 불안정해지고, 자가 호흡이 완전히 사라져서 인공호흡기 없이는 숨을 쉴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이러한 환자들을 대할 때, 특히 갑작스러운 발병 혹은 사고로 하루 아침에 급격하게 의식이 저하되어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보호자들이 환자의 소생 가능성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난감한 순간이 찾아온다. 보호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의식이 깨어 걸어서 병원을 나갈 수가 없다면? 살게 된다 하더라도 말 그대로 식물인간 상태로 평생 연명만 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쉽사리 말을 꺼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것 또한 의료진의 몫이 된다. 보호자들은 현재의 치료를 유지할지 중단할지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결정을 안내 받게 된다. 요즘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생전에 연명치료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까지도 미리 등록한 분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그러면 보호자들의 마음의 짐은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으로 으레 짐작은 된다. 이 상황에서 또 한 가지 제안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장기이식에 대한 설명이다.주치의는 의식이 호전될 여지가 없는 부분에 대해 현재의 뇌 상태를 보호자들에게 설명하고, 연명 중단에 대한 내용과 장기이식에 대해 언급을 한다. 보호자들은 그 내용을 듣고 가족들과 상의를 거쳐 우리에게 결정된 내용을 전달한다. 이 상황을 오롯이 전달해야 하는 교수님의 무거운 마음도, 그것을 결정해야 하는 더 무거울 보호자들의 마음도, 중간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우리 간호사들의 마음을 조금 더 신중하고 겸허하게 만든다.이런 상황에서 장기이식은, 의미 없이 환자를 포기하는 것보다 조금 더 희망적인 대안이 되기도 한다. 환자의 죽음을 그저 슬프고 안타까운 것으로만 생각하기보다는, 한 생명의 죽음이 여러 사람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고, 나의 혈육이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희망 또한 보호자들에게 선물하고, 조금이나마 의료진들의 어려운 마음을 내려둘 수 있는 여지가 되어 준다.본원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생기고, 이후 TV 매체에서 다뤄진 이야기와 과정을 보고 들으면서,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장기이식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장기이식운영팀 선생님들이 겪게 되는 수많은 감정 또한 나에게 와닿았다. 그 과정 중 일부를 담당하는 우리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면 좋을지 좀 더 고민해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해내는 우리에게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장기이식이 결정된 환자의 1차, 2차 뇌사 조사와 사망 선언, 그리고 보호자 면회 후 수술방에 보내드리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하면서 우리가 환자분들을 잘 돌보아서 공여하는 그날까지 안녕히 잘 보내드리는 것 또한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들 중에 하나였음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도 장기이식을 준비한 모든 팀원들과 함께 ‘뇌사 장기기증자를 위한 기도문’을 읽으며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진정한 기도를 드리고 숭고한 마음으로 환자분을 보내드렸다. 담당 간호사로서의 나의 마음도 조금은 홀가분해지는 하루였다. 그리고 장기이식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나와 동떨어진 그저 막연한 일이 아니라 나도, 우리 부모님도, 사랑스러운 내 아이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마지막 순간에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2024-09-23 05:0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9개의 사랑의 선물이 무엇인지 아시나요?(15화)

메디칼타임즈=홍석진 은평성모병원 운영팀장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5회] 9개의 사랑의 선물이 무엇인지 아시나요?홍석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장(간호사) 장기기증의 날(Save 9)은 뇌사 환자의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심장, 간장, 신장 2개, 폐장 2개, 췌장, 각막 2개)을 구할 수 있다는 생명나눔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가 1997년부터 매년 9월 둘째 주를 장기주간으로 정하여 대대적인 홍보 행사를 진행하던 것을 2008년부터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더욱 살리기 위하여 매년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정하고 여러 기관, 단체, 학교, 기업과 함께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9월 9일을 맞아 1년 중 하루만이라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우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장기기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서 지정된 날이다. 장기기증의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한 사람에게는 약속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실제 장기기증자 및 그 가족들에게는 생명을 살렸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펼쳐진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도 매년 생명나눔주간 행사에 동참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기증 캠페인, 장기기증 교직원 홍보, 장기이식 관련부서 감사운동, 장기이식 사진전 또는 스토리전 등의 다양한 홍보 활동을 통해 환자 및 보호자와 교직원들에게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의 변화를 주고자 노력한다. 먼저 장기기증 희망등록 캠페인 활동은 생명나눔주간 기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다. 장기이식병원은 매년 2회의 장기기증 희망등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은평성모병원의 장기기증 희망등록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가족, 젊은 MZ세대 등이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암 환자들의 기증 가능 여부와 백내장 수술을 한 어른들의 각막기증 여부이다. 암 환자는 완치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기증이 가능하고 백내장 수술을 하여도 각막기증에 문제는 없다. 항암치료 중에 힘든 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기증 희망등록지에 정성스럽게 서명을 하는 분들을 많이 보곤 하는데 삶을 대하는 그들의 진지한 자세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뇌사상태가 되어 장기를 기증할 상태가 되었을 때 선순위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장기기증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기증 희망등록이 장기기증으로 연결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 이에 대한 홍보도 매우 중요하다.장기이식병원에서는 장기기증 및 이식을 위해 애써주신 많은 부서에 감사의 마음도 전하고 있다. 장기이식은 어느 한 부서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많은 부서의 도움이 필요하고 빠른 결정과 실행을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최선을 다하는 관련 부서 교직원들에게 일일이 감사를 표현할 수 없지만 생명나눔주간 행사기간에는 각 부서를 방문해 작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장기의식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생명나눔주간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개원 후 처음으로 사진전을 진행하였다. 각 사진의 제목과 내용을 사진에 첨부하고 도슨트를 통해 내원객들에게 사진의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모든 시간이 소중했고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지만 특히 더 잊을 수 없는 순간도 있었다. 사진전을 보신 어떤 보호자가 장기이식병원을 방문하고 “이 일은 ‘사랑’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네요. 감동이고 존경합니다”라고 말씀해 주신 것이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에 ‘사랑’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되뇌어 보았지만, 특히 장기기증과 이식은 ‘사랑’이 정답인 일임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생명나눔주간 행사 기간이 다가오면 “기증 희망등록은 많이 해 주실까? 작은 행사에 교직원들이 참여를 잘해 주실까? 장기기증에 대하여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만의 축제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를 고민하며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그러나 늘 기우였다. 생명나눔주간 행사는 늘 감사로 마무리된다. 우리 주위의 많은 이들이 생명나눔에 대하여 점차 많은 관심을 갖고 동참하고 있으니 앞으로 생명나눔 활동은 희망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인의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일, 이를 통해 다른 이에게 새로운 생명이 선물처럼 오는 일, 기적을 느끼게 하는 일이 바로 장기기증이다. 장기기증의 현장에서 기증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우리 모두는 더욱더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2024-09-09 05:0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은평성모병원 자부심 '장기이식병원'의 뇌사판정과 장기기증(14화)

메디칼타임즈=류나영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4회] 은평성모병원의 자부심,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에서의 뇌사판정과 장기기증류나영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은평성모병원은 故김수환 추기경의 이름을 딴 장기이식 전문병원으로서 그 명성을 자랑스럽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 칼럼을 신경과 전문의로서 의뢰받았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제 핸드폰 속 병원 뇌사판정팀 단체 연락방이었습니다. 은평성모병원의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은 외과, 내과, 신경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거의 모든 과가 포함된 팀으로 구성되어 있어, 장기기증이 필요한 순간에 즉각적으로 효율적인 의료 대응이 가능합니다.뇌사 장기기증은 뇌의 기능이 영구적으로 손실되어 회복이 불가능할 때, 환자 본인의 사전 동의나 가족의 동의를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뇌사 판정의 첫 단계에서 신경과 전문의는 환자가 어떠한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지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이는 물리적,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포함한 다양한 자극에 대한 반응 여부를 평가하며, 뇌간 반사 검사를 통해 환자의 기본적인 생명 유지 기능이 손실되었는지도 검토합니다.자발 호흡의 유무는 특히 중요한 판단 지표입니다. 인공 호흡기를 일시 중단하고 환자가 스스로 호흡할 수 있는지를 관찰하며, 이 과정에서 혈액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여 높아지는 지도 확인합니다. 이러한 단계들을 거쳐 1차 통과가 되면 최소 6시간 뒤에 다른 신경과 전문의가 위의 절차를 다시 거쳐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이후 뇌의 전기생리적 활성을 측정하는 뇌파(EEG) 검사를 실시하여 뇌 기능의 완전한 정지를 확인합니다.이후, 뇌사판정위원회가 개최되어 다양한 전문과 의료진들과 장기이식팀이 모여 국가 기준에 따른 뇌사 판정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장기이식 수술을 진행하게 됩니다. 뇌사 판정은 법적, 윤리적, 그리고 인간적 관점에서 매우 엄중하게 처리되어야 하며, 신경과 전문의로서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큰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환자와 가족의 아픔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며, 때로는 이러한 뇌사 판정 과정이 가슴 아픈 순간임을 느낍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결정을 통해 장기기증이 이루어질 때, 그 숭고한 선택은 끝나는 생명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합니다. 이는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 아닌, 내일에도 살아있을 수 있는, 슬픔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은평성모병원에서는 장기 기증자와 가족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미사를 개최하여 그들의 숭고한 결정을 기립니다. 저 역시 이 미사에 참여하면서, 비록 얼굴을 마주 보지는 못하지만, 그들에게 평화와 행복이 함께 하길 마음 깊이 기도합니다. 이러한 기도와 함께, 우리 병원의 장기이식팀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하며 환자와 사회에 봉사할 것을 다짐합니다. 
2024-09-02 05:1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뇌사’, 어떤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13화)

메디칼타임즈=은진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3회] ‘뇌사’, 어떤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 은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사실 저는 장기이식병원에서 오는 연락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그래서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선생님들께 버럭 불퉁한 표현을 하고, 뒤늦게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연락들은 여전히 반가워지지 않습니다. 제 환자분들은 수여자가 아니라 기증자가 되시니까요.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저는 현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입니다. 뇌혈관질환, 외상, 다른 어떤 이유로 인해 뇌손상이 생겼을 때 혹은 뇌손상이 예상될 때 악화를 막기 위한 수술을 하고 처치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제가 장기이식병원과 연락하게 될 때는 제가 치료하고 있던 환자에게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어졌을 때 입니다. 흔하게는 ‘뇌사’라고 얘기하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뇌사’라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질병관리청에서 내리는 정의는 이렇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전체 뇌의 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손상을 받고 자발 호흡이 없이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며 일정기간 자동 박동 기능을 가진 심장이 기능을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뇌 기능이 정지할 경우 일반적인 의학적 사실은 여러 가지 방법에도 불구하고 수일 내지 2주 내에 심정지, 사망으로 이어진다.’ 응급실로 내원하자마자 ‘뇌사’가 추정되는 환자분들도 계십니다. 교통사고 같은 기전으로 갑자기 큰 충격을 받아 뇌손상이 진행하는 경우들, 뇌출혈이 짧은 순간에 다량 발생하는 경우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들에서 응급실 내원 당시에는 그 정도로 나쁘지 않았고, 심지어는 약하게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수술 후, 혹은 중환자실 입원 중 뇌사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수술하고 나서 보호자분들에게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 할 수 있는 건 최대치를 다 했다. 여기서 버티는 건 환자분께서 해주시는 거다. 경과를 기다려보자.” 사실이 그렇습니다. 수술을 해서 출혈을 일부 제거하고, 감압을 해주더라도 뇌손상에서 회복을 하는 건 환자의 몸이 스스로 해내야하는 일입니다. 약은 그런 과정을 아주 일부 도와줄 뿐이고, 수술로 해줄 수 있는 것 또한 일부에 불과합니다.감히 보호자분들의 마음에 비견할 수는 없겠지만, 의료진도 비슷한 마음으로 환자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기다리는 과정 중에 환자가 점점 버티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참 괴롭습니다. 안되겠구나. 어렵겠구나. 그렇게 버티다가 정말 어려운 순간이 오면 보호자분들에게 연락을 드립니다. 그리고 나누는 면담 또한 마음이 늘 무겁습니다. 사실 더 괴로운 부분은 그 다음입니다. “뇌사가 추정된다. 앞으로 잘 버텨도 2주가 어려울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하고 난 다음 말입니다. 이후로는 보호자들에게 고통의 시간입니다. 이미 뇌사가 추정된다는 이야기는 들었고, 이 때부터 보호자들이 기다리는 병원의 전화는 “심박이 떨어져서 임종이 얼마 안 남으셨습니다”인 것뿐입니다. 그렇게 피말리는 한 시간, 두 시간, 하루, 이틀이 갑니다. 사실 이 시간은 의료진에게도 너무나 괴롭습니다. 지금인가, 아닌가, 아직 아닌가. 회진을 돌고, 환자를 보면서 아직은 버티시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환자가 좋아지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로 하는 처치는 힘이 듭니다. 가끔 하루 이틀 버티는 환자를 보며 보호자분들이 새로이 기대를 하시다가 여전히 아무 반응 없는 환자를 보고 다시 실망하시는 모습들을 보는 것도 속상합니다.그래서 저는 장기기증을 한 번 더 얘기합니다. 모든 생명의 탄생이 축복받는 것과 같이 좋은 죽음 또한 매우 중요한 명제입니다. 기다리는 가족이, 마지막을 지키는 의료진이 모두 시간마다 괴로워하는 죽음이 아닌, 모두가 그 시간을 준비할 수 있으며 곁에서 충분한 인사를 나눌 수 있고, 그 끝이 괴로움이 아닌 다른 희망을 주는 마무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얘기합니다. 저는 수여자를 위한 장기기증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기증자가 되실 환자분과, 그 보호자분들을 위해서 말씀을 드립니다.이번 얘기를 쓰면서 기억나는 보호자분이 한 분 계십니다. 정확한 경위는 이제 가물가물해질 만큼 오래전 이야기이긴 합니다. 환자분은 청년에서 중년쯤 되었을까요. 저와 말씀을 나누셨던 그 보호자는 환자의 노모셨습니다. 교통사고였던 것 같고, 갑작스런 사고에 보호자분들이 모두 황망한 상황이었습니다. 내원 당시 뇌 CT 상 이미 뇌사라고 의심할 단계였고, 보호자분들과 환자 상태에 대한 긴 면담 후 장기기증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젊은 환자니, 부디 고려해주시면 좋겠다. 지금 처음 얘기를 들으셨으니 생각할 시간을 갖고 말씀해달라”라고 면담을 마무리했습니다. 불과 3시간이나 지났을까요, 그 보다 짧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갑자기 환자가 심정지 상태가 되었습니다. 뇌사 상태로 진행했으니 생길 수 있는 경과였지만, 젊은 환자였기 때문에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너무나 빨리 심정지로 진행한 상황이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이미 심폐소생술은 원치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환자는 결국 임종하시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 보호자께서 저를 붙잡고 하셨던 말씀이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면담 후에 어렵게 장기기증을 결정하셨고, 그렇게나마 어떤 모습으로든 자식이 그래도 이 세상에 남아 있겠구나하는 희망을 가지셨는데, 이렇게 빨리 나빠져서 그 기회마저 잃어버렸다고. 그게 너무 속상하시다고. 정말 아무것도 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보호자분 손을 같이 잡고 있는 것 말고는.보호자분들에게 뇌사를 설명하고 장기기증 얘기를 꺼내면 가끔 분노에 가득한 눈빛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는 그런 표정들. 그렇게 적의에 찬 눈빛을 받는 것은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 분들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됩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에, 아직 다 이해하지도 못 했고, 심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이지도 못했는데 환자에게 다시 칼을 대겠다는 말을 꺼내는 게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느껴질지도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한 숨 돌리고 나면 한번 되짚고 나면 이런 기회마저 소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어르신의 손을 기억하면서 말을 합니다. 지금 바로 답을 주시지 않아도 되니, 고민해주시라고.여전히 저는 장기이식병원의 연락을 싫어하고, 보호자분들과의 면담이 힘듭니다. 이런 면담은 안 하고 싶고, 안 생기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다시 말을 꺼내야 합니다. 장기기증에 대해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좋은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저는 운전면허증에 기증희망등록이 되어있습니다. 가족들도 제 의사를 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분들도 어느 평화로운 날에 가까운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떤가 합니다. 환자가 건강할 때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건 보호자분들에게 더 많은 고민거리를 줍니다. 꼭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어도 좋겠습니다. 삶의 마지막을 어떤 형태로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남겨질 사람들에게도 지침이 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소소한 이야기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작은 생각의 불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2024-08-19 05:0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내가 깨달은 장기이식, 중립에서 중도로"(12화)

메디칼타임즈=신혜림 은평성모병원 코디네이터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12회] 중립(中立)을 지킨다는 것은...신혜림 장기이식코디네이터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중립(中立)이란,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간적인 입장에 서 있다’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저는 그 ‘中立’이 장기이식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중에 장기이식코디네이터라면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이식코디네이터는 장기이식과 관련된 일련의 모든 업무들을 가운데서 중재하고 조율하는 간호사를 말합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에는 총 4명의 장기이식코디네이터가 근무하며 24시간 이식에 대한 절차 안내와 조율, 이식 대기 환자의 상태 파악과 관리, 장기구득과 이송, 뇌사추정자 신고, 기증상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그 중에서도 뇌사상태에 있는 기증자가 장기기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과 그런 기증자로부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장기를 무사히 수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업무가 대표적입니다.  저는 장기이식코디네이터 간호사로 늘 뇌사 장기기증자의 유가족분들과 수혜자 간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그 어느 쪽에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중간을 잘 유지하는 것이 코디네이터의 자질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으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혜를 받는 수혜자와 가족들의 기쁜 마음에도 마냥 기뻐하고 앞날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온 마음으로 대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장기기증을 하고 하늘의 별이 되는 기증자와 그의 유가족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수혜가 확정된 환자와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힘든 나날들을 보내왔으며, 막연한 아픔에 그 가족들 또한 환자 못지않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비춰져 앞으로의 새 삶을 생각할 수 있는 미래가 생기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나의 가족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하늘의 별이 되는 순간에는 힘들고 아프겠지만 그 선물로 인해 새 삶을 사는 수혜자를 볼 때 마냥 슬픈 일만은 아니라 나의 가족이 어딘가에 살아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기증자 유가족분들을 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저의 어설픈 중립에 대한 마음 때문에 온전히 그들의 입장에서 마음을 다해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코디네이터의 덕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수혜자의 마음에 가까이 가지도 않고, 장기기증자 유가족의 마음 그 어느 곳에도 온전히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 얼굴이 붉어졌습니다.한자성어 중에 중도(中道)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도(中道)라는 말은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올바른 길이라고 합니다. 저는 양극단에 치우지지 않기 위해 노력은 하였지만, 올바른 길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이제부터 그 중도(中道)에 맞는 장기이식코디네이터로서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에서 다른 상황에 놓여진 양극단의 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의 중간에 우두커니 서서 중간만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어루만질 수 있는 장기이식코디네이터가 되는 게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2024-08-05 05:3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다큐멘터리로 본 장기공여자와 그들의 이야기(11화)

메디칼타임즈=정현식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1회] 생명을 나누는 숭고한 선택: 장기공여자와 그들의 이야기정현식 교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마취통증의학과)장기이식이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라면, 그 출발점에는 항상 장기공여자가 있습니다. 장기공여자는 자신의 일부를 타인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는 사람들입니다.오늘은 장기공여자들의 숭고한 선택과 그 중요성,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독자들께 소개하고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우리나라의 장기공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생체 장기공여와 뇌사 후 장기공여입니다. 생체 장기공여는 건강한 사람이 자신의 일부 장기를 기증하는 것으로, 주로 신장이나 간을 기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체 장기공여는 주로 가족이나 친지 사이에서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생체 공여자들은 자신의 장기의 일부를 떼어 내었지만 그것으로 다른 사람의 고귀하고도 고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한편, 뇌사 후 장기공여는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가 자신의 장기를 장기이식이 필요한 다수의 타인에게 기증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후에도 자신의 몸을 통해 다수의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뇌사 후 장기기증은 한 사람의 기증으로도 다수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니지만,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의 결단과 용기도 필요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생면부지인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며, 따라서 큰 존경과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렇듯 장기 공여자와 그 가족들의 숭고한 결단은 장기이식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생명을 주는 그 값을 따질 수 없는 것입니다.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도 뇌사 기증자를 추모하는 ‘기억의 벽’을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안에 설치하여 기증자와 그 가족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병원을 오가는 모든 이들이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장기공여자들과 가족들의 숭고한 선택과 희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다큐멘터리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장기공여 결정 과정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과 영감을 주며,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실제 장기공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에게도 장기 공여자의 숭고한 뜻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첫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최고의 선물, 생명의 나눔”입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장기 공여자와 수혜자의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수혜자들의 감사와 기쁨을 집중 조명하며, 기증자들의 숭고한 선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두 번째로 소개할 다큐멘터리는 “마지막 인사”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작품은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을 나눈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작품으로, 기증자와 그 가족들이 나누는 마지막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기증자 가족들이 기증 후에도 그들의 결정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기증을 통해 얻은 위로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이렇듯, 장기기증은 새로운 생명을 나누는 숭고한 선택입니다. 기증자와 그 가족들의 희생과 사랑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이러한 생명 나눔의 사랑은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고 희망찬 곳으로 이끌게 될 것입니다.이 글을 통하여 우리는 장기공여자들과 그 가족들의 결단을 존중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림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들과 장기기증의 숭고한 가치를 공유하여,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열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4-07-15 05:0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장기기증자, 그 익명의 헌신을 생각하며(10화)

메디칼타임즈=박정현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0회] 장기기증자, 그 익명의 헌신을 생각하며박정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교수(간담췌외과) 여느 때처럼 앰뷸런스를 타고 장기를 구득하러 갑니다. KONOS(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리스트에 올라온 바로는, 00세 남자가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본인의 간을 기증했으니, 간 공여를 기다리고 있는 응급환자가 있는 병원의 의사는 하던 일을 미루거나 제치고 장기구득을 하러 오라고 합니다. 삐뽀삐뽀 귀를 따갑게 자극하는 앰뷸런스 싸이렌 소리에 몸을 싣고 근무지인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뇌사자 발생 병원으로 달려가는 동안, 손에 든 뇌사 장기 기증자의 의료 데이터 정보를 보다가 언뜻 상념에 잠깁니다. 기증을 한다는 것. 사전적으로는 거저 주다 혹은 대가 없이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쉽지 않은 행위입니다.유사 이래로 남을 위해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에는 찬사가 따라붙는 것이 당연할지 몰라도,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내준다는 말은 실현의 경험이 없이 그 기저에 흐르는 숭고한 뜻만 있을 뿐! 의학이 발달하기 전 인간사에, 거저 주는 일은 사람의 몸에는 해당되지 않던 일임에는 틀림이 없었을 것입니다. 주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을 테지요. 근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도 실제 장기를 이식해 잠시라도 기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건 20세기 초중반이 되어서였습니다. 기술적인 문제, 면역반응, 합병증 등을 논하기에는 지면은 짧습니다.요새는 간, 신장, 췌장, 심장, 폐 등 여러 장기를 기증자에게서 받아서 필요로 하는 수혜자에게 제공합니다. 기증자에게서 받는 장기는 장기별로 소위 골든타임 내에 이식을 해야 제대로 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고가 되어 있고, 그를 위해 의료진은 최선을 다합니다. 그 긴박한 와중에 수술을 진행하고 기증자 가족을 다독이고 사연을 들어가며 일을 진행시키는 것은 사실 일개 직장인의 업무입니다. 물론 그 직장인이 늘상 겪는 일이라기에는 들어 알게 되는 사연들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절절합니다. 뇌사의 원인도 가족관계도 단편적으로 알게 된 뇌사 이전 공여자의 삶도… 혼자 외롭게 일상을 보내다 우연히 이웃에 의해 의식불명인 채로 발견된 경우, 힘든 하루를 보내고 귀가하다 발생한 교통사고, 집에서 자다가 갑자기 발생한 뇌출혈,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 모진 선택, 가족과 일상을 보내다가 눈앞에서 의식을 잃거나, 회사에서 일하다가 생긴 급작스런 발병 등등 어느 하나도 쉽게 견디지 못할 불운을 겪은 분들이며, 그럼에도 자신의 신체를 기증하여 모르는 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기증을 하는 기증자의 몸에 손을 대고 수술을 집도하고 장기를 구득하는 나는 그냥 ‘직장인’이어도 되는 것인가. 전공의 때부터 훈련되어온 환자를 치료하는 수술이 아닌, 환자를 결과적으로 심장사에 이르게 하는 수술을 하는 행위를 나는 진실로 성스러운 마음으로 대해본 적이 있던가.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결국에는 내가 아닌 기증자의 마음에 다가섭니다.내 것을 정해진 누구에게 주는 것이 아닌, 내 것을 ‘어느’ 누구에게 주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환자 혹은 그런 결정을 하는 가족의 마음은 어떨지. 대가 없이 남에게 준다는 윤리의 극한에서 실현되는 장기기증은 의학의 힘을 입어 궤도에 올라서고 다시 윤리로 향합니다. 오늘 이 수술은, 안타깝지만 다음이 없게 된 사람의 뜻을 이어받아, 다음이 있을 사람을 위해, 오늘을 사는 사람이 하는 거룩한 행위인 것이 아닌가. 마른 침을 한번 크게 삼킵니다. 그러한 마음에 보답하는 길은 내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어야겠구나.생각의 나래는 되돌아와 귀에는 아까 듣던 삐뽀삐뽀 앰뷸런스 소리가 여전합니다. 한낱 직장인일 뿐인 장기이식 전문의의 마음속에는 장기이식 수술이 단순한 수술이 아니라 기증자의 바람과 윤리를 실현하는 행위라는 자부심이 스며듭니다. 뇌사기증자를 대하며 경건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오늘의 수술은 좀 더 경건한 마음으로 집도하게 될 것임에 분명해집니다.  *한국에서 가장 최근 통계정보인 2022년 한 해 뇌사 기증자는 총 405명이었고 장기를 수혜 받은 환자는 1641명이었습니다. 뇌사 기증자 1인당 평균 4인의 환자에게 새생명을 선물하고 사망하신 것으로-보건복지부 KONOS 2022통계연보-, 뇌사 기증자의 명복을 빕니다.
2024-07-01 07:43:26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장기기증과 이식의 정신심리학적 관점들(9화)

메디칼타임즈=박민현 은평성모병원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9회] 장기기증과 이식의 정신심리학적 관점들 박민현 교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정신건강의학과) 장기이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존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는 모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간단한 진료 및 평가를 거치게 됩니다. 장기이식과 정신건강의학과는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기증과 이식을 시행하기 전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대상자들을 만나봐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첫째는 대상자의 정신건강상태가 기증과 이식에 적합할지 평가하는 것이고, 둘째는 생존 기증자의 기증 의사가 자발적인 것인지 평가하는 것입니다.먼저, 우리나라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언급된 정신건강의학적 측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법률의 제3장 11조는 ‘장기등의 적출・이식의 금지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특히 생존 기증자의 정신건강상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장기적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사항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지적(知的)장애인. 다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본인 동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한다.*마약ㆍ대마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사람법률이 이런 금기사항을 두는 이유는 정신질환자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의사결정 능력, 현재 증상의 안정성, 예후와 관련된 위험성 등이 장기기증과 이식의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신질환자나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의 제6호에 따른 지적장애인인 경우에는 기증의사를 밝힌 본인이 동의 능력을 갖추었다는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소견서를 지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법률에 언급된 것처럼 마약・대마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된 사람의 장기 적출도 금기사항입니다. 음주의 경우 국가별로 다른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생존 기증자의 음주에 대해 미국에서는 이를 금기사항으로 보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음주의 정도에 따라 금기사항이 될 수 있고, 캐나다에서는 절대적 금기로 되어 있는 등 국가에 따른 차이가 있습니다.  생존 기증자의 자발적 의사에 대해서는, 법률에 정해진 바는 아니지만, 여러 문헌들에서 생존 기증자가 장기기증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질 때는 금기사항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기증자가 장기기증에 대해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변의 강요나 애원 등에 의해 마지못해 기증하기로 결심하였다면, 그러한 결심이 완전히 자발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장기이식 전후로 생존 기증자는 물론 수혜자도 우울, 불안 등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 언제든지 정신건강의학과에 도움을 요청 할 수 있으며, 또한 생존 기증자의 경우 자발적 의지로 언제든지 기증 의사를 철회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장기이식 절차에 수반되는 정신심리학적 평가체계를 정립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사전사후 기증자 평가 및 스트레스 관리도 강화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역시 장기기증과 이식의 과정에 정신건강의학과가 함께 참여해 정신심리학적 시각에서 대상자들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안전한 이식 환경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는 중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정신심리학적 평가에 대한 자료를 모니터링하거나 공식적으로 통계화 하고 있지는 않으며, 통일된 지침 등도 부재하여 장기이식을 시행하는 기관별로 상이하게 정신건강의학적 평가 및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국내에서도 점차 장기이식 절차에 수반된 정신심리학적 문제에 관심이 증대되고 체계적인 추적관찰이 이루어지기를 고대해 봅니다. 
2024-06-17 05:0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눈 장기기증, 수입 각막에 의존하는 게 현실"(8화)

메디칼타임즈=가톨릭대 이현수 교수(장기이식병원)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8회] “눈은 마음의 등불” 김수환 추기경과 각막이식ⵈ수입 각막에 의존하는 현실이현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교수(안과)각막이식수술은 안구에서 유리창 역할을 하는 투명한 각막에 영구적으로 혼탁이 생겨서 실명에 가깝게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 혼탁한 각막을 건강하고 투명한 기증 각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입니다.  각막 전층을 이식하고 봉합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안과 수술 중 난이도가 높은 편이며, 최근엔 각막 혼탁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병변이 있는 부분만 이식하는 부분층 각막이식수술도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푹스이영양증이나 수포성각막병증과 같이 각막내피세포에 병변이 있어서 각막에 물집이 잡히고 부으면서 혼탁해지는 경우에는 부분층 각막내피이식수술을 시행하는데, 전층 각막이식에 비해 수술 후 시력 회복이 빠르고 이식 거부반응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봉합으로 인한 난시 및 합병증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2019년 개원 직후 안은행과 각막이식팀을 꾸렸으며, 같은 해 7월 1일 양안 시력을 잃고 어둠 속에서 생활 중이던 80대 여성 환자의 우안 각막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양쪽 눈 모두 실명 상태여서 3~4년 전부터 각막이식을 권유받았으나 국내기증 각막 부족 및 경제적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하다가 본원 사회사업팀과 하나금융나눔재단으로부터 수술비를 지원받아 다시 세상을 보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잘 보고 계십니다.  수술 후 이틀 만에 시력을 회복하기 시작한 환자는 “밝은 세상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가족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거듭 고마움을 표시하시고, 보호자로 오신 할아버지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알고 계시는 것처럼 국내 인구 100만 명 당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9.3명으로, 미국 44.5명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권에선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신장, 간, 폐 등의 다른 장기는 기증하더라도 안구는 기증하길 꺼려하는 경우를 의료 현장에서 종종 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국내기증 각막의 부족으로 이어져 국내에서 기증된 각막을 이식 받으려면 평균 대기기간이 8년(장기조직혈액관리원 2022년 장기이식 현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하버드의대에서 시행된 유전자가 조작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는 사례처럼 돼지의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이나, 인공적으로 제작된 각막을 이식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 인체 각막과 비교할 때 임상적으로 만족할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막이식 대기자 중에 양안 실명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나 감염이나 외상으로 안구파열의 위험성이 큰 경우에는 외국에서 기증된 각막을 수입해 이식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은평성모병원에서 시행한 각막이식 통계를 보면 이식에 사용된 각막은 수입한 외국기증 각막이 국내기증 각막보다 3배 이상 많았습니다. 수입 각막은 복잡한 프로세스 및 고가의 운송비용이 추가되어 환자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줍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유행기간에는 외국기증 각막조차 수급이 쉽지 않았고 항공 운송비마저 크게 올라서 각막이식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故김수환 추기경은 1990년 “앞 못 보는 이에게 빛을 보여주고 싶다”고 헌안 서약을 한 이후 2009년 2월 16일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씀과 함께 안구를 기증하고 선종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울렸던 故김수환 추기경의 선한 마음과 몸소 실천한 숭고한 생명 나눔 정신은 그해 장기기증 서약을 크게 증가시키는 선순환을 가져왔습니다. 어둠에 갇힌 환자뿐만 아니라 옆에서 함께 힘들어하는 환자 가족들에게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각막기증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후 각막은 땅에 들어가면 죽지만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게 되면 다시 살아나고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장기이식은 가장 고귀한 생명의 나눔이며, 인간에 대한 사랑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의지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처럼 장기기증문화가 더욱 활성화되고, 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가 더욱 높아지면 장기기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24-06-03 11:41:36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긍정적인 기증문화 확산을 위한 의료진의 작은 약속(7화)

메디칼타임즈=반태현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7회] 긍정적인 기증문화 확산을 위한 의료진의 작은 약속반태현 가톨릭대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교수(신장내과) 어느 가족의 자녀, 어머니, 아버지, 누군가의 친구, 직장동료로서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던 사람을 갑자기 보내야 하는 그런 아픔 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의료진이 있습니다.이들에게 장기기증을 위한 언급을 하기도 어렵고, 가족 사이에 함께 충분한 논의를 하고 결정을 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 의료진은 그 뜻이 헛되지 않도록 장기기증을 위하여 거쳐야 하는 모든 단계와 순간마다 신속하고 오차 없이 절차를 진행하고자 노력을 기울입니다.이 과정에서 가장 가슴 아픈 시간은 가족들이 이별을 받아들이고 말이나 글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연세가 많은 기증자의 부모님부터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어린아이의 글에 이르기까지, 마주하는 순간마다 먹먹해짐을 느낍니다.서울성모병원 근무를 거쳐 2019년부터 새롭게 진료를 시작한 은평성모병원에 합류하면서 서울과 경기 서북 지역에 장기이식을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신생병원이자 이른바 Big5 병원이 아니라는 점은 개원 초기 은평성모병원이 헤쳐 나가야 하는 일종의 장애물이었으며, 어떻게 해야 장기이식과 기증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지역에 긍정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새롭게 시작하는 병원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며 장기이식과 관련된 공간을 꾸며보고 싶었습니다.먼저, 생체 신장이식 분야에서, 이식 환자를 만나는 과정은 주로 신장을 기증받아야 하는 수혜자가 이식을 준비하고, 이식 후에 신장의 기능을 지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치료하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생체 이식의 과정은 다소 수혜자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기증자가 느낄 수 있는 소외감과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하는 고민은 언제나 의료진에게 숙제처럼 남습니다.뇌사 기증자들과 마찬가지로 생체 기증자들 역시 가족이나 지인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 자신의 몸과 삶의 일부를 기증했다는 점은 같습니다. 생명나눔이라는 숭고한 뜻을 실천한 살아 있는 기증자들인 셈입니다. 하지만 생체 기증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생체 기증자들의 숭고한 뜻에 보답하기 위해 의료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남은 콩팥을 지키며 평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실 수 있도록 관리해 드리는 일입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신장이식 공여자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기증자께 오랫동안 건강을 지켜드리기 위하여 비뇨의학과와 함께 연 1-2회 정기적으로 안부를 나누면서 신장 기능의 추이를 확인하는 검사와 함께 기초적인 혈압, 혈당, 고지혈증 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콩팥을 주고받으며 서로 깊은 유대감과 사랑 역시 나누었지만,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사회에서는 뇌사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감사함을 표하는 많은 움직임이 있습니다. 뇌사 기증자들의 남은 가족들은 모임을 활성화해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고인의 뜻을 기리고 새로운 삶의 동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그러나 이러한 자리에 의료진이 함께 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대신에 많은 가톨릭 의료기관들은 매년 11월 위령성월에 장기기증자를 기리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1991년부터 ‘장기기증자 봉헌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년에 한 번 오는 이 시간은 멀리 떠난 그리운 가족을 만나기 위하여 그들을 보낸 공간으로 오는 시간입니다.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병원은 이 시간을 조금 더 확대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추모공간도 만들었습니다. 뇌사 기증자를 추모하고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한 ‘기억의 벽’(Wall of Remembrance)입니다. 장기기증자의 남은 가족들이 이 공간을 찾아오는 날은 가족들에게 언제나 ‘오늘’입니다. 기억의 벽은 가족들에게는 그리운 이름을 기릴 수 있는 공간이며, 고귀한 뜻을 의료진과 내원객이 함께 나누는 공간이기도 합니다.생명을 나누어주신 분들과 그 생명으로 힘차게 살아가는 분들을 보며 우리 모두는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장기기증과 이식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장기기증을 몸소 실천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모든 기증자들을 위해 마음속 ‘기억의 벽’을 세워 봅니다.
2024-05-20 05:0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공여 장기 부족 극복 위한 의학적 노력–이종장기이식(6화)

메디칼타임즈=황정기 병원장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6회] 공여 장기의 절대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의학적 노력 – 이종장기이식황정기 병원장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2022년 초부터 장기이식에 획을 긋는 이종(異種)장기이식 연구결과 보도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첫 번째가 사람에게 돼지의 심장이식을 시행한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보도자료 제목을 기억하시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세계 최초, 인간 몸에 돼지 심장이식 성공…획기적 돌파구’‘돼지 심장이식 환자, 두 달 만에 사망…거부반응 탓인지는 불분명’,‘돼지 심장이식, 세기적 실험 환자가 흉악범이었다니, 자격있나 논란’최초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종간의 심장이식이었음에도,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가 젊은 시절 총기사고로 친구를 반신불수로 만들었다는 것이 더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얼마 지나 2022년도 1월 말에는 ‘이번엔 돼지 신장 인체이식 - 3일간 체내서 정상 기능’의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이 내용은 미국이식학회지(American Journal of Transplantation) 2022년도 4월호에 자세히 발표되었고, 요약하면 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환자에서 양측 신장을 제거한 뒤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이식한 것입니다. 수술 23분 만에 이식된 돼지 신장에서 소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77시간 동안 기능을 했지만, 이식 신장의 기능을 평가하는 사구체 여과율의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다행히 그 시간 동안 돼지 바이러스가 혈액 내에서 검출되지 않았고, 초급성 거부반응도 없었으며, 이식 신장의 혈관과 혈류의 안정성(Vascular Integrity of Graft)도 잘 유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뇌사자에 이식을 하여서인지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수술 3일째 혈액응고장애, 과다출혈로 환자는 숨졌다고 발표되었습니다.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초에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후 환자가 건강하게 2주 만에 퇴원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뇌사자나 원숭이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던 것에서 진일보하여 살아있는 사람에게 이식한 처음의 성공 사례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가진 '유카탄 미니돼지'를 이용하였고, 유전자 가위(CRSPR-Cas9) 기술을 이용해 10개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60세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던 남자에게 이식했으며, 신장 기능이 잘 회복되어서 2주 만에 건강하게 퇴원하였다는 것입니다.또 지난주에는 심부전과 만성콩팥병을 겪던 54세 여성에게 기계식 심장펌프 이식수술 후에 돼지 신장을 이식하여 성공한 것이 보도되었습니다. 이처럼 이종장기이식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만성장기부전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한편에선 장기를 얻기 위해 유전자 조작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비판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종장기이식에 대한 연구와 발전은 공여 장기의 절대적 부족현상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본계획”도 장기의 절대적 부족을 해결하고자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출발했습니다.“1999년 장기이식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와 유관기관은 공공재로서 장기 등에 대한 인식 확립, 공정하게 장기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분배 기반을 마련해 왔습니다. 또한, 2017년에는 비급여로 수혜자가 부담하던 장기이식 비용을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환자 부담을 경감하는 등 지원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러나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 수는 지속 증가하는 반면,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 등은 그 추세를 따라오지 못하여 뇌사기증이 부족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심화되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이는 올바른 방향이고, 필수적인 조치입니다. 또한, 공정한 장기 분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의학계 내에서도 많은 노력이 있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8년 세계이식학회와 세계신장학회가 주관한 이스탄불선언입니다.  이스탄불선언의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나라는 장기기증 및 이식을 관리하는 법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춰야하며, 이 시스템은 기증자와 수혜자의 안전을 담보하고 국제적 기준을 준수하며 비윤리적 행위를 금지하는 투명한 규제, 감독체계를 포함해야 한다. 2) 각국은 장기 부전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각 국가의 국민 내에서 또는 지역적 협력을 통해 지역 거주자들의 이식 요구를 적절히 맞출 수 있도록 장기를 제공하는 공정한 프로그램을 담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3) 뇌사자 장기기증은 각국이 필요로 하는 범위 내에서 신장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 있어서도 최대화 되어야 한다. 뇌사자 장기이식을 시작하고 증대시키려는 노력은 생체 기증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4) 현재 뇌사자 장기이식의 충분한 증가를 방해하는 오해, 의혹과 같은 여러 장벽들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이식 대기자 수와 뇌사자 장기기증자 수의 괴리는 매우 크기 때문에 공정한 분배와 뇌사기증자 증대 노력, 인식개선 교육 프로그램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절대적인 장기기증 부족에 대한 의학적인 노력은 무엇이 있어 왔고 발전해 왔는지 이종이식을 포함하여 알아보겠습니다.첫 번째는 교환이식(Donor exchange program)입니다. 교환이식 프로그램은 선정된 장기기증자와 수여자 간 혈액형 및 적합성이 다르거나 이식가능 여부를 판정하는 중요한 검사인 림프구 교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으로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에 같은 처지의 이식 대기자 가족 또는 타 의료기관에 등록된 이식 대기자 정보와 대조하여 이식을 연결하는 매칭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이식을 준비하는 커플 간에 공여자를 서로 바꾸는 2쌍의 교환이식은 물론 3각, 4각 릴레이 교환 장기이식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두 번째는 혈액형이 서로 맞지 않는 공여자와 수혜자 간의 이식, 즉 ‘혈액형 불일치 이식’을 통한 생체 공여자 확대입니다. 신장이식의 경우로 살펴보면, 혈액형 불일치 신장이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식 전에 항 ABO 항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혈액형이 서로 다른 사람 간에 수혈이 이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는 항 ABO 항체가 적혈구 표면의 ABO 항원과 반응해 적혈구를 파괴하는 용혈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항 ABO 항체가 이식 받은 콩팥의 혈관 내피세포와 세뇨관 세포 표면에서 ABO 항원과 반응해 이식 받은 콩팥을 손상시키는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액형 불일치 신장이식 시행 전에 항 ABO 항체를 측정한 후 이식이 가능한 수준까지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인 절차이고, 항체를 제거하기 위한 전 처치 요법으로 혈액 중 이미 존재하는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 반출술(Plasmapheresis)과 항체생산 면역세포의 효과적인 파괴를 통해 추후 항체의 생산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리툭시맙(Rituximab)이라는 약제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왔습니다.국립 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시행된 생체 신장이식 1499례 중 30%에 이르는 440례의 이식이 혈액형 불일치 이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는 과거 혈액형이 일치하는 공여자가 없어 이식을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이식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합니다.세 번째는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 즉 DCD(Donation after Cardiac Death)입니다. 이는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여 이루어지는 장기기증과 다르게 심장사 후에 진행됩니다. 심장사 후 장기기증은 뇌사 후 장기기증보다 더 촌각을 다투기 때문에, 사망선언을 어떻게, 어느 곳에서, 어느 의사가 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장기기증을 위한 수술 준비까지의 절차에 대한 의학적, 법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신중한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겠습니다.마지막으로 앞에서 살펴본 이종장기이식입니다. 이종장기이식은 서로 다른 종간의 이식을 말하고, 사람 간의 동종이식과는 전혀 다른 해결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었지만, 조금씩 그 장애를 잘 극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이처럼 다양한 의학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장기기증과 이식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 그리고 국민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이 모든 노력이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겠습니다.
2024-05-07 05:0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잊혀짐’...하늘의 별이 된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5화)

메디칼타임즈=홍석진 팀장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5회] ‘잊혀짐’...하늘의 별이 된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홍석진 팀장(간호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장기기증과 이식의 현장에 근무하면서 뇌사 기증자의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잊혀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죽음이라는 전제가 있음에도, 가족과 많은 사람들은 영원한 이별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래오래 기증자를 기억하고자 노력하지만 안타깝게도 하늘의 별이 된 그들은 서서히 잊혀져간다.뇌사 기증자가 되어 본인의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대가없이 생명이라는 고귀함을 선물하는 진정한 사랑의 실천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그 감사함을, 숭고함을, 가족의 슬픔을 우리 모두는 얼마나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였을까.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2021년 진료를 시작한 국내 최초의 장기이식병원으로, 설립의 큰 목적 중에 하나도 바로 하늘의 별이 된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들의 숭고한 사랑을 널리 알리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은 운영팀장과 3명의 장기이식코디네이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기기증 및 이식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타부서와 다양한 부분에서 협업하며 생명나눔의 최전선에서 노력하고 있다.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설립된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뇌사 기증자 예우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기증자를 기억하고 추모한다. 장기기증과 이식을 시행하고 있는 다른 의료기관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테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어떻게 기증자들을 기억하고자 노력하는지 간략히 소개해보고자 한다.종교병원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병원에 상주하고 계시는 수녀님과 신부님께서 기증자와 가족을 함께 어루만져 주심으로 우리들의 기증자 예우 프로그램은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종교의 유무, 다름이 중요하지 않다. 기증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뇌사 기증자가 장기적출을 위해 수술실로 출발하기 전까지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은 원목팀 수녀님과 함께 가족들과 기도를 한다. 가족이 원하지 않을 경우 장기이식병원 운영팀과 수녀님만이 할 수도 있다. 병원이 개원을 한 후 주말, 휴일, 야간에 상관없이 모든 뇌사 기증자를 위해 함께 기도를 하였다. 감사와 위로를 담아......중환자실에서 수술실로 출발할 때는 짧은 거리이지만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이 동행한다. 외국에서 ‘Honor Walk’으로 불리는 이 의식에는, 외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장기이식병원 운영팀이 동행하고 생명나눔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기증자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인사를 하며 작별을 고한다.수술실 입실 후에는 은평성모병원만의 고유한 기도문을 경건한 마음과 자세로 낭독하고 수술을 시작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감사한 마음으로 적출수술을 하고 모든 것이 끝난 후 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한다.장기적출수술이 끝났다고 기증자 예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또 다른 방법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한다.수술이 끝나고 슬픔에 잠겨있는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장기이식코디네이터는 전화방문을 드리고 안부를 묻는다. 감사하게도 가족들은 그 짧은 위로에 힘을 내고 다시 일어설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말해준다.‘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에는 기증자를 기억하는 추모공간이 있다. 기억의 벽(Wall of Remembrance)이라고 불리는 이 공간에 기증자의 이름을 새겨 그들을 기억하고, 가족들은 그 이름을 통해 다시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자주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을 찾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한참 쳐다보며 쓰다듬는다. 그 시간에 우리들은 침묵하며 기다려주고 가족과의 인사가 끝나면 서로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며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한다.매월 장기를 기증하신 기증자 가족들에게 감사엽서도 보내고 있다. 엽서를 보내기 전에 전화방문을 드리고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다른 위로를 전하려고 한다.종교적 색채가 강한 예우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매년 11월 위령성월에 장기기증자를 추모하기 위해 기증자 가족, 수혜자 및 가족을 모시고 드리는 위령미사일 것이다.시간이 흘러도 가족들은 떠난 기증자를 기억하기 위해, 수혜자는 그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많은 분들이 멀리서도 참석해 준다. 그리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에서 우리는 우리의 업무에 사명감을 더욱 느끼게 된다.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 꽃을 봉헌하는 경건한 시간, 기증자를 추모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순간을 경험한 많은 분들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눈물이 나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들 웃으며 내년을 기약한다. ‘꼭 내년에도 참석하겠어요’, ‘감사합니다’, ‘위령미사 해마다 꼭 열어주세요’ 등등 서로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우리의 역할과 소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장기이식 관련 업무를 하면서 수많은 딜레마를 겪고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하는 힘든 업무가 대부분이지만 건강해진 수혜자를 볼 때 마다, 또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생명의 봉사자임을 늘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생명나눔을 실천하는데 앞장서고자 노력할 것이다. 
2024-04-22 05:0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장기기증의 넛지: 옵트인·옵트아웃 그리고 유도된 선택(4화)

메디칼타임즈=황정기 병원장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4회] 장기기증의 넛지: 옵트인(명시적동의)/옵트아웃(추정동의) 그리고 유도된 선택황정기 병원장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오늘은 제목에서 나열한 용어들을 하나씩 알아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넛지’(Nudge)라는 단어는 본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저술한 베스트셀러 '넛지'(2008)를 통해, 이 용어는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영리하게 유도하는 방법이나 그러한 행위, 장치, 정책을 지칭하는 용어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는 '선택의 폭을 제한하거나 특정 선택을 어렵게 만들지 않고도 타인의 결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부드럽고 섬세한 개입'이라고 요약될 수 있습니다.일상에서 볼 수 있는 넛지의 예로는, 지하철에서 '쩍벌남' 현상을 줄이기 위해 의자 앞바닥에 그려진 발 모양의 그림이나, 남성 화장실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그림이 있습니다. 이 파리 그림은 소변의 낙하 목표 지점을 특정하게 함으로써 바닥으로 소변이 튀는 것을 70% 이상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넛지가 어떻게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의 선택을 현명하게 유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저희 은평성모병원에서는 최근 인근 지하철역에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새롭게 설치했습니다. 은평구청과 협력하여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할 때 마다 10원이 적립되어, 그 기부금을 취약계층을 위한 ‘무릎인공관절 수술비’로 쓰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건강을 돌보는 동시에 기부할 수 있는 유익한 방법의 넛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어서, ‘옵트인’(opt-in)과 ‘옵트아웃’(opt-out)이라는 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이 두 개념은 주로 정보의 수집, 사용, 광고 발송 등의 상황에서 사용되며, 사용자의 선택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방식을 나타냅니다. 옵트인은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를 필요로 하는 반면, 옵트아웃은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이상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는 추정동의 상황을 의미합니다.옵트아웃이라는 용어는 프로스포츠, 특히 야구에서도 선수계약에 적용됩니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 영화를 기억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놀라운 20연승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빌리 빈 단장이 팀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선수계약, 트레이드, ‘스토브리그’라 불리는 시즌 사이의 활동 등 프로야구의 냉정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의 개막전이 한국에서 열려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일본 출신의 천재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로 이적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 이 이적은 스포츠 역사상 최고 금액이었으며, 그의 계약 조건 중 '옵트아웃' 조항에 필자는 눈길이 갔습니다. 야구에서 이 조항은 선수가 계약 기간 중 특정 조건 하에 계약을 종료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옵트인/옵트아웃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옵트인은 사용자가 동의를 위해 특정행위(예: 체크박스를 체크하는 것)를 해야 하는 상태를, 반면 옵트아웃은 이미 체크가 되어 있어 추가 동의가 필요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웹사이트 가입 시, 개인정보 수집 동의나 바탕화면에 바로 가기 앱 설치 문구, 광고 수신 동의 체크 박스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체크가 되어 있다면 옵트아웃, 체크를 해야 한다면 옵트인이 됩니다. 따라서, 야구 계약에서의 옵트아웃은 이미 동의된 상태이며, 별도의 협상 없이 선수가 자유롭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의미합니다.장기기증의 옵트인/옵트아웃 제도도 이와 비슷한 개념을 따릅니다.옵트인 방식에서는 장기기증을 하고자 하는 경우, 기증자가 생전에 명시적으로 동의를 해야 합니다. 장기기증 등록 서류에 체크를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미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등에서 사용되며, 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만이 장기기증이 가능합니다. 반면, 옵트아웃 방식에서는 모든 국민이 기본적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장기기증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만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등이 이 방식을 채택하여,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모든 국민을 장기기증 대상자로 간주합니다.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 명당 기증률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단지 우리나라가 옵트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만 일까요? 사실 옵트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증률을 기록하고 있고, 일부 주는 스페인을 능가합니다. 이는 장기기증률을 높이기 위해 기본 설정을 옵트인에서 옵트아웃으로 변경하는 것이 강력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실제로 오스트리아나 싱가포르는 강력한 옵트아웃(추정동의) 제도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장기 적출 전에 반드시 뇌사자의 가족과 협의 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강력한 옵트아웃 정책을 시행하는 스웨덴에서도 기증자가 생전에 적극적으로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가족이 기증을 거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기증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옵트인이든 옵트아웃이든, 유도된 선택, 즉 넛지의 대안적 접근 방법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옵트인 방식을 채택한 경우에는 장기기증희망등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넛지가 필요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모든 주에서는 운전면허증 갱신 시 기증 의사를 묻는 절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투표장을 활용하였고,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유권자 등록을 할 때 장기기증자 등록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인센티브나 디센티브를 활용하는 넛지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최소 3년 전에 장기기증자로 등록한 사람에게 장기이식이 필요할 경우 대기자 명단에서 우선권을 부여합니다. 옵트아웃 방식을 시행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장기기증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사람이 나중에 장기이식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 대기자 명단의 맨 아래쪽에 놓일 것이라는 경고를 받게 됩니다.우리나라에서는 장기기증에 관한 등록과 뇌사자 및 사망자의 장기적출 제도가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습니다.먼저 장기기증등록 절차는 첫째, 장기 등 기증을 희망하는 사람이 생전에 신청할 수 있는 장기 등 기증희망등록과, 둘째, 장기기증을 하고자 하는 사람, 뇌사자 및 사망자의 가족이나 유족이 신청할 수 있는 장기 등 기증등록이 있습니다. 뇌사자나 사망자의 장기 적출은 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한 경우에는 가족이나 유족이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경우에 가능하며, 본인의 생전 동의나 부동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가족이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출할 수 있습니다.이 제도에서 볼 수 있듯, 옵트인 방식을 채택한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의 동의가 장기기증과 적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법제처에서 발간한 ‘장기이식법’ 입법 동향을 살펴보면, 현재 계류 중인 법률안 중에서는 “가족·유족이 본인 의사와 달리 장기 등 적출을 거부할 수 없게 하는(현행 제22조 제3항 관련)” 항목이 있습니다. 이는 본인이 생전에 장기 기증에 동의한 경우, 가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장기 등을 적출할 수 있도록 하려는 법안입니다. 이러한 법안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해 명령과 넛지가 결합된 강제된 선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의 신청 기회를 넓히기 위해 넛지 방법을 적용한 법안들이 활발히 제안되었지만, 아직 계류 중인 상황이어서 안타깝습니다. 이 법안들은 주민등록증의 발급 및 재발급, 운전면허 시험 응시자와 운전면허증 발급, 여권 및 선원 신분증 발급 과정에서 장기기증희망등록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안내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또한,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운전면허증과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자격 관련 자료에 장기기증 희망자임을 명시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유도된 선택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장기기증에 있어서 효과적인 넛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장기기증희망등록 제도와 그 활성화 방안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내용은 주로 '넛지(파이널 에디션, 2023)'의 13장, '장기기증: 기본설정 해법에 대한 환상'에서 많이 인용하고 참조했습니다. 추가로, '넛지(파이널 에디션)'의 서문에서는 저자들이 장기기증 방식에 있어 '추정동의(presumed consent)'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는데, 이는 선택의 자유를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은 장기기증희망등록과 적출에 대해 어떤 의견이나 선택을 가지고 계신가요?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 칼럼이 조금 더 긍정적이고 선한 방향으로 여러분의 선택에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4-04-08 05:00:00병·의원
[장기이식 특별칼럼]

국내 장기기증 스페인의 1/5 수준(2화)

메디칼타임즈=황정기 병원장 황정기 병원장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2회] 장기이식과 숫자(數字)최근에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의 주요 장면과 대사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2000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한 시골 마을이 크롬에 의한 수질 오염 문제로 대기업과 법적인 싸움을 벌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주인공, 에린 브로코비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장부 정리를 담당하는 말단 직원으로, 두 번의 이혼을 경험하고 세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영화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지만, 영화 평론가가 꼽은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다소 의외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에린의 옆집에 이사 온 ‘조지’라는 남자가 에린에게 데이트 신청하면서 나누는 대화였습니다.            조지: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하고 싶어요. 당신의 번호를 알려줄 수 있나요?에린: 번호를 달라고요?조지: 네, 번호를 알고 싶어요.에린: 어떤 번호를 원하죠? 조지.조지: <중략> 번호가 몇 개나 되길래요?에린: 수도 없이 있어요. 예를 들어 10 !조지: 10?에린: 그래요, 그건 내 딸아이의 개월 수죠.조지: 딸아이가 있나요?에린: 네, 반할만 하죠? 이 숫자는 어떄요? 6! 이건 다른 딸의 나이고, 8은 아들의 나이 에요. 2는 이혼한 횟수고, 16은 통장에 남은 돈의 액수, 850-3493이 내 전화번호에요. 내 숫자들을 다 들었으니 당신이 전화할 확률은 0일걸요.  평론가들이 이것을 최고의 대사로 선정한 이유는 우리의 인생을 삶의 노력과 무게 등에 따라 다양한 번호와 숫자(數字)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그러면 장기이식을 숫자로 표현해보면 어떻게 될까요?혈액투석을 하다가 신장이식을 받은 경우에는 숫자 3과 4, 주 3회 각 4시간의 혈액 투석으로부터의 해방감에 그 숫자를 생각할 수 있고, 뇌사자 신장이식 분야에서는 수혜자 선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6개의 조직적합성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 일치 여부를 나타내는 6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뇌사자 신장이식 수혜자를 선정하기 위한 점수에서는 이식 대기 기간이 매우 중요한데, 종종 조직적합성항원 6개가 뇌사 공여자의 것과 모두 일치하는 경우 그 순서가 앞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뇌사자 간이식의 경우 대상자를 선정하는 응급도를 숫자로 나타내는 ‘MELD score’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환자의 신장기능수치, 황달수치, 혈액응고수치 등을 토대로 계산되며, 40점이 최고 점수가 됩니다. 또한, 감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뇌사 장기기증의 수혜자가 된 경우에는 행운의 7을,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실천한 뇌사 장기기증자와 가족에게는 죽음(死)과 발음이 같은 숫자 4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문을 연 2021년 3월, 보건복지부에서는 ‘정부, 생명나눔문화 확산과 장기기증 활성화 나선다’라는 제목으로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이 내용은 추후에 더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이 계획은 민관협력으로 생명나눔 문화를 확산하고 기증 희망 참여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 생명나눔 교육 내실화와 의료기관 뇌사기증확대 지원, 생존 기증자의 권리보호와 기증자 예우 및 유가족 지원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3년이 지나가는 현재 시점에서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는지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오늘은, 이러한 것은 일단 논외로 하고 이 기본계획에 포함된 장기이식과 관련된 숫자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2019년 8.68명이고, 외국의 경우 스페인은 49.6명, 미국 36.8명, 영국 24.8명, 독일은 11.2명이라고 보고 하였습니다. 2025년까지 기증자 숫자를 15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이 계획의 목표치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증자 숫자가 적은데, 이는 외국의 경우에는 뇌사 기증자 뿐 아니라 심장사 후 기증자도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심장사 후 기증에 대한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뇌사 공여자 한 분이 공여할 수 있는 장기와 인체조직은 장기법과 인체조직법에 각각 16종과 11종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한 분의 뇌사자가 장기를 모두 공여한다면 안구, 심장, 폐, 간, 신장, 췌장, 소장 등 7종의 장기가 해당되며 안구와 신장은 각각 2명에게, 간과 폐도 분할 공여한다면 총 11분에게 새 생명을 드릴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렇게 모든 장기를 공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뇌사 공여자는 뇌사(腦死, brain death) 판정이 될 때 까지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뇌사 공여자 한 분이 기증해 주시는 장기는 평균 3.58의 숫자가 되고 이러한 숭고한 희생을 통하여 장기이식 수혜를 받는 이식 대기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3년 4개월, 신장은 6년까지 늘어납니다.희망적인 숫자를 하나 더 소개해보자면 우리나라의 뇌사 공여자 신장이식 후 5년 생존율은 90%에 이릅니다. 이러한 희망적인 숫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의료진들은 ‘오늘’도 소중한 순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4-03-04 05:30:00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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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