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시 인테리어 지원의 함정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BHSN 대표) 오승준 BHSN 대표 변호사병원에 대한 인테리어 공사 및 렌트프리 지원은 공짜가 아니다.최근 담당하게 된 사건 중에 의사가 임대인의 지원금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여 소송으로 비화된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의사 A는 신도시의 신축 건물 3층에 정형외과 의원을 개원하기로 하고, 시행사(건물주)로부터 인테리어 공사 지원금 및 6개월의 렌트프리를 약속 받았다. 임대차계약 직후 시행사는 “정형외과 입점이 확정된 상가” 라며 소비자들에게 홍보를 시작하였고, 병원 입점 상가의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기대한 수분양자 B가 해당 상가를 매수하여 병원의 임대인이 되었다. 이처럼 의사 A는 시행사로부터 인테리어 비용 N억원을 지원받고, 임대인 B로부터 6개월의 렌트프리를 약속 받았다. 그리고 계약기간을 5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서에 서명하고, 그 무렵부터 개원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정작 개원을 하고 보니, 아직까지 이렇다 할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고, 상가의 입지 또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주동선에 있지 않아서 건물 내 미분양된 호실이 태반이었다. 렌트프리 기간도 점점 끝나가자, 이제 곧 임대료까지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A는 결국 출구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신축 건물의 미비한 점 등을 이것저것 지적하며 임대차계약을 파기하고 보증금을 일부 돌려받는 전략으로, 부동산 전문 변호사와 상담까지 마치고 내용증명우편을 준비했다.A는 무사히 보증금을 돌려받고 계약을 파기할 수 있을까?렌트프리의 대가세상에 공짜는 없다. 시행사(또는 시공사)가 의사들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고, 렌트프리라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은, 의사가 그 자리에 병원을 개원하여 건물의 가치를 높여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시행사의 입장에서는 병원 하나가 자리를 잡으면, 약국 자리를 비싸게 분양할 수 있고, 또 “메디칼 빌딩” 이라고 포장하여 다른 층의 상가들도 비싸게 분양을 할 수 있을 것이다.그 상사를 분양받은 임대인도 마찬가지다. 렌트프리 기간 동안 받지 못하는 임대료가 몇 천만원에 달하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병원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병원이라는 안정적인 임차인이 앞으로 더욱 긴 시간 동안 꼬박꼬박 임대료를 지급해 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상권이 자리를 잡으면 임대료를 더 올릴 수도 있고, 시세 차익이라는 부가적인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임대차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병원을 폐업한다면, 시행사는 시행사대로, 임대인은 임대인대로 계획이 틀어져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시행사와 임대인 입장에서는 “인테리어 비용 및 렌트프리 기간 동안의 임대료를 부당이익으로 반환하라” 라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A원장과 유사한 케이스를 다룬 하급심 판례도 참고할 만하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2019가합5068호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C 에게 이처럼 유리한 임대차계약조건을 제시한 이유는, 피고가 이 사건 임대목적물에서 대규모 병원을 운영할 경우 이 사건 임대목적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건물 전체의 가치가 올라가고, 원고는 이 사건 건물(또는 개별점포)을 좀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하거나 임대하여 위 지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차기간을 최소 5년으로 정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약속한 임대료 지원금은 이 사건 임대목적물에 적어도 5년 이상 이 사건 병원이 운영되는 것을 반대급부로 하는 지원금이고,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는 위 반대급부가 이행되지 아니할 경우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즉, 의사가 인테리어 및 렌트프리 지원을 받았는데, 약속한 임대차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병원 문을 닫게 되었다면, 그 지원금을 모두 반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 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의사 A의 경우에도 지원금 상당액을 반환하거나,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시사점의사 A의 경우 주로 임대차와 관련한 지원금을 지원 받았지만, 다들 잘 아시다시피 병원 개원 과정에서 건물주뿐만 아니라 의약품 도매상이나 문전약국, 기타 자본을 가진 자들의 지원금을 받아서 모자란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병상 수가 많은 병원급에서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명제이지만, 의사의 순수 투자금을 줄이기 위해 외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의 부채를 떠안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그 부채를 일시에 반환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지금도 전국 법원에서는 초기 투자금(대여금)을 반환하라는 소송, 사기죄 고소로 인한 형사사건 등 병원 개원 자금과 관련한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