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육간호사 지원 종료에 현장은 허탈...“막 걸음마 뗐는데...”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국공립병원 대상 교육전담간호사 지원 사업이 올해로 사업이 종료된다.
메디칼타임즈는 8일 인천의료원(원장 조승연)을 방문해 교육간호사 지원사업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들어봤다.
인천의료원 전체 간호사 230명(여자 간호사 185명, 남자 간호사 45명) 중 1~3년차 신입 간호사 수는 130명에 달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업무를 담당한 최정오 교육전담간호사는 간호사 경력 15년차인 인천의료원 1호 남자 간호사이다.
인천의료원은 교육간호사를 배치해 신규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 임상술기와 인권 교육을 정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인천의료원은 복지부의 병상 수에 따른 교육전담간호사 지원 사업에 따라 간호사 1명을 교육전담으로 전환시켰다.
최정오 교육전담간호사 1명이 신입 간호사 130명을 전담 마크하는 셈이다.
그의 하루 일과는 복지부 보고 자료 준비부터 다음 주와 다음 달 진행될 간호사 교육 세부 프로그램 작성 그리고 신입 간호사들 면담과 이전 면담 내용 개선조치 결과 전달 등 온종일 빡빡한 일정이다.
◆병상 기준 입각 교육간호사 1명, 신규 간호사 130명 ‘전담’
인건비가 지원되는 교육전담간호사 지원 사업은 업무 계획과 진행 과정, 성과, 개선방안 등을 복지부 위탁 병원협회에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행정업무 비중도 상당하다.
최정오 교육전담간호사는 간호장교 복무를 마치고 인천의료원에 입사해 중환자실과 QI실 등을 돌며 간호 업무와 행정 업무를 겸비한 간호사이다.
그는 "매달, 분기별, 연도별 교육간호 업무 진행 상황과 결과를 병원협회에 전달해야 하는 행정업무가 생각보다 많다"면서 "매일 매일 진행 상황과 개선된 부분, 개선할 부분을 기록하지 않으면 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오전 일과 대부분은 서류 작성"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교육간호사 지원사업 병상 수 기준에 따라 230명 간호사를 교육간호사 1명이 담당하고 있다.
행정업무 중에도 전화와 SNS를 통해 크고, 작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신입 간호사들의 문의가 이어진다.
최정오 교육전담간호사는 "신입 간호사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업무 부적응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간호대 학생 실습이 중단되면서 1년차 간호사들이 환자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신규 간호사 임상 교육을 수시로 진행해 적응력을 높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입 간호사 대상 정맥주사와 혈관주사 교육과 심전도 모니터링 판독, 병동 컨퍼런스, 간호부 교육, 원내 필수교육, 인권교육 등 다양한 실전 교육을 정례적으로 실시한다.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이후 신입 간호사 이직률이 50%에서 20~30%로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 사태 간호생 실습 부족, 간호임상 부적응 ‘가속’
인천의료원의 경우, 전국 지방의료원과 동일하게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전 병상 음압시설 전환으로 코로나 중증환자 진료에 간호사들이 대거 투입된 실정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교육전담간호사 역할은 더욱 빛이 났다.
전담병원 대부분 올해 초까지 확진자 증가가 지속되면서 중수본과 질병청, 지자체 공문과 확진자 이송으로 의사와 간호사 모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최정오 교육전담간호사는 "경력직 간호사 중심으로 음압병동에 배치하면서 2~3년차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일반 병동과 간호간병통합병동 책임 간호사 역할을 위한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중환자실과 응급실 그리고 간호간병통합 병동까지 신입 간호사들이 전면 배치되면서 그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신규 간호사들의 업무 가중은 사직과 이직으로 이어진다.
그는 "일반 병동을 비롯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수시로 방문해 신입 간호사들의 상황을 살핀다. 어려움을 토로하는 간호사들도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고민하는 간호사들도 적지 않다"며 "전날과 다른 증후가 보이면 다가가 대화하면서 어려움을 듣고, 간부진과 함께 개선방안을 마련하려 노력한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임상 간호술기 등을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2년차 손현석 간호사(위), 중환자실 3개월차 우수정 간호사(아래)와 상담 중인 최정오 교육간호사.
이날 응급실을 방문해 새내기 간호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입사 2년차 손현석 응급실 간호사는 "응급실을 지원해 배치됐다. 병동과 같은 3교대 근무로 가끔씩 난폭한 행동을 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대면할 때 당황스럽다. 응급실은 환자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곳으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어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며 "선배인 교육전담간호사가 어려움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것 자체로 큰 위안과 힘을 얻는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성인 중증환자를 전담하는 중환자실 신규 간호사들 고충도 상당하다.
입사 3개월인 우수정 중환자실 간호사는 "교육전담간호사가 남자 간호사라서 더 편하다. 최정오 교육전담간호사는 중환자실 선배로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 고충을 토로하고 상담하고 있다"고 전하고 "교육전담간호사를 비롯한 많은 선배들 도움으로 새내기 간호사들의 불문율인 3개월을 버텼으니 공공의료에 전념하겠다는 저의 신념도 더욱 굳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병원 내 간호사 직군은 다양한 풍문과 소식이 이어지는 작은 사회이다.
최정오 교육전담간호사는 "신입 간호사와 함께 전체 간호사 대상 예의와 존중을 교육하고 있다. 200명이 넘는 간호사 조직 특성 상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남자 간호사의 일상적 언행을 성희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 간호사, 병원 기숙사를 사용하는 간호사들의 어려움 등 다양한 사연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 간호사 입장에서 그들의 고민과 고충을 최대한 경청하고 있다. 교육전담간호사가 1명 더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신입 간호사들의 멘토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현재와 같은 병상 수 기준이 아니라 간호사 수에 따라 교육전담간호사 지원과 배치기준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의료원 1호 남자간호사인 최정오 교육간호사는 15년차 베테랑으로 신규 간호사들의 멘토로서 더욱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전담간호사 지원 사업의 올해 말 종료 소식은 그에게도 아프게 와 닿았다.
최정오 간호사는 “교육전담간호사 지원 사업은 시행 만 2년에 불과한 걸음마 단계”라면서 “신규 간호사 고충을 들어주고 간호사 교육에만 전담해 온 많은 교육전담간호사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지원 사업이 중단 없이 지속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규 간호사들 멘토 역할에 최선 “교육간호사 사업 걸음마 단계”
130명에 달하는 신입 간호사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교육전담간호사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할까.
그는 "교육전담간호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수간호사(파트장)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황선희 간호부장님과 이순애 교육간호팀장님이 교육전담간호사 업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헬스클럽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오 교육전담간호사는 "신입 간호사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식재료 중 계란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겉으론 딱딱해 보일 수 있지만 속은 부드러워 후배 간호사들과 어우러져 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