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플루빅토 첫 환자 투여 초읽기…'방사성 미사일' 시대 열리나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때부터 주목을 받아온 한국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가 마침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첫 투여를 준비하면서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플루빅토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이른바 '방사성 미사일'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제품.2014년 바이엘의 '조피고'가 방사성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시장이 외면 받았던 것과는 다르게 '플루빅토'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며 새 시대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이로 인해 이러한 성공을 목격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방사성 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플루빅토 임상현장 도입 속 '제한적' 활용27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식약처가 한국노바티스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루테튬(177Lu) 비피보타이드테트라세탄액)를 허가 한 이후 국내 초대형병원에서 8월 말 첫 환자 투여가 이뤄질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플루빅토는 전립선암에서 과발현 되는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에 방사성 동위원소인 루테튬(177Lu)을 결합해 암 세포를 없애는 형태의 방사성리간드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지난 2018년 노타비스가 미국 엔도사이트를 인수하면서 확보했다.방사성 리간드는 리간드(표적물질)에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한 치료제다. 방사성 리간드가 표적세포와 결합하면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방출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이다.지난 5월 허가는 임상3상 VISION가 기반이 됐다. 임상은 PSMA 양성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 831명을 대상으로 플루빅토와 표준치료 단독요법과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5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플로빅토를 오는 8월 말부터 임상현장에 공급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임상 결과, 플루빅토군은 1차 평가변수로 설정한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rPFS) 8.7개월을 기록하며 대조군 3.4개월 대비 길었다.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에서도 플루빅토군 15.3개월, 대조군 11.3개월로 나타났다. 플루빅토를 투여했을 때 질환의 진행 또는 사망위험은 60% 감소됐다.이 가운데 한국노바티스는 식약처 허가 이후 국내 초대형병원을 대상으로 환자 투여를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방사성 의약품 플루빅토를 의료기관이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립선암 전용 PSMA PET-CT를 보유하고, 조제 및 품질 관리, 환자 투여 별도 공간 마련이 필수적이다.현재 PSMA PET-CT를 도입해 검사가 가능한 곳은 국내 초대형병원을 포함해 전국 15개 의료기관이다. 노바티스는 이중 서울아산병원을 필두로 11개 의료기관과 협력해 전립선암 환자 플루빅토 투여를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빠르면 8월 경 비급여로 첫 환자 투여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노바티스는 고가인 치료제 가격에 따라 환자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참고로 플루빅토의 권장 용량은 7.4 GBq(200 mCi)로, 6주(±1주) 간격으로 총 6회까지 정맥 투여하는데, 임상현장에서는 회당 투여하는 데에만 비급여로 수천만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박인근 종양내과 교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플루빅토가 도입되면서 쓸 수 있는 무기가 늘어나는 데다 부작용도 크지 않고 효과도 입증된 치료제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문제는 가격도 고가인데다 PSMA PET-CT를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이 제한적이고 투여도 마찬가지로 제한된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 문제점"이라고 평가했다.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방사성 의약품이기 때문에 일반 병실이 아닌 별도 투여공간이 필요하다. 플루빅토도 킴리아처럼 사전 주문을 통해 치료제를 생산하는 방식"이라며 "유럽에서 치료제를 생산해 국내까지 환자가 투여되는 데 상당한 공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그는 "환자프로그램의 경우 현재 검토 중이다. 다만, 방사성 의약품 특성 자체가 원가가 상당히 높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루테튬을 활용하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급여 신청 여부도 논의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국내서도 관심↑…개발 경쟁 가세임상현장에서 플루빅토 활용이 가시화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방사성 의약품 개발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현재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앞선 단계에 있는 것은 '퓨처켐'이다. 퓨처켐은 지난 5월 중순 거세저항성 전이환자 대상 전립선암 치료제 'FC705'의 미국 임상 2a상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FC705는 전립선암 세표 표면에 과발현하는 PSMA을 타깃하는 방사성 의약품이다. 이 치료제는 PSMA 단백질에 결합하는 펩타이드에 치료용 동위원소를 도입해 암세포를 사멸한다.한국노바티스 플루빅토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이끌어내자 글로벌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도 방사성 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임상1상에서 FC705을 투여했을 때 객관적반응률(ORR), 질병통제율(DCR)이 모든 환자에게서 확인됐다. 퓨처켐은 미국 임상뿐만 아니라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2상을 진행 중에 있으며 중국과 기술이전 협상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 동아에스티 자회사 앱티스는 셀비온과 방사성의약품 신약개발에 나선 상태다. 양사는 지난달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앱티스의 링커 플랫폼 기술 앱클릭과 셀비온의 방사성 의약품 랩 링커 기술을 활용해 위암·췌장암을 타깃으로 하는 항체-방사성 동위원소 접합체(Antibody-Radionuclide Conjugate, ARC) 신약을 개발할 예정이다.최근에는 SK바이오팜이 NTSR1(neurotensin receptor 1, 뉴로텐신 수용체)을 타깃하는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FL-091'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Full-Life Technologies)로부터 도입하는 라이선스(License-inㆍ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해 개발에 뛰어들었다.FL-091은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 다양한 유형의 고형암에서 과발현 되는 수용체 단백질인 NTSR1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차세대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225Ac)를 전달하도록 설계된 저분자 방사성 의약품이다.이미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 엑스코프리)에 이은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방사성 의약품 도입을 지난해부터 거론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프로테오반트사 인수로 글로벌 수준의 표적단백질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 기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여기서 표적단백질분해 기술은 표적 단백질을 분해‧제거해 질병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으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을 목표로 한다.SK바이오팜 이동훈 사장은 "지난해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분야 진출을 선언한 이후 가장 구체적인 성과가 이번 라이선스 계약"이라며 "앞으로 방사성 의약품 사업 전반에 대한 보다 구체화된 사업계획을 올해 안에 공개하고, 임상 개발 및 사업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