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학병원 최초 셧다운 경험…국내 비대면 진료 시작점"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코로나 대유행을 겪은 지난 3년, 가장 큰 홍역을 치른 의료기관이 있다면 단연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을 꼽을 수 있다. 2019년 공식 개원한 은평성모병원은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초기 환자 발생에 따른 진료 중단을 겪는 등 코로나 초기 큰 피해를 봤던 의료기관으로 손꼽힌다. 이 과정에서 병원 내 감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발생으로 감염 관리에 소홀했다는 때아닌 오명을 쓰기도 했다.당시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문제해결의 전면에 선 이가 바로 당시 은평성모병원장이었던 서울성모병원 권순용 교수(정형외과)다.서울성모병원 권순용 교수. 코로나 확산을 거치면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까지 이른 제도화 과정을 적절한 스텝이라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최근 청와대가 개최한 '바이오 헬스 전략회의'에도 참석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오피니언 리더로 활약 중이다. 3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권순용 교수는 당시 은평성모병원 셧다운 사태가 국내 보건‧의료에서는 금기어처럼 평가됐던 비대면 진료의 시발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셧다운 경험으로 병원 패러다임 전환" 은평성모병원은 2020년 코로나 확산 초기 확진자 발생에 따라 병원 셧다운을 경험하는 등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동시에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성급하게 이뤄진 발표로 확진자를 발생시킨 병원이라고 코로나 확산 초기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이 가운데 당시 병원장이었던 권순용 교수는 당시 셧다운 된 병원을 재개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서울시와 대한병원협회를 오가며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병원을 재개원하는 한편, 감염에 허술한 병원이 아닌 감염 관리를 철저한 병원으로 위상을 되찾았다. 그 과정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한 것이 '스마트 병원' 시스템이다.은평성모병원 개원 당시 권 교수는 내부적으로 TFT까지 꾸리고 의료로봇 도입, 키오스크 적용 확대, 실시간 모니터링 보드 설치, QR 및 바코드 확대, 환자용 애플리케이션, 의료진용 모바일 EMR 등의 다양한 시도를 공개하며 환자와 의료진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결과를 공유했다.다양한 시도 끝에 찾아낸 성공적인 스마트 시스템은 '보이스(Voice) EMR', 일명 음성 차트라고 소개했다. EMR 차트를 목소리로 입력하는 시스템으로 현재는 은평성모병원을 넘어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 병원과 다른 대형병원도 도입했다.권 교수는 "EMR은 의사를 번아웃 시 키는 주된 요인이다. 차트를 쓰는 게 싫어서 의사를 그만둔 사람도 있다"라며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에는 EMR을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이어 권 교수는 "음성으로 차트를 기록하는 시스템은 코로나 대유행에서 특히 빛을 발했는데 코로나19 중증전담병상에서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한 의료진의 의무 기록 작성에 획기적인 도움을 줬다"라며 "현재 영상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간호 병동 기준 사용률이 45~9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여기에 최근 은평성모병원은 세계 최초 모바일 음성인식 전자간호기록(Electronic Nursing Record, ENR) ‘Voblie ENR'까지 선보였다. 간호사들은 입원환자를 돌보며 수행하는 모든 업무 내용을 전자간호기록에 입력하는데 Voblie ENR을 사용할 경우 별도의 기록 작업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성으로 모든 내용을 ENR에 입력,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권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 시기 병원 셧다운을 경험하며 비대면 진료 시스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음성인식 기술 도입으로 기록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이를 환자 관리에 쏟을 수 있다는 비대면 진료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재진 중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바람직"은평성모병원에서의 경험이었을까. 권 교수는 2020년부터 국내 비대면 진료 도입 필요성을 임상현장에서 가장 앞장선 인물로 꼽힌다. 실제로 코로나 유행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됐었던 비대면 진료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병원 또한 은평성모병원이었다. 동시에 비대면 진료를 필두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을 파악, 관련 학회 창립을 주도하기도 했다.그렇다면 권 교수가 바라보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어떨까.복지부는 지난 6월부터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권 교수는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된 시점에서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평가했다.그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관계된 업계 입장에서는 실망할 수 있지만, 한 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코로나라는 험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힘겹게 제도권에 들어온 비대면 진료다.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환자 안전 입장에서 재진 중심으로 제도를 발전, 노하우를 쌓은 다음에 추가로 비대면 진료 발전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늦지 않다는 뜻이다. 권 교수는 "의료는 조금만 어긋나도 환자의 생명에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그만큼 안전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분야로, 재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적절한 정책이었다"고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평가했다.그는 마지막으로 "향후 지불체계 개선과 연관해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 된 디지털 기술과 의료를 접목한 비대면 진료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며 "재진 중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한 달을 맞은 시점에서 적절한 스텝이었다. 앞으로 이를 발전시켜 앞서 나갈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