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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머리도 감겨주는 병원

안용항
발행날짜: 2008-12-27 06:43:22

안용항 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원

"움직이기 불편한 환자를 위해 간호사가 직접 머리도 감겨주고, 부모님이 편찮으셔도 간병인이 필요 없는 병원 시스템 덕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없는 곳. 내가 먹는 이 수많은 약들이 대체 무슨 용도이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 간호사가 일일이 설명 해주고, 몸도 아픈데 보험이 안 돼 더 비싼 치료비 걱정에 한숨 내뱉지 않아도 되는 사회."

이런 유토피아에 가까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5대 위원장은 "할 수 있다"고 했다 한다. 물론 필자의 생각도 “억지로 하려고 한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간호 인력이 필요할 뿐이며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는다.

이제 생각을 바꾸어보자. 의사가 환자의 머리를 감겨주면 어떨까? 이것도 가능하다. 의료 인력이 충분하고 그 비용만 감당할 수 있으면 말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간호 인력이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의료 인력만 있으면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서 인간들이 만든 세상은 의사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간호 인력도 필요하고 방사선사도 필요하고 물리치료사도 필요하고 임상병리사도 필요하게 되었을까? 수 천년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5대 위원장만한 지혜를 가진 사람이 없어서 일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살기위해서 수만 가지의 지식을 한사람이 모두 배울 수가 없기 때문에 사람마다 각기 다른 부분적 지식을 배워야 하며,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지식을 배우기 위해 의사들처럼 10년이 넘게 공부할 필요도 없다. 편지 봉투에 풀 붙이는 기술은 하루면 배우지만 훌륭한 외과 의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20년도 부족하다. 결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의 종류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십 년의 훈련기간이 각각 따로 필요한 것이다.

환자분들의 머리를 감기는데 20년을 훈련받은 외과의사가 할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특정 분야에 잘 훈련된 간호 인력을 환자머리 감는데 투입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환자 머리 감기는 것은 그런 훈련을 받은 사람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적 인력 낭비를 줄이며 자신들이 배운 지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간호 인력이 머리를 감겨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훈련받은 간호 인력은 훈련받은 곳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배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이성적 판단보다는 인간의 감성에 호소한다. 누가 돈을 벌어 와야 밥을 먹을 것인데 누가 돈을 벌 것인가는 고민하지 않고 밥 잘 먹는 이상사회만을 사람들 눈앞에 그려준다. 그래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서 돈을 뺏어와 그 돈으로 자신의 유토피아를 건설해야 하는데 그리하려면 부자들은 모두 나쁜 인간으로 몰아야 한다. 모든 부자들을 나쁜 비도덕적 인간을 만들고 그들의 돈을 뺏어서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게 된다. 그리하여 또 다른 비합리적이며 이기적인 엘리트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름다운 공산사회를 꿈꾸든 사람들이 20세기 러시아에서 벌인 일들이다. 결국 망해버렸지만.

간호 인력이 머리를 감겨준다는 그림은 인간의 감성을 흔들기에는 아주 훌륭한 발상이지만 왜 우리나라가 그렇게 되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간호 인력을 늘이는 것을 반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비용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문제의 뿌리 중 하나인 정부 통제형 저비용구조의 의료보험제도로 돌리지 않고, 각개 의료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발상은 마치 난방비가 없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사람들을 왜 춥게 만드느냐’라고 소리 지르는 것과 같다.

종합병원의 간호 인력확충을 노래할 동안 의원급의 간호조무사들은 망해가는 의원들 때문에 하나씩 둘씩 실직 당하고 있다. 환자의 머리를 감기는 일을 간호 인력으로 하겠다는 비효율적 이기심을 버리고 적절한 훈련을 받은 다른 직업군에 맏겨야 한다.

그리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간호사 인력 확충보다는 일부 일거리들을 간호조무사들의 영역으로 넘겨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간호사의 자리와 간호조무사의 자리는 훈련받은 영역에 따라 구분하고 나누는 것이 의료비용을 줄이고 환자의 의료비를 줄이는 일이 아닐까? 유토피아 세계를 사람을 현혹시키기는 일에 이용할 것이 아니고 '현실에 발붙이며 미래를 생각'하는 희망 세계로서 이용해야 한다.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모든 책임은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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