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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대사수술과 '0.1%'의 벽 (7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용진 센터장
발행날짜: 2026-07-20 10:51:51 업데이트: 2026-07-20 10:53:59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용진 센터장

[메디칼타임즈=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용진 센터장] 2017년의 일이다. 대한고혈압학회로부터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강의 요청을 받았다. "왜 내과의사들은 비만대사수술 환자를 외과에 의뢰하지 않는가." 오랫동안 다양한 학회 연단에 섰지만, 이토록 철학적이면서도 뼈가 있는 주제는 처음이었다.

솔직히 방향을 잡기 힘들었다. 당시만 해도 내 마음속엔 내과 선생들을 향한 야속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만대사수술은 이미 비만과 당뇨병 치료의 글로벌 표준진료지침에 명시된 엄연한 근거중심의학이다. 암 환자를 발견하면 당연히 외과로 의뢰하는 것처럼,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환자라면 당연히 외과에 의뢰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는 것이 당시 나의 생각이었다.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슬라이드를 만들었다 지우기를 반복하던 늦은 밤, 문득 지난 해외 학회 부스에서 챙겨 두었던 신문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의사가 아닌 한 사회학자가 기고한 칼럼이 실려 있었다. 제목부터 강렬했다. "지난 50년의 비만대사수술 역사상, 왜 '수술 도달률(Penetration rate)'은 여전히 1% 미만인가?" 여기서 수술 도달률이란 수술 적응증에 해당하는 잠재적 환자 중 실제 수술을 받은 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비용, 사회적 인식, 가족의 반대 등 기존 논문들이 지적한 뻔한 원인들을 제쳐두고, 전혀 다른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문제는 내과의사가 아니라, 외과의사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내과 의사가 환자를 보내지 않는 게 아니라, 자신의 환자를 안심하고 맡길 만큼 '파트너 외과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본질이라는 지적이었다. 가슴 한구석이 찌릿해지는 곤란한 진실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9년, 우리나라에서도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양질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전 국민 보편적 의료 보장국인 만큼, 한국의 수술 도달률은 다른 나라와 달리 눈에 띄게 높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보장성 강화 첫해에만 대기 수요가 몰리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을 뿐, 이후 정체기를 거쳐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 대한민국 비만대사수술의 실제 도달률은 0.1% 이하에 불과하다. 수술이 절실한 환자 1000명 중 단 한 명만이 수술대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2017년의 강의는 사회학자의 분석을 인용하며 마무리 지었었다. "비만대사수술의 도달률을 높이려면 외과의사 스스로 내과의사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솔직한 속내까지 감추진 못했다. 마음 한편에선 여전히 내과 선생들을 원망하고 있었으니까.

보험 적용 후 7년이 흐른 지금, 나는 비로소 그 사회학자의 통찰을 전적으로 동의하고 신뢰하게 되었다. 원망을 거두고 나니 외과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 명확히 보였다.

이제 나는 매년 나의 수술 데이터를 투명하게 정리한다. 단기적인 체중 감소율뿐만 아니라 합병증 발생 비율과 그 양상, 치료 경과, 재입원율은 물론이고 년 단위의 체중 재증가(Weight regain)와 당뇨 재발 여부까지 샅샅이 기록한다. 그리고 이 날것의 데이터를 내분비내과와 가정의학과 동료 의사들에게 먼저 공유하고 있다. "당신이 믿고 보낸 환자가 지금 이렇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무언의 증명이자 신뢰의 악수다.

최근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강력한 비만 치료제(GLP-1 수용체 작용제)의 등장으로 비만대사수술 건수가 다시 한번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이야말로 병적 비만과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가장 적절한 진료'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약물이 만능 열쇠가 될 수 없고, 수술 역시 독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표준진료지침에 근거한 촘촘한 '환자 의뢰 시스템'이 작동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외과의사 스스로가 내과의사에게 단단한 신뢰를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동료의 신뢰야말로 0.1%라는 차가운 벽을 깨뜨릴 유일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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