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AI가 진단하는 시대라지만, 결국 AI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입니다."
최근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앞다퉈 진단 정확도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그 정확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의료 AI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알고리즘만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한 임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학습시키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심전도 전문기업 에이티센스는 이 지점에서 다른 길을 선택했다. AI만으로 승부하는 대신 의료진을 회사 안으로 끌어들였다.
현재 에이티센스에는 상근 의사 3명을 비롯해 임상병리사 17명, 비상근 심장내과 전문의 2명, 지역 판독의 등 총 24명의 의료진이 함께 한다. 특히 회사의 미래의료연구소를 이끄는 부정맥 권위자 이문형 소장(전 부정맥학회·심장학회 회장)과 의사 출신 김선근 CIO 상품기획본부장(한국원격의료학회 이사)은 의료 AI 고도화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에이티센스는 최대 14일 연속 측정이 가능한 패치형 심전도기기 '에이티패치(AT-Patch)'와 AI 분석 소프트웨어 '에이티리포트(AT-Report)'로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국내 대표 심전도 AI 기업. 회사는 AI 성능의 출발점이 알고리즘보다 의료진이라고 강조한다.
이문형 미래의료연구소장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임상 현장의 경험과 판단을 그대로 녹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제품을 자문하는 일은 수십 년간 해온 임상 경험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소장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임상적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품질 향상에도 직접 참여한다. 미래의료연구소 역시 새로운 센서와 AI 기술 발전에 맞춰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진단·모니터링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제품 개발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선근 CIO는 의료와 개발 조직을 연결하는 '통역사' 역할을 한다.
의사이면서 디지털 플랫폼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의료진이 실제 원하는 기능을 개발자에게 전달하고, 개발자가 구현한 기술이 임상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양측의 간극을 메운다.
김 CIO는 "임상에서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와 기술이 같은 언어를 써야 한다"며 "개발자가 생각하는 품질과 의료진이 만족하는 품질에는 항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맡고 있는 업무는 제품기획에만 그치지 않는다. 심전도 판독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 기획, 판독 프로세스 관리, 품질관리 체계 구축까지 모두 담당한다.
에이티센스의 AI 판독 과정 역시 사람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심전도 데이터가 들어오면 먼저 AI가 리듬을 자동 분류한다. 이후 숙련된 임상병리사가 이를 검수하고 판독 초안을 작성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심장내과 전문의가 최종 판독문을 작성하며, 별도의 품질관리(QA) 전담 인력이 다시 검수한 뒤 최종 승인까지 거친다.
AI 고도화의 핵심 역할을 하는 건 판독 전문 의료기관인 '하트비트분석의원'. 에이티센스와 전속 계약을 맺은 하트비트는 에이티센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판독 및 병원으로부터 심전도 판독을 위탁받아 수행한다.

판독 과정에서 추가 검사 결과가 필요하면 의료진끼리 직접 소통하며 보다 정확한 진단을 수행한다. 곧 이렇게 축적되는 데이터가 AI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김 CIO는 "AI가 1차 분류를 수행하지만 최종 진단은 반드시 의료진이 확인한다"며 "모든 판독 결과는 품질관리 체계를 거쳐 다시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직접 검증한 심전도 데이터를 '골드 스탠다드(Gold Standard)' 데이터로 구축해 AI를 학습시킨다는 것. AI가 분류한 심전도 신호를 숙련된 임상병리사와 심장내과 전문의가 다시 검증·교정해 '100% 정답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AI에 반복 학습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김선근 CIO는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의료진이 다시 깐깐하게 검증해 골드 스탠다드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다시 AI 학습용 교보재로 활용하는 게 핵심"이라며 "좋은 학습 데이터가 있어야 높은 진단 성능이 나오기 때문에 결국 사람이 만든 정확하고 품질 좋은 자료 확보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확보한 데이터 규모도 상당하다. 심전도는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생성되는 PQRS 파형을 비트 단위로 분석하는데, 환자 1명을 검사하면 평균 약 100만 개의 심전도 비트가 생성된다.
에이티센스는 지금까지 의료진이 검증한 약 40억 비트 규모의 골드 스탠다드 심전도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이를 지도학습뿐 아니라 비지도학습에도 활용해 AI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또 다른 축은 원천 데이터의 품질이다. 에이티센스는 재활용이 가능한 다회용 대신 최대 14일간 샤워와 일상생활 중에도 연속 측정이 가능한 일회용 패치 구조를 선택했다. 이를 통해 노이즈를 최소화하고 고품질 심전도 원본 데이터를 확보한다. 의료진을 통한 의료기관과의 협진도 강점.
이문형 미래의료연구소장은 "에이티센스와 같이 일하면서 예전보다 전국 단위로 훨씬 많은 의료진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됐다"며 "데이터를 함께 검토하고 논의하면서 병원들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 환자나 응급 상황에서는 병원이 즉시 전문의와 상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며 "현장에서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바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어 의료기관의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 CIO 역시 "부정맥 분야 권위자인 이문형 소장이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병원 입장에서는 제품 신뢰로 이어지고 소통도 훨씬 원활해진다"며 "AI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료진이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며고 덧붙였다.
좋은 원천 데이터와 의료진이 검증한 양질의 학습 데이터가 함께 갖춰질 때 진정한 의료 AI 경쟁력이 완성된다는 것이 에이티센스의 철학. 의료 AI 경쟁이 알고리즘 경쟁에서 데이터 경쟁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에이티센스는 상근 의료진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품질 관리 체계를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AI를 만드는 것은 결국 AI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을 의료 현장에서 증명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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