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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약 공급,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발행날짜: 2026-06-22 05:00:00

의료산업1팀 허성규 기자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최근 공급 중단이 결정됐다가 정부의 개입 하에 공급이 재개된 약제가 있다. 악성흑색종과 호지킨림프종 치료에 필수적인 '다카르바진 주사제'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대체 가능한 치료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임에도 '판매 부진'을 사유로 공급 중단 결정이 내려졌던 품목이다.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 지속을 위해 정부에 절박하게 지원을 요청한 결과, 정부가 '주문 제조 제도'를 활용하면서 다행히 공급은 재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씁쓸함은 남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품목의 주문 제조는 기존에 의약품을 생산하던 제약사에서 그대로 이뤄진다.

결국 정부와 제약사가 미리 머리를 맞댔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환자와 임상 현장의 불안감을, 꼭 사달이 나고서야 해결한 셈이다.

이름만 바뀔 뿐 환자는 약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타고, 의료진은 대체 처방을 찾느라 분주하며, 정부는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은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다카르바진 외에도 수많은 필수의약품이 판매 부진이나 채산성 부족을 이유로 소리 소문 없이 공급 중단 심사대에 오르고 있다.

물론 기업의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에게 무조건적인 희생과 공익적 선의만을 요구하기엔 시장의 현실이 너무 냉혹하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원료의약품 가격과 물류비는 매년 폭등하는데, 공공재 성격이 강한 필수약의 약가는 수년째 묶여 있거나 원가 보전조차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제약사들이 생존을 위해 이종 산업으로 눈을 돌리거나 CSO(영업대행사) 체제를 활용해 어떻게든 '돈이 되는'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약업계가 수익 확보에 골몰하는 사이, 채산성이 바닥을 기는 필수의약품 생산 라인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시장의 논리로만 방치하기엔 이미 구조적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모순적인 정책 행보다.

한쪽에서는 필수약 품절을 막겠다며 대책을 쏟아내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명분으로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을 전방위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약가 인하의 당근책으로 필수의약품 활성화 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정작 제약업계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꼭 필요한 구조적인 전환이나 실질적인 약가 보전보다는 생색내기식 '보여주기 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 절감에만 매몰된 일방적인 약가인하 추진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카르바진 사례처럼 대체 불가능한 국가필수의약품이나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해서는 생산 원가와 연동된 합리적인 약가 보전 대책을 더 깊이 고심해야 할 때다.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국내 제조 인프라가 완전히 무너진 뒤에는 아무리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도 외양간을 복구할 수 없다.

이에 매년 반복되는 우려와 불안을 끊어내기 위해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단단히 고치는 '선제적 대응'을 더 고심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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