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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빠진 의료 행위 말이 되나"…의료기사법 개정 반발

발행날짜: 2026-04-23 05:30:00

의사협회, 면허체계 및 의료체계·환자 안전 붕괴 시도 규정
재활의학회 이사장 "의사 개입 없는 의료행위 땐 환자 안전 위험"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통합돌봄 확대를 명분으로 추진되는 의료기사법 개정이 '접근성 개선'이라는 취지와 달리, 면허체계와 의료체계를 흔드는 것은 물론, 환자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가 환자 상태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의료기사에게 처방하는 것은 눈 가리고 진료하는 것과 같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것.

22일 대한의사협회는 협회 대강당에서 정례브리핑을 개최하고 의료기사의 역할 범위를 재정의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면허체계와 의료체계를 흔드는 시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재활의학회 윤준식 이사장

김성근 대변인은 "의료체계는 직역 간 협업을 기반으로 권한과 책임이 정교하게 배분된 구조"라며 "지도·감독과 처방·의뢰는 단순한 표현의 차이가 아니라 체계의 근간을 좌우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비정상적인 구조를 통해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는 오히려 취약계층의 적정 진료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며 개정 논리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의료기사의 업무 수행 조건을 '의사의 지도·감독'에서 '처방'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의료계는 이 변화가 단순한 규정 수정이 아니라 의료기사의 법적 지위와 역할 자체를 바꾸는 '정의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대한재활의학회 윤준식 이사장은 "현행 의료기사법은 수십 년간 큰 문제 없이 현장에서 작동해 왔고, 환자 안전을 담보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해왔다"며 "개정안은 사실상 의료기사의 정의를 바꾸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돌봄 활성화라는 명분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는 기존 체계 내에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윤 이사장이 특히 우려하는 지점은 '의사의 직접적 개입 없이 의료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이다.

현행 체계에서는 의료기사가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의 판단과 지도 아래 제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의료기관 외부에서도 처방만으로 독자적 치료 행위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방문 재활과 같은 현장을 보면, 최초 진료 시 의사가 직접 동행하거나 치료사의 행위를 지도·감독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한다"며 "이 과정이 빠지고 처방만으로 대체되면,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시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인데, 지도 없는 외부 의료행위는 구조적으로 환자 위해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장은 특히 이번 개정안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를 현장 단위에서 풀어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방문 재활의 경우 처음 환자를 볼 때 의사가 직접 방문하거나 치료사와 동행해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 범위를 설정한다. 이 과정에서 치료사는 단순히 기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판단을 기반으로 안전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문제는 환자 상태는 매번 동일하지 않다는 점. 이 때문에 치료 중간에도 의사의 추가 판단이나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고, 지도·감독 체계가 작동하면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윤 이사장은 "처방은 본래 환자에게 적용되는 개념이고, 의료기사는 진료보조 인력으로서 의사의 지도 하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를 혼용할 경우 직역 간 경계가 무너지고 책임 소재 역시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기사가 약사처럼 처방에 따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는 현행 의료법 체계와도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의 기존 판단도 이러한 우려에 힘을 싣는다. 과거 물리치료사 업무 범위와 관련해 헌재는 해당 업무가 의사의 진료행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으며, 의사를 배제한 독자적 수행이 국민 건강에 위험성이 적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의료계는 이를 근거로 "의사의 지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의료계는 통합돌봄 정책 자체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한재활의학회를 비롯한 관련 학회들은 방문 재활 확대와 장애인 주치의 제도 활성화에 협조해 왔다. 다만 제도 확장을 이유로 기존 면허체계를 흔드는 방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윤 이사장은 "현행 체계에서도 원격 소통 기술 등을 활용해 지도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며 "굳이 처방 중심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 작동하고 있는 제도를 무리하게 변경하는 것은 오히려 정책 집행에 혼선을 초래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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