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성 주인공이 탄생했다. 의료계의 체질 약화가 '소통 부재' 때문이라는 진단을 가지고서.
한방의 척결이나 정부-의료계의 힘과 힘의 맞대결 논리가 득세하는 상황이라 더 반갑다.
100년만에 나타났으니 인물도, 시나리오도 괜찮다. 이달 첫 임기를 시작한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을 만나 그의 소통론에 대해 들었다.
"강한 힘은 주먹 아닌 소통에서 나온다"
100년만에 탄생한 첫 여성 서울시의사회장. 선거운동부터 '자강(自强)의 논리'가 달랐다. 당시 캐치프라이즈는 '소통과 상생, 의권강화'.
한방의 척결이나 정부에 대한 막판 배수진과 같은 살벌한 용어가 난무하던 선거판에서 '소통과 상생'을 앞세워 의권을 강화하겠다는 구호는 그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키워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는 직역간, 연령간, 병의원의 규모간 소통과 화합이 안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의사, 환자간 소통도 안 되고 있는 마당에 이제 우리라도 상생을 해야 합니다."
당선이 된다면 소통을 위해 서울을 4개 권역으로 나눠 부회장, 이사들과 함께 회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회무에 반영토록 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실제 당선 이후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15일 서울시의사회관에서 만난 김숙희 회장은 소통론을 첫 화두에 올렸다.
그는 "의료계가 내부적으로 분열돼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화합을 이뤄낼 지 고민이 많았다"며 "현재 의료계의 분열을 치료할 최고의 처방은 소통이라고 결론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심이 곧 참여로 이어지고 참여는 소속감으로 이어진다"며 "잘못이든 칭찬이든 무조건 경청할 것을 다짐한 만큼 회원들이 의사회 회무에 관심을 갖고 여러 지적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도회장협의회나 개원의협의회, 교수협의회 등 어떤 단체, 직역을 막론하고 불러만 주면 달려가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
김숙희 회장은 "자꾸 만나 한번이라도 더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소통의 첫 걸음이다"며 "이제 시도회장협의회, 개원의협의회, 구 회장단회의에서 한가지 목소리를 내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가 외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정부도 의사들을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며 "화합과 중재의 역할을 통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억센 것을 이긴다고 설파한 노자처럼 강한 힘이란 결국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단결력을 의미한다는 게 김 회장의 철학. 그 단결력의 밑바탕은 소통이 기본이 돼야한다는 설명이다.
그간 의약분업 폐지나 의료영리화 반대 등의 구호를 내걸고 파업 전선에 나섰지만 의사들을 무릎 꿇린 것은 정부의 힘이 아닌 의사들의 내부 분열이었다는 성찰인 셈.
과거 의료계에 대한 반성은 소통 행보의 실천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어제 서울시 보건정책관과 만나 도시형 보건지소, 세이프약국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보건의료 정책을 기획하지 말고 의사를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해달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계 단체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서도 서울내 각 병원장을 만나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지난해 교수협의회의 회비 납부 거부 운동 때문에 회비납부율이 떨어져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의사회 회원의 30%는 개원의고 나머지 70%가 대형병원, 종합병원의 봉직의, 전공의들이다"며 "모두 서울시의사회 회원인 만큼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자의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上善若水)는 말처럼 회무의 유연성도 강조했다.
그는 "장기 계획없이 하루 하루 계획하고 산다"며 "계획을 해도 여러가지 변수들이 생기는 마당에 차라리 하루 하루 계획하며 살며 그에 따라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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