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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의료인력이 병원에서 맞고 살아야 하나

손의식
발행날짜: 2014-10-24 05:26:28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폭언과 폭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최근 실시한 노동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가한 간호사 중 절반이 넘는 55.7%가 환자에게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폭행 경험은 12.4%, 성희롱 경험은 10.7%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문득 지난해 보건노조가 발표한 설문조사 내용이 오버랩됐다.

지난해 8월 보건노조의 조사에 따르면 병원노동자의 54.4%가 환자로부터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폭행 경험 비율은 11.7%, 성희롱 경험 비율 10.1%였다.

올해 발표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2012년 자료도 찾아봤다.

2012년 보건노조에 따르면 병원노동자의 49.4%가 환자로부터 '폭언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환자로부터 폭행을 경험한 비율도 10.8%였다. 간호사가 환자로부터의 성희롱 유경험 비율도 12%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환자나 보호자 등으로부터 매년 비슷한 수준의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보건노조가 매년 2만명이 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현실은 늘 그대로인 셈이다.

의사들 역시 의료기관에서의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의사 44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폭행이나 기물파괴 등의 진료실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95%는 폭언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없는 위협적인 상황을 겪었다고까지 답했다.

의료기관에서의 폭언·폭행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들은 의료인 폭행 방지법을 통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에 보건노조는 ▲병원사업장에 맞는 성희롱예방교육 의무적 실시 및 피해자를 위한 정신적 치유프로그램 마련 ▲폭언·폭행 예방프로그램 및 대응 매뉴얼 마련 ▲직장의무실 설치 ▲폭언·폭행 금지 마련 ▲성희롱·성폭행 피해자 보호조치 지침 마련 등을 산별중앙교섭 요구 사항으로 채택했다.

의료인 폭행 방지법은 국회 발의까지는 올라갔으나 번번히 고배를 마시고 있다. 보건노조는 산별교섭 요구사항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지만 의료기관 자체적인 노력으로 피해를 줄이기는 역부족일 듯 싶다. 어느 쪽도 쉬워보이지 않는다.

보건의료의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와 병원 노동자들이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개선될 리가 만무하다.

아마 내년 이맘때쯤 보고노조는 올해와, 지난해와 비슷한 설문조사를 발표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몇 명의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폭행을 당할 것이고,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의료인 폭행 방지법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의사와 병원 노동자들이 의료기관 내에서 당하는 폭언과 폭행의 여파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인간으로서 폭행과 폭언 자체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환자를 보호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병원노동자들과 의료인들이 나서기 전에 먼저 복지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였어야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병원 노동자들이 매년 똑같은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도, 진료실에서 의사들이 칼을 맞아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있다.

가장 쉬운 해결방법은 정부의 의지에 있다. 복지부가 보건의료의 진정한 주무부처라면 그리고 환자를 걱정하고 의료자원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의료기관 내 폭언·폭행 방지를 위한 제도화 마련에 적극 나서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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