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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정신치료 위해 항상 대기 모드"

손의식
발행날짜: 2014-05-17 07:07:56

노만희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

노만희 회장(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지난 16일 기준 사망자 수 284명, 실종자 수 20명이라는 막대한 인명피해를 남긴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한달이 지났다.

믿지 못할 비극적인 사고에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 구조자를 비롯해 온 국민이 커다란 충격을 받았으며 한달이 지난 아직까지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재난사고가 중증외상환자 치료 및 환자분류, 응급환자 이송체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세월호 사고는 정신건강적인 측면까지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등 의료계를 필두로 경기도와 안산시, 인천시 등 각 지자체는 세월호 피해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까지 대상을 넓혀 세월호 사고에 따른 정신적·심리적 치료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노만희 회장(노만희정신과의원 원장)을 직접 만나 세월호 사고에 따른 피해 관련자 및 국민 정신건강에 우려되는 점과 향후 관리방안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지난 12일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사고 다음날인 4월 17일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을 설치해 사고 직후 안산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진행하다 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 190여 명, 전문상담인력 50여 명으로 구성된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해 심리치료 기능을 강화했다.

직접 피해자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격려하고 도움을 줄 것을 찾기 위한 차원에서 방문했다. 특히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상담과 교육에 나서고 있다. 또한 안산시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들도 계속 활동을 하고 있어 그분들을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단원고와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를 비롯해 진도체육관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이 정신건강 상담 및 심리치료에 나서고 있지만 상담에 나서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피해 학생의 부모․친척을 비롯해 구조자, 단원고 교사, 일반 시민 등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도 많다. 이들의 정신건강 회복을 돕고 심리치료를 위한 인적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문제는 그분들 중 상담을 원하는 케이스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 부모의 경우 자식을 먼저 보낸 상황에서 상담을 받으려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힘들어도 참고 있을 뿐이다.

단원고 교사들도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겠는가. 그들도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텐데 상담받는다고 하면 오해를 받을 것 같은 생각에 못 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당장 정신적․심리적 충격이 크지 않은 이들의 정신건강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나.

아직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이 덜 됐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는 경우는 PTSD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도가 심해지는 것이 진짜 PTSD이다.

한달 두달이 지나면서 더 떠오르고 더 불안해지고 더 우울해지는 것이 PTSD이기 때문에 지금 찾아오는 사람 수가 적다고 해서 별거 아니구나가 아니다. 항상 대기하고 있다.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예측되는 상황을 대비해야한다.

듣고보니 정신적인 충격이 클 경우도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도가 심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할 듯 싶다.

현재 상담을 위해 찾아온 사람이 많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들을 찾아다니면서 고위험이 보일 경우 도움을 받으라고 권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PTSD가 한 번 생기면 2~3년간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 외상에 대한 충격이 만성화될 수 있다는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concentration camp syndrome(강제수용소증후군)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강제수용소에 수용됐던 이들이 전쟁이 끝나고 해방된 뒤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낸 신경증 증상이다. 30~40년이 지난 후에도 그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PTSD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살펴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고, 이런 이유로 지속적인 추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정신과에는 재난정신의학이 있다. 솔직히 의사들도 재난을 직접 겪는 일이 별로 없지만 학회와 의사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면 재난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세월호 사고는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 회원들이 초반부터 제대로 대응을 했다. 사고 대상 대부분이 청소년이기도 했지만 경주리조트 사건을 통해서 개입을 조금씩 해본 경험들이 있어 발 빠르게 대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국가적 지원 및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높다.

세월호 사고 피해자에 대한 모든 것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피해자라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애매할 수 있다. 현재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것으로 아는데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는 예산타령하지 말고 피해자에 대한 범위도 넓히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난방지도 중요하지만 재난이 벌어졌을 때 신체적인 손상은 기본적으로 보상해야하는 것이고 추후 발현할 수 있는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가 관리해야하는데 아직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아 아쉽다.

지금까지 국가적인 재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주로 중증외상환자 치료와 응급환자 이송체계에 관심이 높았다면 세월호 사고를 통해 피해자의 정신건강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의 발빠른 대처 등이 향후 발생할 지 모르는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롤모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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