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책임은 의사 몫…실효적 형사 면책 시급"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AI 기본법 시행과 급속한 의료 분쟁 형사화로 의료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AI가 단순 진료 보조를 넘어 의료 영역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책임 소재 문제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메디칼타임즈는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법무법인 |유| 텍스트)를 만나, 의료 AI 활용 및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계가 직면한 법적 위협과 대응 방안을 들어봤다. AI 기본법 시행과 급속한 의료 분쟁 형사화로 의료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를 만나 대응 방안을 들어봤다.■AI는 보조 수단일 뿐 "최종 판단·책임은 의료진 몫"전성훈 이사는 AI 기본법 시행에 따른 의료진 대응 방안으로 철저한 법령 준수를 강조했다.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분류되는 의료 AI를 사용할 때 환자에게 사전 고지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권이라는 설명이다.생성형 AI와 관련해선 의료광고와 관련된 영역에서 분쟁이 잦을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기관이 블로그 포스팅이나 영상 광고 등을 제작할 때 이를 활용했다면, 해당 콘텐츠가 AI로 제작됐음을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다만 정부가 법 시행 이후 1년 동안을 계도 기간으로 설정한 만큼, 당장의 처벌을 걱정하기보다 이 시기를 실무 숙달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대기업이나 타 산업군에서 AI 활용 사실을 어떤 문구와 방식으로 알리는지 모니터링하고, 이를 의료기관의 홍보물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봤다.전 이사는 "환자가 단순히 광고에 AI가 쓰였다는 사실 자체를 두고 민원을 넣거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진짜 위험은 법에서 정한 고지 의무를 누락했을 때 보건당국으로부터 받게 될 행정 처분이나 과태료 등 정부 차원의 단속"이라고 짚었다.진단 보조 등 의료 AI와 관련해선, 기술 발달에도 불구하고 진료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여전히 의사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AI가 제시한 내용을 의사가 자기 전문 지식에 따라 확정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 판단은 결국 의사의 책임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는 의료 AI가 법적으로 '진료 보조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AI의 분석 결과를 참고한다고 해도, 자신의 이름으로 진단을 확정하고 처방을 내리는 이상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 역시 의사가 지는 것이 현행 법체계의 대원칙이라는 설명이다.이와 관련 전 이사는 "자동차의 크루즈 기능이 사고가 나도 운전자 책임인 것과 같다. 기기 오류가 있다면 추후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순 있겠지만, 현행법상 환자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의사가 져야 한다"며 "진료비 청구를 의사 이름으로 하고 수익도 의사가 가져가는 구조에서 책임만 기계에 돌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일부에서 제기되는 '전자인(전자적 인격)' 도입 등 AI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논의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급진적인 주장으로, 실제 법제화까지 수십 년은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다.현실적으로 기업들은 AI 공급 계약 시 '판단은 의사가 하며 기기는 참고용일 뿐'이라는 면책 조항을 약관에 넣어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구조다. 따라서 의사는 AI의 의견을 비판 없이 수용하기보다 자신의 전문 지식에 따라 검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제언이다.의료 AI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관련해선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비용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기본법과 의료기기법 등에 따른 이중 규제 우려가 있지만, 기술이 앞서가는 만큼 이를 통제하기 위한 규제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비용이라는 설명이다.전 이사는 "기업들은 규제로 인한 비용 상승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규제로 인정받게 된다"며 "AI 기본법을 준수하기 위한 비용 투입과 AI가 마치 전문 의사인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광고를 하지 않는 등 사회적 착오를 막기 위한 노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전했다.전성훈 이사는 의료 AI 사용에서의 의료진의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의료 현장의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촉구했다.■민사의 형사화 가속 "의료사고 '그레이 존' 인정해야"이와 함께 전 이사는 의료계가 직면한 더 큰 위험으로 '민사 분쟁의 형사화'를 꼽았다. 보험제도나 민사적 해결이 타당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권리의식과 제도의 불비로 인해 형사 사건화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런 현상이 의료 현장에 '보이지 않는 중대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특히 원인을 알 수 없는 의료사고, 이른바 '그레이 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점이 문제다. 일례로 이대목동병원 영아 사망 사건처럼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의료 시스템이 뿌리째 흔들리는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전 이사는 "누구의 잘못인지조차 알 수 없는 영역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필수의료는 유지되기 어렵다"며 "사법부가 의료의 특수성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국민의 법감정에 기초해 재판이 이뤄지는 만큼, 제도적 보호 장치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최근 불거진 전공의 행정 명령 취소 소송 등 의료 행정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도 비슷한 맥락에서 분석했다.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성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지만, 법원이 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를 이유로 보수적인 판결을 내놓고 있다는 것. 또 그는 이런 판례들이 향후 의료계 대응 방식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면허취소법 강화와 관련해선 "의사들의 불안감이 크지만 실제로 일반 형사 사건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비율은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의료법 위반 사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법령 준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형사 면책 포함한 특례법 제정 "국가 정책 지원 필수"의료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에 관한 질문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실효적 제정을 강조했다. 특히 환자가 사망한 경우를 포함한 전폭적인 형사 면책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사망 사고를 면책 범위에서 제외한다면 필수의료 현장의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고액의 민사 손해배상이 공제료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비용을 일정 부분을 보전하는 정책적 개입도 촉구했다.전 이사는 "무과실 의료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재원 마련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의료배상공제 가입 의무화에 따른 형사 면책이라는 정책적 당근을 명확히 제시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제언했다.현장에서 분쟁을 겪는 의사들에겐 감정적인 대응보다 법률 조력자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과도하게 책임을 인정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대범하게 대응하는 것 모두 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설명 의무 위반이 손해배상의 주요 근거가 되는 만큼, 자신만의 소상한 동의서 양식을 만들어 활용하는 '나만의 동의서' 작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마지막으로 전 이사는 의료계를 향해 시대적 흐름을 수용하면서도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의사를 신뢰하고 있는 만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다.전 이사는 "대부분 국민은 여전히 의사를 신뢰하고 지지한다. 그러니 국민에게 의료계 입장을 설득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며 "시대적 흐름은 피할 수 없고 변화라는 파도는 막을 수 없다. 파도는 올라타야 하는 것이지 주먹질하고 싸우는 대상이 아니다. 여러 상황이 힘들지만, 국민 건강을 최일선에서 지키는 역할에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