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로 전기 맞은 바이오 시장 "데이터 통합 성패 가를 것"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AI와 디지털 트윈, 양자 컴퓨팅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하며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파편화된 데이터 통합과 국가 차원의 기술 주권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28일 연세대학교·한국보건산업진흥원·첨단바이오산업융합연구단은 'AI 기반 바이오제조 혁신: 디지털 전환과 바이오파마 생태계의 재편' 세미나를 개최했다.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최정민 이사는 글로벌 AI 시장 성장에 발맞춰 국가 차원의 데이터 거버넌스와 규제 대응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이 세미나에선 제약·바이오 산업의 AI 적용 현황과 미래 기술인 양자 컴퓨팅의 융합 가능성이 조명됐다.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데이터 인프라와 규제 대응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AI, 단순 보조 도구 넘어 필수 인프라로…R&D 성공률 80% 달성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최정민 이사는 발제를 통해 글로벌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제약·바이오 산업의 변화를 조명했다. 2024년 기준 약 270조 원 규모인 글로벌 AI 시장은 2027년 4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특히 민간 투자가 연평균 27% 이상 증가하며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최 이사는 제약바이오 분야가 데이터 의존도가 높고 개발 비용과 불확실성이 큰 만큼, AI 도입을 통한 상업적 이익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라고 짚었다. 실제 AI 기반 신약 개발은 2015년 이후 본격화돼 후보물질 도출부터 약물 재창출까지 전주기로 확대되고 있다.AI 활용의 실질적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기존 방식의 임상 1상 성공률이 약 50% 수준인 것에 비해, AI 기반 임상은 약 80%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높은 효용성을 입증했다. 2026~2027년 사이엔 AI 기반 신약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이와 함께 최 이사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자동화 중심의 '산업 4.0'을 넘어 인간과 AI의 협업을 중시하는 '산업 5.0'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설명 가능한 AI 구축이 제약 산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부각했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한국의 AI 경쟁력이 세계 6위 수준이지만, 민간 투자와 절대적인 규모 면에선 여전히 미국, 중국 등 선도국과 격차가 존재한다고 우려했다.최 이사는 "AI는 이제 기술이 아닌 기본이자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규제 기관인 FDA와 EMA가 AI 투명성과 환자 안전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다"며 "그런 만큼 우리나라도 데이터 거버넌스와 규제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정연욱 이사는 바이오 제조 현장의 데이터 파편화를 지적하며 디지털 트윈 도입을 대책으로 제시했다.■디지털 트윈으로 제조 혁신…수작업 데이터의 디지털화 시급이어진 발제에서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정연욱 이사는 바이오 의약품 제조 공정의 자동화 지연 원인으로 데이터 파편화를 지목하며, 관련 대책으로 디지털 트윈을 강조했다.정 이사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대형 바이오 공장 셋업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바이오 제조 현장이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의약품 품질 보증을 위해선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수기 기록이나 개별 장비에 고립된 데이터가 많아 실시간 분석과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디지털 트윈이야말로 이런 갭을 메울 솔루션이라는. 이는 물리적 객체를 가상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의 특성 덕분이다. 디자인 스페이스 내에서 공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리얼 타임으로 모니터링·시뮬레이션함으로써 생산 사고를 방지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와 함께 혁신의 첫걸음으로 모든 수기 데이터의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센터화를 꼽았다. 특히 라만(Raman) 센서와 같은 최신 기술을 도입해 VCD, 글루코스 등 핵심 파라미터를 인라인으로 측정함으로써 오프라인 분석에 소요되던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제언이다.정 이사는 "우리는 이미 디자인 스페이스라는 훌륭한 데이터 맵을 가지고 있지만, 데이터가 나오는 시점과 포맷이 달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디지털 트윈을 통해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AI를 학습시킨다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인과관계와 최적의 프로세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연세대학교 백경현 교수는 양자 컴퓨팅이 기존 컴퓨팅의 한계를 극복할 바이오 난제 해결의 열쇠라고 강조했다.■미래 기술 양자 컴퓨팅 융합…mRNA 해석 등 바이오 난제 해결 기대마지막 세션에선 연세대학교 융합과학기술원 백경현 교수가 양자 컴퓨팅 기술의 발전 현황과 바이오 산업과의 융합 가능성을 제시했다.백 교수는 양자 중첩과 얽힘이라는 고유한 특성을 활용한 양자 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분자 구조 계산과 최적화 문제를 풀 열쇠라고 설명했다.실제 구글·IBM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2030년을 기점으로 오류 정정이 가능한 양자 컴퓨터 상용화 로드맵을 추진하면서, 기술적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바이오 분야에서의 실제 협업 사례도 소개됐다. 일례로 모더나와 IBM은 mRNA 구조를 양자 알고리즘으로 해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최근엔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IBM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항암제와 종양 간의 양자적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성공,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다만 백 교수는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QPU(양자 프로세서)가 강점을 보이는 양자 시뮬레이션과 일반 컴퓨터의 CPU·GPU 연산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러스터 형태가 유력하다는 진단이다.이와 함께 그는 기술 발전에 따라 기업들이 더 이상 연구 내용을 논문으로 공개하지 않고 독점적인 특허 경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백 교수는 "양자 컴퓨터의 발전 속도는 과학자들의 예상을 상회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신약 개발의 최적화나 복잡한 생체 데이터 분석에서 고전 컴퓨팅의 한계를 넘어서는 양자 유틸리티 시대에 대비해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융합 연구와 인재 양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