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혈압계 사라진 것처럼…전자 혈압계 다음은 커프리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7일 대한고혈압학회는 콘래드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커프리스 혈압계 관련 세션을 7개를 배치, 임상적 활용성을 면밀히 진단했다.크고 불편한 커프 방식의 혈압계 대신 손가락에 끼우는 반지형 혈압계가 상용화 및 급여가 적용되면서 학술 영역에서 임상 활용성에 대한 진단이 불붙고 있다.다양한 연구자들이 학술논문 검색 사이트에서의 'cuffless bp' 키워드 검색 및 연구 급증 추세를 인용할 정도로 관련 연구는 고혈압 분야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연구자들 역시 임상 적용과 신뢰도 확보를 위한 여러 선결 과제를 제시하며 '신기술'을 맞이할 채비에 나섰다.7일 대한고혈압학회는 콘래드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 HYPERTENSION SEOUL 2025를 개최하고 ▲커프리스 혈압 모니터링의 검증 과제 및 방법론적 표준화 방안 ▲커프리스 혈압 모니터링을 통한 초기 임상 경험 ▲커프리스 BP 임상 적용하기 ▲커프리스 혈압 모니터링 등 7개 세션을 마련해 커프리스 방식 혈압계를 면밀히 진단했다.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배성아 교수는 '정밀 고혈압 치료를 위한 빅데이터 및 디지털 건강' 주제를 통해 "질병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위험요인을 발견하고 개입할수록 질병 부담은 줄고 치료의 가역성은 높아진다"며 "그렇지만 혈압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한 현재의 방법론에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현재 진료실 혈압 측정이 표준이지만 현실적으로 백의고혈압, 가면고혈압 같은 오분류가 흔하고 식사, 음주, 스트레스, 추위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이 혈압에 영향을 미쳐 단일 시점 측정만으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실제로 미치료 환자 8,000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가면고혈압군은 정상군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두 배, 뇌졸중 위험이 세 배에 달했다.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배성아 교수배 교수는 "영국 UK Biobank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동일 검사에서 짧은 시간 간격으로 측정된 혈압의 변동성이 클수록 모든 원인 사망률이 높았다"며 "이는 절대 혈압 수준과 관계없이 독립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일회성 혈압 측정의 한계를 설명했다.이러한 맥락에서 연속적 혈압 모니터링과 디지털 헬스의 결합이 미래 고혈압 관리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가정용 혈압계는 저렴하고 보급률이 높지만 환자들이 기록을 지참하지 않거나 꾸준히 측정하지 않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배 교수는 "따라서 웨어러블, 모바일 헬스, AI 기반 분석이 결합하면 개인별 패턴을 파악하고 맞춤형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며 "AI 기반 분석과 연속 데이터 수집이 개인 맞춤형 치료로 이어지는 정밀 고혈압 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밀 의학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으로 세계 최초 반지형(링형) 연속 혈압계 'Cart BP'가 소개됐다. 이 기기는 광용적맥파(PPG) 기술을 활용해 24시간 혈압 변화를 자동 기록·전송하며, 실제 임상시험에서 ISO 기준(오차 5mmHg 이하)을 충족했다. 현재 전국 1,600여 의료기관,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30곳이 이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배 교수는 "Cart BP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혁신적 기기"라며 "다만 커프리스 측정기기는 커프형보다 정확도 보정 절차가 훨씬 복잡하고, 체위나 움직임에 따른 노이즈, AI 학습 데이터 품질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 또한 현재 커프리스 기기를 고혈압 진단·관리용으로 권고하지 않고 있으며, 과학적 합의와 표준화 절차가 미흡하다고 명시하고 있다.이에 배 교수는 "ESC가 커프리스를 권고하지 않는 건 기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임상적 근거가 없기 때문으로 Cart BP와 같은 기기가 최근 상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로 본다"며 "국내에서도 다수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권고 수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커프리스 혈압계 대세…선결 과제는?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 역시 "기술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말로 커프리스의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그는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비수은 혈압계의 정확성을 의심했지만 지금은 누구도 수은 혈압계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커프 기반에서 커프리스 기반으로의 전환은 이미 시작됐고, 이는 되돌릴 수 없는 변화"라고 말했다.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실제로 국내에서는 올해 초 24시간 활동혈압모니터(ABPM)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후 월 처방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서며 커프리스 기술의 빠른 확산을 보여주고 있다.그러나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임상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증은 지속돼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제언. 이에 커프리스 장비 검증을 위한 표준 프로토콜 수립 방안으로 ▲적절한 기준(reference) 장비의 선정 ▲검교정(calibration) 주기와 방법의 표준화 ▲신호 품질 관리 ▲충분한 인구집단 기반 검증 ▲장기 안정성 평가까지 다섯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이 교수는 "현재 커프리스 기기의 정확도를 검증할 만한 '참조 기준(reference standard)'이 명확하지 않다"며 "또한 PPG(광용적맥파) 기반 장비의 신호는 잡음이 많아 신호 정제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어느 정도의 정제가 허용 가능한지에 대한 기준도 부재하다"고 지적했다.커프리스 혈압계는 ISO 기준상 평균 오차 ±5mmHg, 표준편차 ±8mmHg 이내를 충족해야 하지만, 개별 환자 단위에서는 여전히 편차가 커 임상적 신뢰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거론됐다.이 교수는 "집단 평균에서는 상관계수 R=0.99로 매우 높지만, 개인 단위에서는 상관성이 거의 0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 개인별 편차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커프리스 장비의 신뢰성 평가를 위해 현재 수행 중인 정적, 체위 테스트에선 큰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그는 "커프리스 장비의 장기 검교정 주기(Long-term calibration interval)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며 "갤럭시 워치의 초기 개발 당시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약 16일 이후부터 체계적 오차가 누적되기 시작했고, 하루 0.02mmHg의 편차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3개월마다 재보정하는 것이 현실적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