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제도 개편안 발표 두고 의료진들 기대vs우려 교차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정부의 약가제도 개편방안이 공개되자 임상 현상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신약 접근성 개선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제네릭 약가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일단 혁신신약 및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관련 진료과 전문의들은 기대감을 보였다.빅5병원 혈액종양내과 A교수는 "항암제의 경우 새로운 기전의 신약들이 계속 나오는데, 경제성 평가 때문에 급여 적용이 늦어져 환자들이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받거나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그는 "ICER 임계값을 10년 만에 현실화하고 질병 위중도를 고려한 가중치를 도입한다는 것은 환자들이 더 빨리 혁신 치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등재 기간을 단축한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복지부가 28일 건정심에서 약가제도 개편안을 보고, 의료현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희귀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대형 대학병원 신경과 B교수는 "희귀질환은 대체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고 환자 수가 적어 임상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며 "획일적 기준보다는 질병 특성을 고려한 평가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특히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기간이 240일에서 100일로 단축되는 점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봤다."사후평가로 급여 제외 가능성"…장기치료 환자 불안 우려다만 신속등재 후 임상적 성과를 사후평가해 약가를 재산정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빅5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신속등재는 환영할 만하지만, 사후평가 기준이 너무 엄격하면 결국 다시 비급여로 돌아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앞으로 평가 기준과 절차의 투명성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희귀질환 특성상 장기간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기 어려운데, 사후평가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가 관건"이라며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기존 등재 약제에 대한 급여적정성 재평가가 강화되는 점도 의료진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개편안은 A8 국가에서 재평가를 착수한 약제, 기존 연구와 상충되는 데이터가 발표된 약제 등을 대상으로 재평가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급여 제외나 선별급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지방의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오랫동안 사용해온 약제가 갑자기 재평가 대상이 되면 대체 약제를 찾아야 하는데, 특히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약을 바꾸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그는 "재평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따라 급여가 제외되면 환자 본인부담이 급증한다"며 "재평가 대상 선정과 결과 적용 과정에서 충분한 유예기간과 대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히 필수의약품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우세했다.수도권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퇴장방지의약품 원가보전 기준을 상향하고 정책가산을 신설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품목은 제약사들이 생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공급 불안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비축 시스템 구축이 더 시급하다"며 "약가 우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이는 개원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한 내과 개원의는 "필수의약품은 원가 대비 효용을 따져선 안되는 부분"이라며 "오히려 인센티브를 적용해서라도 보호해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약가에서 더 낮추는 과정에서 자칫 필수약이 국내에서 빠지는 불상사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 소재 소아청소년과 의원 원장은 "소아용 해열제나 항생제 시럽 수급이 불안정한 건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며 "소아 의약품 시장 자체가 작아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매력이 없는 게 현실인데, 약가를 조금 올려준다고 해서 생산이 늘어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복지부는 이번 개선방안에 대해 2026년 1분기까지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의료계 관계자는 "신약 접근성 개선이라는 큰 방향은 좋지만, 세부 실행 방안에서 현장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의견수렴 과정에서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