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기준으로 뇌졸중 치료…중증도 분류 체계 바꿔야"
8일 대한뇌졸중학회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개선과 응급신경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했다.[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1998년도 기준으로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창피한 현실입니다."뇌졸중 환자 중증도 분류 체계(KTAS)가 약 30년 전 기준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뇌졸중 치료는 대표적인 골든타임 질환으로, 일정 시간 내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현재 응급실 중증도 분류 체계는 이러한 시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현재 119 구급대는 개정된 기준을 반영한 pre-KTAS를 적용해 24시간 이내 뇌졸중 환자를 긴급 환자로 분류하고 있지만, 응급실에서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기존 KTAS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8일 대한뇌졸중학회는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초고령화 사회에서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개선과 응급신경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했다.뇌졸중은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환자의 생존과 장애 여부를 결정하는 대표골든타임 내 치료 여부가 예후를 좌우한다. 특히 뇌경색의 경우 뇌혈관이 막힌 이후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병원 전 단계부터 응급실, 치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다.고상배 교수먼저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 고상배 교수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의 근간이 1990년대 후반 캐나다 기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과거에는 뇌졸중 치료가 주로 발병 후 3시간 이내 시행되는 정맥 혈전용해술에 국한됐지만, 현재는 기계적 혈전제거술 등 치료법 발전으로 최대 24시간까지 치료 가능성이 열려 있다.이에 따라 최신 KTAS 개정안에서는 '발병 24시간 이내 뇌졸중'을 긴급 단계(KTAS 2)로 분류하도록 개선됐지만, 정작 응급실에서는 여전히 과거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상배 교수는 "국내 병원 조사에서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65%가 KTAS 3단계(응급)로 분류되고, 초급성 환자 일부만이 KTAS 2단계(긴급)로 인정된다"며 "뇌졸중의 임상적 긴급성과 행정적 분류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이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는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뇌졸중 환자 상당수가 응급실 도착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중증도로 분류돼 치료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상이 반복된다"며 "개선된 pre-KTAS와 응급실 KTAS, 그리고 의료진의 평가 사이의 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한 기준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현재 119 구급대는 개정된 기준을 반영한 pre-KTAS를 적용해 24시간 이내 뇌졸중 환자를 긴급 환자로 분류하고 있지만, 응급실에서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기존 KTAS 기준을 유지하는 등 문제의 핵심은 제도 간 '불일치 조정'에 모아진다.고 교수는 "구급대는 긴급 환자로 판단해 신속히 이송하지만, 응급실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중증도로 분류돼 대기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결국 환자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그는 해결 방안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을 제시했다. "이미 pre-KTAS와 최신 KTAS 개정안은 방향성이 마련돼 있다"며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 정비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한편 응급실 미수용을 일컫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 모색도 이뤄졌다. 응급실 뺑뺑이의 주요 원인으로는 ▲응급의학과와 배후 전문진료과 간 소통 부족 ▲뇌졸중 등 필수중증응급질환을 담당할 전문의의 응급실 부재 ▲배후진료과 인력 배치가 의무가 아닌 현행 제도의 한계 등이 꼽힌다.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119 단계에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는 경우 ▲병원 내 배후진료과는 치료가 가능함에도 응급실 수용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응급실에서 뇌졸중으로 조기에 인지되지 못하거나 전문의 부재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 등 다양한 경로로 골든타임이 소실되고 있다.송영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이에 대해 대한뇌졸중학회 이경복 부이사장은 응급실 내 신경계 전문의를 포함한 배후진료과 전문의 상주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그는 "응급실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판단이 동시에 이뤄져야 환자 분류, 병원 선정, 치료 결정이 지연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배후진료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119와 실시간으로 연계되고, 병원 간 협력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갖춘다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이러한 체계는 단순한 인력 보강을 넘어, 중증응급환자의 감별진단, 신속한 치료 결정, 병원 간 전원 조율 등 응급의료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골든타임 확보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 송영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뇌졸중학회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어려움을 정부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특히 KTAS 중증도 분류 기준과 관련해서는 "현행 체계가 임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고, 연구용역을 통해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아울러 응급의료기관 평가와 보상체계 역시 중증환자 치료 역량을 중심으로 개편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