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우대 신청 0건' 경동제약 '필수약 원료 자립' 한계 깨나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정부의 제네릭 약가 압박과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정부 국책과제 자금'을 발판 삼아 체질 개선 기회를 엿보고 있다.특히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여 '신청률 0%'를 기록한 정부의 국산 원료 약가 우대 제도가 이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경동제약, 해외 의존도 높은 필수약 3종 자립화 시동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필수의약품 혁신 평가기술 지원 연구' 국책과제의 주관연구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번 과제는 9개월간 총 9억 350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총 13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단독 컨소시엄 과제다.경동제약은 원료 합성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 '피투케이바이오'와 손잡고 현재 수급이 매우 불안정하거나 해외 의존도가 심각한 필수의약품 3종(프로프라놀롤, 반데타닙, 덱스트로메토르판·퀴니딘)의 원료(API) 합성 기술 자립화 및 완제 제형화 기술 개발에 나선다.경동제약의 필수약 국책과제 승인을 기점으로 국내 중견 제약사들에게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에 선정된 대상 품목들은 임상 현장에서 공급망 붕괴 시 환자 생존권에 직격탄을 맞는 성분이다.앞서 영아 혈관종 치료 등에 쓰이는 '프로프라놀롤'은 지난해 니트로사민류 불순물 초과 검출 이슈로 소아청소년과 현장에서 처방 공백 사태를 겪었다.이와 더불어 갑상선수질암 치료제인 '반데타닙'과 가성연수마비 치료제인 '덱스트로메토르판·퀴니딘' 역시 100% 수입에 의존해 잦은 품절로 의료진들이 애를 먹었다.경동제약은 이번 국책과제에 설계 기반 품질 고도화(QbD) 기술을 적용해 유연물질을 제조 단계부터 원천 제어하는 초고순도 합성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단순히 해외 원료를 들여와 패키징하는 수준을 넘어, 원료부터 완제의약품까지 국내 공장에서 한 번에 이어지는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신청액 0원'의 족쇄였던 규제 허들, 이번엔 깨질까제약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약가 보전' 여부. 앞서 보건복지부는 국내 원료 자립화를 유도하기 위해 "국산 원료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의 약가를 최대 68%까지 우대(가산)해 주겠다"는 당근책을 공시한 바 있다.하지만 실제로 약가 우대를 신청하거나 혜택을 받은 제약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정책적으로 까다로운 독소 조항 때문이다.기존 고시 체계에서는 '고시 시행 전 이미 국산 원료를 쓰던 품목'은 우대 대상에서 제외됐고, 개량신약의 대세인 '복합제' 역시 대상에서 배제됐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공정으로 등록해야만 인정해 주는 높은 문턱 탓에,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에 수억 원의 생동성 시험 및 인허가 비용을 추가로 투입할 제약사는 없었다.정부의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정부는 "기존에 등재된 필수의약품이라도 국산 원료로 대체할 경우 68% 약가 우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수그러든 모습이다.업계에서는 경동제약이 이번 국책과제를 통해 원료 합성법 개발로 완제화에 성공할 경우 파격적인 '68% 약가 우대 가산(최장 10년)'을 적용받는 상징적인 첫 수혜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밖에도 중견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마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정부의 다변화된 국책과제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실제로 동구바이오제약은 소아용 해열제 및 항생제 성분의 원료 자립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를 따내 연구를 진행 중이다.경동제약 역시 지난해 산자부의 고혈압 치료제 원료 국산화 과제에 선정되면서 류기성 대표가 직접 R&D센터장을 겸임하는 등 '원료 전문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다.다만, 해당 정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과제가 남았다. 식약처 과제의 지원 기간은 단 9개월. 기술 개발 이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자리잡기까지 필요한 인허가 비용과 공장 가동 비용 등은 제약사의 몫이기 때문이다.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상시 약가우대, 세제 혜택 등이 맞물리지 않으면 인도, 중국산 원료의 저가 공세를 이기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한 제약업계 약가 담당(MA)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아 모두가 기피하는 필수·희귀의약품 공급에 나서는 제약사들에게 무리한 사회적 책임을 강요할 순 없다"면서 "경동제약의 사례가 필수약 원료 국산화의 비즈니스 모델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