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톡신·필러 시장 패권 이동…휴젤 '초격차'vs메디톡스 '정체'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영업이익 2009억원 대 170억원. -영업이익률 47.3% 대 6.9%.지난해 4분기,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상징하는 두 기업의 성적표는 단순히 '누가 더 벌었느냐'를 넘어, 시장의 주도권이 어디로 넘어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에 가깝다.휴젤은 2025년 4분기 매출액 1,191억 원, 영업이익 586억 원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으로서는 경이로운 수준인 49.2%에 달한다. 1000원을 팔면 그 절반인 500원을 남긴 셈.반면 과거 업계 1위였던 메디톡스는 분기 영업이익이 수년째 300억대 안팎의 박스권에 갇히며 선두와 거리가 더 멀어졌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그 차이가 더 확연해진다. 2025년 기준 휴젤의 영업이익은 2009억원으로 메디톡스의 170억원 대비 약 12배, 영업이익률 또한 47.3% 대 6.9%로 초격차를 확인했다.보툴리눔, 필러 분야의 지난 5년간 이 시장의 내부 판도는 그 어떤 산업보다 역동적이고 냉혹하게 재편된 것. 후발주자로 시작해 글로벌 '초격차 1위'로 올라선 휴젤의 행보는 실적 차이를 넘어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전략적 선택이 어떤 결과의 차이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1000원 팔아 500원 수익…"1회성 이벤트 아닌 구조적 결과"2025년 휴젤이 기록한 4,251억 원의 매출과 47%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보기 드문 수치다. 이 높은 수익성은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판 결과가 아니라, '비용의 효율화'와 '판가의 극대화'가 결합된 구조적 결과물이다.휴젤은 국내 시장의 치열한 저가 수주 경쟁에서 탈피해 평균 판매 단가(ASP)가 월등히 높은 해외 매출 비중을 톡신·필러 기준 74%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국내에서 10개를 팔아 남기는 이익을 해외에서는 단 1~2개 판매만으로 달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휴젤 관계자는 "휴젤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4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며 "톡신, 필러 등 수익성이 높은 메디컬 에스테틱 제품군이 실적을 견인하고, 생산 효율 개선에 따른 원가 절감과 평균 판매 단가(ASP)가 높은 해외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점이 높은 영업이익률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지난해 기준 휴젤은 해외 매출 비중 65%(톡신&필러 기준 74%)를 달성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외형을 갖췄다"며 "앞서 진출한 70여 개국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신규 국가 대상의 품목허가 및 제품 출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해외 매출 비중을 더욱 상향시킬 계획"이라고 했다.이어 "단기적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구조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높은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높은 영업이익률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도 기대감이 높다"고 밝혔다.■ 미래에 집중 투자가 기업 성적표 바꿔생산의 효율화와 집중 투자도 한목했다. 휴젤은 제3공장을 가동하며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메디톡스가 소송 비용으로 영업이익을 잠식당할 때, 휴젤은 생산 단가를 낮추고 고마진 수출 물량을 늘리는 제조업 본연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면서 원가 절감과 고수익 제품군인 톡신, 필러의 견조한 성장이 실적을 견인하도록 구조를 만들었다.메디톡스가 1위 자리를 내준 결정적인 시점은 2020년. 당시 식약처가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며 신뢰도가 흔들린 데다가 메디톡스가 경쟁사와의 균주 출처 소송에 매몰돼 천문학적인 비용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과거'에 묶여 있는 동안, 휴젤은 법적 불확실성 제거와 생산 캐파 증대 등 '미래'에 투자했다.메디톡스의 성장이 정체된 것은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업 역량의 상당 부분이 법적 공방과 행정 소송에 매몰됐기 때문이라는 뜻. 2020년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 이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휴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며 연간 수백억 원의 소송 비용으로 미래 투자 동력을 상실한 것이 순위 하락을 부추겼다.휴젤은 2024년 10월 ITC로부터 "휴젤의 위반 사실이 없다"는 최종 심결을 받아내며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종결시켰다. 휴젤 관계자는 "최종 심결에 불복해 메디톡스가 항소를 제기했지만, 휴젤은 당사자가 아닌 이해관계자로 참여 중이며 기존 판결을 고려할 때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휴젤은 소송 대신 미국, 유럽, 중국이라는 글로벌 인허가 스케줄에 에너지를 투입해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3대 빅마켓 진출권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휴젤은 톡신을 넘어 필러, 화장품, 스킨부스터를 잇는 '토탈 메디컬 에스테틱 플랫폼'을 완성하면서 현재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는 스킨부스터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 역시 그 변화의 한 단면이다.휴젤은 모든 것을 직접 개발하려는 고집을 버리고 외부의 혁신을 수혈하는 방식을 택했다.휴젤 관계자는 "기존 필러 시장이 히알루론산(HA)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다면, 최근 스킨부스터 시장 트렌드는 피부의 근본적인 질을 개선하는 다양한 Non-HA 성분 제품들이 이끌고 있다"며 "제품 자체 개발 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급변하는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제품 공동 판매 및 기술 도입 등 사업 개발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한스바이오메드와 ECM 기반 제품 셀르디엠에 대한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며 "이번 계약은 인하우스 제품에서 나아가 외부 혁신 제품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휴젤(위), 메디톡스(아래) 연간 실적(네이버 증권 캡쳐)휴젤은 ECM 외에도 PLLA, PCL, PN, PDRN을 포함한 다양한 혁신 소재로 사업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어 주력 제품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글로벌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 내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해외 개척으로 초격차 퍼즐 완성…"미국 직판 승부수"2026년 휴젤의 가장 큰 변곡점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직접 판매' 체제 가동이다. 대다수 국내 기업이 현지 파트너사에 유통을 맡겨 이익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지불하는 '간접 판매' 방식을 취하는 것과 달리, 휴젤은 현지 법인을 통해 유통 마진을 온전히 기업의 이익으로 흡수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증권가에서는 올해 상반기 미국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약 300억 원 규모의 선투자로 인해 일시적인 판관비 상승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휴젤은 '상저하고'의 기회로 보고있다.미국 현지 마케팅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판관비가 상승할 수 있지만 유통 마진을 파트너사와 나누지 않고 고스란히 기업 이익으로 흡수할 경우, 매출 성장이 곧바로 폭발적인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증권가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시장 점유율 10% 달성 시, 휴젤의 이익 체력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퀀텀 점프할 가능성이 크다. 대웅제약이 파트너사(에볼루스)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외형을 키우고 있다면, 휴젤은 '직판'을 통해 수익의 온전한 내재화를 노리며 체급 자체가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휴젤 관계자는 "올해 미국 하이브리드 세일즈 모델 가동을 위한 선투자가 집행되면 단기적으로 판관비가 오를 수 있지만, 하반기 직접 판매 성과가 나타나면 수익성과 함께 이익이 상향 조절될 것"이라며 "수익 구조 자체를 고도화해 글로벌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견고한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자 한다"고 밝혔다.70여 개국에 달하는 해외 판로 개척은 미국-이란 전쟁과 같은 외부 변수에서도 상호보완적인 헷지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휴젤은 현재 특정 지역의 규제나 경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타 지역의 성장을 통해 이를 충분히 상계하고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는 상호보완적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 단순히 외부 변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직판 확대 등 수익 구조 자체를 고도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견고한 영업이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휴젤 관계자는 "중동 이슈가 당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1분기 예정된 물량은 모두 선적이 완료됐다"며 "특정 지역의 경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타 지역의 성장을 통해 이를 충분히 상계할 수 있을 뿐더러 매출의 약 65%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업 구조상, 최근과 같은 고환율 기조는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업계 선두였던 메디톡스가 과거의 영광과 법적 공방을 '지키는 경영'에 머물렀다면, 후발주자였던 휴젤은 글로벌 시장과 신규 포트폴리오에 자본을 과감히 '지르는 경영'을 택해 현재의 변화를 만들었다는 것.미국 직판의 성과가 구체적인 숫자로 증명되는 올해 하반기,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냐는 그간의 질문도 변화될 전망이다. 과연 휴젤이 글로벌 빅3인 엘러간(미국), 멀츠(독일), 갈더마(스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성적표가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