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2026
의사는 없고 약 배송은 논란…국감서 드러난 의료 민낯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지역 필수의료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국립대병원은 정작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병원은 민간 의료기관과의 보수 격차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고, 남은 의료진은 주 최대 150시간에 달하는 근무를 감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부가 인력 규제 완화와 공공정책수가 신설 등의 대책을 제시한 가운데,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와 창고형 약국의 안전관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장기간 논의가 중단됐던 의사·한의사 의료일원화 역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지역의료 강화, 의약품 유통, 의료일원화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지역의료 강화부터 의약품 유통, 의료일원화까지 정부 정책 방향과 실제 의료현장의 인력·제도적 여건 사이의 간극이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연봉 2억5000만원으론 못 구한다" 국립대병원 전문의 채용난국립대병원 국감의 중심에는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 문제가 있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지역 국립대병원 9곳 중 6곳은 주요 필수의료과 전문의 채용계획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제주대병원은 49명 채용계획 가운데 5명만 채용해 충원율이 10.2%에 그쳤다. 충북대병원은 48명 중 6명으로 12.5%, 경상국립대병원은 33명 중 9명으로 27.3%였다.병원 전체의 의사직 정원도 채우지 못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 부산대병원의 의사직 정원은 1380명이지만 현원은 1070명으로 충원율이 77.5%에 머물렀다. 강원대병원 역시 정원 361명 중 233명만 확보해 충원율이 64.5%였다.병원장들은 민간 의료기관과의 보수 격차와 채용 규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수진 의원은 부산 지역에서 필수의료 전문의를 채용하려면 연봉 약 5억원 수준의 보수가 필요하지만 국립대병원이 정규직 의사에게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약 2억5000만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화정석 경상국립대병원장은 진주와 창원 두 병원의 응급의료센터에서 교수 신분으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총 2명뿐이라고 설명했다. 부족한 인력 약 20명은 촉탁의 등 계약직으로 충원해 응급의료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들이 복귀했지만 인력난은 여전했다. 김원섭 충북대병원장은 전체 전공의 복귀율이 약 68%지만 필수의료 분야는 50%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주 최대 150시간 근무에 만성 적자…정부 "공공수가 신설 검토"의료진 부족은 남아 있는 전문의들의 과중한 근무로 이어지고 있었다. 민주당 김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의 주 평균 근무시간은 95.5시간, 최대 근무시간은 150.2시간에 달했다. 월평균 당직 횟수는 16.8회였다.김 의원은 인력난을 국립대병원의 수익구조와 연결해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은 연간 평균 2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반면 사립대병원은 평균 393억원의 흑자를 냈다. 국립대병원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진료를 제공해 절감한 의료비는 연간 약 3070억원으로 추산됐다.김 의원은 이러한 공공적 기능에 대한 별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영래 복지부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은 지난 4월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공공정책수가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국립대병원에 특화된 공공수가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인력 채용 규제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손 실장은 2027년 상반기까지 국립대병원을 기타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신규 전문의 채용과 기존 필수의료 인력의 인건비를 약 2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예산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현재 25%인 국립대병원 진료시설 국고보조율을 높이는 방안도 예산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적용 시점은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약 배송 113만건 사후평가 공백…창고형 약국 안전관리 논란오후 국감에서는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의 적절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국민의힘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은 오는 12월 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이 일부 의료취약계층에만 의약품 재택수령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전면 확대 논의부터 시작한 점을 지적했다.증인으로 출석한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코로나19 당시 약 113만건의 의약품 배송이 이뤄졌으며 복약지도는 약사가 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이 위원장은 당시 약 배송 이용자 가운데 장애인이나 거동 불편자 등 취약계층의 비중이 1.9%에 불과했다며 기존 배송 경험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코로나19 당시 진료와 조제, 복약지도 등에 대한 충분한 사후평가가 없었다며 오배송·지연·분실 등 안전성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닥터나우 측은 기존 운영 경험과 데이터를 제공하고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약 배송 전면 확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이해당사자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답했다.창고형 약국의 일반의약품 판매 방식도 논란이 됐다. 이만희 위원장은 창고형 약국에서 수면유도제와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 등을 대량 구매할 수 있는 실태를 지적했다. 약사가 아닌 판매원이 의약품의 용법과 용량을 설명하는 사례도 제시하며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이민기 시흥 메가온누리약국 대표는 관련 보도 이후 내부 판매관리 기준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의약품을 일반 공산품처럼 대량 판매하는 방식이 복약지도와 안전사용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의사·한의사 의료일원화 재점화…양측 모두 논의 참여 의사의료계 직역 간 해묵은 현안인 의료일원화 문제도 국감장에서 다시 등장했다. 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료일원화 추진 방향에 대한 입장을 확인했다.서 의원은 기존 면허권자의 권리를 유지하면서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의 교육체계를 먼저 통합하고, 미래 의료인력부터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중장기적인 교육 일원화 논의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교육체계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의학교육 수준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도 단계적인 교육 통합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기존 한의사의 지위와 진료권을 인정해야 하며 의료일원화를 이유로 현대 진단기기 사용 등 기존 현안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한의협은 대통령 직속 논의기구 구성도 제안했다. 정은경 장관은 사회적 논의를 위한 구조 마련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연구용역과 연계해 의료일원화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양측 모두 논의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교육 통합의 구체적인 기준과 기존 면허자의 진료범위,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향후 해결해야 할 쟁점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