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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정치보다 회무에 진력해야

좌훈정
발행날짜: 2020-04-20 19:52:00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중국발 코로나 사태로 온 나라가 심한 몸살을 앓는 동안 치러진 제21대 총선이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한편 의사 출신 후보는 14명이나 도전했지만 당선된 사람은 지역구 1명, 비례대표 1명으로 두 명뿐이었고 모두 여당 소속이다. 코로나 사태로 의료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된 상황이라, 의사 출신 당선자가 줄어든데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총선 다음날 오전 대한의사협회(의협) 최대집회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에 범정부적으로 최선을 다 하도록 요구하고, 의협이 반대해왔던 정책을 힘으로 강행한다면 ‘전국의사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얘기는 의협이나 회장이 여태 여러 번 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료계 전문지를 비롯한 언론에선 의협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보도했고, 이미 정치적인 언행으로 주목받았던 의협과 최대집회장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알다시피 최대집회장은 오랫동안 이른바 우파 사회운동을 해왔던 경력이 있다. 그래서 회장에 출마하고 당선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협이 정치적으로 치우친 행보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선거 과정에서 최회장은 당선이 되면 정치 활동은 자제하고 회무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당선 후의 언행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작금 문재인정부는 급진적인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 소위 ‘문재인케어’ 추진 과정에서 의협과 적지 않은 파열음을 빚어왔고, 그 외의 보건의료정책에 있어서도 소통과 화합보다는 불통과 갈등을 빚어왔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협이 정부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건의료 정책의 이견으로 다투는 것과 그 외의 정치적인 이슈로 논란이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최대집 집행부는 출범 이후 야당 편중의 정치적인 행보를 보여 적지 않은 회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총선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최회장은 미래통합당 황교안대표의 유세 현장을 방문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의료계와 관련된 정책과 행정은 정부 여당이 주도하여 추진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등 돌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며 국민 건강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보건의료단체인 의협이 무겁게 행동해야 할 때다. 지난 수개월 간 코로나 방역과 치료에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 의사들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감사하고 있고 또 그동안 왜곡되었던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참이기에 더욱 그렇다. 코로나 사태 발발 초기부터 의협이 중국 입출국 차단 등 소신 있는 방역대책을 주장한 것은 잘 했다고 본다. 다만 의협이 이전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보였다면 그 무게감이 다르지 않았을까. 아무리 올바른 주장을 해도 편향성으로 희석되고 폄하되기 일쑤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동안 정부여당이 의협을 대화상대로서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시켰던 억울함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설움을 시시때때로 강하게 질타함으로써 시원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의협이나 의사 회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럴수록 점점 더 의협은 고립되고, 의사들의 주장은 정치적으로 폄하되고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의협은 최대집회장과 정치적인 의견을 같이 하는 회원들만 있는 곳이 아니다. 사안별로 차이는 나겠지만, 다양한 정치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집행부는 다수뿐만 아니라 소수의 목소리도 챙겨들으면서 회무를 해야 한다.

정치색이 없을 때 더욱 힘을 발휘하는 전문가 단체

필자는 의협의 감사로 재직 중이던 7,8년 전부터 의협 회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회장이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조언했었다. 아무리 개인적인 입장이라고 전제해도, 이를 바라보는 언론이나 국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의협은 상근부회장을 제1야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하고 당선권에 근접한 번호를 받기도 했었다. 의협의 제2인자에 해당하는 상근부회장이 현직에서 공천을 신청하는 것이 적절한가는 의문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모습이 과연 의사회원 전체의 권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전국의사총파업의 실현성에 이르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최대집회장은 회장 선거 과정에서 당선만 되면 총파업을 감행하고 1년 내 감옥 가는 것을 불사하겠다고 호언장담하여 의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 당선된 바 있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무기한 총파업은 고사하고 하루나 반나절이라도 파업을 한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이것을 바라보는 정부여당이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지도.

이제 최대집회장의 임기는 겨우 일 년이 남았다. 다음번 정치적 큰 이슈는 2년 뒤의 대통령선거이다. 이 년 후는 그 때의 회장이 알아서 할 문제다. 부디 바라건대 최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정치적인 언행을 자제하고 현실성 있는 회무에 집중해주기를 바란다. 다음달에는 1년 농사라고 불리는 의료수가 협상이 열린다. 지금껏 수가 협상이 각 의료 유형별 줄 세우기에 불과했다면, 이번엔 코로나 사태로 중요성이 두드러진 의료계에 어떤 대접을 해줄 것인지 가늠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또 새로이 개원할 21대 국회에서 쏟아져 나올 각종 법안들도 걱정이다. 이전보다 더욱 고립무원이 된 현실에서 어떻게 의료관련 법안들에 대처해나갈지 고민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의사들과 의협의 역할을 크게 각인시킬 수 있도록 힘써주기 바란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라고 했다. 투쟁을 통해서 성과를 얻어낼 수도 있지만,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모색해봐야 한다. 우선은 의협이 정치 색깔을 지우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단체로서 다시 위상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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