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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김연아 선수처럼 안 되는지

고주형
발행날짜: 2016-07-15 05:00:45

고주형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리더십'

고주형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리더십'
7. 왜 김연아처럼 안 되는지


"오는 길에 한 운동선수가 세계 대회에서 우승해 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휘날리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의 성공에 도취되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서너 살이나 더 먹은 저는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답답합니다."

최상위권 대학의 예비 의료인으로,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갈지 본인도 확신할 수 없다며 불안해했다.

이른바 위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젊은 시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멍하니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지만 몽상, 공상 같아서 이내 그만 두고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했다.

대학에 얽매여 있으면 설정하는 목표와 진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선후배와 동질화되고 사회적 통념의 잣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전문인을 양성하는 단과대학은 더욱 그렇다. 사회의 획일화 경향 때문이다. 졸업은 언제 하고 결혼과 출산 적령기는 언제이고 이 시기에는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 공식인 양 정해져 있다.

학교나 사회, 가족과 선후배까지 한목소리고, 새로운 길을 이야기했다가는 '왜 그런 걸 하려고 하니'하며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떠밀리듯 변화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격렬한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홀로 고민하는 습관, 색다른 시각을 접하려 노력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사람마다 다른 순간을 지난다

필자가 미국에서 경영컨설팅을 하던 2000년대 중반, 당시 미국은 영리병원이 좋은지, 비영리병원이 좋은지, 소유권과 이익배분, 지역의료 안전망에 대한 개념 정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였다. 운영체계 자체의 우위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르므로 CEO의 의지와 비전체계에 달렸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문화가 형성되었다.

반면 당시 우리나라 비영리기관의 컨설팅 트렌드는 비전 수립이었다. 주인 없는 조직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발전한다는 계획으로 주인 아닌 사람이 주인이 될 수 있는 비전의 길로 안내했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트렌드가 헬스케어로 넘어왔고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대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미래 비전과 전략 수립에 정성을 쏟았다.

결과론적으로 병원의 비전 수립은 기관운영에 긍정적이었다. 주요 의사결정이 힘 있는 소수와 특정 진료과에 편중되는 것을 막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상(像)을 명확히 했다. 비효율을 발견해 효율을 높이고 경영진의 리더십과 직원과의 팀워크를 강화했다.

무엇보다 비전 달성을 위한 최적의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수행했다. 다수가 고민해 만든 비전은 힘든 시기에 꿈을 포기하지 않게 했다. 인내의 동기를 마련했고 내면의 다짐으로 체화되었다.

대다수의 병원은 비전 수립으로 존재의의와 가치를 재정립하고 새 병원으로 거듭났다. 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이른바 액자 속 비전이다. 비전이 숫자 이상의 것이며 통시적인 가치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기관의 비전은 생명을 다했다. 곳곳에 내걸린 슬로건이 일부 직원들 마음속에 자리 잡지 못했다. 활활 타오를 것만 같던 열정의 에너지도 이내 사라져갔다.

이는 비전의 속성 때문이다. 비전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개인의 목표가 조직으로 확대되어 문구화된 것이다. 조직의 비전에만 머물면 개인의 비전과 괴리가 생긴다.

연결의 끈이 필요한데 전문센터나 진료과, 지원부서와 같은 중간 조직의 비전이 없다면 직원 입장에서는 조직의 비전을 공감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데 애를 먹는다. 무엇보다 개인의 비전조차 수립하지 못했다면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와 다를 바 없게 된다.

비전 수립의 역사는 길다. 짐 콜린스가 펴낸 '위대한 기업을 위한 경영전략'은 비전 수립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비전은 훨씬 이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건재하다. 개인에게 비전 수립은 자기계발의 이름으로 여전히 가치 있는 방법으로 통한다.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수도 있던 비전 수립이 지금도 조직운영과 개인의 자기계발에 필수적인 이유는 비전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여 수립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축구장에서는 고정된 골대에 공을 넣지만, 비전이라는 골대는 움직인다.

비전은 액자 속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전략과 함께 문서로 만들어 자주 꺼내 수정하고 마음이라는 액자에 심는 것이다. 매년 주변환경이 변하니 목표도 변한다. 짐 콜린스는 비전을 크고 대담하며 도전적인 목표라고 했다. 다소 무모한 계획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미 목표에 도달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비전 수립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각각 다른 순간을 만나고 삶의 이유도 다르다. 김연아의 메달과 내 길의 종착점이 다르듯이 내가 수립한 비전은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함의 기록이다. 그래서 비전 수립은 진지한 성찰에서 출발하고 자신에게 보내는 깨달음의 보고서다. 내면과의 교감만이 비전을 만들어낸다. 나의 주인이고자 하는 목소리가 바로 내가 수립한 비전이다.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는 것은 다양한 성공모델을 발견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들이 나와 비슷한 나이에 무엇을 했는지 일부러 확인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내적 고통이나 환경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들만의 특이한 경력경로를 참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차르트가 정말 다섯 살 때 작곡을 했다고 해도 모든 음대생과 관련 직업인은 절망해야 하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화가, 조각가, 과학자를 넘어 스파게티를 발명한 요리사였다는 사실을 안다면 셰프들은 요리 기구를 내려놓아야만 하는가.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선고에서 살아남아 46세에 '죄와 벌'을 썼다. 그러니 저마다의 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나이에 맞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시기별 목표로 정하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앞의 사례처럼 지식인으로 성장할 사람이 주기적으로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역량을 타고난 것이나 다름없다. 적절히 활용한다면 성장의 기폭제로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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