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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예방접종사업과 메르스랜드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5-10-06 12:00:50

좌훈정 전 대한의사협회 감사



1955년 7월 17일 월트 디즈니는 로스앤젤러스 근교 애너하임에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돈인 1,700만 달러를 들여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를 개장했다.

첫날 세계 언론을 상대로 한 프리뷰는 성공적으로 치렀으나, 이튿날 일반인들이 입장하자 문제가 터졌다. 새벽부터 줄을 서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데다, 찌는 듯한 캘리포니아의 여름 햇볕은 사람들을 녹초로 만들었다.

게다가 식수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고 화장실마저 부족하여 탈진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다행히 더 큰 불상사는 없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형 시설이나 장소의 경우 사전에 여러 가지 변수를 충분히 예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었다(그래서인지 금년 말 개장 예정이었던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도 안전의 문제로 내년으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지난 6,7월에 메르스 사태로 큰 홍역을 치렀다. 그리 오래 전도 아니고 불과 3,4개월 전의 일이다. 중동의 일부 국가에서 국지적으로 유행하던 메르스가 머나먼 극동의 우리나라에 돌발적으로 들어온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이후의 정부와 보건당국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한 비판과 해석은 분분하지만, 필자는 이를 한 마디로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릇된 판단' 때문이라고 본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0월 1일부터 65세이상 어르신에 대한 무료독감예방접종사업을 민간 의료기관들에 위탁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 첫날부터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접속하는 의료기관들이 폭주하면서 서버가 다운이 되었고, 복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의료기관들은 물론 많은 어르신들이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독감예방백신이 떨어지기 전에 접종을 하려는 어르신들이 첫날부터 대거 몰리면서 일선 의료기관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백신부족 현상이 가장 큰 문제인데, 병의원들이 평소 내방하는 어르신들의 수효 등을 감안하여 신청한 백신의 숫자보다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백신만 공급했기 때문에 예방접종사업이 시작된 지 불과 2,3일 만에 개원가에서 백신이 거의 동이 나고 말았다.

이에 병의원들은 신청했으나 아직 받지 못한 백신이나 추가로 신청하는 물량을 서둘러 공급해달라고 질병관리본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승인되는 양은 적을뿐더러 그나마도 언제 공급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실정이다.

그 결과, 이번 주에 들어서는 병의원들마다 무료독감접종을 받으러 온 어르신들을 돌려보내는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일반인들에게 접종하기 위해 사입한 백신을 대체하여 접종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지만, 그것도 지자체들마다 방침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즉, 일부 지자체 보건소는 무료독감예방접종사업용 백신이 떨어질 경우 일반 백신으로 대체하여 접종하라고 권하고 있는 반면, 또 일부 보건소들은 이를 금하는 등 도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며칠 더 지나면 어르신들의 원성때문에라도 어떤 식으로든지 해결 방안이 생겨나겠지만, 이렇게 불요불급한 시행착오와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보건사업에 있어서 왜 사전에 충분히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시뮬레이션을 거치지 않는가. 사업 전에 서버를 더 구축하고 백신 물량을 충분히 제공했다면, 이런 혼란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 이런 식으로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겠다는 사업은 지극히 비효율적일뿐만 아니라 문제 발생 시 해결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이번에 65세이상 어르신들의 독감예방접종사업을 민간의료기관으로 이양하는 데는 보건소 주도의 단체예방접종의 비효율과 위험 때문이었다.

해마다 정해진 기간 내에 무료로 독감예방접종을 받으려는 어르신들이 보건소 앞에 아침 일찍부터 장사진을 치고 충분한 병력 조사나 진찰 없이 단체로 접종을 하는데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어르신들의 편의와 의학적인 안전성을 우선시 한다면, 지금처럼 정부가 지시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거다. 예컨대, 각 지자체에서 어르신들께 접종 기간이 분산되도록 정해진 바우처를 나눠준다.

또 민간 의료기관들은 평소 내원하는 어르신들의 수효를 감안하여 자기 거래처에서 백신을 구비하고 적절히 홍보하여 접종을 유도하였다면, 작금의 혼란과 불편은 피할 수 있었었을 것이다. 보건당국이 접종사업에 따른 통계가 필요하다면 나중에 회수된 바우처를 통해 얼마든지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방안들을 도외시하고 보건당국이 전산망에 의해 관리되는 사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나라의 모든 보건사업을 정부가 빡빡하게 통제하겠다는 속셈이다. 그 부당성을 논하는 건 차치하고, 그런 방식이 제대로 돌아가리라고 기대하는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이 참 궁금해진다.

디즈니랜드는 몇 사람이 탈진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메르스의 경우 나라를 뒤흔들고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다음에야 겨우 수습되었다. 이번 무료독감예방접종사업의 파행으로 누군가 죽거나 하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다 통제하겠다고 나선다면, 언젠가 더 큰 사고를 치지 않을까 두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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