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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가는 해외여행[마지막회]

양기화
발행날짜: 2015-05-19 05:30:30

우리는 스페인으로 간다

와유지락(臥遊之樂)

이렇게 12박 13일의 일정으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하여 모로코를 돌아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왔다가, 포르투갈을 거쳐 다시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여행을 마쳤다. 자그만 소동은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무난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느낌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과거 이베리아 반도에서 일어났던 이슬람 문명과 가톨릭문명의 조우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볼 수 있었고, 그 만남은 문명의 충돌이 아닌 접촉을 통하여 서로에게 스며들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느낌을 혼자만의 것으로 하기에는 지나친 욕심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연재가 6개월까지 이르렀다. 여행에서 얻은 느낌을 다양한 정보를 통하여 확인 하고 그것들을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약속한 날짜에 새로운 소식을 전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던 것을 사과드린다.

이야기가 있는 세계여행에 함께 한 책들.
여행 작가 이희인이 「여행자의 독서」에서 “여행과 책은 대개 세 지점에서 만난다. 여행 전과 여행 중, 그리고 여행 후. 일상에서 만난 어떤 영감에 가득 찬 책은 독서가를 여행으로 내몬다. 길 위에서의 책은 여행자의 고달픈 길에 길동무가 되어준다. 여행 뒤에 만나는 책은 다녀온 땅에 대한 지식과 감상을 완성시켜준다.”라고 말한 것을 이번 연재를 통하여 크게 공감하였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상당한 기간을 통하여 스페인에 관한 책들을 읽어왔고, 여행을 떠나면서 스페인 여행에 도움이 될 책을 다섯 권이나 들고 갔다. 하지만 막상 여행에서 만난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결국 여행기를 적어가면서 만난 책들과 인터넷검색을 통해서 얻은 지식들이 더해져서 보다 큰 그림이 완성될 수 있었다. 이번 여행기를 쓰면서 도움을 얻었던 책들을 대략 정리해보니 60여권에 이르는 것 같다. 독자 여러분들께 책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드리지 못한 것도 사과드리면서 사진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양해 바란다.

폴 퀸네트는 ‘집에 두고 가는 게 많을수록 가볍게 여행하게 되고, 다른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어쩌면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될지 모른다.’라고 했는데, 스페인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가지고 가야 할 책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 같아서는 스페인 여행에서 꼭 알아야 할 정보를 한 권으로 담은 책이 있으면 싶었다.

막상 연재의 큰 제목을 ‘아내와 함께 가는 해외여행’이라고 했으면서도 아내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우정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했다고 하는데, 아내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국 남자들의 속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다. 사실 지난 해 들어서야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에 나서게 되었다. 환갑을 맞아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묶은 여행을 다녀왔고, 결혼 30주년을 맞아 스페인-모로코-포르투갈을 다녀온 것이다.

대니얼 클라인은 ‘부부가 공유하는 추억이 늘어나기 때문에, 오래 지속된 부부관계가 노년에 가장 큰 위안이 된다’라고 하였다. 개미 쳇바퀴 돌 듯 하는 일상에서는 공유할 추억거리가 한줌 밖에 안 된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셈이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공유해야겠다는 뒤늦은 각성이 이번 여행을 만들게 한 동기이다.

필자 역시 “해야 할 일에 코가 석자인데 여행은 무슨 여행.”하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고백해야 하겠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을 때 이야기이다. 해야 할 일을 웬만큼 정리하고 보니 이제는 여행할 힘이 달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보고 싶은 곳은 많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오랫동안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제 세상구경을 시작했으니 가보고 싶은 곳이 많지만 이번 여행에서 아쉬움이 남는 곳이 있어 스페인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로마에서는 트레비분수가 뒷날을 약속하는 것처럼 스페인에서는 세비야성당이 있다. 세비야성당에 있는 콜럼버스의 관을 메고 있는 왕들 가운데, 앞에 있는 왕의 왼쪽 발을 만지면 세비야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세비야성당에 들어설 때는 그런 말을 미처 몰랐기 때문에 왕의 왼쪽 발을 만져보지도 못해 약간 두려움이 남는다. 그래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꿈을 꾸고 있으니 언젠가는 스페인을 다시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근교에 있는 걷기 좋은 길을 찾아 나설 무렵, 정진홍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를 읽었다. 정진홍은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의 순례자 사무소를 출발하여 눈보라 속에서 피레네 산을 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북받치듯 눈물이 났다. 단지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내 속에 응어리져 있던 그 무언가가 분출하듯 쏟아진 것이었다. 오장육부의 속을 비집고 올라오듯 오래 묵은 내 속의 숙변 같은 눈물들이 솟구쳐 올랐다. 정말이지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라 토해냈다.”라고 적었다. 남자는 일생 세 번을 우는 것으로 족하다고 하는 만큼 남자의 눈물이 진한 감동으로 전해졌다. 바로 이 대목이 우리로 하여금 산티아고 가는 길을 꿈꾸게 만들었다.

위키백과에서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이렇게 소개한다.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 Tiago)은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고 걸었던 길이이라고 우리에게는 알려져 있지만, 이 길은 9세기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져 유럽 전역에서 많은 순례객들이 오가기 시작했던 길이다. 산티아고 순례에 관한 배경에는 당시 이슬람군대의 위협에 이베리아반도의 마지막 가톨릭국가를 구하고자 했던 정치적인 목적이 강했다. 성 야고보를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모시게 되면서 오늘날 순례길이 생겼다.”

따라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다양한 코스가 있는데, 프랑스 남부국경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지방을 가로지르는 800km 여정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다. 한 달을 꼬박 걸어야 하는 절대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파올로 코엘료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나서, 람(RAM)이라고 하는 상징적인 언어의 구전에 기반을 둔 비밀스런 종파에서 활동하는 주인공이 마스터가 되기 위하여 나선 산티아고 순례를 통하여 삶의 신비를 깨우치는 훈련과정을 그린 소설「순례자」를 발표했고, 이 소설이 계기가 되어 산티아고 순례길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가톨릭신자는 아니지만 순례자의 길을 걸으면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넓은 의미의 마그레브를 돌아보면서 미리 챙겼더라면 하는 것들을 정리하면서 덤으로 얻은 것이 있다. 아내 역시 이 여행기 덕분에 지난 해 다녀온 여행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해준 것이다. 참 다행이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한해영이 「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에 적은 와유지락(臥遊之樂)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단원 김홍도는 정조의 명을 받아 금강산의 절경을 에 담아 올렸다고 했다. 세인들은 ‘단원이 금강을 광화문 네거리에 옮겨 놓았다’느니 한 술 더 떠서 ‘그 앞을 지나다 금강에 살고 있는 영랑 선인을 만났다’느니 했다는데, 정조임금께서는 단원이 그려 올린 을 보면서 와유지락(臥遊之樂), 즉 누워서 유람하는 즐거움을 누렸다고 한다.(한해영. 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208-9쪽, 시공아트, 2014년) [우리는 스페인으로 간다]를 읽은 독자 여러분도 소략한 스페인 유람기를 읽으면서 와유지락을 누렸기를 바란다.

연재를 이어가는 동안 잘 읽고 있다고 격려해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필자 역시 좋은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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