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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 과연 아름답기만 할까?

메디칼타임즈=이화여대 의대 본과 4학년 하보경 4월이 들어서자마자 사방에 꽃이 피면서 봄내음을 느끼곤 한다. 눈으로 보기는 아름답지만, 마냥 꽃이 예쁘기만 한 건 아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극성을 부린다.또 꽃가루뿐 아니라 밤낮으로 황사와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호흡기를 괴롭히기도 한다. 봄철을 맞아 야외활동을 많이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생활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1. 알레르기 비염봄철의 단골손님이라고 불리는 알레르기 비염은 겨울이 지나고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맑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증상으로 흔히 나타난다. 이는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가져다주고, 만일 제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콧물과 함께 짙은 농이 나오기도 하며 두통과 발열 증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또 초기의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비염, 부비동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 심할 경우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관리와 함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매년 이맘때인 봄철, 재채기나 코막힘 증상이 2주 이상 나타날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이러한 알레르기 예방에는 무엇보다 면역력이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날씨가 풀려서 외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손과 발을 깨끗이 씻고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특히 환절기에는 양치 후 30초 정도 구강청결제로 가글을 하는 것 또한 입안 세균을 제거해 비염, 감기, 편도선염 등의 호흡기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1. 알레르기 결막염봄철 꽃가루나 미세먼지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되고, 그로 인해 눈이나 눈꺼풀 내면을 둘러싸는 결막에 염증이 생기면 이를 알레르기 결막염이라고 한다. 원인 물질로는,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등이 있는데 이러한 물질들이 눈에 지속적으로 닿게 되면 눈의 가려움과 이물감을 유발하는 것부터 눈시림과 눈충혈을 유발할 수 있다.이를 예방하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또 되도록 봄처럼 먼지가 많은 계절에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 혹은 꽃가루가 많은 곳을 갈 때 외출을 삼가거나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 눈이 가려울 경우 비비지 않고 얼음찜질이나 인공눈물을 넣는 것이 좋다.1. 만성폐쇄성 폐질환만성폐쇄성폐질환이란,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기도와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잘 알려지지 않아 생소한 질환이지만, 사실은 폐암만큼이나 위험한 질병이다.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10대 사망원인으로 만성폐쇄성질환(COPD)이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만성폐쇄성질환을 일으키는 주원인인 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지만, 각종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체의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어, 노출됐을 시 폐에 염증을 유발한다.이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기침, 가래가 있는데, 이 중 호흡곤란이 가장 주요한 증상이다. 기침이 첫 증상일 수 있지만, 가볍게 넘기기 쉬운 증상이고, 일부는 초기에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만성폐쇄성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손을 잘 씻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렇게 요즘과 같이 겨울을 지나 따뜻해지면서 건조한 대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여러 물질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을 알아보았다.봄 환절기가 되어 눈이나 코가 가렵거나 기침이 자주 나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러한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 볼 필요가 있다. 봄철 다양한 질환의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이러한 질환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도록 하자.
2024-04-22 05:00:00오피니언

의료를 바탕으로 한 치유의 중심에 선 학생들

메디칼타임즈=고신의대 본과 2학년 이원정 요즘 의료사태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언제든 의료를 접할 수 있었던 사람들마저 점점 기본적인 의료와도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이런 사태에서도, 환자들이 검진을 받지 못해 건강에 위협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신대학교에 있는 '벧엘'이라는 의과대학·간호대학 연합 의료선교 동아리 학생들과 고신대 복음병원 의료진들이다.의료선교 동아리 '벧엘'은 비록 학생의 신분이나, 배운 지식과 기술로 의료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손길을 내밀러 가는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다. 해외 의료선교는 물론이고 국내 의료선교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오늘 이 글에서는, '벧엘' 동아리 학생들이 올해 3월 최근 2차례 나간 국내 의료선교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3월 9일 토요일, 창원 현동샬롬교회에 벧엘에 소속된 고신대학교 의과대학·간호대학 13명의 학생과,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호흡기내과 옥철호 교수님들을 비롯한 교수님들, 간호사님들을 포함한 18명의 인원이 모여 현동지역 무료 의료 진료를 다녀왔다.학생들과 교수님들, 간호사님들은 접수팀, 엑스레이팀, 간초음파팀, 갑상선 초음파팀, 심전도팀, 주사팀, 산부인과팀으로 나눠 진료를 수행했다. 각자의 맡은 역할에서 사람들이 혹시 불편한 점은 없는지 귀기울이며, 환자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지역 특성상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현동지역 무료 진료이기에, 나이 드신 분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 알아듣기 쉽도록 차근차근 설명해드리고 환자분들이 불편하신 점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안내하고 진료를 수행했다. 환자분들이 그동안 본인의 건강에 대해 찜찜했던 모든 것들을 다 훌훌 털어버리고 가실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고신대학교 의과대학·간호대학 연합 의료선교 동아리  '벧엘'3월 31일 일요일, 김해합성초등학교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의료진료를 다녀왔다. 이번 무료 진료에서는 고신대 복음병원 호흡기내과 옥철호 교수를 비롯하여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영상의학과와 치과가 참여하였으며, 고신대 의과대학·간호대학 학생들 18명이 참여하였다.의료 진료뿐 아니라 한편에서는 화분 만들기, 풍선 만들기, 축구하기 등 학생들이 어린이들을 놀아주고 함께 어우러져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 사역이 이루어지기도 하여, 현장은 모두가 하나되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다문화 어린이들, 보호자들은 각기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우리와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냈다.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아픈 몸에 대한 진료를 받는 것뿐 아니라,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의 그동안의 어딘가 모르게 허했던 마음을 채워줄 수 있었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기억을 선사해준 의료봉사였다.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희망무료진료소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한국 곳곳을 둘러보면, 의료가 절실히 필요함에도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충분히 의료를 받고 있지 못해, 자신의 아픔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비록 아직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하는 학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작은 손길 하나하나라도 큰 도움이 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또한, 교수님들 옆에서 의료 진료를 돕고 보조하면서, 우리는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다. X ray를 찍고, 혈압을 측정하고, 차트를 작성하고 사람들에게 약과 질병에 대해 묻는 의료적인 부분뿐 아니라 진심으로 다가갔다.그들의 몸뿐 아니라 힘듦, 지침, 외로움, 소외감 같은 정신적 아픔마저 품고 위로한다면 환자들은 병도, 마음도 다 치유되어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테다.의료를 바탕으로, 따뜻한 손길과 마음을 모아 나이도, 국적도 제각각인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중심에는, 다름 아닌 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가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곳이 어디든,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갈 것이다.
2024-04-15 05:00:00오피니언

인재를 함께 기르는 나라

메디칼타임즈=차의학전문대학원 오예지 얼마전 미국을 방문하여 난임 연구실 박사님을 뵐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던 중 최근 핫한 뉴욕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등록금 무료 이야기가 나왔다. 이 대학 교수 출신이자 이사회 의장 루스 고테스먼이 10억 달러를 기부했고 아인슈타인 의대는 NYU에 이어 뉴욕에서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두 번째 의대가 되었다.고테스먼 의장은 신입 의사들이 20만 달러가 넘는 등록금 때문에 진 학자금 빚 없이 커리어를 시작하고, 향후 의대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미국의 경우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떠올릴 때 사업, 금융, 로펌을 떠올린다고 한다. 한국에서 의대가 인기 많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내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학비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국가와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점 중 하나다.미국인들은 어떻게 이처럼 기부에 관대할 수 있는 걸까? 해답은 미국이 국가를 위한 인재 양성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본인 또는 가족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에 인재가 나올 수 있고 그 인재가 국가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 것이다.이러한 사회 속에 양성된 인재들은 그 가치를 이어받고,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국가를 위한 인재를 함께 길러내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참 감명 깊었다.한국 의료계는 기초의학을 비롯하여 의사과학자의 수가 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최근에는 소위 필수의료라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의사 수 부족 또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얼마 전 약사인 친척 오빠와의 대화 중 산부인과 이야기가 나왔고, 소아과와 산부인과 같은 곳은 성적 안 좋은 의사들이 가는 인기 없는 과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여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졌다.바이탈과를 가고 싶다는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더라도 주변의 인식은 성적이 안 좋아서 인기과를 못 가는 의사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 같아 씁쓸해졌다.자기 PR시대에 필수과들에게 씌워진 잘못된 편견 정정과 더불어 왜 인기가 없어졌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가 왜 필요한지를 대중에게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방법 또한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해본다.'一年之計 莫如植穀也, 十年之計 莫如植木也, 終身之計 莫如植人也' 일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과 같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고,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과 같다라는 뜻이다. 나라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국가 구성원 전체가 신뢰를 바탕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2024-04-08 19:51:39오피니언

스마트폰의 시대,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해

메디칼타임즈=충남의대 본과 4학년 이동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동물원, 혜화동 中)스마트폰의 시대를 살고 있다. 2007년 아이폰 1이 나온 이후, 스마트폰은 시장에서 급격하게 점유율을 높여왔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98.3%에 달한다고 하니,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높은 보유율만큼이나,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였다.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쉽게 날씨를 확인하고, 음악을 들으며, 저녁 식사 레시피를 검색하곤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교통편과 숙소, 공연, 스포츠 경기들을 예약하고 물건을 구매하며 은행 업무와 학사 행정까지 처리할 수 있다. 그야말로 만능에 가까운 도구이다.하지만, 다양한 기능만큼이나 암울한 점들 또한 존재한다. 바로 스마트폰 의존이다. 우리나라 대학생 52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 중 스마트폰을 하루 8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51.9%, 12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26.9%에 달한다고 한다.스마트폰 하루 사용 시간이 긴 학생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높았다.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 사용군은 정상 사용군에 비해 어깨 통증 호소가 많았으며, 상태 불안과 특성 불안, 우울 모두 정상 사용군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한편, 이런 경향은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만 3세~69세의 스마트폰 이용자 중 23.6%, 20대에서는 31.3%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했다.과의존이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스마트폰이 생활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고, 조절 능력이 감소하여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과의존 위험군에서는 일반군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심리 요인이 두드러졌다.스마트폰을 주기적으로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감을 느끼거나(74.0%), 배터리가 부족하면 초조해지거나(75.8%), 장기간 사용 후 우울감 혹은 무기력감을 호소한 적이 있다(54.0%)고 하였다. 이외에도 신체적인 폐해, 대면 만남의 감소, 높은 스트레스 해소 의존도 등이 특징으로 나타났다.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이런 스마트폰 의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디지털 거리두기라고도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용 시간을 조절하고자 다양한 방법들이 강구되고 있다.아직,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관련 글들 몇 가지를 분석하여 디지털 디톡스 방법을 제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1) 활동 계획을 세우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감소한 만큼,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정해 그 일들로 시간을 채워보자. 독서, 자기 계발, 운동, 사람과의 만남, 취미 생활 등 주제를 정해 활동 계획과 목표를 세워보자.2)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요일을 정해두자. 시간을 설정해 스마트폰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심야 시간, 잠들기 직전, 주말 혹은 휴가 등 특정한 시간과 기간을 정해두고,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시간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거나, 기기 자체의 스크린타임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정 시간에 휴대전화 전원을 끄거나 음소거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3) 디지털 프리 공간을 만들자. 예를 들어 침실 혹은 침대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보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디지털 프리 공간을 마련하여 명상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4) 잠시 앱을 제거하거나 휴대전화를 다운그레이드하자. 조절이 어렵다면 해당 앱을 잠시 삭제하고 활동을 멈출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에 집착하게 된다면 앱을 지원하지 않는 피쳐폰 등의 휴대전화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5) 전문가의 지원을 받는 것을 고려하자. 조절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전국의 스마트쉼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에게 스마트폰 중독에 관해 상담을 받아보자.날이 좋다. 봄으로 접어들며, 볕은 점차 따사로워지고, 최고 기온은 20도를 넘나들고 있다. 개나리와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렸고, 벚꽃도 봉오리를 피울 준비를 하는 중이다. 주말마다 서대전 공원 한 귀퉁이에서 프리지아와 장미, 달고나를 파시던 노점상 상인 분은, 벚꽃이 피면 벚꽃축제 장소에서 꽃을 파실 예정이라 하신다. 6천 원 정도면 동네 마트에서 작은 플라스틱 박스에 포장된 딸기 한 상자를 살 수 있다. 프로야구가 지난 3월 23일 전국 5개 구장에서 개막전을 하였다. 한화이글스는 올해 포스트시즌을 갈 것이다.봄이 되었다. 잠시 스마트폰을 꺼두고, 밖으로 나가 잊고 있던 것들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1]2022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2022,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대학생의 스마트폰 중독사용 정도에 따른 상지통증, 불안, 우울 및 대인관계(2012, 황경혜 외, 한국콘텐츠학회)[3]2022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4-04-01 05:00:00오피니언

문명의 발전과 환경 결정론 총·균·쇠

메디칼타임즈=조선의대 본과 2학년 안희상 근대 이후의 문명의 발전은 유럽에서 시작한 서양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왜 하필 4대 문명도 아닌 유럽이었을까? 무엇이 유럽을 이토록 발전하게 만들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작 '총, 균, 쇠'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책의 제목인 총균쇠는 유라시아와 아메리카가 교류를 시작한 시기에 두 문명 사이에 극단적인 격차를 나타내는 문명 발전 속도 차이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격차를 만들었을까? 저자는 이를 문명의 역사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국 대륙의 형태와 동식물의 분포 차이가 궁극적으로 이 차이를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문명의 발전의 시작은 농업이었습니다. 채집에서 농업으로의 전환은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큰 혁명입니다. 원시적인 농업이 아닌 문명을 지탱할 수 있는 농업이 발전하려면 적절한 식물과 조건에 부합하는 가축이 있어야 합니다.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는 밀과 소와 돼지가 남중국에서는 쌀이 농업 및 가축화되었고 같은 위도로 넓게 뻗어 있는 특성상 빠르게 퍼졌습니다. 대륙의 형태와 적절한 동식물의 조화가 농업사회의 기초를 다진 것입니다.반면 아메리카는 남북으로 긴 대륙의 형태 탓에 농업이 확산되거나 발전하지 못했고 농업사회에 적절한 동식물 또한 부족했습니다. 농업이 얼마나 체계화되었는지가 유라시아와 아메리카의 격차를 벌린 첫 사건이었습니다.농업은 잉여 자원을 잉여 자원은 잉여 노동력을 제공했습니다. 이에 사회에서 역할에 따른 분업이 생겼고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문자가 발명되었습니다. 문자의 발명은 역사를 기록하게 했고 학문과 고등 사회 체계를 발전하게 했습니다.가축화된 동물들이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균과 접촉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면역력이 강화되었습니다. 균에 대한 내성은 아메리카 사회의 그것과 비할 바가 안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명의 차이는 곧 '총, 균, 쇠'라는 문명 간 극단적인 차이까지 이어진 것입니다.그 이후 동서양은 키우는 작물의 차이가 사회의 성격을 결정지었습니다. 뉴기니의 정치지도자인 얄리는 다이아몬드 교수님께 물었습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기술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기술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이 질문은 총, 균, 쇠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다이아몬드 교수님은 25년 후 책으로 답을 합니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이 책의 의의는 인류의 불균형적인 발전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인종 간의 생물학적 능력 차이를 부정하며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이처럼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의 기저에는 많은 운과 환경이 뒷받침되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총, 균, 쇠'가 사회적으로 환경결정론을 주창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이 책을 보며 스스로의 능력을 성찰하고 겸손과 감사의 교훈을 전해주지 않는가 싶습니다. 
2024-03-25 05:00:00오피니언

비워낼수록 가벼워진다

메디칼타임즈=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류한정 얼마 전 절에 일주일정도 묵은 적이 있었다. 작은 배낭 하나를 달랑 메고 갔기에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러나 곧 소유로부터 오는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한 일상을 만끽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더할 나위없이 안락해졌고, 마음은 풍요로워졌다.하지만 집에 돌아와 방을 마주했을 때, 내 정신은 극도로 아득해졌다. 번잡스럽고 요란함의 극치였던 것이다. 며칠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지리멸렬한 일상으로 돌아갔고 문득 이 소비주의의 굴레를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내 방은 유년시절부터 모아온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책들로 가득 찬 책장 20칸과 바닥에 쌓아놓은 책들이었다.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진 옷가지와 더러운 화장대는 숨을 답답하게 했다.이 밖에도 아기 때 받은 손수건, 천 피스 퍼즐, 누군가의 명함, 피아노 교본, 인형 등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추억이 흐릿해서 이제는 더이상 감흥을 주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아쉬운 순간이 올 것을 대비해 아꼈던 것들은 사진을 찍어 남겼고, 남은 물건들을 모두 거실로 빼냈다. 거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이것들을 그냥 버리자니 환경오염이 걱정되었다. 중고장터에 팔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애매한 물건들이 많아서 거래를 기다리는 것만해도 일년은 걸릴 듯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의류/이불류/문구류/서적/전자제품 등으로 나누어서 각각 다른 곳에 팔거나 기부할 수 있었다.다만 기부를 더 이상 받지 않는 단체들도 있고, 기준이 모두 달라 전략적으로 택배 상자 수와 물건의 종류를 써가면서 구상했다. 밑에는 필자가 어느 곳에 어떤 물건을 보냈는 지 간략하게 써놓은 것이다. 참고하여 한적한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헌옷청년 : 옷과 신발을 정리했다. 집에 기사님이 방문하셔서 무게를 측정한 뒤, 돈으로 바꾸어 주신다. 카카오톡과 네이버카페로 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단, 무게가 20kg이하이면 무료로 수거해 가신다. 이외에도 헌옷을 받아가는 업체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옷캔 : 머리띠, 목도리, 장갑 등 의류관련 잡화와 얇은 이불, 인형들을 정리했다. 한 박스당 최소 만원의 기부금을 낸다. 기사님께서 수거해가신다.    나눔폰 :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핸드폰, 충전기, 보조배터리를 보냈다. 착불 택배로 받으시며, 개인정보를 삭제한 뒤 제품을 분해하여 유해물질을 처리하고 금속들은 재사용한다.알라딘 중고서점 : 교양서적, 전공서적을 싼값에 팔았다. 훼손이 심하지 않은 서적들은 중고로 팔았고, 많이 찢어지거나 누렇게 변색된 책들은 폐종이로 분류해 정리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지인에게는 세계문학 전집과 중·고등학생 때 읽었던 최신 책들을 드렸다.    pencil & note share 프로젝트(PnNs) : 문구류를 보냈다. 물감, 작은 메모장, 스티커, 도장 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아 비닐과 고무줄로 잘 정리하여 보냈다. 어린이 도서관을 조성하실 예정이라고 하여 영어책도 같이 넣었다. 동남아 혹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기증된다. 당근마켓 : 전자제품이나 부피가 큰 물건들을 포스팅했다. 우산수리 서비스 : 각 자치구별로 저렴한 가격에 우산을 수리해준다. 그러나 필자의 집에는 우산이 너무 많아, 고장난 우산을 수리하여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해주는 제로웨이스트샵에 기부했다.아름다운 가게, 굿윌스토어 : 가장 유명한 가게들이다. 기부영수증이 발행되어 연말정산을 할 때 일부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 박스 이상이면 택배수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침 식사를 끝낸 뒤에 시작한 물건정리와 포장은 잘 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물건을 꺼내고, 분류하고, 닦고 정돈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집안 살림을 모두 엎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싶었지만, 같이 사는 사람들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아우성을 쳐서 앞으로는 매년 조금씩 정리하기로 했다.한 번 정리를 하니 내가 정말로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들은 환하게 눈에 잘 띄었다. 비운다는 것은 소중한 것을 찾는 과정이었다.깔끔해진 방 바닥에 벌러덩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헛헛하기는 커녕 기쁨의 옹달샘에서 물이 졸졸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충만하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물건을 사는데도 돈이 들지만 이를 처분하는 데는 더 큰 시간과 정성이 들었다.물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짐과 동시에 부담감도 느꼈다. 비워낼수록 가벼워진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 삶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짐을 끌어안고 놓지 않으면서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무거운 새는 날지 못한다. 조금 덜 가지고, 조금 덜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길임을 많은 이들이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  
2024-03-18 05:00:00오피니언

"I really do care you" 영화 wit를 보고

메디칼타임즈=경상국립대학교 본과 2학년 박성연 "당신이 받는 치료는 의학 발전에 중요한 자료로 쓰일 것입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상상해 보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직업으로써 마주하는 의사들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환자의 입장에서,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죽음은 극도로 두려운 것일 수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 막연한 두려움. 죽음 앞에서 내가 먼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것 같다.이 영화에서의 베어링 교수도 그랬다. '영문학 박사', '영문학에 크게 기여한 사람' 등등 학부 시절부터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죽음에 대해 시적으로, 그리고 문학적으로 생각해 보던 자신을 떠올렸다. 이렇게 죽음에 대해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해보았던 베어링 박사에게도 막상, 환자가 되는 상황이 닥치니 이 모든 것은 낯설게 다가왔다.질병을 자신의 업무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의사, 수치스러운 진찰을 농담을 섞어서 행하는 의사의 태도까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했고, 어떤 사람들이었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며, 나를 병과 구분하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정의하고 싶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이 영화를 보면서 뿐만 아니라 최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많았다. 여러 죽음을 곁에서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해부 실습을 하면서부터 '죽음'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많이 고민해 왔다.지금은 내 앞에 놓인 카데바이고, 우리의 실습을 위해서 기증된 하나의 고귀한 생명이지만, 과거에 이분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을 해보고 생각해 보았다. 해부제를 지내면서도, 누군가의 가족,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갔을 한명의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깨닫고, 며칠간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곤 했다.또한, 늘 법의학에 관심이 있어 법의학자들이 나오는 클립이나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보곤 한다. 어제도 우연히 유성호, 이호 법의관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잠깐 봤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머릿속에 물음표가 하나 던져지던 순간들이 있었다.한 법의 병리학자께서 "처음에는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드리면서, 죽음의 원인을 꼭 밝혀내겠습니다."라고 다짐하고,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 곤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카데바를 바라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느끼셨다고 한다.이 말을 들으면서 '의사는 환자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말이 아직은 와닿지 않는다.내 맘속에는 정말 "따뜻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환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같이 슬퍼해 줄 수 있는 그런 의사. 이런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피어나는 꽃을 보고 따스함을 느끼고, 맑은 파아란 하늘을 보고 감탄하고 즐거워하던 그런 소녀는 사라지고 있다. 카데바 실습을 하고, 여러 수업을 들으면서 점점 이성적으로 변하는 내 자신을 볼 때면 점점 내가 낯설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면서 의문이 든다. 과연 내가 배워가고 있는 '이성'적 관점이 나를 옛날부터 지배하곤 했던 '감성'보다 더 대단한 것일지를.인간이기에 가져야 하는 따스함을 늘 중시하며 살곤 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요소들에 매번 감동하고 기분이 좀 나아지는 순간들이 있다. 인생은 그런 것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해 왔다.이제까지 내가 힘든 순간들을 겪으면서 나를 더 나아지게 했던 것은 실질적인 도움도 있지만, 그 이상의 것들이 많이 작용했음을 느꼈다. 전신마취 수술을 받고 산소통을 달고 소변줄을 달고 여러 링거줄과 함께했던 내 과거의 시절을 되돌아보면, 물론 훌륭한 의료가 나를 낫게 했을 것이라고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회진을 돌면서 보여주신 미소와, 나를 기억해 주신다고 느끼게끔 했던 따스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버티게 해주었다. 요새 힘에 부칠 때면 어떤 사람,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본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지를 생각해 본다.다들 아직 세상의 때가 덜 묻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정말 따스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받는 이 교육, 나가 갖추게 될 능력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본다. 술기를 잘 익혀서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술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살아갈 힘과 삶의 이유를 조금이라도 줄 수 있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다.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 희망, 그리고 더 나아가 살아갈 이유는 그리 거창한 것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나만 해도 그렇다. 아주 힘들어서 정말 다 포기해 버리고 싶은 순간이 와도, 옆에 있는 친구와의 잠깐의 대화, 산책을 하면서 나누는 사소한 잡담, 그리고 약간의 관심이 나를 또 일어나게끔 한다. 이런 관심과 사소한 부분들이 우리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의사가 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따뜻한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넘어서 환자들에게 내가 당신을 생각하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I really do care you"라는 느낌을 담뿍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다.이 영화에 나오는 많은 의사처럼 형식적인 의술만을 행하는 의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교육을 받으면서 스스로가 어떻게 변하고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바는 이와 같다.
2024-02-26 05:00:00오피니언

올해 가장 잘한 일 '비건'

메디칼타임즈=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류한정 비건(vegan)은 카데바 실습 중 나에게 찾아왔다. 모든 의과대학 학생들은 학생때 한 번쯤 포르말린 용액으로 보존처리된 시신을 해부하며 해부학적 구조를 공부하는 '카데바 실습'을 하게 된다.우리 학교의 경우 본과 1학년 1학기 중순에 시작하여 약 2주간 진행되었다. 즉,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카데바를 들여다보며 인체 구조를 공부하는 것이다.실습은 매우 흥미로웠고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었지만 별개로 나는 점점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디서든 진동하는 포르말린 냄새 때문에 입맛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둘째로는 그 덕분에 내가 먹는 모든 것들을 '의식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항상 생각 없이 입에 집어넣었던 맛있는 음식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객관적으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순두부찌개에는 순두부와 잘게 썰어놓은 야채, 양념뿐만 아니라 축 처진 작은 새우들, 다져진 고기, 돼지기름 등이 국물 속에 섞여 있었다. 이런 세심한 관찰을 통해 음식을 바라보니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졌고, 겨우 쌀밥을 먹거나 야채 몇 조각을 먹을 수 있을 뿐이었다.당시에는 몰아치는 실습 속에서 틈틈이 등장하는 식사시간마다 혼란스러운 죄책감이 들어서 복잡했다. 감히 고기가 시신의 근육조직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스스로를 불경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어쨌든 음식들은 전혀 내 식욕을 돋구지 못했다. 그리고 음식들을 그저 바라보며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건지, 무엇을 해야 할지 쉬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밥을 못 먹어 시름시름 해지다 보니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현재 내가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니 대체로 깔끔한 맛을 내는 채소류였고, 식사를 채소류로 채우기 시작했다.이 과정에서 채식주의와 비거니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여러 비건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섭렵하였다. 살면서 이름만 들어보았지 전혀 신경쓰지 않은 분야였는데 검색하면 할수록 의외로 스스로의 자리에서 조용히 채식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이 참 많았고 심지어 채식하는 보디빌더도 존재했다. 그 방대한 양에 놀라 나는 한참 그 체계와 정의 같은 것들을 찾아봤다.내 인생에 새로 찾아온 신념을 받아들이고 정립해나가는 과정은 우당탕탕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100% 채식 식단이 아니면 먹지 않아 쫄쫄 굶을 때도 있었다.그러나 지금 내 상황에서 콩을 삶아 먹는 등의 식물성 단백질 섭취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 달걀과 닭고기, 일부 해산물까지는 허용하고 유제품, 날생선, 소고기, 돼지고기 등은 먹지 않는 기준을 세워 비건을 지향하는 중이다. 지금도 나는 배우는 중이며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장 내 몸과 마음에 편안한 채식 식사는 무엇인지 찾아갈 예정이다.채식을 시작한 뒤로 동물권이나 환경에 대한 관심도 지대해져서 내가 의도치 않게 일상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는 여러 요소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현재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인조모피 대신 가죽모피를 입고, 식당에서는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해 음식을 포장해온다.실습이 끝나고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고기를 보자마자 실습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단계는 지났지만, 이제는 내 '의지로' 고기를 지양하게 되었다.예전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덩어리와 맛, 향에서 내가 기피하는 것을 골라내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뒤에 써진 영양성분표와 구성 재료들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유제품 등이 포함된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식사할 때마다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를 지킬 때마다 느껴지는 안도감과 몸을 감싸는 충족감은 새로운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매력적인 비건의 맛을 경험하며 더 큰 자유와 행복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2023-11-20 05:00:00오피니언

의대생 우울증,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메디칼타임즈=이동훈 학생(충남의대) 개강을 했다, 지난 주에. 아니 어쩌면 지지난달에.9월을 맞이하며 캠퍼스는 다시 학생들로 분주해지고 있다. 동아리와 동문회, 각종 모임이 개강 총회를 준비 중이다. 충남의대가 위치한 대전시 궁동과 오류동, 혹은 대흥동에서는 의과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자의 고민과 어려움,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예과생들은 어떻게 해야 F를 받지 않고 진급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고 본과생들은 공부 중인 과목의 어려움을 토로할 것이다. 실습을 돌고 있는 학생들은 지금 도는 과가 출근을 몇 시에 하는지, 케이스 발표를 몇 시까지 준비했는지를 불평하며 또 한편으로는 쉬는 날에 어떻게 놀았는지 자랑도 할 것이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본과 4학년 선배들은 각자의 실기시험 준비 방식과 시험 후기를 나누며 필기 시험 공부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시험 이후에는 어떻게 쉬어야 할지 계획하지 않을까 싶다.의과대학 생활은 시험과 평가의 연속이다. 타 전공 대학생보다 많은 이수학점과 유급제도, 촘촘한 시간표와 방대한 학업량, 그리고 짧은 방학을 경험한다. 때로는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압박을 호소하기도 한다. 본과생 71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본과생 중 6.4%는 지난 1년 동안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를 경험했으며 6%는 경도 우울장애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는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른 우리나라의 우울장애 1년 유병률인 1.7% 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이다.따라서 의과대학생의 우울증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 차원에서 우울증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대한의학회와 질병관리청에서 제시한 7대 생활 수칙을 소개하고자 한다.1. 친구,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기우울한 사람은 자신의 주변 환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지적 왜곡을 하게 된다. 동시에 친구, 가족 등 사회적 관계에서 위축되고 고립되기 마련이다. 이때는 평소 자신을 이해해 주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해서 약속을 만드는 것이 좋다. 함께 취미 생활이나 즐거운 일을 할 수도 있으며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면 감정 관리에 효과적이다. 만약 부담스러울 경우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상황을 반추해 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2. 규칙적인 운동 하기운동은 건강한 사람의 우울증 발병을 예방하고 우울증 환자의 우울 증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주 1시간 이상 운동하면 운동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 발생률이 44% 감소한다. 적어도 주 3회 이상, 30~40분 정도 약간 숨이 차는 정도의 신체 활동(걷기 등)을 할 것이 권고된다. 예비 심박수의 70-80%에 해당하는 강도의 중등도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주 2회 정도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우울증상 조절에 더 효과적이다. 우울증상에 대한 운동의 효과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지속할 때만 유지되므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3. 음주 피하기알코올 문제는 우울증과 흔히 함께 나타난다. 음주가 잦거나 과음을 하면 점점 기분이 우울해진다. 기분을 조절하고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지만 진정 효과는 일시적이다. 따라서 최대한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음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공복 상태의 음주를 피하고 안주를 많이 먹고 사이사이에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는 것이 좋다. 최소한 주에 2-3일 이상 음주하지 않는 날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우울할 때 음주를 하는 습관이 있다면 3-4주만 술을 끊어도 점차 기분이 회복될 수 있다.*의대생이라면 신경정신의학 3판의 Chapter 22 물질 관련 및 중독성 장애 파트 및 DSM-5의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기준을 읽어보고 AUDIT-K로 스스로의 음주습관을 평가해 보는 것도 좋다.4.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하기건강한 식단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은 영양의 균형을 맞추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 중심으로 식단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과식을 하거나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대사증후군과 비만의 위험이 커지고 우울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5. 건강한 수면 습관 지키기불면은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이며 불면증과 우울증이 공존하는 경우도 많다. 잠자기 전에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특히 누워서 사용하는 것은 수면에 큰 방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식의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특히 잠자기 4~6시간 전에는 커피, 콜라, 녹차, 홍차 등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식을 피하자. 그리고 잠자기 전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음식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낮잠은 되도록 자지 않고 깨어 있도록 노력하며 꼭 필요하다면 오후에 15분 내외로 낮잠을 자자.*의대생이라면 신경정신의학 3판의 Chapter 19 수면-각성 장애 파트에서 올바른 수면 위생이 무엇인지 복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6. 치료에 긍정적으로 참여하기우울증은 생물학적 취약성과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약물 치료와 정신-심리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단독으로 시행할지, 병행할지는 환자의 증상, 경과, 인지 기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 만약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이 있을 경우 약물치료와 정신-심리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때 약물 부작용이 있더라도 임의로 약물을 중단하기 보다는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7. 경고 신호 가볍게 여기지 않기자살시도는 갑작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자살생각, 자살계획, 자살시도 3단계를 거치게 된다.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 자살 방법을 찾고 계획을 세우는 모습 등은 자살이 임박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며 고통스러운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자살 계획 여부, 자살 시도 경험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개강을 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며, 건강한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해보기를 권한다.[1]대한의학회*질병관리청, 나와 가족을 위한 우울증 예방과 관리 정보, 2023[2]대한의학회, 일차 의료용 근거기반 우울증 임상진료지침, 2021[2]전국 의과대학생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 2007
2023-09-18 05:00:00오피니언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당신은 어디에 서 있나요

메디칼타임즈=오준서 학생(순천향의대)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보자마자 이건 꼭 봐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지진이 일어나 아파트 한 채만 남고 그 안에 고립된 사람들. 특수한 사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어떻게 묘사 했을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보편적인 인간 사회의 도덕성에 관한 이야기로 영화를 읽으려다 이 영화가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느꼈다. 영화는 아파트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한국에서 욕망의 대상이자 구분짓기의 수단으로서 오랜 역사를 가진.영화는 무섭게 질주하며 '그들'을 '우리'로부터 떨어뜨려 놓는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 유토피아에 들어온 외부인에게 아파트 내부 사람들은 너그럽지 못하다. 인류애에 호소하는 목소리는 짓밟히거나 또는 무시된다.이게 어째서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냐고?글쎄, 이미 공동체에서 배제된 '외부인'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지 않았는가. 한국난민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OECD 최하위권으로 2021년 기준 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난민 인정률은 41.1%였고, 독일은 56%, 캐나다는 무려 70.6%에 달했다. 작년에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03%에 불과했다.2021년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는 속칭 새우꺾기 등의 가혹 행위가 일어났다. 외국인보호소는 보호를 위한 기관일 수는 있어도 고문을 위한 기관일 수는 없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에서 일어난 이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가 전 국민적으로 크게 공론화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도 지난해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외국인보호소의 이러한 실태를 잘 모르고 있었다.몰랐던 만큼 충격적이었다. 외국인보호소에서는 생존에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으며 비좁은 공간에 열 명도 넘는 사람이 구금되어 생활해 왔다고 한다. 2021년 가혹행위의 일부가 공론화되기 전까지 의료서비스 부족 문제는 수년간 언론과 시민사회에 의해 지적되어 왔다.미국의 주간지인 U.S. News & World Report가 작년에 발표한 인종 평등 최악의 국가 명단에서 한국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주간지는 한국을 4위로 선정한 이유 중 하나로 인종차별 문제가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과연 그렇다. 더 이른 시기에 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의 인권을 지켜낼 수 있었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으리라.그렇다면 구금되지 않은 미등록 체류자나 등록된 체류자의 건강권은 한국에서 잘 보장되고 있는가. 우선 건강보험부터 내국인과 외국인을 평등하게 보호하지 않는다. 세대를 구성하기 위한 요건은 더욱 엄격하며 내국인과 달리 장애인과 노인 등의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훨씬 열악하다. 외국인이 건강보험 지역 가입을 위해 요구 받는 6개월의 최소 체류 기한은 이들의 건강권을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이들의 삶을 더욱 위협하는 것은 건강보험 체납 시 법무부가 이들에게 가할 수 있는 비자 연장 제한이다. 유엔 또한 이주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이런 차별적 제도를 개정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 내가 직접 마주한 이주민들의 건강권 보장 실태도 제도적 장벽과 통계 자료에서 알 수 있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최근 이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무료진료소에 의료봉사자로 참여했었다.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이들이 대다수였고, 건강보험이 있는지도 모르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봉사자로서 가장 크게 느꼈던 어려움은 언어 장벽이었다. 영어나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캄보디아어, 몽골어, 러시아어 등 나에게 익숙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는 분들이었다. 이주민 지원 기관에서 제공하는 통역 서비스를 이용해 겨우 소통할 수 있었다.실제로 한국 거주 외국인들의 미충족 의료에 대한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주된 이유로 꼽는데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무료진료소에서도 의료적 필요가 충족되지 않아 다른 의료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는 지역부터 고용 상태, 체류 자격, 언어에 이르기까지 이주민을 둘러싼 어려움은 중첩되어 있었고 그래서 이주민을 더욱 아프게 했다. 건강권의 평등한 보장을 위해 다양한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약자를 외면하는 공동체의 미래는 밝지 않다. 그래서 우리 공동체의 가장 약한 고리를 지켜내는 것은 절실히 요구된다. 이주민 외에도 '콘크리트 유토피아' 밖으로 쫓겨난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들과 우리를 나누고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선은 다분히 자의적이고 그래서 악의적이다. 때로 우리가 거부해야 하는 것은 경계선을 긋는 행위 그 자체다. 니부어의 비도덕적 사회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을 굳이 동원하지 않더라도 이 문제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나를 아리게 하는 것은 외국인보호소 폐지 활동가들이 했던 말이다. 우리는 부당하게 감금되지 않고, 살고 있는 곳에서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위해 활동한다는 말. 어떤 사실은, 아직도 이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사실은 존재 자체로 그것을 목격하는 이를 슬프게 만든다.
2023-09-04 05:30:00오피니언

그거 들었어? 의대에서 유난히 빠른 '소문'

메디칼타임즈=조윤아 학생(경북의대) A와 B가 싸웠다더라. 동기인 C와 D가 사귀었다가 헤어졌다더라. E는 그렇게 지각을 한다더라. F는 G교수님께 허튼 소리를 하다 혼났다더라. J는 환자한테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학교에서 수업을, 병원에서 실습을 도는 중간 발생한 일은 일주일도 안 되어 대부분의 동기들에게 전달된다. 한 달이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낡은 소문이 된다.비단 의과대학의 일이 아니다. 소수 정원으로 이뤄진 타 학과에서는 꽤 빈번하며 중앙 동아리를 했던 덕분에 이런 소문들로 휴학하는 친구들을 보아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내가 속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포함해 다수의 의과대학들은 한 학년에 백 명이 넘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대형과라는 것이다. 나름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5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아직 일상적인 주제로 편안히 대화하지 못하는 동기가 절반을 넘는다.그럼에도 그들의 소식은 나에게 자주, 그리고 빠르게 들려온다.소문은 어떻게 생겨나고 확산될까? 왜 의과대학에서는 소문이 빨리 퍼질까? '수용자의 루머 수용과 확산 행위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관한 연구(권구민, 2017)'에 따르 사람들은 공식적인 정보를 활용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문을 생성하고 전달한다고 한다.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고, 불안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문 확산은 사회구성원의 복합적인 상호적으로 이루어지며 몇 가지 특징을 지니는데 이것이 의과대학 교육체계의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첫째, 소문은 공적 성격을 띠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이슈를 중심으로 발생한다.자신이 접한 소문이 얼마나 유용한 정보인지 판단하며 이를 받아들이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동기인 C와 D가 사귀었다가 헤어진 것은 공적 성격을 가진 소문이 아니다. C와 D를 엮어서 얘기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학번에서도, 어느 과에서도, 어느 학교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일이다.그런데 F처럼 G교수님과 대화하다가 역린을 건드려 혼났다고 생각해 보자. F는 1년 내내 그 과만 도는 것이 아니다. 우리 학교는 매주 실습을 도는 과가 바뀌며, 매주 새로운 학생이 G교수님을 뵙게 된다. 그렇다면 F의 일로 다음 조의 학생은 G교수님이 해당 이야기를 싫어한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혹은 G교수님이 아직 감정이 상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얻고,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할 수 있다.둘째, 소문의 내용이 사실적이고 정교할수록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다.이는 소문의 특성 중 하나인 생동감과 관련되어 있는데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리뷰가 수용자의 장기 기억에 저장될 가능성이 높으며 호소력이 높다. 예를 들어 A와 B가 싸웠다고 생각해보자. 병원에서 실습을 돌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필연적으로 당사자의 곁에는 같은 일정을 수행하는 조원이 있기 마련이다. 실습생이 머무는 휴게실에도 당사자들만 있는 상황은 매우 드물다. 이외에도 병원에 상주하고 있는 수많은 의료인과 환자들이 목격자가 되어준다. A와 B가 싸웠던 생생한 상황을 전달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것이다.셋째, 소문을 지지하는 사회적 동조가 있을 때 사람들은 소문을 더욱 신뢰하게 된다.의과대학은 일종의 닫힌 사회다. 병원에서 실습을 돌게 되면 동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환자와 병원 사람들만 마주치게 된다. 그렇기에 늘 새로운 소식과 사건에 목이 마르며 소문 듣기를 꺼리지 않는다. E가 지각을 자주 한 것과 J가 환자에게 적절하지 못한 언사를 했다는 것은 앞선 특성들처럼 유용하지도, 생동감이 있는 정보도 아니기에 다른 집단이었다면 소문이 퍼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문에 우호적인 사회적 동조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소문을 믿게 되었고 아마도 그들이 E와 J에 대한 생각을 재구성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우연히 연세대학교 입학처에서 제시한 인문논술 문제를 보았는데 소문에 대한 3가지의 관점에 관한 것이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의 지각과 기억이 주관적이고 불완전하기에 불분명한 정보가 더 새롭고 흥미롭게 꾸며져 퍼지는 것이 불가피하고 당연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사건들에 대한 정보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족하므로 적응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기존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소문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소문이 자극적인 정보를 선호하는 사람들과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언론의 산물이기에 한시적인 정보가 아닌 불변하는 진실에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소문의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소문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고민해보길 권한다.
2023-08-28 05:00:00오피니언

백문이 불여일견, 의대생들의 해외연수

메디칼타임즈=이은수 학생(울산의대) '백문이 불여일견'. 한국인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점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뜻인데, 의대생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의대생의 해외 연수는 타국의 의료 현황을 온몸으로 배우고 새로운 관점을 익힐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아직 배우는 단계의 학생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방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후 의과대학 공부를 할 때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진로 탐색에도 자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의대생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의대생의 해외 연수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하고 싶은 건 많고, 방학은 짧다일반적인 대학생은 두 달 이상의 방학 기간을 갖지만 의대생의 방학은 다른 과에 비해 짧다. 특히 해외 연수에 관심이 많은 것은 대부분 본과생인데, 본과생의 방학은 2~5주 정도로 더욱 짧은 편이다. 하지만 해외 연수는 일반적으로 최소한 1주 이상 계획하기 때문에 의대생의 방학 기간에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다. 또 일정이 맞더라도 짧은 방학기간 동안 휴식과 재충전, 예습과 복습, 동아리 및 취미 활동, 의학연구 및 서브인턴십 등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 학생들로서는 해외연수를 쉽게 계획할 수 없는 것이다.해외 연수를 '스스로' 계획하려면…의대생의 해외연수에서 어쩌면 방학 기간보다도 큰 문제는 접근성이다. 해외연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기관의 확인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 의대생의 해외 연수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의학연구 참여, 해외봉사, 임상경험 등 학생마다 각자 연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다르기 마련이다. 그 중 연구나 임상 실습을 경험할 수 있는 해외 연수는 특히나 기회를 얻기 힘들다. 의대생은 기초 및 임상 이론을 배우고 실습하는, 아직 의사가 되기 전 단계인 '학생'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에게 연수 기회를 부여하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으며 소수의 기관에서 모집하는 해외 연수는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해외 연수는 한국인 학생만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의대생을 대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자는 더욱 많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그렇다면 해외 '봉사'는 어떨까? 해외 봉사의 경우 필요한 전문 지식의 수준이 비교적 낮아서 기회가 더 풍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외 의료봉사가 분쟁지역이나 경제적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진행되는 만큼 안전 문제가 존재하고 해당 국가의 봉사 단체와 연락이 닿기도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연수 기회를 알아보고 계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목마른 의대생, 우물을 파보자그렇다면 의대생으로서 해외 연수를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교환학생이다. 세계의대생협회연합인 IMFS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Medical Students Associations)에서 주관하는 SCORE(Standing Committee on Research Exchange)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지망하는 국가에 약 한 달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할 수 있다. 해당 국가의 의료연구에 참여하면서 의대 생활도 경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주변에도 SCORE 프로그램에 참여했거나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인 의대생들이 있다.단순한 교환학생이 아니라 해외 서브인턴십에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교환학생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서류와 준비 과정이 필요하며 현재 재학 중인 학교 커리큘럼에서 서브인턴십을 다녀올 수 있는 기간이 없다면 준비하기 어렵다. 해외 봉사를 희망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알아보고 계획하기 힘들지만 본인이 재학 중인 의과대학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갈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어 경쟁률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학생 신분으로 해외 연수를 가보고 싶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할 것이다.필자는 대학에 입학한 예과 1학년 첫 해 목표가 '다양한 경험'이었을 만큼 이제껏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을 소중한 기회로 여기고 다양하게 도전해 보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해외 봉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국가의 의료교육, 연구 및 임상 실습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다. 올해 본과에 진입한 초짜 의대생임에도 해외 의과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이나 봉사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비록 지금은 직접 해외연수를 계획할 수 없고 짧은 방학 기간에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열심히 학업에 집중하면서 틈틈이 기회를 찾아보면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해외 연수가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도 의대생들의 다양한 경험과 감각을 키우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이 꾸준히 생기기를 기대하며 열심히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다. 
2023-08-21 05:00:00오피니언

의대생의 '솔직한' 진로 고민

메디칼타임즈=권오훈 학생(울산의대) 7월 말 내가 소속되어 있는 연합동아리 아시아 의대생 연합(Asian Medical Students' Association, AMSA)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생 멘토링 프로그램과 토론대회를 진행했다. 나 역시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하고 토론대회 사회를 보는 등 행사에 참여했는데, 행사에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는 멘토링 시간이 있었다. 멘토링을 하면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볼 수 있었다. 대부분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었는데, 나중에 커서 어떤 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꽤 많았다.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이 과에 지원하고 싶은 이유를 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최근에 술자리에서 취업을 고민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은 나를 보면서 취업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편할 것이라고들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당연하게도 내가 취직을 하는 것, 다시 말해 인턴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후다. 인턴 이후에 레지던트가 되면서 원하는 과에 지원을 하게 되는데, 어떤 진료과에 지원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사실 의대에 들어올 때는 크게 어떤 과에 지원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막연하게 의사가 되면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학 이후에도 예과 때는 크게 진료과 선택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본과에 올라오면서 직접 임상을 배우면서 고민이 늘기 시작했다. 어떤 과들은 나의 적성과 흥미에 너무 맞지 않았고, 예전에는 내가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과들이 오히려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우들도 생겼다. 어찌 보면 나의 미래에 대해 고등학생들보다도 생각을 덜 했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고민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 많은 것을 배우며 다양한 과의 특성을 이해하고, 나의 적성에 맞는 과를 찾기 위해 진로콘서트 등에 참석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과가 나와 맞을지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 정하고 나서 평생을 해당 진료과에 바쳐야 할 것인데 그만큼 각오를 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이런 문제들로 고민과 불안이 생기고 있던 와중에 의사인 나의 삼촌의 이야기는 위로가 되었다. 삼촌은 원래 소화기내과에 가고 싶었다고 한다. 지도교수님이 소화기내과에서 일하셨는데, 무척 좋은 분이셨다고 한다. 하지만 삼촌이 인턴이었을 때, 나의 외할아버지, 즉 삼촌의 아버지가 심근경색 때문에 병원에 오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삼촌은 그후 심장내과를 선택했다.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당장 진로를 확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과, 진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익힐 수 있었다. 충분히 고민하고 나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실제로 다양한 과에 대해 배우며 내가 이 과에 잘 맞는지 생각하면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되고, 과에 대한 이해 역시 깊어질 수 있었다. 나는 나와 비슷한 나이라면 그 누구든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명확한 진로와 꿈이 없다는 점에서 꿈이 있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그로 인해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 꿈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불안 속에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우리가 이 불안을 극복하는 데 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글을 읽는 또래들에게 전하고 싶다.
2023-08-07 05:00:00오피니언

젊은의사, 의료정책 참여기회 확대를 외치다

메디칼타임즈=오예지 학생(차의학전문대학원) 올해 3월 국무조정실과 청년재단이 주최한 '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 서포터즈로 활동했다. 약 4개월간의 서포터즈 활동으로 대한민국에 청년지원 및 정책 참여기회가 확대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해당 공모전에서 최종 선정된 제안은 각 중앙부처에서 청년보좌역, 2030자문단 등과 함께 논의해 정책 반영 방향을 모색하고, 예산 편성이나 입법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계속해서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이다.   공모전은 아니지만 지난 3월 28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체계 확립을 위한 실효성 있는 보건의료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젊은 의료인과 2030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보건복지부 2030 청년자문단을 비롯해 전공의, 신규간호사, 의대생, 간호대생 등 젊은 의료인이 참여했다. 이날 현재 교육수련을 받고 있는 예비의료인은 지방과 수도권의 의료교육 인프라 격차에 대한 의견을 공통적으로 내놨으며, 의대생들은 기피 진료과의 근무환경 개선, 지방거점병원 인력확충과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견을 제안했다. 현재 의료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의료인은 지역격차, 일부 과목 쏠림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고, 전공의들은 수도권 병상 확대에 따른 지역병원 어려움, 피부미용 등 과목 쏠림을 완화할 수 있는 대우 방안 등을 제시했다.정부는 전 국민이 어디서나 제때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최우선 정책목표를 두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의료인력의 교육 질과 근무환경 개선, 양성을 위해 세부 정책을 마련할 예정이고 간담회에서 젊은 의료인과 청년이 제안한 내용을 충실히 검토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 주제에 의료정책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 아쉬워 '의료정책 공모전' 키워드를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그 결과 정부기관산하 공모전은 없고 '메디칼타임즈 의대생 콘텐츠 공모전' 주제 중 하나인 ‘의대생이 꿈꾸는 의료제도(이런 정책/제도 어때요? 등)가 연관내용으로 검색되었다. 정부가 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과 같은 공모전을 적극 주최해 젊은 의료인의 의료정책 참여 기회가 확대 되길 바란다.필수의료문제와 고질적인 비인기과 기피 현상을 해결할 방법 역시 그 길을 선택하고 걸어갈 젊은 의사들에게 묻고 함께 길을 만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의대를 증설하고 의사수를 늘린다고 해서 증원된 파이가 비인기과로 갈 것이라는 것은 긁지 않은 복권을 수십장 사고 그 중에 당첨복권이 있을것이라 행복한 상상을 하는 행위와 같다.의대생으로서 실습을 하다 보면 흔히 내외산소라 불리는 메이저과에 관심과 재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현실과 가족 및 주변의 만류로 몸이 편하고, 개원이 쉬우며, 비급여가 많은 진료과로 고개를 돌려버리곤 한다. 그들이 원하는 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정책수립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해당 정책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의술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지난 6월 KBS 시사기획 창'의 필수의료를 주제로 만든 인터뷰에 참여해 현직 전공의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느낀 것은 병원은 항상 응급상황이 생기는 곳이므로 사실상 주 80시간이 지켜질 수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대체 인력이 없는 비인기과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인력이 모자란 비인기과의 전공의 선생님은 80시간을 지키고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갑자기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시 '내가 퇴근을 하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고, 신경썼더라면 환자분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애초에 지원자가 없어 충원이 힘든 것이므로 비인기과의 어떤 점을 개선했을 때 해당과에 지원을 할 것인지, 그 길을 선택해 걸어갈 젊은 의료인 및 예비 의료인과의 적극적인 논의와 공동참여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의료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정책 외에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보건의료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참여하는 젊은 의사 및 의대생들도 많다. 필자는 저출산 및 난임 증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기혼자에게만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난임 시술을 출산의향이 있는 미혼 여성의 난자동결 지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임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난자의 질인데 여성의 초혼 및 초산의 평균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노화로 인해 수정까지 이루어지는 질 좋은 난자를 얻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지원 정책을 확대한다면 전향적인 난자동결을 통해 최소한 생물학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의 난임률을 감소시키고 출산율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23-07-31 05:25:00오피니언

주저하는 의대 본과생들을 위해

메디칼타임즈=정성현 학생(고대의대) 때는 3년 전, 본과에 진입한지 갓 2학기 된 나에게는 고민이 있었다.당시 해부학, 생리학, 약리학, 조직학, 병리학 등 기초의학 과목들을 배우고 있던 시기로 예과와 비교해 감당할 수 없는 공부양에 이미 압도당해 의학의 상당분야를 훑은 줄로만 알았다. 비록 기초의학과목들 뿐이었지만 강의록에 끊임 없이 등장하는 질병들과 교과서 각주에서 소개하는 질병 등이 도무지 정리되지 않고 머리 속에서 중구난방 떠도는 것이었다.전공의 수련을 마쳐가는 동아리 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벌써 본과에 들어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의학에 대한 체계가 잡히지 않습니다. 저에게 의학은 맞지 않는 걸까요. 어쩌면 제가 의학을 품기엔 너무 부족했던 건 아닐까요?""어려운 게 뭐 있어, 나중에 다 배우게 될 텐데. 결국엔 다 알게 될 거야!"라며 선배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평소 믿고 의지했던 선배였음에도 그 말이 잘 와닿지 않아 의학의 벽은 더 높게만 느껴졌다.지금 생각해보면 임상과목조차 배우지 않은 본과 1학년이 하기엔 너무 터무니 없는 고민이었다. 어떤 분과가 있는지도 잘 몰랐고 감염성 질환, 염증성 질환, 암 등 질병들을 큰 틀에서 보는 시각도 부족했다. 본과 4학년이 되어 의과대학 정규 교육과정을 한 번 밟아본 이제는 선배가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이유에 대해서도 조금 이해가 된다.의학이라는 분야는 무수한 질병들과 그 원인, 임상 양상, 진단, 치료 등을 전부 포괄하고 그 양은 실로 방대하다. 배우는 입장에서 구체적인 것까지 전부 알고 기억하는 게 최선이지만 우리는 컴퓨터가 아니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하나하나 다 알기보다는 큰 틀에서 규칙을 파악하고 의학이 추구하는 방향, 논리를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예를 들어 대부분의 치료는 국소적 치료에서 전신적 치료로 이어지며 보다 비침습적이고, 제한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결정된다. 영상학적 진단을 위해 MRI에 앞서 초음파나 CT를 찍어야 하고 전이성 암의 경우 수술적 치료 대신 전신 항암 요법을 해야함이 이제는 너무나 자명하다. 이렇듯 논리를 터득하면 단순 암기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학문의 체계를 잡는 게 수월해진다.아직 나는 학생이고 모르는 것 천지이며 누군가에게 조언할 입장은 못되지만 의학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던 나를 떠올리며 지금 내가 당시 선배의 입장이 되어본다. 그림들을 눈에 바르고, 곳곳에 있는 표들을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학의 큰 그림을 먼저 이해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 후에 틀을 짜고 살을 붙여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입장의 난처한 본과생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비록 갈 길은 멀고 배워야 할 것은 많겠지만 바다를 비추는 등대처럼 한 줄기 빛이 되어 험난한 본과 생활을 헤쳐나가는 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3-07-10 05:00:00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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