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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지탱해준 힘은 1600 지역 주민"

장종원
발행날짜: 2004-12-14 06:30:43

안성의료생협 이인동 원장

안성의료생협 이인동 원장
두레, 품앗이에는 협력 관계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던 우리 민족의 전통이 잘 묻어나 있다. 이런 전통은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해 현재에는 생협이라는 주민 자치 제도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2차 대전 직후에 이미 각 마을마다 자치적으로 생협이 조직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허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리 활발한 것은 아니다.

그런 가운데 안성의료생협이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94년 안성에서 최초로 시작된 의료생협이 올해로 10년이 된 것이다. 그 길다면 긴 역사의 중심에는 이인동 원장(44)이 있다.

안성의료생협의 역사는 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원장은 의대생으로서 안성의 시골마을에서 주말진료를 하면서 인연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이 원장은 열악한 의료 여건이었던 이 곳에 계속적으로 의료를 제공할 방법을 고민했다.

“주말 봉사 등으로 의사들이 활동하더라도 의사가 떠나버리면 주민들은 의료혜택에서 다시 멀어집니다. 구조적으로 의료를 제공하면서 지역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공중보건의를 마친 94년, 이 원장은 최초로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냈다. 조합원이 주인으로 참여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에 의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원장은 250여명의 조합원으로 생협을 시작하게 됐다. 250여명의 조합원은 올해로 1600여명까지 늘었다. 이 원장은 “이들 조합원이 지난 10년간 생협을 지켜왔던 힘”이라고 말했다. 안성의료생협을 시초로 전국에는 8개의 의료생협이 들어섰다.

10년 역사의 생협, 아직 출발점
10년전에 비해 조합원 수가 많이 늘었고 그간 탄탄한 운영을 했기에 현재의 생협이 아주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현재까지는 잘 헤쳐 나왔지만 아직도 걸음마 단계입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질적으로 도약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년쯤 되면 여기저기서 우리 생협을 알게 되고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제는 조합원을 넘어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생협으로 거듭나 주민들 스스로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생협의 본래 취지를 실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올해만 해도 전 직원들이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 원장 역시 수입이 많은 편이 아니다.

안성 지역의 인구는 그대로인데 비해 10년동안 병원 수는 2배가 늘었다. 안성의료생협은 진료 외에도 방문간호, 예방사업 등 갖가지 지역 보건 활동을 수행하다 보니 직원들의 수도 많은 편이라 매일 진료해도 운영이 만만치 않다.

이 원장은 낮은 수가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예전에 비해 같은 수의 환자를 진료했을때 매출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하루에 의사 1인당 50명 정도를 진료하고(비급여는 거의 없다), 인건비 수준이 높지 않은데도 운영이 쉽지 않다.

이 원장은 이런 재정구조로는 앞으로 의료인을 구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복지나 예방 사업 등에는 다른 재원을 투입하고 의료수입은 의료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원장은 평범한 개원의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개원가에서 관심이 있는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기도 한단다. 이 원장은 “실제로 주민들이 물어보고 각자 알아서 구입하곤 하니 의사들이 적절히 지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조합원은 생협의 미래다
비록 대내외적으로 안성의료생협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10년간 교류를 통해 다져온 조합원들의 활동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이다.

20여개의 소모임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생협을 이끌어가는 대의원회, 이사회 등이 활발하게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오는 21일 2년마다 열리는 생협 전체 송년회는 20여개의 소모임이 자발적으로 주체가 돼 기획과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조합원은 수를 늘리는 것보다 참여를 높이는 게 오히려 중요하다고 말한다.

“안성의료생협은 끊임없이 조합원들의 활동을 우선합니다. 효율성보다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우선시됩니다”고 이 원장은 말한다.

단적으로 1600여명의 조합원 중 10명당 1명꼴로 대의원이 된다. 생협에서는 대의원 선거를 두달 동안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이런 상황에서 생협 회의 등에는 참여율이 90%에 이를만큼 주민들의 참여가 높다.

사실 의료생협에 가입한다고 특별히 부가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아니다. 의료생협의 본래 취지를 살려 주민들 스스로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성습관병 관리, 소모임을 통한 비만 관리, 걷기 운동 등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렇듯 의료생협이 살아남는 길은 특별한 의료서비스의 제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이다.

그래서 이 원장은 공공의료도 지역주민의 참여로 끊임없이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보건소와 같은 방식이라면 엄청난 예산낭비만 될 것이다. 그는 “관료적 접근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성의료생협은 얼마전부터 향후 10년을 대비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경제적 상황, 주변 상황 등의 연구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방향을 설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의료 생협, 힘들어도 간다”
이인동 원장은 하루에 40 ~ 50여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이 원장은 이 수의 환자 이상은 의사·환자 모두의 만족도가 떨어질 것 같다며 1일 50명 선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개원가도 별반 다를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원장은 “3분진료를 이야기하는 것은 대학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며 “환자 수가 감소하는 개원가의 현실에서 다들 최선을 다해 진료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그는 조금은 다른 길을 택했지만 기존 의사사회와 의료계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지역 의사회와 교류를 나누기도 했으며 주위 의사들이 어떤 생각을 갖는지 이해하기 위해 의사들을 따라 서울 집회에 참석해 보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생협의 이름이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다.

혹 생협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 있지 않냐고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주위 개원의들과 마찰도 없으며 그들도 생협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 원장을 이해해준다고 한다.

의사로서의 모습말고도 이 원장은 지역 환경단체 공동대표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한 때 소각장 건립 문제로 안성시와 큰 대립을 벌였던 적이 있다.

이 원장은 당시 단식 농성까지 감행하며 친환경 시설을 건립할 것을 주장했으나 결국 안성시는 큰 벽과 같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소각장이 안전하게 운영되나 감시할 때란다.

그는 앞으로도 생협을 계속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사람이 지치기도 할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갑작이 떠오르는 생각. 1600여명의 조합원이 친구가 되고, 이웃사촌이 되고, 아들·딸이 되고, 어머니·아버지가 된다면... 정말 그러하다면, 사람이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원장의 삶처럼 즐겁고 보람된 일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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