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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인턴의 가장 큰 업무는 바로…

박성우
발행날짜: 2016-09-20 11:50:54
소아과 검사 킵

소아과 인턴으로 가장 큰 업무는 환아의 검사에 동행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CT 검사나 MRI 검사 등을 받을 때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에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 특히 영유아는 그렇지 못하니 대개 검사 전 진정 처치를 하게 된다. 수면 유도를 한다거나 진정제를 사용해서 아이를 잠들게 하는 것이다. 혹여 진정 처치 시 호흡이 가라앉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인턴이 동행한다.

진정 효과가 너무 깊거나 심한 경우 무호흡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성형외과 마취 사고는 진정 마취에 의한 무호흡이 발생한 경우가 많다. 소아 검사 시 그런 사고에 대비하여 소아용 심폐소생술 가방을 같이 구비한다.

30분 넘게 부동 자세를 취해야 하는 MRI 검사의 경우 중간에 아이가 움직이면 진정제를 더 투여한다. 검사를 무사히 마친 이후에는 병동에 복귀할 때까지 산소포화도를 감시하며 환아가 숨을 잘 쉬는지 계속 확인한다.

진정 처치 약 중에는 '포크랄'이라는 복용하는 약도 있고 주사제를 이용하여 한 번에 진정시킬 때도 있다. 대부분의 약은 혈관에 직접 주입하는 경우 효과도 빠르고 확실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다.

복용하는 약은 그에 비해 효과도 늦게 나타나고 용량 조절도 쉽지 않지만 주사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다행히 먹는 약으로 환아가 푹 잘 때가 있다. 아기도 편하고 어머니도 편하고 우리도 편하고 검사하는 영상의학과 기사님도 편하다.

하지만 간혹 약을 아무리 써도 잠에 들지 못하고 계속 부스럭거리며 움직이는 아기들이 있는데 이런 검사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검사를 앞두고 어머니들에게 아기들이 잠들지 않게 보채더라도 계속 깨우고 있으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검사는 큰 문제없이 진정과 함께 마친다. 하지만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아무리 빈도가 낮아도 한 번 발생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는 요주의 대상이다.

하루 중 낮 시간의 대부분을 검사 동행으로 보낸다. 최근에는 영상 기술이 발전하여 CT 검사가 빠르면 3분 안에 끝난다. 그러나 그 검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아기가 잠이 들지 않아 1시간 넘게 '잠재우기' 씨름을 할 때가 있다. 오히려 검사보다 검사 준비가 더 오래 걸리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아기 옆에서 어머니와 조용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병원 신세를 지는 아기에 대한 어머니의 걱정도 듣는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때가 바로 이때다.

한 어머니는 선생님은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가 되었냐며, 자식 교육에 대한 상담을 했다. 공부를 잘한다고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똑똑하게 월등한 시험 점수를 받고 의대에 입학하는 것은 영광이지만 이 땅에서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이 너무 고달프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의사가 되면 좋은 건 마누라하고 가족 밖에 없다는 어느 교수님의 말씀도 덧붙였다.

요즘에는 어떤 길을 택해도 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의사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길에 대한 스스로의 의지가 아닐까. 혹여 자식을 의사로 키울 계획이라면 꼭 아이의 의사를 물어보고 존중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종합병원 소아과다 보니 희귀질환과 선천성 기형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간이식만이 유일한 치료인 담도폐쇄증 아이들, 설사와 체중 감소로 평생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크론병 아이들, 조절이 어려운 뇌경련 때문에 정상 발달이 어려운 아이들, 선천성 심장 기형으로 심장 수술을 수차례 받아야 하는 아기들까지.

외에도 소아암 센터에는 백혈병부터 희귀 소아암 환아들이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하고있다. 깊어지는 병색에도 환아들의 반짝이는 눈을 볼 때면 우리가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지 깨닫는다.

환아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또 다른 인생의 굴곡과 그에 대처하는 마음을 배운다. 선천성 기형으로 앞으로의 삶이 험난한 아기들은 물론, 의식이 없어 불러도 반응 없는 자식들에게 어머니들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한다.

힘든 상황에도 아기들에게 말을 걸고 잘 해낼 수 있다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표현할 수 없는 일렁임이 가슴 한 켠에서 물결친다.

우리 때와 달리 세상 풍경은 바뀌었지만 자식을 아끼는 마음은 그때도, 지금도 같을 것이다.

[51]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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