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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한의사 영역다툼과 IMS 판결

오승준 변호사
발행날짜: 2011-07-11 06:23:37

오승준 변호사 (법무법인 대세)

#COLUMN#가슴에 간헐적인 통증을 느껴 모 대학의 한방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경험이 있다.

흉부외과가 아닌 한방병원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원하는 시간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아는 사람이 편의를 봐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 불안한 마음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가슴의 통증은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심각한 질환일 가능성도 있을 것인데, 일단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고, 차선책으로 한방치료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한방병원의 검사 방법은 예상과는 달랐다. 먼저 문진, 청진기, 촉진을 거친 후 심전도검사를 의뢰해 결과를 참조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상이 있을 시에는 CT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통증이 지속된다면 흉부외과에 의뢰해 심혈관조영술을 받아보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제서야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처럼 최근에는 양·한방의 협진 또는 양자 간의 접목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고, 특히 피부과, 비뇨기과, 척추질환, 비만치료, 성장클리닉 등에서는 나름대로의 치료효과가 입증되기 시작하면서 양한방협진을 표방하는 의료기관 또한 급속도록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 환자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한방치료가 아쉬울 때가 있고, 한방치료를 받으면서 현대의학이 조금 더 가미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가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법 체계 하에서는 양한방의 협진 또는 양자 간의 접목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을 별개의 의료행위로 인정하며 이원적인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는 엄격한 요건 아래 협진을 할 수는 있지만, 의사는 한방치료를, 한의사는 현대의료 시술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암환자를 비롯한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등 의료비용을 이중으로 지출하고 있으며, 양자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서로의 진료를 기본적으로 불신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양자간의 영역다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한방병원의 CT 사용만 해도 치열한 법정다툼 끝에 위법한 것으로 판결됐지만 아직까지도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고, 감기약 파동, 최근의 IMS논란까지 양자간의 영역 다툼은 의료법 제정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영역다툼이 당사자들에게는 헌법에서 인정되는 직업선택의 자유, 생존권,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당하지 않기 위한 방어적인 차원이고, 특히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보장되는 권한에 대한 신뢰보호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눈에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직역 간의 다툼, 특히 전문직 간의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부패한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같다. 직업적인 성취를 이루기 위하여 투자해온 시간과 노력은 생각하지 못하고, 그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것만을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IMS 논쟁 역시 마찬가지이다. 양․한방은 서로 간에 거창한 이유를 들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국민들은 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 간의 신경전에 염증을 느끼고 있고, 이로써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지금은 더 이상 논쟁을 계속할 때가 아니라, 무언가를 계기 삼아 신속한 합의를 이끌어내어 의료계 전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너무도 아쉬운 사실은 금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IMS 논쟁에 관한 가장 중요한 판단을 미루었다는 점이다.

한의학계에서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IMS시술이 불법행위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이는 옳지 않은 해석이다.

판결문에서는 '침술'과 'IMS시술'을 구분하여 의사의 시술이 '침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을 판단하고 있을 뿐 IMS시술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하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논란의 불씨만을 남겨놓은 채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숲이 아닌 나무로만 사건을 파악하여 근시안적인 미봉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소는 보건복지부의 눈치만을, 보건복지부는 대법원의 눈치만을 보며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장의 혼란을 방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최종적인 법률 해석기관'으로서의 권한행사를 포기하고 있다.

이로써 이번 재판에서는 IMS시술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판단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이번 재판은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침과 전기자극을 이용한 신경근성 통증치료법이 침술과 동일한 것인지 의학과 법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 국민으로서는 판단할 길이 없다.

아니, 사실 관심조차 없다고 할 수 있다. 그저 빠른 시일 내에 제도가 정비되어 가장 적절하고, 적법한 치료를 받기 원할 뿐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 문제의 해결을 관계부처에 떠넘길 수도 없다. 이들은 정책의 방향을 정할 수 있을지언정, 이미 정립되어 있는 법률의 해석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적정한 기관은 법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헌법에서 인정한 법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관계자들이 금번 대법원 판결을 아쉬워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법원의 소신과 책임감이 아쉬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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