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기부터 게임체인저까지"…극찬 쏟아진 RNA 치료제

발행날짜: 2025-05-23 12:12:31 수정: 2025-05-23 14:47:20
  • 심장대사증후군학회, 국제학술대회서 임상 적용 가능성 집중 조명
    유전자 단계서 질병 원인 차단…스타틴 등 기존 치료제 한계 보완

23일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심장대사증후군학회 국제학술대회(APCMS 2025)에서 '심혈관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RNA 기반 약물'을 주제로 RNA 치료제의 최신 연구성과가 집중 조명됐다.

"지금껏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던 영역을 정확히 겨냥하고 발본색원합니다."

기존 치료제로 한계에 부딪혔던 심혈관 질환 분야에 RNA 기반 약물이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심부전 등 주요 심혈관 적응증을 겨냥한 siRNA 및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기반 치료제들이 임상 및 실사용 단계로 속속 진입하면서 주목된다.

23일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심장대사증후군학회 국제학술대회(APCMS 2025)에서 '심혈관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RNA 기반 약물'을 주제로 RNA 치료제의 최신 연구성과가 집중 조명됐다.

RNA 기반 약물은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약물들이 주로 단백질 수용체에 작용하거나 대사 경로를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라면, RNA 치료제는 단백질 생성 이전 단계에 개입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차단한다.

소간섭 RNA(siRNA)나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같은 기술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 표적 치료의 정확도를 크게 높여 '질병을 발본색원한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게다가 주사 한번으로 6개월간 혈압 강하 효과가 지속되는 등 상대적으로 투약 주기가 긴 것도 장점이다.

■"심혈관질환 치료, RNA 기반 신약이 바꾼다"

위진 가천의대 교수는 siRNA와 ASO를 중심으로 한 RNA 표적 치료제의 최신 연구 동향과 임상 적용 사례를 소개하며 RNA 기반 치료제가 심혈관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 교수는 "기존 소분자 약물은 전체 단백질 중 약 20%에만 작용 가능해 한계가 있다"며 "RNA 치료제는 단백질이 생성되기 전 단계인 mRNA 수준에서 작용해 기존 약물로 접근하기 어려운 표적에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표적으로는 리포단백질(a)이 있으며, 이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기존 치료법으로는 조절이 어렵지만 RNA 간섭 현상을 활용한 siRNA는 이중가닥 구조를 통해 특정 mRNA를 인식하고 분해하며, ASO는 단일가닥 구조로 RNase H1을 통해 작용한다.

그는 "현재까지 FDA는 총 7개의 siRNA 치료제를 승인했으며, 이 중 파티시란, 부티시란, 인클리시란은 심혈관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며 "특히 인클리시란은 PCSK9 억제를 통해 LDL 콜레스테롤을 약 50% 추가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를 입증해 2021년 승인됐다"고 밝혔다.

위진 가천의대 교수

그는 "RNA 치료제는 드문 유전질환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실제로 2019년 NEJM에 보고된 사례에서는 한 소녀를 위해 개인 맞춤형 ASO 약물 밀라센이 개발돼 1년 만에 투여됐다"고 설명했다.

RNA 치료제는 기존 치료법과 작용 기전이 완전히 다른 혁신적인 접근이지만 장기적인 안전성 평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것이 그의 판단. 실제로 일부 ASO 치료제는 혈액학적 이상 등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FDA 승인이 취소되거나 보류된 사례가 있다.

위 교수는 "일부 우려 사항을 제외하고는 RNA 표적 치료는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다양한 만성질환으로 적응증이 확대, 향후 간 외 조직으로의 약물 전달 기술 및 경구 제형 개발 등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며 "질병을 생성 단계에서 발본색원한다는 점에서 근본 치료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에서도 '신무기'

조인정 이화의대 교수는 RNA 기반 고혈압 치료제가 '신무기'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고혈압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조절률은 59%에 불과하다. 특히 젊은 층에서의 조절률이 낮고, 환자 순응도 부족이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고혈압제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이며, 혈압 조절의 핵심 경로인 RAS를 표적으로 한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 시 'RAS escape' 현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으로 '안지오텐시노겐'이 부각되고 있다.

조 교수는 "RNA 치료제 중 대표주자는 siRNA 기반 치료제인 질레베시란"이라며 "이는 간세포에서 안지오텐시노겐 합성을 억제해 RAS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NEJM에 발표된 1상 임상에 따르면, 1회 투여만으로 6개월간 혈압을 유의하게 낮췄으며, 800mg 고용량 투여 시 수축기 혈압이 평균 22.5mmHg 감소했다. 2상 임상에서도 유의한 혈압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그는 "현재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 CARRIER-3 임상이 진행 중"이라며 "siRNA 기반 치료제는 복약 순응도를 높여 차세대 고혈압 치료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형 고대의대 교수 역시 이상지질형증 고위험군 환자의 치료 격차를 해소할 중요한 대안으로 판단했다.

박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기본 축은 여전히 스타틴이지만, 최적화된 스타틴 요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비스타틴계 약제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발표된 2024년 KSoLA 자료에서도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인지도, 치료율, 조절률 모두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의 DAVINCI 연구 역시 가이드라인과 실제 진료 사이의 괴리를 보여줬으며, 이는 2019년 가이드라인 개정 이후 더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RNA 치료제들이 표적 단백질 생성 억제를 통해 다양한 이상지질혈증 아형에 적용될 수 있다"며 "ANGPTL3를 억제하면 LDL, HDL, 중성지방(TG) 모두를 조절할 수 있고, APOC3 억제를 통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siRNA 치료제인 올페시란은 Lp(a) 수치를, ASO 제제인 볼라네소르센은 2000mg/dL 이상인 극고 중성지방 수치를 80% 이상 줄이는 결과를 보였다"며 "RNA 치료제는 약물 상호작용이 없고, 용량 제한 독성도 없으며, 자가면역 반응이나 암 유발 가능성도 낮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표적 치료, 낮은 면역원성, 저용량·저빈도 투약이라는 점도 강점"이라며 "최근 ORION, VICTORIAN 등 글로벌 임상에서 LDL-C를 최대 85%까지 감소시키는 결과가 나오는 등 RNA 치료제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추가 연구를 통해 장기 안전성과 실질적인 심혈관 이점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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