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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부민뇨와 사구체여과율을 기준으로 초기 경증을 제외한 대다수의 환자를 협진 대상자로 본 신장학회의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 제정을 두고 신장학회가 정공법을 택했다.늘어나는 당뇨병콩팥병에 대한 대응 및 환자의 예후 개선이 최종 목표인만큼 당뇨병, 내과 전문가들의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감대 형성 작업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달 개최된 당뇨병학회 학술대회장을 찾은 신장학회 임원진은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 제정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한편 내달 심포지엄을 열어 취지에 대해 재차 설명한다는 계획이다.이어 당뇨병학회와의 공동 심포지엄 개최나 진료지침에 대한 각 학회의 의견을 들어보는 토론회 개최 등 다양한 의견 교류의 장을 만들어 무엇이 환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인지 공론화하겠다는 것이 신장학회의 '큰 그림'.정성진 신장학회 진료지침위원장(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에게 원활한 협진의뢰를 가능하게 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지난달 말 신장학회는 국제학술대회 KSN 2023를 개최하고 당뇨병콩팥병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지침의 골자는 당뇨병 유병률이 만성콩팥병 발병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사구체여과율 및 알부민뇨에서 이상 조짐이 보이는 경우 신장전문의의 개입이 필요한 협진 환자군을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학회가 설정한 협진의뢰 대상자는 전체 18개 카테고리 중 경증을 제외한 16개에 달한다. 당뇨병콩팥병은 태생적으로 당뇨병과 콩팥병이라는 2개 과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타과의 협력 없이는 원활한 협진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지침에 대한 당뇨병학회의 지지승인(endorsement)이 없었다는 점에서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았다는 뜻. 지침 제정 당일 현장에 있던 당뇨병학회 인사들의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나왔다는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하긴 마찬가지다. 이달 신장학회가 당뇨병학회 학술대회장을 찾은 것도 그런 부담감의 발로로 읽힌다.정성진 위원장은 "11일에 광주에서 열린 당뇨병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했다"며 "저번 달 발표한 신장학회의 신규 진료지침 제정의 이유와 취지,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그는 "지침을 처음 발표했던 자리는 신장학회 국제학술대회 장소였지만 이번엔 당뇨병학회 학술대회 장소였기 때문에 반응은 사뭇 달랐다"며 "역시 사전 협조없이 진료지침이 제정된 것에 대한 성토 비슷한 반응이 많았다"고 밝혔다.정성진 신장학회 진료지침위원장(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그는 "이번 지침은 어떻게 하면 당뇨병콩팥병 환자의 예후를 더욱 좋게하고 환자 진료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신장학회가 협진을 늘리자고 하는 아젠다를 먼저 던진 것"이라며 "따라서 추후 각자의 견해에서 입장차를 좁혀나가는 작업을 하게된다"고 강조했다.당뇨병학회도 자체적인 당뇨병콩팥병 관련 지침을 가지고 있다. 당뇨병학회의 지침 제정 당시에도 신장학회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이 없는 등 그간의 지침 제정은 각 학회의 독자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것. 각자 지침을 제정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당뇨병학회의 최근 반발은 당혹스럽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신장학회 입장에서 당뇨병학회의 협진 의뢰 기준은 '클래식'하기 때문에 협진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논의의 '트리거'가 이번 신규 진료지침이 될 수 있다는 것. 국제 가이드라인 성격을 지닌 KDIGO 합의문이 환자 전원 대상을 대폭 늘린 것을 볼 때 신장학회의 지침은 국제적인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정성진 위원장은 "각 학회는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협진과 관련해 입장이 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중요한 건 그런 학회의 입장 차, 이견을 어떤 방식으로 좁히고 타협해 나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입장이 달라도 환자의 예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의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협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당뇨병학회와 주기적인 만남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그는 "이미 2월 당뇨병학회와 미팅을 가졌고, 4월 진료지침 발표 현장에도 당뇨병학회 인사를 모셨고, 5월엔 본인이 당뇨병학회 학술대회장을 찾아 취지를 설명해 독단적으로 지침을 만들었다는 설명은 맞지 않다"며 "학회 이사장 역시 현장을 찾아 신장학회의 생각을 전달했는데 이런 과정은 단발성이 아닌, 최소 몇 개월 내지 몇 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예후 개선에 동의하는 만큼 지침을 둘러싼 잡음은 최적의 진료를 도출하기 위한 진통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정 위원장은 "당뇨병학회나 내분비내과 회원들이 큰소리도 내고 다소 언짢은 고성이 오가더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환자 예후 개선이라는 공통적인 목표가 있으니까 이런 부분을 감수하면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그는 "그런 방안으로 당뇨병학회와 서로 의견을 교환할 토론의 장이나 공동 심포지엄 개최를 구상하고 있다"며 "토론회의 경우 전체 공개식으로 할지 아니면 지침 개발 관련 인사들만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할 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는 "실제로 본원 기준으로 당뇨병콩팥병 환자의 협진이 굉장히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고 초기 조속한 협진이 이뤄졌을 때의 효과를 체감했다"며 "이런 부분을 다른 병원이 시행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최근 외국의 연구 논문 방향도 초기 적극적인 협진 의뢰의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한편 내달로 예정된 진료지침 관련 심포지엄은 새 지침에 대한 인식 확산용으로 기획됐다.이어 "내달 10일 진료지침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한다"며 "아직 신규 지침에 대해 모르는 회원들이 많아 신장학회 회원들에 대한 정보 전달 위주로 기획한 만큼 당뇨병학회가 참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당뇨병콩팥병과 말기콩팥병 현황부터 신장전문의 협진 시기, 혈당감시 조절 목표 등에 대해 각 지침 항목을 만든 전문가들이 나와 내용을 소개한다"며 "진료지침을 알리는 단계이기 때문에 회원들의 인식도가 올라가고 타과와의 지속적인 논의로 협력이 가시화되면 협진의뢰가 서서히 늘어나는 등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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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병원 수술장은 암 환자로 꽉찼는데 중증응급 환자를 몰아주면 응급의료 전달체계가 바로잡히겠나?"전국 각지에서 거점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병원장들은 정부의 응급의료 대책에 강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이 이구동성 지적하는 것은 의료현장과 정책에 상당한 괴리.■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지역 거점병원 역량 저평가논란이 시작된 것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복지부는 '전국 어디서든 1시간 안에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내세우며 중증응급의료센터 50~60개소까지 확충하겠다고 밝혔다.기존의 권역응급의료센터 40곳을 대폭 늘리고 응급의료 역할을 한 만큼 확실한 보상체계를 구축해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응급환자 최종치료에 대해선 수가를 확대하고, 상시 대기해야 하는 응급의료 특성을 고려한 공공정책수가 등 새로운 지불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특히 중증응급센터에서 최종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력에 대해서는 야간·휴일 당직 보상방안을 마련하고, 응급의료수가 가산으로 인한 수익은 해당 의료진에게 배분될 수 있는 정책도 추진한다.중증응급센터를 통해 최종치료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언뜻봐서는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선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병원들은 여기서 놓친 게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상당수 대학병원의 수술장은 암 등 중증질환 수술로 빡빡하게 돌아간다. 중환자실 병상가동률도 90%이상으로 말 그대로 풀가동 중이다. 이는 즉, 의료진 또한 응급 이외 중증질환자 치료만으로도 최대치의 역량을 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그런데 복지부의 발표한 응급의료 기본계획은 여기에 더해 중증응급 환자 최종치료를 요구한다. 수도권 한 중소병원장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환자가 미어 터지는 대형 대학병원에 중증응급환자까지 추가하면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그는 "대부분의 중증응급환자는 중소병원에서 진료하고, 감당이 안되는 중증응급 환자를 전원할 대형 대학병원을 남겨둬야 하는데 현재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시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 자료: 복지부가 발표한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일부.중소병원협회 내 지역병원 살리기 특별위원회 박진식 공동위원장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중증응급의료센터의 최종치료행위 중 상당 부분이 일선 중소병원에서도 가능한 수준.박 위원장은 "정부는 경피적 관상동맥확장술, 인공심폐순환, 혈관색전술, 뇌동맥류수술, 장절개술 등은 중증응급의료센터에서 최종치료라고 제시했지만 이는 이미 지역 거점 중소병원에서 상당부분 감당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해당 환자를 치료할 역량이 있음에도 굳이 중증응급의료센터로 환자를 몰고, 중소병원은 경증 응급환자만 처리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기존에 갖고있는 역량마저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수도권 300병상 규모의 한 중소병원장은 "정부 방침대로 경증 응급환자만으로 채운다면 멀쩡하게 운영해왔던 응급실, 중환자실을 폐쇄하게 될 것"이라며 "관련 질환을 치료했던 의료진도 모두 떠나 결국 응급환자의 치료 기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막상 최종치료 역할을 맡은 중증응급의료센터는 밀려드는 중증응급환자와 암 등 중증환자로 몸살을 앓고, 중소병원은 수십년간 쌓아온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오히려 기능을 소멸시키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중증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를, 중소병원은 경증환자를 맡으라는 것 인데 이는 중소병원은 망하라는 얘기"라며 "현재의 수가체계에선 경증환자만 진료해서는 응급실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그는 "이번 응급의료 대책은 지금까지 지역 내에서 역할을 해온 중소병원들에게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손을 놓으라는 꼴"이라며 우려했다.일각에선 벌써부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권 한 종합병원장은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역량있는 의료진이 최근 개원을 하겠다며 사직을 했다"면서 "최근 정부 정책의 방향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경기권 한 종합병원장도 "뇌혈관·심장수술 전문의 4명이 있는데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왜 보내야 하나. 대학병원은 환자가 밀려서 못받지만 최근에도 우리병원은 환자가 감소해 4명 중 1명은 사직하고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소병원에 남아있던 뇌수술할 의사가 사라진 미래에 응급환자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고 했다.일선 중소병원 및 응급실 의료진은 대형병원 중증응급환자를 몰아주는 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형병원 몰아주기? 문제는 의료인력정부가 제시한 응급의료 기본계획의 문제점은 또 있다. 대형 대학병원으로 중증응급의료센터를 몰아 줄 경우 기존 의료인력으로 감당이 안될 것이라는 우려다.중증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려면 응급의학과 이외에도 신경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각 전문과목 전문의까지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지방의료원 한 응급의학과장은 "지방 의료현장이 현실은 척박하다. 권역외상센터도 의료인력 부족으로 2~3명이 교대로 당직을 서면서 힘겹게 버티고 있다"면서 "여기에 추가로 중중응급의료센터를 늘리면 의료인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서울권 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최근 응급환자가 응급실로 밀려들면서 전공의는 3교대로 근무하면서 교수까지 직접 당직을 서기 시작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공고를 냈지만 좀처럼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수도권 한 중소병원장은 "또 다시 과거 응급실에 대기표를 2000번까지 받고 대기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중환자실 병상 수 기준 개선·중소병원 지원이 해법그렇다면 응급의료 전달체계 해법은 뭘까.일선 중소병원들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집중된 지원책을 응급환자 치료에 역할을 하는 지역 거점병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와 더불어 중환자실 인력 기준을 현행 환자 수로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베드 기준 아니라 현행 환자 수 기준으로 수정하면 간호등급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정부도 일선 병원들의 지적에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보건복지부 김은영 과장은 "중증응급의료기관 운영 관련해 낮은 단계(중소병원까지 확대해)까지 시범사업을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서 5월말부터 (가칭)'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협의체'를 구축해 의견수렴을 거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세부적인 시범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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