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의사회 유승호 공보이사, 정책적 지원 강조
"가정혈압 키워드는 관심…젊은 고혈압 환자 관리 시급"
"가정혈압은 혈압의 추이를 볼 수 있다는 일차원적 의미를 넘어 능동성을 의미합니다. 혈압 관리의 핵심적 요소와 닿아있다는 의미죠. 결국 환자들이 얼마나 본인의 혈압에 관심을 갖는가, 이것이 혈압 관리의 핵심이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고혈압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려 고혈압 환자 관리는 국가적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도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사업 등을 마련하며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혈압 관리에는 현실적인 한계들이 존재한다.

정부 또한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을 강조할 만큼 꾸준한 혈압 관리는 결국 일선 개원가의 역할이 크다.
그렇다면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사업 등을 통해 실제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 개원의가 생각하는 혈압 관리의 실제와 문제는 무엇일까. 일차의료의 핵심인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유승호 공보이사(입북삼성가정의학과)를 만나 본 이유다.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에요. 실제로 환자가 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전 국민 건강검진이 시행되면서 새롭게 발견되는 환자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이제 핵심은 고혈압 환자의 발견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죠."
유승호 이사는 국내 고혈압 환자 관리의 실제를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이 말을 꺼내놓았다.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초기에 고혈압을 발견하는 비율은 크게 높아졌지만 지속적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 이사는 "검진 활성화로 초기에 고혈압을 발견하는 비율은 크게 늘고 있지만 문제는 꾸준히 이를 관리하는 환자의 비율은 여전하다는 것"이라며 "초기에는 잘 관리하다가도 지속적인 약 복용과 상담, 의료기관 방문 등에 회의를 느끼며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 비율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검진으로 50대 이전에 고혈압 진단을 받는 이른바 '젊은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화두"라며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향후 보건의료 체계에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자신의 몸에 문제를 느낀 고령 환자들은 의료기관 방문과 약 복용 등에 거부감이 없지만 젊은 환자들은 증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과신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
결국 이러한 환자들은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 질환에 대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 인식 제고가 필요하지만 이 부분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호 이사는 "고혈압의 경우 꾸준히 관리하는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의 예후가 뚜렷하게 갈리는 질환 중 하나"라며 "교육과 상담을 통해 치료를 이어가는 군은 합병증 위험이 크게 낮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재내원시 심각한 상황까지 쳐해있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결국 연령별 고혈압 관리 기준이 필요하며 환자의 의지와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사업 등도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제도적 한계로 참여율이 낮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유 원장은 검증된 혈압계를 활용해서 이뤄지는 가정혈압을 통한 지속적인 혈압 관리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젊은 고혈압 환자들은 기기 사용에 익숙하며 어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기반의 관리 체계에 친화력이 높은 만큼 가정혈압 관리에 활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가정혈압은 결국 혈압의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일차원적 목적을 넘어 스스로 자신의 혈압을 점검하고 건강 관리에 참여한다는 광의가 있는 만큼 이를 생활화 할 수 있는 도구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유 이사는 "이미 한달에 한번 의료기관에서 혈압을 재는 것보다 꾸준히 가정혈압을 체크하는 것이 합병증 예측 등에 훨씬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 등이 나올 만큼 가정혈압의 의학적 근거는 충분하다"며 "하지만 이는 예방적 측면이다보니 환자에게 잘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부의 세심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환자들은 기기 사용에 익숙하고 혈압 추이를 기록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에 친숙한 만큼 이를 잘 활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러한 기기와 어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환자들도 가정혈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가정혈압을 '주치의'가 지속적으로 살펴보며 관리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승호 이사는 "어르신들은 혈압을 어플에 입력하고 웹을 통해 건강보험실천카드를 활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이들에게는 가정혈압을 굳이 앱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기록하고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사업 등의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나아가 건강보험공단의 다양한 툴을 API 형태로 개방해 민간 건강관리 플랫폼과 연동하는 등의 방식이 적용된다면 가정혈압을 진료 현장에서 바로 활용하는 것이 더 용이해질 것으로 본다"며 "결국 연령별로 환자 본인이 혈압 관리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제도를 운영하는 것만이 혈압 관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