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심전도 수가 1년, 이대론 안 된다

발행날짜: 2023-04-19 05:30:00
  • 의약학술팀 문성호 기자

우리나라 진료현장에는 저수가로 기인한 '3분 진료'라는 태생적인 꼬리표가 존재한다.

낮은 수가에 기인해 상대적으로 환자 진료를 많이 봐야 만 수익이 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이 가운데 최근 수가제도에 기인해 진료 왜곡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가 또 다시 등장할 조짐이다. 지난해 신설된 웨어러블 심전도(Wearable ECG) 검사 수가가 그것이다.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는 선별급여 형태로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 활용할 수 있는 수가를 신설했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심전도 검사를 위한 홀터기록(Holter Monitoring) 항목을 기존 48시간 이내 외에 ▲48시간 초과 7일 이내 ▲7일 초과 14일 이내를 신설해 세분화했다.

다시 말해 ▲1~2일(5만 4805원) ▲3~7일(14만 6603원) ▲8일~14일(19만 9555원) 구간 별로 웨어러블 심전도기를 활용한 추적 검사로 인해 의료진이 받을 수 있는 의료행위료가 같은 상황.

단적으로 '3일을 하나 7일'을 하나, '8일을 하나 14일'을 하나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같은 수가를 받는 격이다.

수익구조를 고려해야 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검사 시간이 짧아 분석이 쉽고, 다회용 제품을 여러 번 사용하면 수가 면에서 훨씬 이득이기에 짧은 기간을 선호해 여러 번 추적검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가령, 7일까지 웨어러블 검사기를 활용해 심전도 추적검사를 할 수 있음에도 3일만하면 같은 수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3일로 검사기간을 조정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같은 수가이기에 업무량이 낮은 3일로 검사기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검사기간이 늘어날수록 의사 입장에서는 7일까지 수가는 같고 심전도 검사에 따른 판독기간이 늘어나 부담이 커지는 점도 배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심전도를 장기 추적할수록 부정맥 진단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웨어러블 심전도 추적검사 수가를 14일까지 설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일터.

결국 의사의 업무량에 비례하지 않은 구간 별 수가 설계 탓에 3분 진료와 같은 기형적인 의료 환경 조성을 키우고 있는 꼴이다.

국내 임상현장과 제약‧의료기기 산업계에서는 '기승전수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된다. 건강보험 수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 만큼 환자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수가 신설이 1년 지난 시점에서 의사 업무량에 비례한 수가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유지한다면 3분 진료와 같은 기형적인 구조를 정부가 조성하는 꼴이다.

관련기사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