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자보 입원환자 진료수가 분쟁의 근황

오승준 변호사
발행날짜: 2023-04-17 07:53:11 수정: 2023-04-17 09:00:02
  • 오승준 변호사(법무법인 BHSN 대표)

오승준 변호사(법무법인 BHSN 대표)

한방병원 자동차보험 입원환자 진료수가 분쟁의 근황

작년(2022년) 하반기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한방병원 입원 환자들에 대한 교통사고 진료수가를 일률적으로 삭감(심사조정)하기 시작하면서, 교통사고 입원치료를 주력으로 하는 병원들에 비상이 걸렸다.

인정되는 입원의 일수도 점점 줄어들어서 10일, 7일, 5일, 심지어 최근에는 3일 이상의 입원을 인정받기가 까다롭다. MRI 검사 결과가 있어도 10일 이상 입원은 거의 인정되지 않는 듯 하다.

이에 대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며 여러 병원들이 상담을 요청하는데, 로펌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데다가 워낙에 손이 많이 가는 소송이기 때문이다.

조정된 진료수가와 관련하여 건강보험심사평거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보험사들을 피고로 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고(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7다268326 판결 등 참조), 심지어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이하 ‘분쟁심의회’)에 심사를 청구하지 아니하면 심사결과에 합의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막대한 심사비용을 지급하면서 분쟁심의회 심사까지 신청해야 한다(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9조 제3항). 그리고 결국 소송의 쟁점은 “각 환자별 입원치료의 적정성”이 될 것이기 때문에, 감정 절차 등에 있어 넘어야 할 산이 아주 많다.

소장 접수의 시작

해가 바뀌고 추위가 가시자, 심사조정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결과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이의제기 결과가 나온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분쟁심의회에 심사청구를 해야 수가에 관한 분쟁을 이어갈 수 있기에, 많은 병원에서 분쟁심의회 심사 청구와 함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당 법률사무소에도 많은 문의가 있었는데, 인력 관계상 소수의 의뢰만 수락하고 대다수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몇 군데의 로펌에서 설명회도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건을 수임한다고 하니, 병원들 입장에서는 사건을 맡길 곳이 영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사건들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고 들어가는 비용도 너무 큰 것이 현실이다.

한편, 소송을 시작하는 시점에 관해서는 의견이 조금 갈리고 있다. 분쟁심의회 심사 결과가 나온 후에 소장을 접수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행정법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적 전치주의로 보는 것은 과다하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9조 제3항에 따른 합의간주 효과만 피해갈 수 있도록 분쟁심의회 심사청구를 한 후 곧바로 소송을 준비해도 된다는 것이 다수 변호사들의 의견인 듯하다.

각자 몇 억씩 묶여 있는 상황에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심사 결과를 끝까지 기다렸다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 법률사무소에서도 분쟁심의회 심사 접수 후 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다만, 한 사건 당 수십 명에 달하는 환자들에 대하여 전부 ‘진료기록감정’을 진행해야 할지, 감정을 간소화 하여 감정료를 최대한 아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 치료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리딩 케이스의 등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분쟁심의회 심사청구를 생략한 소송 사례

당 법률사무소는 각하될 것을 각오하고, 분심위 심사청구 없이 소송을 해보자는 용기 있는 한의사 선생님의 의뢰를 수락하여 소장 접수 준비 중에 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9조 제3항은 누가 봐도 과도한 면이 있고, 특히 분쟁심의회 심사 접수시 청구액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예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꼭 분심위 심사청구를 거쳐야만 합의간주 효과를 탈피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어왔고, 그 주장에 상당히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장 접수를 통해 “합의 간주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명백히 한다면 소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본다.

이 소송의 결과도 한참을 기다려야 하겠지만(앞서 언급한 감정 절차 등을 모두 거친 후에, 소제기가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다. 재판을 시작하자마자 미리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결과가 나온 후에는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분쟁에 임할 수 있으리라 본다.

기타 의사결정할 사항들

의사는 진료를 하면서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 수준과 자신의 전문적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한방병원의 입원치료에 너무 비싼 치료비, 허위 입원, 과잉진료 등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갑작스런 심사 기준 변경으로 인해, 실제 장기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까지 선뜻 입원을 권할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에 어떤 병원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정 일수 이상은 입원시키지 않고, 통원치료로 전환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입원치료를 하면서 반복적인 심사조정을 받는 경우도 있으며, 또 어떤 병원은 3일 이상은 입원을 시키더라도 통원 비용만 청구하는 등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떤 분야에서는 입원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 입원치료비를 청구하는 것이 사기에 해당한다며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데, 어느 병원에서는 입원한 환자를 입원하지 않았다고 우기며 낮은 수가를 청구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며

향후 어느 수준까지 입원 치료가 이루어져야 할지, MRI 협진은 꼭 필요한지, 억울한 일을 당했을 경우 어떤 분쟁 절차를 거쳐야 할지 이 모든 것들이 불확실한 가운데, 법원의 판결이 속속 나오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리라 예상한다.

당 법률사무소의 블로그 등을 통해 자동차보험 입원환자 진료수가 분쟁의 진행상황을 종종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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