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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와 의료범죄 구분해야

발행날짜: 2026-08-03 05:30:00
  • 의료산업2팀 김승직 기자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사고(事故):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

범죄(犯罪): 법규를 어기고 저지른 잘못.

이 두 단어는 누군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을 때 사용된다. 다만 그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 결과를 내려고 했는지에 따라 용처가 달라진다.

다만 복잡한 현대 사회에선 사고와 범죄의 의미가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의도치 않은 일이라고 해도 그 결과가 누군가의 생명이나 신체적 피해로 이어지면, 피해자나 대중은 이를 범죄와 다름없이 받아들이곤 한다.

특히 의료 행위나 운전·산업 현장 등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직업군에선 훨씬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 따라서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라는 범죄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다만 현재 의료사고를 두고 논란이 이는 지점은, 그 결과가 '순수한 사고'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인지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최근 국회에서 이뤄진 의료사고 이력 명시 제도 관련 논의가 그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선, 고의적이거나 중대한 과실이 인정돼 실형·집행유예 등 형사 처벌을 받은 의료사고를 공개하는 방안이 다뤄졌다. 이를 통해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의료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환자마다 제각각인 인체를 다루는 의료 행위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는 게 의료계 우려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형사 고소로 이어져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수천 건의 고난도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와, 중증 환자를 보지 않는 분야 의사의 임상적 위험도 차이는 크다. 의료사고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력을 낙인처럼 공개한다면, 의료진은 고위험 수술이나 응급·중증 환자 진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물론 환자단체의 주장처럼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인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해한다. 과거 중대 의료과실이나 무면허 대리수술 등 안타까운 사건들이 반복됐음에도, 현행 체계에서는 환자가 사전에 위험성을 인지할 방법은 없다시피 하다.

현장 의사들 역시 본인들도 파렴치한 범죄자들과 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소름 끼친다고 입을 모은다. 의도를 가지고 문제를 일으킨 범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가진 이들은 없다.

하지만 모든 판결 이력을 기계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접근방식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선에 뛰어든 의사와 부도덕한 범죄를 저지른 의사를 같은 선상에 놓는 오류를 낳는다.

규제가 명확한 기준 없이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도입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결국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 그 책임이 필수의료 붕괴라면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가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의료는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투명한 정보 공개는 중요하다. 하지만 관련 제도가 의사로 해 고난도 진료를 회피하게 만드는 가림막이 돼선 안 된다. 환자의 안전망을 지키면서도 현장의 의료진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합리적인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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