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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희 건보공단 이사장에 거는 기대

손문호 칼럼위원(정형외과)
발행날짜: 2026-07-27 05:00:00 수정: 2026-07-27 08:22:13
  • 손문호 칼럼위원(정형외과)

[메디칼타임즈=손문호 칼럼위원]강청희 제11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취임했다. 흉부외과 의사로 의료현장을 경험했고,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과 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보건소장과 공공기관장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의료공급자와 보험자, 중앙과 지역의 보건행정을 모두 경험한 드문 경력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강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부터 서비스와 조직, 재정과 운영체계를 국민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리부트 건강보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을 단순히 환자가 병원을 이용한 뒤 진료비를 보장하는 제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질병 예방과 건강 유지, 건강한 노후와 돌봄까지 책임지는 생애주기 건강보장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연결해 의료·요양·돌봄·복지서비스가 분절되지 않는 '국민 중심 건강복지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건강보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질병 위험을 예측하고, 건강 이상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며,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와 재정 누수 관리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방향은 옳다. 초고령사회에서 건강보험이 치료비 지급에만 머물 수는 없다.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며, 치료 이후 돌봄까지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의료와 요양, 돌봄이 서로 단절돼 국민이 여러 기관을 전전하는 현실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구상이라도 의료현장과 분리돼 추진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건강보험공단은 보험자이지 의료기관이 아니다. 공단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AI는 질병 위험을 알려주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유용할 수 있지만, 환자의 상태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진단하며 치료하는 주체는 의료인이다. 공단이 예방과 건강관리를 직접 수행하는 거대한 행정 플랫폼으로 확장할 경우, 기존 의료기관과 역할이 중복되고 일차의료를 오히려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건강복지플랫폼'은 공단이 모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체계가 아니라, 국민과 의료기관, 요양기관, 돌봄기관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 특히 동네의원과 지역 의료기관이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의료의 중심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차의료를 배제한 예방관리 체계는 지속될 수 없다.

AI 활용의 방향도 중요하다.

강 이사장은 AI를 이용해 재정 누수와 부당청구를 정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부당청구를 막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AI가 의료기관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도구로만 활용돼서는 안 된다.

현재 의료기관은 복잡하고 자주 변경되는 급여기준, 청구심사 규정, 자료 제출과 설명 의무로 상당한 행정부담을 안고 있다. 고의적인 부당청구와 복잡한 기준 때문에 발생한 단순 착오를 구분하지 않은 채 모두 같은 방식으로 다루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AI는 부당청구 적발에 앞서 의료기관이 급여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청구 오류를 예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진료 단계에서 적용 가능한 급여기준을 안내하고, 청구 전에 오류 가능성을 알려주며, 반복적인 행정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조사와 처벌의 AI가 아니라 신뢰와 예방의 AI가 먼저여야 한다.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법 역시 단순한 지출 억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강 이사장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필요한 국민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칙에 동의한다. 다만 무엇이 불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한 의료인지는 행정편의나 총진료비 규모가 아니라 의학적 근거와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필수의료와 일차의료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보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의 진료비만 계속 억제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단기적으로 절감될지 모르지만, 의료공급 기반은 무너질 수 있다. 의료기관이 사라진 뒤에는 보험이 있어도 진료받을 곳이 없다.

건강보험 재정은 적게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제대로 쓰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수술·응급·분만·소아·중환자 진료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는 충분히 보상하고,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과잉 이용과 불합리한 지출은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강 이사장에게는 조직운영 능력도 요구된다.

건강보험공단은 전국 조직과 방대한 인력을 가진 거대 공공기관이다. 급여상임이사로 특정 분야를 담당하는 것과 기관 전체를 이끄는 이사장의 역할은 다르다. 노동조합과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되, 최종 판단 기준은 공단 내부의 이해가 아니라 국민과 가입자의 이익이어야 한다.

대화하되 끌려가지 않고, 결단하되 독선적이지 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과거의 세평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제는 이사장으로서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강청희 이사장이 내세운 '리부트 건강보험'은 단순한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 제도의 역할을 확대하면서도 의료현장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AI를 감시보다 지원에 활용하며, 재정 절감과 필수의료 보상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의사 출신 이사장이 의료계의 이해만을 대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의료현장을 경험한 수장이라면 잘못된 급여정책과 과도한 행정규제가 환자와 의료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현실을 공단과 정부에 솔직히 전달할 책임이 있다.

강 이사장이 건강보험을 넘어 건강복지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공단이 중심에 서기보다 국민과 의료현장을 연결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리부트는 시스템의 확장이 아니라 신뢰의 회복에서 시작돼야 한다.

강청희 이사장의 3년이 공단의 역할만 확대하는 시간이 아니라, 국민과 의료계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건강보험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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